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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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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그런 반응에 엄청난 희열을 느낍니다."

논란이 되는 영화 혹은 시리즈가 나올 때, 흔히 호불호라는 말을 쓴다. 다만 '호불호가 갈린다'라는 말이 매번 같은 의미로 쓰이진 않는다. 말 그대로 좋아할 사람이 있고 좋아하지 않을 사람이 있다는 식의 취향 차이에 관한 얘기가 될 수 있고, 다른 하나는 관점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작품이라는 뜻에서 다양하게 해석될 여지가 있는 작품이라는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 시즌2는 후자의 의미로 호불호가 갈리는 작품이다. 다면적인 캐릭터가 즐비하고, 결이 다양하면서도 깊이를 갖춘 이야기가 있으니까 말이다. 지난달 25일 공개된 뒤 나온 반응 역시 '지옥' 시리즈의 이같은 특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해줬다. 좋다, 싫다 같은 단선적인 평가가 없는 건 아니었지만 의미를 찾아들어가고 그 맥락 안에서 이 작품의 가치에 관해 논해보려는 시도가 다수였다. 연상호(46) 감독은 "이걸 원했다"고 했다.

"호불호라는 표현보다는 '들끓는다'라는 말이 더 맞을 것 같아요. 작품이 그런 반응을 얻게 된다는 건 작가에겐 참 행복한 일입니다. 데뷔 초창기에 단편 애니메이션을 만들던 때를 돌이켜보면 전 언제나 제 작품에 대해 이런 다양하고 적극적인 이야기들이 나오는 것에 목말라 했었거든요. 작가가 작품으로서 불특정 다수 대중과 소통한다는 것, 그것보다 감사한 일은 없어요."

'지옥' 시즌2는 2021년 11월에 처음 나온 '지옥' 시리즈 두 번째 이야기다. 이번 작품의 핵심은 부활. 전작에서 시연 당해 종적을 감췄던 새진리회 의장 정진수가 부활한다. 그리고 지옥행 고지(告知)와 시연(試演)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걸 공식화 해 세상을 혼란에 빠뜨린 죄인 박정자 역시 부활했다. 고지와 시연이 일상화 된 세상에서 각자 방식으로 세상을 이해하려는 세 집단 새진리회·화살촉·소도 그리고 다시 통제 가능한 시스템을 바로 세우려는 정부 사이에서 두 부활자가 모습을 드러내며 혼란은 더욱 심해지기 시작한다.

불가해한 현상 등에서 시작하는 인간의 근원적 공포를 다룬 장르를 흔히 코스믹 호러(Cosmic Horror)로 부른다. 최근엔 코스미시즘(Cosmicism) 등으로도 말하기도 한다. 해외에선 종종 제작되는 장르물인데, 대표적인 사례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미지와의 조우'(1977)이 있고, 최근 사례로는 영화 '놉'(2022) '테이크 쉘터'(2013) '미스트'(2008) 등을 꼽을 수 있다. 다만 국내엔 전무했고, 사실상 '지옥' 시리즈가 그 첫 번째 작품이다. 그리고 연 감독은 이걸 넷플릭스라는 가장 대중적인 플랫폼에서, 지옥행 고지와 시연이라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지옥 사신까지 등장시키며, 성공시켰다.

"'부산행' 이후에 저와 함께 일하고 싶어 하는 자본은 '부산행'으로 거둔 성공을 바랐습니다. 당연한 거니까, 저도 최대한 대중적 성과를 고려하며 작품들을 만들어 갔습니다. 물론 그 중엔 흥행에 그리 성공하지 못한 것들도 있긴 합니다. 아무튼 저와 일하는 그 자본을 최대한 존중하며 일해왔던 거죠. '지옥' 시리즈도 마찬가지였고요. 그런데 이 시리즈는 그래도 저라는 사람이 만들어낼 수 있는 것들에 최대한 집중해서 만들었어요. 자유로웠습니다. 이런 기회를 갖게 됐다는 것에 감사하면서 정말 즐겁고 재밌게 일했습니다."


