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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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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강주희 기자 = "이제 다 쏟아내면 얼마나 또 공허할지라는 생각도 드는데 또 다른 곡들이 있어서 그걸로 채워 넣어야죠. 다음 앨범을 위해."

가수 범진은 지난 몇 년간 치열한 시간을 보냈다. 집과 작업실을 오가며 곡을 쓰고 무대에 올랐다. 하고자 하는 일이 분명해했기에 시간은 걸려도 윤곽은 드러났다. 그즈음에 서서히 모양새를 갖추기 시작한 것이 2021년 발표한 싱글 '인사'다.

범진은 이 곡으로 지난해 역주행 인기를 끌었다. 매끄럽게 흐르는 멜로디와 차분하고 서정적인 목소리. 덤덤하게 '아무 일도 없듯이 보내주려 해'라고 말하기에 더 가슴이 저미는 가사. '인사'를 들어본 이들이라면 역주행 인기를 수긍할 수밖에 없다.

6일 발매하는 첫 번째 정규 앨범 '나이테(Growth Ring)'는 더욱 성숙해진 범진의 마음가짐을 담았다. 시간의 흐름을 의젓이 받아들이며 나이테를 남기는 나무처럼 우리의 삶에도 다양한 굴곡과 흔적이 새겨진다는 보편적 진리를 자신만의 감성으로 해석했다.

최근 서울 마포구 한 사무실에서 만난 범진은 "정규 앨범을 준비하면서 삶과 죽음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며 "무겁지만 결국 우리가 알아야 할 것들을 어떻게 표현해볼까 고민했고, 앨범에 제 생각을 좀 들어갔다"고 말했다.

'나이테'는 범진이 6개월 만에 발표하는 신보이자 데뷔 후 첫 정규 앨범이다. 범진은 동명의 타이틀을 비롯해 전곡(11곡)을 작곡했다. 여기에 싱어송라이터 겸 피아니스트 전진희, 가수 조정치, 소울맨 등 베테랑 뮤지션들이 참여해 앨범의 밀도를 높였다.

타이틀곡 '나이테'는 인생의 다양한 순간들을 그린 곡이다. 눈을 떠보니 오지 않을 것 같았던 순간들이 왔고, 어린 아이였던 내가 어느새 어른이 된 순간을 담담하게 풀어냈다. 잔잔한 피아노와 스트링에 귀를 기울이면 너무 아무렇지 않게 흘러가는 시간에 아쉬움을 느끼게 만든다.


"(나이테는) 현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젊은이들을 보고 쓴 노래예요. 물론 그게 저이기도 하고요. 제가 쓴 노래 대부분이 인생에 있어서 중요하게 여겼던 순간들이 곡으로 만들어진 것이라 인생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습니다."

삶을 이루는 덩어리에서 순간을 떼어내 음악으로 옮긴 그의 노래는 그래서 일상을 닮았다. 동네를 산책하다가 느낀 감정을 쓴 '풍경', 사랑하는 사람과 하루의 시작을 맞이하는 모습을 그린 '아침' 등이 그러하다. 모두가 가볍게 흘려 보낼 수 있는 일상과 감정을 붙들고 파고든 결과물이다.

음악적 영감에 대한 질문을 이어가자 범진은 최근 새로운 영감을 위해 흡연을 시도했다고 말했다.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의 가사 '또 하루 멀어져 간다 / 내뿜은 담배 연기처럼'를 듣고 궁금증이 생긴 것이다.

"이 가사를 부르려면 어떤 느낌일까. 담배를 안 피우고 부르는 것과 진짜 담배를 뱉으면서 가사를 썼다는 게 궁금한 거예요. 그래서 담배를 한 번 사서 펴봤는데 어떻게 피우는지 모르니 기침만 했어요. 그런 경험도 해보려고 했습니다. 별로 안 됐어요."

2019년 '괜찮아'로 데뷔한 범진은 드라마 OST를 시작으로 '무념무상', '후회', '바래' 등으로 꾸준한 음악적 행보를 이어왔다. MBC '듀엣가요제', JTBC '투유 프로젝트-슈가맨 3' 등을 통해 얼굴을 알리기도 했다. 가수 진주가 친누나이지만 일상에서나 음악 활동에서나 '현실 남매' 그 자체다.


"누나와 저는 교류가 없습니다. 누나는 교수로 열심히 일하고 있고 서로 음악적으로 터치를 안 해요. 그러면 싸워서(웃음). 그리고 누나는 노래로 했지만 저는 곡을 쓰고 싱어송라이터로서 제 노래는 제가 잘 알기 때문에 (누나의 피드백을) 잘 안 들어요."

데뷔 후 새로운 영감과 한층 넓은 시야를 갖추게 된 만큼 범진은 오래 들을 수 있는 노래를 들려주는 것이 꿈이다. 최근 공연에서 팬들의 떼창을 끌어낸 경험이 바탕이 됐다. "가수를 오래 하려면 제가 부를 수 있는 능력을 알고 최대한 많이 부르고 싶어요. 나이가 들어도 생각날 수 있게 열심히 곡도 쓰고 싶고요."

역주행 인기를 경험한 범진은 이번 앨범에 대한 기대가 높다. 역주행보다 정주행을 바라고 전곡 모두 사랑 받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특히 마지막 트랙인 '세상 모든 빛 잃어도'를 듣고 팬들이 눈물을 흘려주길 바란다고.

"11번 트랙을 만들면서 울었거든요. 제가 이렇게 사랑 받아도 되는 사람인가. 작업물을 듣던 택시 안에서 펑펑 울었던 기억이 있어요. 이렇게 살아온 제 인생 자체를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고 꿈만 같아요."

범진의 첫 번째 정규 앨범 '나이테'는 이날 오후 6시 각종 음원 사이트를 통해 발매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zooe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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