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
- CoinNess
- 20.11.02
- 0
- 0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우리는 종종 깨닫는다. 우리가 아꼈으나 세상에 없는 존재의 부축을 받으며 살아간다는 걸.
일본 개봉 30주년을 기념해 '30주년 에디션'으로 올해 1월1일 재개봉한 영화 '러브레터'(감독 이와이 슌지)가 이번에 새삼 가르쳐준 사실이다.
'러브레터' 마니아들은 특히 이번에 객석에서 더 펑펑 울었다. 와타나베 히로코·후지이 이츠키(女) 1인2역을 맡은 배우 겸 가수 나카야마 미호(1970~2024)의 얼굴이 등장할 때마다 울음소리가 더 커졌다.
지난달 6일 돌연 그녀의 사망 소식을 듣고 쏟아내지 못했던 슬픔을 스크린의 빛과 함께 쏟아냈다. 누군가의 상실이 주요 모티브로 등장하는 '러브레터'는 나카야마 미호의 빈자리를 더 일렁거리게 했다.
"오겡키데스카. 와타시와 겡키데스(잘 지내나요. 저는 잘 지내요)." 하얀 설원에서 와타나베 히로코가 죽은 연인인 후지이 이츠키(男)(가시와바라 다카시)가 영면해 있는 산을 향해 외치는 작별 인사는, 관객이 그녀에게 건네는 것이기도 했다.
후지이 이츠키(男)가 그 산에서 조난 당해 사망하기 직전까지 불렀던 노래가 있다. 일본 '원조 국민 아이돌' 마쓰다 세이코의 대표곡 '푸른 산호초'(1980·青い珊瑚礁)다. 지난해 6월 도쿄돔에서 열린 신드롬 K팝 걸그룹 '뉴진스(NewJeans)'의 팬미팅 '버니즈 캠프 2024 도쿄돔'에서 뉴진스 멤버 하니가 불러 한일 양국에서 크게 재조명된 노래다.
이후 '러브레터'에 이 곡이 삽입된 부분도 톺아봐졌다. '러브레터'에선 후지이 이츠키(男)랑 함께 산을 갔었던 이들이 이 노래를 여러 번 부른다. 유리 공예가 '아키바'(도요카와 에쓰시 분)가 작업을 할 때, 와타나베 히로코에게 후지이 이츠키(男)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자는 여행을 제안하기 전에 이 노래를 흥얼거린다.
후지이 이츠키(男)가 세상을 떠난 이후 산을 오르는 이들을 돕고자 산 근처에서 산장을 운영하는 '불아범'도 아키바, 와타나베 히로코 앞에서 이 노래를 부른다. '푸른 산호초'를 몰랐던 와타나베 히로코는 마침내 묻는다. 그 노래가 무엇이냐고.
그런데 아키바는 후지이 이츠키(男)가 생전 마쓰다 세이코를 좋아하지 않았다고 했다. 예전엔 표면적으로 들렸던 이 얘기가 이번엔 반어법으로 들렸다. 첫사랑인 후지이 이츠키(女)를 계속 떠오르게 하는 '푸른 산호초' 때문에 그렇지 않았을까.
"아~ 내 사랑은 남풍을 타고 달려요(あ- 私の戀は南の風に乘って走るわ)."
후지이 이츠키(女)와 후지이 이츠키(男)는 고등학교 시절 오타루에 살았다. 영화 속 현재 후지이 이츠키(女)는 여전히 오타루에 살고 있고, 후지이 이츠키(男)는 고베에 살았었다. 고베는 일본의 남쪽 지역, 오타루는 북쪽 지역이다. 자신의 사랑은 남풍을 타고 여전히 후지이 이츠키(女)에게 달려간다는 은유가 '푸른 산호초'에 녹아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마쓰다 세이코의 '푸른 산호초'는 첫사랑의 순정에 대한 다른 이름이다. (다만 후지이 이츠키(男)가 후지이 이츠키(女)를 닮아 와타나베 히로코를 좋아했다고 의심 받는 대목은 별도로 짚어볼 부분이기는 하다. 실제 그렇다면 그건 와타나베 히로코에 대한 예의가 아니기 때문이다.)이다.
이름은 '러브레터'에서 중요 모티브다. 후지이 이츠키(女)가 태어났을 때, 할아버지(시노하라 카츠유키)가 마당에 그녀의 이름을 붙인 나무를 심은 것처럼, 후지이 이츠키(男)가 도서카드에 적은 이름이 자신의 이름이 아닌 후지이 이츠키(女)의 이름이었던 것처럼. 사실 노래는 특정 감정에 긴 이름을 붙여주는 행위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일본 개봉 30주년을 기념해 '30주년 에디션'으로 올해 1월1일 재개봉한 영화 '러브레터'(감독 이와이 슌지)가 이번에 새삼 가르쳐준 사실이다.
