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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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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그룹 '뉴진스'의 베트남계 호주 국적 멤버 하니(20·팜 하니)가 사내 괴롭힘과 따돌림 시비와 관련 작심하고 하이브와 방시혁 의장을 비판했다.

하니는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국정감사에서 참고인으로 출석해 "(하이브 내) 한 팀의 매니저님이 '무시해'라고 말하는 걸 들었다. 이 일을 왜 당해야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제가 여기 나오지 않으면 조용히 넘어가고 묻힐 거라는 걸 안다. 이 일은 누구나 당할 수 있는 일이다. 선배님들, 동기들, 연습생들은 당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나왔다"고 설명했다.

하니는 또한 "데뷔 초반부터 (하이브) 높은 분을 마주쳤는데 인사를 한 번도 안 받았다"면서 "제가 한국에서 살면서 이해했던 건 나이가 많으신 분에겐 인사를 잘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하니는 높은 분을 특정하지 않았지만 방 의장으로 추정된다. 앞서 뉴진스 총괄 프로듀서인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 방 의장의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난 이후에 방 의장과 하이브가 뉴진스를 푸대접했다는 의혹이 나오기도 했다.

하니는 이날 실제 "(따돌림 의혹뿐 아니라) 회사 내에서 느낀 분위기, 최근에 벌어진 일들, 하이브 직원들이 블라인드 앱에서 뉴진스를 욕한 것 등을 볼 때 회사가 저희를 싫어한다는 확신이 생겼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이브가 자신들을 싫어하는 이유에 대해 "다른 길로 데뷔를 했기 때문이다. 원래 있는 회사의 정해진 길과 저희는 다르게 데뷔했는데 잘 돼서 자꾸 저희를 낮추시려고 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저희를 싫어한다는 이유가 든 건 그것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방 의장과 민 전 대표의 갈등이 하이브 내 뉴진스의 대우로 이어진 것 같냐는 질문에 하니는 "없을 수 없다. 그런 사이 있으니까 굳이 이러실 필요 없는데 이런 거 하시니까 더 이상 가만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뉴진스는 방 의장이 프로듀싱 등에 관여를 해서 데뷔하는 하이브 내 다른 레이블 그룹과 달리 어도어 전 대표인 민희진 프로듀서 주도로 데뷔했다. 앞서 방 의장과 민 전 대표의 갈등이 불거진 상황이다.

◆"어도어, 괴롭힘 문제 해결 노력 미흡" 주장

하니는 또한 자신이 속한 레이블 어도어(하이브 자회사) 김주영 대표에게 사내 괴롭힘 관련 조치·해결을 부탁했지만 피드백이 미흡했다고도 주장했다.

반면 하이브 최고인사책임자(CHRO)이기도 한 김주영 어도어 대표는 "하니 씨의 주장을 믿고 있다. 아쉽게 증거 확보는 하지 못한 상황"이라면서 "제가 취할 수 있는 조치는 다 취했다고 생각하지만 하니 씨가 이런 심정을 갖고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된 것으로 봐 제가 좀 더 잘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 않았을까 되돌아 보게 된다"고 했다.

하니는 하지만 "(김주영 어도어 대표가)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충분히 하실 것들이 더 있었다"고 직격했다. "애초에 저희를 계속 지켜주겠다고 말씀하셨는데 저희를 지키려면 싸워야 한다. 그런데 싸울 의지도, 어떤 조치를 취할 의지도 없는데 최선을 다하셨다고 할 순 없을 것 같다"고 단호히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더 최선을 다해주셨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면 이 문제도 넘어갈 거라는 걸 너무 잘 안다. 앞으로 미래에 대해 얘기하기 전에 빨리 이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그러자 "하니 씨 말씀처럼 아티스트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이고 소통 강화하겠다. 현재 상황에서 당사자 간 서로의 주장이 엇갈리는 부분이 있어 사실 관계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진행 중인 노동청 조사에 성실하게 협조해 사실 관계를 명확하게 밝힐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인간으로 존중하면 괴롭힘 문제 없을 것"

하니는 막판에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오늘은 직장 내 괴롭힘과 따돌림 문제를 다루는 자리다. 근데 제가 이 일을 겪으면서 많이 생각한 건데 물론 법이 이 세상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하는 건 알지만, 인간으로 존중하면 직장 내 괴롭힘과 따돌림 문제는 없을 거 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해당 문제에 관심을 가져줘서 고맙다며 "선배, 동기, 후배, 연습생들은 이런 걱정 안 했으면 좋겠다"면서 "걱정해주시는 분들의 글을 봤는데 감사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자신이 왜 이런 경험을 해야 하는지 안타까워 하면서 미안하다고 하는 이들이 많은데 "한국에서 새로운 가족 같이 생각하는 멤버들, 직원들은 죄송해하시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대신 "정작 (방 의장을 비롯) 죄송할 분들은 그걸 모른다. 그게 없다면 당당하게 숨김 없이 나와야 하는데, 이런 자리를 피하시니까 답답하다"고 덧붙였다.

