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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inNess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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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일용 엄니'로 유명한 배우 김수미(75·본명 김영옥)이 25일 별세했다.
김수미는 이날 오전 8시께 심정지 상태로 서울성모병원으로 이송돼 사망했다. 빈소는 한양대병원 장례식장 6호실에 마련했다. 사인은 고혈당 쇼크이며, 당뇨 수치가 500 이상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은 연예계 대표적인 요리전문가, 김치장인으로 꼽힌다. 음식을 직접 만들어 소중한 사람들과 나눠 먹는 것을 가장 큰 기쁨으로 여겼다.
'수미네 반찬'(2018~2021), '밥은 먹고 다니냐?'(2019~2020), '수미산장(2021) 등 다양한 음식 예능물을 통해 시청자와 꾸준히 소통했다.
특히 고인은 '수미네 반찬'에서 뛰어난 요리솜씨와 남다른 예능감을 뽐냈다. 김수미는 한식 반찬을 만드는 것에 집중하면서 함께 출연한 셰프들에게 자신의 요리 비법을 전수했다. 한국인들에게 친숙한 식재료를 사용해 집 반찬을 만들어 호평받았다.
'수미네 반찬' 시즌1에는 중식의 대가 여경래, 최현석 셰프, 불가리아 출신의 유명 셰프 미카엘 아쉬미노프가 출연했다. 개그맨 장동민이 보조 MC로 활약했다. 김수미는 구수한 입담으로 동네 할머니와 같은 인상을 풍겼고, 정성 가득한 어머니의 손맛을 느끼게 했다. 특히 김수미의 음식 만드는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서 셰프들의 감탄을 자아내기도 했다.
시즌1 인기에 힘입어 시즌2 연말 특집까지 제작됐다. 시즌2에는 중식 대가 이연복 셰프, 탤런트 겸 방송인 홍석천, 그룹 '슈퍼주니어' 멤버 이특이 나왔다. 한 끼 밥상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준 '수미네 반찬'은 레시피 북까지 나와서 인기를 끌었다.
김수미는 2020년 손녀를 품에 안은 뒤 며느리인 탤런트 서효림에게 이유식 레시피를 전수했다.
자신만의 이유식 레시피를 담은 책 '김수미의 이유식의 품격'(2021)을 냈다. 고인은 "우리 손녀딸 조이가 나의 최연소 스승님"이라며 손녀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고인은 김치 사업에도 도전했다. '김수미의 더맛김치'로 사업 전선에 뛰어들었으며 홈쇼핑 업계에서도 큰 성과를 냈다.
또한 김수미는 연기 인생 40년을 담은 에세이 '얘들아, 힘들면 연락해!'를 2009년 출간했다. 김수미는 연예계 후배들의 잇따른 자살 등을 접하면서 상처받은 이들을 위해 삶의 무게를 이겨 낼 수 있는 격려와 인생의 조언을 전했다.
출간 당시 그녀는 "나도 젊은 시절 여러 번 자살 충동을 경험한 적이 있었다. 아무리 힘들고 괴롭더라도 자살을 결심할 힘으로 다시 한 번 열심히 살겠다는 결심을 할 줄 알아야 한다. 아무도 옆에 없다고 느낄 때 옆에 있어 줄 사람이 되어주고 싶어서 '얘들아, 힘들면 연락해! '라는 책을 내게 되었다"고 에세이 출간의 의미를 밝혔다.
에세이에는 김수미의 어린 시절 이야기, 연기에 대한 열정, 작품 뒷이야기 등이 담겼다.
