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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R&B 싱어송라이터 오티스 림(Otis Lim·임호승)은 뮤지션들 사이에서도 음악 잘하기로 소문이 났다. 프로듀서 겸 래퍼 박재범, 래퍼 PH-1, R&B 가수 겸 프로듀서 따마가 소매를 걷어붙이고 그를 돕고 나선 이유다.

대표곡인 '우리집 강아지 귀여워'(2021)처럼 시대 감성을 잘 읽으면서도, 음악적인 감각도 비평가들에게 읽힌 노래들을 수두룩이 갖고 있다.

음악만큼 인간적인 매력도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데 한몫한다. 예술가적인 자의식을 내세우기보다 음악을 좋아하는 성실한 작업자로서, 건강한 정신·몸을 유지한다.

2024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 신인 뮤지션 발굴 프로젝트 '뮤즈온'에 선정된 이후에도 이런 항상성은 빛났다. 다소 빡빡한 일정에도, 탄탄한 음악성을 기반 삼은 사람 좋은 성실함으로 신망을 더 얻었다.

무엇보다 음악 영혼의 힘을 믿지만, 그것에만 매몰되지 않은 균형감각은 앞날을 더 밝게 한다. 그래서 오히려 음악의 위대함을 객관적으로 마주하게 한다. 다음은 최근 서울 충무로에서 만난 오티스 림과 나눈 일문일답.

-2024년 4월 발매한 첫 정규 앨범 '플레이그라운드(Playground)'가 호평을 받았어요. 이 앨범을 내고 가장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많은 분들이 아티스트로서 대해주시는 것 같더라고요. 확실히 정규가 무게감이 있으니까요."

-'플레이그라운드'라는 제목이 다양한 장르가 녹아있는 앨범과 잘 어울립니다.

"정규 1집인 만큼 '제가 하고 싶었던 것들 다 모아서 내보자' 취지가 있었거든요. 그런데 청자들이 정신없이 들을 수도 있는 포인트들이 있는 거예요. 앨범 단위로 듣기엔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취향 차이에 따라서 찾아 듣는 걸 생각해 봤을 때 놀이터라는 단어가 잘 어울릴 거 같았어요. 각자 좋아하는 놀이 기구를 타면서도 하나가 되는 그 공간이 제게 너무 매력적으로 다가왔거든요. 11곡이 실렸는데 플레이그라운드라는 제목으로 묶어 주니까, 놀이터의 이미지가 입혀지면서 앨범 완성도도 올라간 느낌이 들었습니다."

-다양성 안에서 통일성이 좀 생기는 거군요. 한 인터뷰 보니까 어렸을 때 모타운 음악을 좋아하셨다고요.

"부모님이 팝을 좋아하셨어요. 부모님이 좋아하시던 음악 중에서 개인적으로는 '보이즈 투 맨'이 제일 좋았어요. 이를 통해 R&B, 흑인음악이라는 걸 알게 됐고 점차 빠지게 된 거죠. 그러다가 모타운 음악을 알게 됐죠. 스티비 원더, 도니 해서웨이 음악을 정말 좋아했습니다. 해서웨이는 지금도 전곡을 다 따라 부를 수 있을 정도예요. 이후로 마빈 게이, 현재 제 활동명을 따온 오티스 레딩을 좋아했죠."

-도니 해서웨이를 좋아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가스펠, 블루스적인 요소가 있잖아요. 이런 부분이 마음에 들었어요. 예전부터 로버트 존슨, 델타 블루스, 시카고 블루스를 좋아했거든요. 그 다음에 도니 해서웨이로 넘어간 거예요. 그리고 잭슨 파이브 시절 모타운에 몸 담기도 했던 마이클 잭슨을 너무 많이 들었어요. 음악 하는 사람들한테 '죽기 전에 아티스트 1명만 들을 수 있으면 누구 음악 들을래?'라는 질문을 자주 던지잖아요. 그러면 전 마이클 잭슨이에요. 잭슨의 프로듀서이기도 했던 퀸시 존스이 돌아가셨을 때 진짜 울컥했어요. 실용음악과 입시를 위해 보컬 학원 다닐 때 ('퀸시 존스 사단'으로 통한) 제임스 잉그램 노래를 많이 불렀거든요. 존스는 저한테 큰 영향을 미친 프로듀서라고 할 수 있죠."

-전업 뮤지션의 길을 가야겠다는 생각을 한 전환점이 있었나요?