호주 대사관에서도 자신을 걱정해 부모에 연락했다면서 "그 부분도 너무 감사하다. 마지막으로 만약 또 나오게 된다면 한국어 공부를 더 열심히 해서 나오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하니는 의원의 빠른 한국어 질의에 일부 발언을 이해하지 못하기도 했다.

◆연예인 근로자성 쟁점…하이브 '대한민국 일자리으뜸기업' 선정 문제제기도

이날 하니와 관련 국감에서 근로기준법상 가장 큰 쟁점은 뉴진스 멤버들이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노동부는 과거 근로기준법상 전속계약을 맺는 연예인들을 근로자로 분류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근로기준법의 내 괴롭힘 금지 조항은 근로계약을 맺는 근로자에게만 해당한다. 소속사와 전속계약을 맺는 연예인의 근로자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견해가 그래서 지배적이다. 김유진 고용부 노동정책실장도 이날 국감에서 "현행 근로기준법상으로 적용하기 힘든 현실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아이돌 노동인권과 관련 사각지대를 이번에 들여다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일반적으로 아이돌은 데뷔 직전 소속사와 계약을 맺을 때 대등한 관계에 놓여 있기 힘들기 때문이다. 더구나 보통 아이돌은 연습생 시절부터 소속사로부터 각종 규제를 받는다.

안호영 환노위원장은 "이번 사안은 특정 아이돌 그룹의 문제나 가십성 이슈로 봐서는 안 된다.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근로자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본다. 이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정부와 국회가 대책을 마련해야 된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박정 민주당 의원도 "근로기준법이 적용 안 되니 문제를 제기할 수 없다고 하면 이 문제가 영원히 되풀이될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이날 국감에서는 아울러 하이브가 올해 '대한민국 일자리으뜸기업'으로 선정된 데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일자리으뜸기업은 일자리 창출과 함께 일·생활 균형 실천 등 일자리 개선을 위해 노력한 공을 인정 받은 100개 기업이다. 선정되면 대통령 인증패가 수여되고 신용평가 우대, 여신지원 금리우대, 조달가점 부여, 출입국 우대카드 발급 등 다양한 혜택이 주어진다.

이정한 고용부 고용정책실장은 "하이브를 일자리으뜸기업으로 뽑은 것은 국민 추천을 받았고, 단순히 수평적 조직문화만 본 게 아니라 이직률이나 일·가정 양립 지원 등 다양한 측면들을 봤다"며 "현장에 나가서 실사도 하고 노사단체에 평판 조회도 했다. 그 과정에서 어떠한 하자도 발견되지 않아서 민간전문가들까지 모인 심사위원회에서 공정하게 결정됐다"고 해명했다. 인증 취소와 관련해선 "저희 지방관서에 이 건과 관련한 진정이 제기되어 있어 진정 조사의 결과가 나오면 세심하게 살펴보겠다"고 전했다.

앞서 하니는 지난달 뉴진스 유튜브 라이브 방송 도중 하이브의 다른 그룹 매니저가 자신에게 들리도록 "무시해"라는 말을 했다고 주장하는 중이다. 지목된 매니저는 그룹 '아일릿' 의전담당이다. 이 팀의 레이블 빌리프랩은 CCTV와 해당 인물 조사 결과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 중이다. 김주영 어도어 대표는 의견이 엇갈려 사실 관계를 파악 중이라고 했다.

현직 아이돌이 국감 현장에 출석하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보통 아이돌은 민감한 이슈에 대해 피하는 것이 불문율처럼 돼 있는 상황에서, 주체성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 받는다. 하니가 등장하자 국회 일대는 취재 열기로 들썩였다. 하니는 이날 국회에 도착해서 팬덤 버니즈를 향해 "제가 굳이 말 안 해도 팬분들이 다 아시니까 따로 말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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