"아부지는 막내딸인 나한테만은 옥이야 금이야 끔찍하셨다. 어느 가을, 고구마 수십 가마니를 캐 팔아서 번 돈을 쌈지에 둘둘 말아 막내딸 허리춤에 채우고는 군산 시내 양장점 거리로 데려가셨다. 아부지가 '뺑그르르 돌믄 팍 양산처럼 퍼지는 후랴스커트플레어스커트'를 해달라고 하자 그 계집애들은 원단이 더 들어가니 돈을 더 내라고 했다. 나는 양장점을 나와 징징대며 졸랐다. 그 언니들이 아부질 그지[거지]로 취급혔는디······. 천 자르기 전에 돈 돌려받고 딴 집으로 가유. 아부지는 나를 등에 업고 달래셨다. '딴 집 가도 마찬가지여. 아버지 실수여. 교회 가는 옷을 입어야 허는디. 이러고 딴 집 들어가 보까? 또 동전 줄 틴디.'"(1부 '꽃지랄 내 인생-하루만이라도 다시 아부지와' 중)
"초등학교 입학해서 비가 많이 오면 학교 앞에 리어카에 우산을 꽂아 두고 기다리셨다. 한글을 다 깨치고 입학한 애는 나 하나였고, 또래들이 '가갸거겨' 배울 때 나는 아부지가 푸대로 사 온 책 중에 〈님의 침묵〉을 읽었다. 내가 "아부지, 너무 어려워유. 내 나이에 맞는 책을 사줘유"하면, 아부지는 "선구자는 앞서 가는겨" 하셨다. 옆에 계시던 엄니는 "저 썩을 년, 시금치 몇 푸대를 팔아 갖고 새 책 살라믄 한두 갠디 지랄허고 자빠졌네 하셨다."(1부 '꽃지랄 내 인생-하루만이라도 다시 아부지와' 중)
"십오 년 전 KBS '젊은이의 양지'라는 주말 드라마에서 내 역할이 이종원의 엄마로 강원도 탄광 근처 다방의 마담이었다. 드라마 상 시대도 20여 년 전이었다. 물론 방송국에서 의상을 준비해 주지만 뭔가 색다르게 입고 싶었다. 수소문 끝에 내 입맛에 딱 맞는 한복 디자이너가 있다고 누가 소개시켜 줬다. 대본을 보내 주며 한번 해보라고 했다. 나는 의상을 받고 세 번 놀랐다. 흔히 한복 박스에 넣어 보내는데, 분홍 보자기로 요살을 부려 장미꽃을 귀퉁이에 달아서 보냈다. 너무 예뻐 풀기 아깝지만, 한참 노려보며 웃다가 풀어 보니 세상에나! 바로 이럴 때 ‘안성맞춤’이란 말을 쓰는 것 같았다. 색상이며 마담이 입을 만한 디자인이며, 의상을 보는 순간 아마 연기는 저절로 되지 싶었다. 그리고 연보라색 갑사천으로 만들어 녹두알만 한 꽃을 단 봉투에 편지가 들어 있었다. 생전 처음 보는 봉투 속에서 편지를 꺼내니 마치 내가 여왕이고 신하에게 편지를 받은 기분이었다."(3부 '친구는 나의 힘-내 '꼬붕' 이효재 중)
◎공감언론 뉴시스 snow@newsis.com
김수미는 이날 오전 8시께 심정지 상태로 서울성모병원으로 이송돼 사망했다. 빈소는 한양대병원 장례식장 6호실에 마련했다. 사인은 고혈당 쇼크이며, 당뇨 수치가 500 이상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은 연예계 대표적인 요리전문가, 김치장인으로 꼽힌다. 음식을 직접 만들어 소중한 사람들과 나눠 먹는 것을 가장 큰 기쁨으로 여겼다.
'수미네 반찬'(2018~2021), '밥은 먹고 다니냐?'(2019~2020), '수미산장(2021) 등 다양한 음식 예능물을 통해 시청자와 꾸준히 소통했다.
특히 고인은 '수미네 반찬'에서 뛰어난 요리솜씨와 남다른 예능감을 뽐냈다. 김수미는 한식 반찬을 만드는 것에 집중하면서 함께 출연한 셰프들에게 자신의 요리 비법을 전수했다. 한국인들에게 친숙한 식재료를 사용해 집 반찬을 만들어 호평받았다.
'수미네 반찬' 시즌1에는 중식의 대가 여경래, 최현석 셰프, 불가리아 출신의 유명 셰프 미카엘 아쉬미노프가 출연했다. 개그맨 장동민이 보조 MC로 활약했다. 김수미는 구수한 입담으로 동네 할머니와 같은 인상을 풍겼고, 정성 가득한 어머니의 손맛을 느끼게 했다. 특히 김수미의 음식 만드는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서 셰프들의 감탄을 자아내기도 했다.
시즌1 인기에 힘입어 시즌2 연말 특집까지 제작됐다. 시즌2에는 중식 대가 이연복 셰프, 탤런트 겸 방송인 홍석천, 그룹 '슈퍼주니어' 멤버 이특이 나왔다. 한 끼 밥상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준 '수미네 반찬'은 레시피 북까지 나와서 인기를 끌었다.
김수미는 2020년 손녀를 품에 안은 뒤 며느리인 탤런트 서효림에게 이유식 레시피를 전수했다.
