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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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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곽범이 넷플릭스 '코미디 로얄'(2023)에서 원숭이 교미 개그를 선보였을 때 모두 눈살을 찌푸렸다. 이경규도 "모니터 꺼!"라며 버럭할 정도였다. 메타코미디 소속 곽범과 이선민, 이재율은 유튜브에서 MZ세대를 타깃으로 한 콘텐츠로 인기를 끈 만큼 실망도 컸다. 후속 프로그램은 못 나올 것이라는 우려를 딛고, 우승 특전인 단독쇼 대신 '코미디 리벤지'(2024)로 돌아왔다. '제2 원숭이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으나, 여전히 호불호는 갈렸다.

"고급과 저질을 가르는 기준은 모르겠지만, 코미디는 반전의 미학이 중요하다. 원숭이 교미 개그는 통념을 비틀지 못해 많은 사람들에게 '실패한 코미디'로 받아 들여진 것 같다. 사실 연출자로서 재미있다고 생각했다면, 이경규씨 리액션을 깔깔대는 걸로 붙일 수도 있다. 그 코미디가 재미있다고 보여주기보다, 누군가를 웃긴다는 작업에 얼마나 진심으로 임하고 이렇게 화까지 내고 논쟁이 붙는지 등을 통해 코미디의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고 싶었다."(권해봄 PD)

코미디 리벤지는 이진호의 인터넷 불법도박 여파로 홍역을 치렀다. 제작발표회 당일 이진호가 상승도박을 자백, 제작진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을 터다. 이진호는 그룹 '방탄소년단'(BTS) 지민, 개그맨 이수근 등 동료 연예인에게 빌린 돈만 1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업체에서도 13억원을 빌리는 등 최소 23억원 가량 빚을 졌으며,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진호는 첫 신부터 그대로 등장했다.

권 PD는 "팀을 결성해 나왔고 개그는 합과 티키타카가 중요하지 않느냐"면서 "이진호씨를 배제하면 코미디가 성립이 안 됐다. 프로그램 전체를 위해 편집을 안 하고 가는 쪽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제작발표회 30분 전에 얘기를 들었다.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며 "이경규씨가 '이진호씨 사생활이고, 프로그램은 흔들리지 않는다'고 해줬다. 나도 그 말이 옳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어떻게 대처할 수 없는 부분이다.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고 받아들였다.


코미디 로얄에서 우승한 이경규팀(이경규·이창호·조훈·엄지윤)이 중심을 잡았다. 잔나비정상(곽범·이선민·이재율)을 비롯해 등촌동 레이커스(문세윤·이진호·김용명), 집사와 아가씨(김경욱·송하빈·김지유), 펀치라인(이용진·신규진·신기루), 산딸기(박나래·이상준·황제성), 헬로 길티(박세미·임우일·김해준)가 출연했다. 잔나비정상 설욕전으로 보였는데, 우승은 산딸기에게 돌아갔다. 잔나비정상은 준우승에 그쳤다.

"곽범, 이재율, 이선민씨가 코미디로얄 중심에 있었지만, 문세윤, 황제성씨 등도 리벤지하고 싶어 했다. 곽범씨와 얘기를 많이 나눴다. '혹시 다른 팀원들과 어울리면 어떠냐'고 했는데, 곽범씨가 둘과 리벤지하고 싶다는 의지가 강했다. '이번에도 못하면, 실력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괜찮겠느냐'고 물었고, '무조건 잘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표했다. 실제로 회의 시간도 길었고 많이 노력했다. 꼭 이들을 위해 깔린 판은 아니지만, 노력으로 자신의 판을 만든 것 같다."

이경규가 호스트로서 판을 벌였다. 1라운드 로스팅 배틀: 조롱잔치, 2라운드 임프랍 배틀: 6 Doors, 3라운드 캐릭터 배틀: 스트리트 캐릭터 파이터, 결승전 파이트 클럽 : 이경규 매치로 이뤄졌다. "이경규씨가 제작진과 함께 기획해 차별점이 있다"며 "K코미디 대표하는 베테랑들이 많이 참가했다. 팀 색깔을 다르게 하려고 했다. 콩트, 토크, 숏폼, 유튜브 등 코미디 스타일에 맞는 사람들끼리 팀을 꾸렸다"고 귀띔했다.

