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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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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여름 방학도, 추석도 싱겁게 지나갔던 한국영화가 연말에 모처럼 세게 붙는다. 그런데 '영화 대 영화'가 아니다. '영화 대 OTT'다. 12월 송강호·김윤석·현빈 등 스타 배우가 포진한 기대작이 연달아 개봉하는 것과 맞물려 넷플릭스 등 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 역시 올해 최고 기대작이라고 할 만한 시리즈를 쏟아낸다. 게다가 이정재·공유·주지훈·배두나·류승범 등 이름값만으로 보면 영화에 밀릴 게 전혀 없다. 국내 배급사 관계자는 "이번 달에 나오는 OTT 시리즈 면면을 보면 한국영화가 상대하기 버거워 보일 정도"라고 말했다.

◇'영화 대 영화' 아닌 '영화 대 OTT'

일단 12월에 나오는 한국영화부터. 먼저 오는 4일 송강호와 박정민이 주연한 '1승'이 관객을 만난다. 무능한 배구 감독과 관심 받고 싶어 안달 난 구단주가 프로 여자배구 팀에서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다. 스포츠와 코미디를 버무려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11일엔 '대가족'이 나온다. 이 작품 역시 코미디. 김윤석과 이승기가 부자 호흡을 맞췄다. 아들이 중이 되면서 대가 끊긴 만둣집 사장 앞에 존재를 알지 못했던 아들의 자녀가 나타나게 된다. '변호인'과 '강철비' 시리즈로 선굵은 연출을 보여준 강우석 감독이 힘 빼고 만든 영화는 어떤 모습일지 기대를 모은다. '1승'과 마찬가지로 남녀노소 불문하고 가볍게 즐길 수 있다는 게 매력이다.

크리스마스엔 '하얼빈'이 나온다. 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 암살을 담았다. 현빈·박정민·조우진·전여빈·박훈·유재명·이동욱 등 출연진 면면이 화려하고, '내부자들'(2015)과 '남산의 부장들'(2020)로 연출력을 인정 받은 우민호 감독이 만들었다. 제작비 약 300억원을 쏟아부은 대작인데다가 국민영웅 중 한 명인 안중근을 그렸다는 점, 스타 배우가 대거 나온다는 점 등이 이 작품을 향한 기대를 높인다.


◇'오징어 게임2' 감당할 수 있겠니

문제는 12월 OTT 라인업이 강해도 너무 강하다는 점이다. 가장 큰 산은 12월26일 공개 예정인 '오징어 게임' 시즌2다.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 역대 최고 흥행작. 아무리 크리스마스가 지난 뒤에 시청자를 만난다고 해도 공개일에 가까워질수록 영화·시리즈 등 영상 콘텐츠 소비자 관심을 모두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오징어 게임' 시즌2와 공개 시점에 다소 차이가 있는 '1승'이나 '대가족'은 몰라도 '하얼빈' 같은 경우 화제성에서 밀리며 자칫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관객이 겹친다는 얘기다.

스트리밍 플랫폼을 1년 내내 정기 구독하는 사람도 있지만, 보고 싶은 작품이 나오면 한 달만 구독하는 시청자도 적지 않다. 실제로 어느 플랫폼이든 큰 주목을 받는 작품이 나오면 구독자수가 그만큼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게 확인돼 왔다. '오징어 게임' 시즌2를 보기 위해 넷플릭스에 돈을 쓰면 극장에서 쓸 돈을 그만큼 줄이게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영화계 관계자는 "불경기에 고물가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1~2만원은 결코 적지 않은 돈"이라며 "OTT를 구독으로 인해 극장 손님이 줄어들 수도 있다고 본다"고 했다.


◇OTT 구독한다고 극장에 안 가면

'오징어 게임' 시즌2가 나오기 전에 우선 디즈니+의 '조명가게'도 넘어서야 한다. '조명가게'는 디즈니+가 올해 가장 공을 들이는 시리즈다. 지난해 '무빙'으로 디즈니+ 로컬 콘텐츠 역대 1위 흥행 기록을 쓴 강풀 작가와 다시 한 번 손잡고 만든 작품이다. 강풀 작가는 '무빙' 이전부터 웹툰으로 탄탄한 팬층을 확보하고 있었고, '무빙'을 통해 영상 콘텐츠 소비자 신뢰도 얻었다. 주지훈·박보영·엄태구·이정은·김민하·박혁권·김대명 등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한 데 뭉쳤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조명가게' 공개일은 12월4일. 같은 날 개봉하는 영화 '1승'과 일주일 뒤에 나오는 '대가족'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국영화 입장에선 지난달 29일에 공개된 쿠팡플레이 시리즈 '가족계획'과 넷플릭스 시리즈 '트렁크'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가족계획'엔 배두나·류승범이, '트렁크'엔 공유·서현진이 나온다. 장르는 다르지만 두 시리즈 모두 독특한 소재로 승부하는만큼 일단 시청자 눈에 들면 얼마든지 이목을 끌어올 수 있다. 특히 '도깨비' 이후 다시 로맨스물로 돌아온 공유가 또 한 번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 멀티플렉스 업체 관계자는 "이번 12월 영화 흥행 성적에 따라 향후 개봉 전략을 짜는 데 OTT 시리즈 공개일까지 적극 계산해야 하는 상황이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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