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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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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장르 편중이 심한 한국 영화계에서 '세이레'는 꽤나 귀하다. 호러라고 하면 살해·광기·복수 같은 단어에만 집착하는 것은 물론이고 의미 없는 불쾌함과 잔혹성에 골몰하는 일부 한국 장르영화 세태를 생각해 볼 때, '세이레'가 소재로 삼은 토속 신앙과 죄책감, 그걸 풀어가는 침착하고 차분한 연출은 참신하다. 다만 영화는 쉽지 않은 시도를 한 것과 어울리지 않게 자꾸만 머뭇거리며 이 장르가 보여줘야 할 결정적 한 방을 뻗는 데 실패한다. 긴장감을 서서히 끌어올리는 데 성공하나 결국 끓지 못하고 식어버리는 탓에 만듦새가 나쁘지 않은데도 밋밋하다는 인상을 지우지 못한다.

'우진'(서현우)은 갓 태어난 아기와 육아 중인 아내를 돌보며 직장을 다니고 있다. 바쁜 일상을 보내던 중 그는 문자 메시지 한 통을 받는다. 과거 연인이었던 '세영'(류아벨)이 세상을 떠났다는 내용의 부고 문자 메시지. 우진의 아내 '해미'(심은우)는 아기가 태어난 뒤 21일 동안에는 장례식에 가서는 안 된다는 미신을 언급하며 우진을 만류하지만, 우진은 금방 다녀온다고 말하며 장례식장으로 향한다. 빈소에 다녀온 이후 해미의 말대로 자꾸만 이상한 일이 벌어지자 우진은 불안감에 휩싸이고, 급기야 막 태어난 아기마저 아프기 시작한다. 그리고 우진과 세영 사이의 비밀이 드러난다.


'세이레'는 한 남자의 마음 속에 자리한 죄책감과 그로 인한 두려움 그리고 이를 자꾸만 자극하는 미신이 뒤엉키며 증폭되는 불안을 담아낸다. 박강 감독은 불안과 공포를 설명에 가까운 대사나 배우의 노골적인 연기로 드러내지 않는다. 대신 편집으로 돌파한다. '세이레'는 우진의 죄책감과 죄책감의 근원이 된 과거, 그의 머릿속을 떠나지는 망상, 불길하기 만한 꿈, 그리고 실제로 벌어지는 사건을 어떤 구분도 없이 이어 붙이며 전진한다. 이는 관객 역시 현재 보고 있는 그림이 현실인지 그렇지 않은지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럽게 해 우진의 혼란스러운 마음을 따라가게 한다. 이 방식은 신선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영화가 담아내려는 이야기와 부합하기에 효과적이다.

배우들의 호연은 '세이레'가 그려내는 각종 기이한 상황에 설득력을 더한다. 심은우는 분량이 많지는 않지만 미신에 휘둘리는 아내 해미의 초조함을 인상적으로 보여준다. 류아벨은 1인 2역을 무리 없이 소화하는 것은 물론이고 종종 눈빛만으로도 긴장감을 높이는 데 성공한다. 그래도 가장 인상적인 연기를 하는 건 역시 서현우다. 그는 우진의 마음 한 구석에서 점점 지분을 키워가는 공포심을 과장되지 않은 담백한 연기로 묘사한다. 서현우는 이전에 다른 영화에서 보여준 적 없는 모습을 통해 자신의 연기 범위가 얼마나 넓은지 증명한다. 그가 지난해와 올해 개봉작 10편에 출연한 건 역시 이런 연기력이 뒷받침 됐기 때문이다.

장점이 있는 작품이지만 한계는 명확하다. 선정성에 눈을 두지 않고 대체로 정도(正道)를 걷는 호러라는 점에서 그 시도는 평가받아야 하지만, '세이레'는 그 시도 이상의 야망을 보여주지 못함으로써 다소 평범한 영화에 머무른다. 가장 아쉬운 대목은 결말 부분이다. 영화는 중반부까지 쌓아올린 긴장감을 후반부에 진입해서도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할 뿐 더 끌어올리지 못한다. 일부 과감한 설정이 없는 건 아니지만 영화를 한 단계 도약시킬 정도의 파급력은 없다. 영화가 의도한 것과 무관하게 호러물이 종반부에 임팩트를 주지 못한다는 건 치명적인 약점이 아닐 수 없다.
◎공감언론 뉴시스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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