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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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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시스]임소현 기자 = 정부가 지난달 27일 내년도 예산안을 공개하자 어김없이 각종 논란이 고개를 들었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도 건전 재정기조를 확고히 하며 고강도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지출 증가율을 최소화하는 선택을 했다.

2년째 이어진 대규모 세수결손과 손쓸 틈 없이 늘어나는 재정적자 속에서 정부는 지출 효율화를 통해 재정 전반의 누수·낭비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나라살림을 짠 것이다.

마른 수건을 짜듯 24조원의 지출 구조조정을 해 3년 연속 매년 20조원대 규모로 사업을 재편하며 총 지출 증가율을 3%대로 묶었다. 이전 문재인 정부 총 지출 증가율이 최대 9%대에 달했던 것을 감안하면 3분의 1 수준으로 줄인 셈이다.

아쉬운 점은 역대급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허리띠를 졸라매면서도 삭감 예산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예산안 공개를 앞두고 언론을 대상으로 미리 진행된 설명회 때도 삭감 예산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지만 어디서 어떻게 얼마나 지출을 줄였는지 명쾌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예산안 설명자료에는 내년도 신규사업에 편성한 예산과 중점 사업 예산만 나열돼 있었다. 교육, 환경, 국방 등 12개 분야별 예산 증감 내역에도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만이 유일하게 감소했을 뿐 상세 내역은 찾아볼 수 없다.

SOC 예산 삭감과 관련해서도 기재부는 "철도, 도로 등 대형공사의 완공 소요가 올해 많다"며 "내년에 신규 사업 시작하는 것도 많이 있는데 설계 착공비 위주로 반영되다 보니 규모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강조한 '지출효율화', '재정 누수·낭비 최소화'와는 연관성을 찾기 힘든 내용이다. 삭감 예산에 대한 명쾌한 설명이 못됐다.

지난해 정부는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과학기술계 카르텔을 뿌리 뽑겠다며 대대적인 R&D(연구·개발) 예산 구조조정을 단행한 바 있다.

이는 대규모 예산 삭감으로 이어졌고, 신진연구자 사이에서 거센 반발이 이는 등 정부는 역풍을 맞았다.

이해 관계자들과의 충분한 사전 논의나 설득 없이 지출 구조조정에만 매몰돼 논란만 야기했다. 결국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 올해 삭감했던 R&D 예산 대부분을 원상복구해야 했다.

정부는 예산 운용에 있어 건전재정을 최우선 기조로 내세우며 3년 연속 허리띠를 바짝 조였다. 이 과정에서 각 부처에 고통 분담을 강조했다.

정부는 대규모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내년에도 총 지출 증가율을 최소화하는데 성공했다고 자평하면서도 '아낀 돈'에 대한 설명도 아끼고 있다.

R&D 예산 삭감에 따른 역풍을 우려한 나머지 정부가 선택한 것이 침묵이라면 이 역시 더 큰 역풍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

재정당국은 지금이라도 어디에서 어떻게, 얼마나 지출을 줄였는지 정말 그것이 '낭비'이고 '누수'인지 설명해야 한다. 투명한 공개와 합리적인 집행도 정부 곳간지기로서 역할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shli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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