"확실한 계기가 있지는 않아요. 노래를 잘하게 되면서 보컬 학원에 가게 됐고 그곳에서 선생님이 디깅하는 방법을 알려주셨는데, 그게 너무 재밌는 거예요. 디깅하는 것에 빠져서 중학교 3학년 때 팝송 올리는 페이스북 페이지까지 운영 했었어요. 팔로워가 7만 명, 8만 명 정도 됐어요. 레이첼 페렐 소개 영상, 빌리 홀리데이 '스트레인지 프루트' 영상 등이 큰 반응을 얻었죠. 그 페이지를 운영하면서 흑인 음악에 더 빠지게 됐죠. 제가 아는 음악 지식들은 거의 고등학생 때 다 만들어진 지식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예요."


-음악 창작자가 아닌 비평가가 될 가능성도 있었네요. 그러다가 2021년 데뷔 EP '워크인!(Walkin!)'을 내게 됩니다.

"입시를 생각하고 노래만 하던 학생이었던지라, 노래를 만드는 거에 대한 관심은 크게 없었어요. 근데 이제 주변에 히코라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가 먼저 사운드 클라우드를 하면서 노래를 만드는 거예요. 그걸 보면서 '노래를 직접 만들 수도 있는 거구나'를 알게 됐고 그 친구가 노래를 내니까 저도 따라서 만들어보고 냈던 게 그 앨범이죠."

-첫 앨범임에도 좋은 평가를 받았었잖아요. 우문일 수 있지만, 가창자 혹은 송라이팅 혹은 프로듀싱 어느 정체성에 방점을 찍으시나요? 모든 영역의 균형감을 맞추려고 하시나요? 모든 방면을 다 잘하잖아요.

"아무래도 단순 가창보다는 송라이팅 쪽에 가까운 것 같긴 해요. 커버곡 가창은 흥미가 좀 떨어지더라고요. 제 노래 만들 때 더 적극적으로 참여를 하게 되고요."

-창작의 영감이 마른 적은 없나요?

"네 항상 즐거워요. 전 감성에 치우쳐서 음악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에요. 이성적이면서, 일적으로 접근을 하는 편이죠. 그래서 오히려 스트레스를 안 받고 감정에 휘둘리지 않은 채 페이스를 꾸준히 유지하면서 작업을 계속할 수 있는 것 같아요."

-화성이나 코드를 똑똑하게 잘 쓰시는 것 같다는 인상도 받습니다.

"너무 편하게 만들면 재미없으니까요. 어떻게 하면 색다르고 다를 지에 대해서 항상 고민해요. '우리집 강아지 귀여워'도 들을 때 쉬워 보이지만, 막상 카피에 들어가면 악기 연주하시는 분들이 힘들어하거든요. 난도가 있고 잘 짜여진 구성이지만 익숙하게 들리는 것에 제일 신경을 써요. 색다르더라도 사람들을 일단 설득시켜야 하니까요. 혼자만의 세상에서 놀면 안 되니까요. 난해하게 들리는 건 싫어요."

-말씀하신 것처럼 오티스 림 씨의 노래는 대중성도 갖고 있는데 국내 R&B 신 자체가 너무 작다 보니까 그에 대한 아쉬움은 있을 거 같습니다.

"근데 아무리 신이 작아도 제가 만약에 난 놈이고 잘했다면 더 알려졌을 거예요. 신이 작다고 탓하는 게 아니라는 거죠. '내가 더 노력해서 잘하면 되지'라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음악 하나로 모든 걸 이겨내겠다는 생각과는 다른 건가요?

"전 처음부터 음악으로 돈 벌 생각이 없어요. '돈 벌 거면 다른 일을 해야지' 생각이 있어서요. '돈보다는 마음이 이끄는 것들에 집중해서 살자' 생각이 있어서요."

-쿨함이 좋은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뮤즈온 같은 좀 지원 프로그램이 없으면 조금은 더 어려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겠죠?

"뮤즈온에 선정돼서 정말 많은 지원을 받았어요. 특히 다양한 경험이요. '김이나의 별이 빛나는 밤에' 같은 인디 뮤지션으로서는 잡을 수 없는 스케줄이 활동에 너무 큰 힘이 됐죠. 덕분에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했는데 음악도 음악이지만 전 쇼에 나가서 얘기하는 것도 좋아하는 성향이거든요. 그런 부분들이 잘 맞았어요. '뮤즈온이 없었으면 2024년 나 어떡할 뻔했을까' 싶을 정도로요."

-그런데 뮤즈온을 제외하고 인디 신에 지원 프로그램이 상당수 없어진 상황이에요. 이런 환경에서 어떤 고민들을 하고 있나요?

"제가 요즘 느끼는 건 인디신을 떠나서 사람들이 음악을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다는 거예요. 지금은 음악을 듣는 게 아니라 다 쇼츠, 릴스를 보죠. 음악은 부가적인 요소가 된 거 같아요. 그래서 시장도 자연스럽게 줄어든 거 같고요. 더군다나 안 그래도 작은 인디신은 더 줄어들면서 K-팝과 격차가 더 커졌고요."