자신만의 이유식 레시피를 담은 책 '김수미의 이유식의 품격'(2021)을 냈다. 고인은 "우리 손녀딸 조이가 나의 최연소 스승님"이라며 손녀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고인은 김치 사업에도 도전했다. '김수미의 더맛김치'로 사업 전선에 뛰어들었으며 홈쇼핑 업계에서도 큰 성과를 냈다.
또한 김수미는 연기 인생 40년을 담은 에세이 '얘들아, 힘들면 연락해!'를 2009년 출간했다. 김수미는 연예계 후배들의 잇따른 자살 등을 접하면서 상처받은 이들을 위해 삶의 무게를 이겨 낼 수 있는 격려와 인생의 조언을 전했다.
출간 당시 그녀는 "나도 젊은 시절 여러 번 자살 충동을 경험한 적이 있었다. 아무리 힘들고 괴롭더라도 자살을 결심할 힘으로 다시 한 번 열심히 살겠다는 결심을 할 줄 알아야 한다. 아무도 옆에 없다고 느낄 때 옆에 있어 줄 사람이 되어주고 싶어서 '얘들아, 힘들면 연락해! '라는 책을 내게 되었다"고 에세이 출간의 의미를 밝혔다.
에세이에는 김수미의 어린 시절 이야기, 연기에 대한 열정, 작품 뒷이야기 등이 담겼다.
"아부지는 막내딸인 나한테만은 옥이야 금이야 끔찍하셨다. 어느 가을, 고구마 수십 가마니를 캐 팔아서 번 돈을 쌈지에 둘둘 말아 막내딸 허리춤에 채우고는 군산 시내 양장점 거리로 데려가셨다. 아부지가 '뺑그르르 돌믄 팍 양산처럼 퍼지는 후랴스커트플레어스커트'를 해달라고 하자 그 계집애들은 원단이 더 들어가니 돈을 더 내라고 했다. 나는 양장점을 나와 징징대며 졸랐다. 그 언니들이 아부질 그지[거지]로 취급혔는디······. 천 자르기 전에 돈 돌려받고 딴 집으로 가유. 아부지는 나를 등에 업고 달래셨다. '딴 집 가도 마찬가지여. 아버지 실수여. 교회 가는 옷을 입어야 허는디. 이러고 딴 집 들어가 보까? 또 동전 줄 틴디.'"(1부 '꽃지랄 내 인생-하루만이라도 다시 아부지와' 중)
"초등학교 입학해서 비가 많이 오면 학교 앞에 리어카에 우산을 꽂아 두고 기다리셨다. 한글을 다 깨치고 입학한 애는 나 하나였고, 또래들이 '가갸거겨' 배울 때 나는 아부지가 푸대로 사 온 책 중에 〈님의 침묵〉을 읽었다. 내가 "아부지, 너무 어려워유. 내 나이에 맞는 책을 사줘유"하면, 아부지는 "선구자는 앞서 가는겨" 하셨다. 옆에 계시던 엄니는 "저 썩을 년, 시금치 몇 푸대를 팔아 갖고 새 책 살라믄 한두 갠디 지랄허고 자빠졌네 하셨다."(1부 '꽃지랄 내 인생-하루만이라도 다시 아부지와' 중)
"십오 년 전 KBS '젊은이의 양지'라는 주말 드라마에서 내 역할이 이종원의 엄마로 강원도 탄광 근처 다방의 마담이었다. 드라마 상 시대도 20여 년 전이었다. 물론 방송국에서 의상을 준비해 주지만 뭔가 색다르게 입고 싶었다. 수소문 끝에 내 입맛에 딱 맞는 한복 디자이너가 있다고 누가 소개시켜 줬다. 대본을 보내 주며 한번 해보라고 했다. 나는 의상을 받고 세 번 놀랐다. 흔히 한복 박스에 넣어 보내는데, 분홍 보자기로 요살을 부려 장미꽃을 귀퉁이에 달아서 보냈다. 너무 예뻐 풀기 아깝지만, 한참 노려보며 웃다가 풀어 보니 세상에나! 바로 이럴 때 ‘안성맞춤’이란 말을 쓰는 것 같았다. 색상이며 마담이 입을 만한 디자인이며, 의상을 보는 순간 아마 연기는 저절로 되지 싶었다. 그리고 연보라색 갑사천으로 만들어 녹두알만 한 꽃을 단 봉투에 편지가 들어 있었다. 생전 처음 보는 봉투 속에서 편지를 꺼내니 마치 내가 여왕이고 신하에게 편지를 받은 기분이었다."(3부 '친구는 나의 힘-내 '꼬붕' 이효재 중)
◎공감언론 뉴시스 snow@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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