로스팅 미션에서 19금 수위를 넘나들었는데 "코미디는 선을 잘 타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짚었다. "넷플릭스가 수위에 열려 있다고 하는데, 그렇지도 않다.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를 받고, 원색적인 표현 등은 15세 관람가 기준 안에 있다"며 "코미디에 따라서 불편하거나 선을 넘는다고 생각하는 시청자들이 있을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 너무 많이 불편한 분 없이 선을 잘 탔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코미디 로얄보다는 부정적인 반응이 훨씬 덜해진 것 같다. 온라인 반응이나 평점 등을 모니터링했는데, '코미디 로얄보다 편하고 매끄럽다'고 하더라. 코미디 속성 자체가 일부는 불편함이 생길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속성이 누군가를 놀리는 건데, 그분들은 불편해 할 수 있지 않느냐. 약자 등 특정 대상을 하면 안 되겠지만, 로스팅 개그는 당하는 코미디언만 겨냥한 코미디였다. 그 불편함이 넓은 방향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노력했다."


넷플릭스를 통해 K코미디 외연을 넓혔지만 언어, 문화 특성 등으로 인한 한계가 느껴졌다. 국내 시청자를 우선으로 했으나, 공개 코미디쇼, 유튜브 콘텐츠 등과 비교해도 아쉬움이 컸다. 코미디 리벤지에선 관객 100여 명을 투입했는데, 현장감은 크게 살지 않았다. 글로벌 OTT 넷플릭스에서 거대 자본을 들여 선보였지만, '지상파·케이블 프로그램보다 못하다'는 반응도 지배적이다. 물론 코미디 로얄은 국내 넷플릭스 1위, 리벤지는 2위를 하는 등 나름의 성과도 있다.

권 PD는 "넷플릭스는 제작 자율성을 많이 보장해주는 편"이라며 "국내외 시청자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건 어려워서 국내 시청자를 우선시했다. 코미디를 많이 설명하지 않으려고 했다. 이제 코미디 장르는 온 가족이 함께 보는 게 힘들다. 문화 지역색 뿐만 아니라 세대 간도 달라서 글로벌보다 MZ세대들이 좋아할 만한 코드를 많이 반영했다. 코미디 리벤지를 통해 시청자층이 조금 더 넓어졌다. 넷플릭스에서도 코미디로 시청자를 모집할 수 있다는 걸 어느 정도 보여줬다"고 긍정했다.

"시즌3는 확답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흑백요리사'처럼 대박 나진 않았지만, 코미디 콘텐츠로 이 정도 성과를 낸 게 고무적이라서 저변을 넓혀가고 싶다. 이번에 1위를 못 찍어서 조금 아쉽다. 그래도 톱10 안에서 쭉 유지하고, '6회까지 정주행했다'는 분들도 많아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권 PD는 MBC TV '마이 리틀 텔레비전' 시즌1·2(2015~2017·2019~2020) 조열출로 이름을 알렸다. 당시 실험용으로 자주 불려 나와 '모르모트 PD'라는 별명이 생겼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로 자리를 옮긴 뒤 웹예능 '찐경규'(2020)와 코미디 로얄·리벤지를 만들었다. "코미디 자체를 좋아하고, 코미디언에게 애정이 많다"며 "'한 우울만 파서 끝장 봐야겠다'는 마음은 없지만, 웃음을 주는 예능을 하고 싶다"고 바랐다. 무엇보다 '코미디언을 존경하게 됐다'는 얘기를 들을 때 "뿌듯하다"고 했다.

"시청자들이 코미디언을 대상화하는 경우가 있다. '코미디언은 웃기는 사람이고, 난 이 웃음을 평가한다. 웃기지 않으면 비판하는 게 합당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코미디는 타율을 높여야 하지만, 모두 성공하는 건 아니다. 코미디언은 웃기는 사람이지만, 우스운 사람은 아니다. 재미없는 것도 '재미있다'고 해달라는 건 아니지만, 실패했다고 '쟤는 원래 재미없는 애'라고 재단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좀 더 따뜻한 마음으로, 애정 어린 시선으로 봐 달라."
◎공감언론 뉴시스 plai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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