-또 인디 신에 커뮤니티조차 많이 없어진 거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예전만큼 선후배들이 어울릴 수 있는 판이 현저히 부족하다고 할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티스 림 씨에겐 든든한 음악적 지원군이 많아 보입니다. 박재범 씨가 함께한 싱글 '기브 미 더 나이트(Give Me the Night)'도 발매하셨죠?

"제 인지도가 높지도 않는데 재범 형님, PH-1님, 따마형이 도와주셔서 너무 감사했어요. 이런 피처링 자체가 제겐 너무 큰 응원인 거예요. '너 잘하고 있어. 열심히 더 해봐' 이런 느낌이거든요. 음악을 떠나서 인간적으로도 큰 힘이 됩니다."

-음악적으로 선후배 동료 뮤지션들의 가장 인정을 받는다고 생각하는 영역은 피처링인가요, 프로듀싱인가요? 아니면 다른 영역이 있나요?

"아무래도 인정을 받는다는 느낌은 피처링이에요. 피처링은 아무래도 자신의 음악도 담겨서 발매되는 거니까, 진짜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함께 안 하거든요. 그래서 너무 음악 잘하시는 분들이 제 음악에 참여해 주셨다는 자체가 큰 의미로 다가와요. 그리고 피처링해주신 모든 분들이 빠짐없이 페이를 안 받아주셔서 정말 큰 힘이 됐습니다. 그 분들에게 매 아침마다 절해야 합니다."

-오티스 림 씨는 음악도 너무 좋은데 사람도 되게 건강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음악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 같은 게 있나요?

"음악 할 때를 떠나서 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정신 건강, 몸 건강이에요. 전 건강하지 않으면 그 아무것도 소용이 없다라고 생각을 하는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전 술, 담배도 아예 안 해요. 담배는 태어나서 한 번도 안 피워봤고 술도 1년에 두세 번 정도인데 그것도 맥주 한 잔 정도예요. 운동은 엄청 좋아하고요. 그렇게 살다 보니까 저의 건강함들이 음악이나 활동에 담기는 거 같아요."

-사실 털어놓으면 블루스 R&B 솔 음악을 하는 뮤지션들은 침잠하거나 영혼을 긁어서 위로해주는 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오티스 림 씨를 만나니 그건 정말 편견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됩니다.

"과거 뮤지션들은 그 시대 속 자기 안에 깊이 있던 무언가를, 음악을 통해서 꺼낸 거잖아요. 제가 생각하는 솔 블루스는 마음속에 있는 나를 정말 솔직하게 꺼내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때 감정을 그대로 꺼내는 거라고요."

-앞으로 목표는 뭐예요?

"1년에 정규 한 장 씩 내고 싶어요. 아까 말씀드린 '음악이 삶에서 부가적인 요소로 바뀌었다'는 말이랑 이어지는 건데 요즘 명반이라는 개념이 사라진 것 같아요. 좋은 음악을 내도 세상에 콘텐츠들이 워낙 많고 그 만큼 외적으로도 콘텐츠가 많이 나오니까, 음악을 너무 쉽게 찾아들을 수 있는 시대가 돼 옛날만큼 음악 자체의 가치가 없어진 것 같은 느낌이 들거든요. 그런 상황이라면 몇 년 걸려 음반을 내기보다 제 음악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에게 더 많은 음악을 들려드리는 게 큰 행복이 아닐까 해요. 또 저는 노래 만드는 걸 제일 좋아하니까요. 대중과 계속 접점을 만들고 싶어요."

-오스트 림 씨는 아티스트연연하는 게 없는 거 같아요. 음악을 잘하면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거 같은데요.

"윤종신 님 인터뷰 영상을 인상 깊게 봤어요. 자신의 창작물을 배설물이라는 개념으로 생각을 하신다고 하시더라고요. 안 좋은 뜻이 아니라, 노래에 대한 비평이나 스코어에 연연하지 않고 다음 걸 만든다는 거였어요. 앞을 더 생각하시는 게 좋았어요. 저는 제 인생에서 제가 컨트롤 할 수 있는 건 오로지 저 자신 하나밖에 없다는 걸 너무 알고 있어요. 안 되는 것에 집착하고 스트레스 받으면 좋을 게 하나도 없거든요."

-혹시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요.

"제가 항상 하는 말이 있거든요. 열심히 살겠습니다. 음악 다 떠나서 누구보다 자신 있는 게 있어요. 성실하고 열심히 사는 거 하나만큼은 누구보다 자신있는 사람이에요. 앞으로도 열심히 활동하고 좋은 음악 들려드리는 뮤지션이 되겠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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