연 감독이 그렇게 즐겁고 재밌게 일하면서 '지옥' 시즌2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혼돈과 종말이었다. 이 작품이 담아낸 카오스는 아마도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대한 비유일 것이다. 그리고 이 시리즈에서 종말은 단순히 완전한 끝을 의미하진 않는 듯했다.

"시즌2는 온갖 사상이 대립하는 걸 보여줍니다. 실제 우리 현실 얘기를 해보자면, 냉전 시대엔 이데올로기라는 게 딱 두 가지로 나눠져 심플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최근에는 그렇지 않아요. 온갖 군소 이데올로기가 난립해 혼란상이 펼쳐지고 있어요. 그건 '지옥'에서 보여주는 대립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비단 정치적인 것 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그래요. 워낙에 발전과 변화가 빠르니까, 복잡해지고 어려워지고 있죠." 그는 "종말이라는 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는 의미도 될 수 있다"며 "이 작품 속 종말을 찬란한 종말로 부르겠다"고 말했다.

연 감독 작품 세계를 종종 연상호 유니버스라는 뜻에서 '연니버스'로 부를 때가 있다. 연 감독 자신도 그게 정확히 뭔지 모르겠다고 한 적도 있는 이 말은 아마도 연 감독이 '부산행'(2016) '서울역'(2016) '반도'(202) 등 스토리가 연결돼 있는 작품을 만들었기 때문인 걸로 보인다. 그리고 지금껏 연 감독이 특정 세계관을 넓혀 가보겠다고 직접적으로 언급한 적은 없었다. 그러나 이번 '지옥' 시리즈는 "단순히 시즌3를 만드는 게 아니라 계속해서 세계관을 확장해가고 싶다"고 짚어 말했다. 그 일환 중 하나로 이르면 이달 중 '지옥'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단편 소설을 묶은 앤솔로지가 출간될 예정이다.

"사실 시즌1은 그것 그대로 닫힌 이야기였습니다. 시즌2를 만든 건 이 작품 세계관을 확장하기 위한 것이었어요. 앞으로 계속 그렇게 될 겁니다. 일단 시리즈로 두 편이 나왔고, 만화로도 나왔고요. 이제 소설로 나옵니다. 앞으로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도 있겠죠. 제가 결정을 내릴 순 없으니까, 전 일단 제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면서 '지옥'이 어떻게 그 세계를 계속 넓혀 가게 되는지 지켜볼 겁니다. 물론 저도 동참할 거고요."

연 감독이 올해 내놓은 건 이번 '지옥' 시즌2와 또 다른 넷플릭스 시리즈 '기생수:더 그레이', 각본가로 참여한 '선산'(2024) 세 작품이나 된다. 올해 뿐만 아니라 최근 연 감독은 연출가 또는 작가로 매년 두 작품 이상을 선보이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만화 작업도 계속 이어가고 있다. '부산행' 이후 8년 간 그가 연출로 참여한 작품만 추려도 10편이 되니까 다작의 아이콘이라고 해도 과한 말이 아니다. 연 감독은 내년에도 영화 '얼굴'과 '계시록'을 내놓을 예정이고, 현재 일본 넷플릭스가 만들고 있는 시리즈 '가스인간' 각본가 참여 중이다. 연 감독은 "앞으로도 계속 힘 닿는 데까지 만들어 가겠다"고 했다.

"작업을 할 때마다 엄청나게 재밌습니다. 제가 연출하는 작품은 그것대로, 제가 각본을 쓴 작품은 제가 생각하지도 못한 그림으로 제 글이 표현되니까 참 재밌어요. 작품 크기나 여건 등에 따라서 재미가 달라지기도 하죠. 내년에 나올 '얼굴'이라는 영화는 제작비 2억원으로 만들었어요. 영화 동아리가 이런 건가 싶을 정도로 작은 규모였는데, 그것도 참 재밌었단 말이죠. 만화를 그리고,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것도 그것대로 재밌고요. 2011년 '돼지의 왕' 이후 13년을 참 다양하게 잘 보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13년도 이렇게 보낼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겁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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