'러브레터' 마니아들은 특히 이번에 객석에서 더 펑펑 울었다. 와타나베 히로코·후지이 이츠키(女) 1인2역을 맡은 배우 겸 가수 나카야마 미호(1970~2024)의 얼굴이 등장할 때마다 울음소리가 더 커졌다.
지난달 6일 돌연 그녀의 사망 소식을 듣고 쏟아내지 못했던 슬픔을 스크린의 빛과 함께 쏟아냈다. 누군가의 상실이 주요 모티브로 등장하는 '러브레터'는 나카야마 미호의 빈자리를 더 일렁거리게 했다.
"오겡키데스카. 와타시와 겡키데스(잘 지내나요. 저는 잘 지내요)." 하얀 설원에서 와타나베 히로코가 죽은 연인인 후지이 이츠키(男)(가시와바라 다카시)가 영면해 있는 산을 향해 외치는 작별 인사는, 관객이 그녀에게 건네는 것이기도 했다.
후지이 이츠키(男)가 그 산에서 조난 당해 사망하기 직전까지 불렀던 노래가 있다. 일본 '원조 국민 아이돌' 마쓰다 세이코의 대표곡 '푸른 산호초'(1980·青い珊瑚礁)다. 지난해 6월 도쿄돔에서 열린 신드롬 K팝 걸그룹 '뉴진스(NewJeans)'의 팬미팅 '버니즈 캠프 2024 도쿄돔'에서 뉴진스 멤버 하니가 불러 한일 양국에서 크게 재조명된 노래다.
이후 '러브레터'에 이 곡이 삽입된 부분도 톺아봐졌다. '러브레터'에선 후지이 이츠키(男)랑 함께 산을 갔었던 이들이 이 노래를 여러 번 부른다. 유리 공예가 '아키바'(도요카와 에쓰시 분)가 작업을 할 때, 와타나베 히로코에게 후지이 이츠키(男)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자는 여행을 제안하기 전에 이 노래를 흥얼거린다.
후지이 이츠키(男)가 세상을 떠난 이후 산을 오르는 이들을 돕고자 산 근처에서 산장을 운영하는 '불아범'도 아키바, 와타나베 히로코 앞에서 이 노래를 부른다. '푸른 산호초'를 몰랐던 와타나베 히로코는 마침내 묻는다. 그 노래가 무엇이냐고.
그런데 아키바는 후지이 이츠키(男)가 생전 마쓰다 세이코를 좋아하지 않았다고 했다. 예전엔 표면적으로 들렸던 이 얘기가 이번엔 반어법으로 들렸다. 첫사랑인 후지이 이츠키(女)를 계속 떠오르게 하는 '푸른 산호초' 때문에 그렇지 않았을까.
"아~ 내 사랑은 남풍을 타고 달려요(あ- 私の戀は南の風に乘って走るわ)."
후지이 이츠키(女)와 후지이 이츠키(男)는 고등학교 시절 오타루에 살았다. 영화 속 현재 후지이 이츠키(女)는 여전히 오타루에 살고 있고, 후지이 이츠키(男)는 고베에 살았었다. 고베는 일본의 남쪽 지역, 오타루는 북쪽 지역이다. 자신의 사랑은 남풍을 타고 여전히 후지이 이츠키(女)에게 달려간다는 은유가 '푸른 산호초'에 녹아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마쓰다 세이코의 '푸른 산호초'는 첫사랑의 순정에 대한 다른 이름이다. (다만 후지이 이츠키(男)가 후지이 이츠키(女)를 닮아 와타나베 히로코를 좋아했다고 의심 받는 대목은 별도로 짚어볼 부분이기는 하다. 실제 그렇다면 그건 와타나베 히로코에 대한 예의가 아니기 때문이다.)이다.
이름은 '러브레터'에서 중요 모티브다. 후지이 이츠키(女)가 태어났을 때, 할아버지(시노하라 카츠유키)가 마당에 그녀의 이름을 붙인 나무를 심은 것처럼, 후지이 이츠키(男)가 도서카드에 적은 이름이 자신의 이름이 아닌 후지이 이츠키(女)의 이름이었던 것처럼. 사실 노래는 특정 감정에 긴 이름을 붙여주는 행위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댓글 0
추천+댓글 한마디가 작성자에게 힘이 됩니다.
권한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