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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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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결여(缺如)가 아닌 자족(自足)이다. 그건 결국 자존심이 높다는 게 아니라 자존감을 지킨다는 얘기다.

뮤지션 조형우가 음악을 작업하고 대하는 태도가 그렇다. 자신의 근간을 지키는 싱어송라이터이면서도 클라이언트의 말을 적극 수용하는 광고 음악감독인 그의 자기확인은 여유롭고 당당하다.

MBC TV '스타오디션 위대한 탄생' 시즌1(2010) 출신으로 가수 겸 프로듀서 윤종신의 눈에 띄어 미스틱 89(현 미스틱 스토리) 유망주로 통했던 조형우는 현재 자기 색깔이 확실한 독립 뮤지션이다.

동시에 유명 광고음악 스튜디오 감독으로 협업물을 만들어내는 일을 유연하게 감당해나가고 있다. 특히 장범준·윤종신·장기하 등이 참여해 대중적으로 크게 히트한 CF '여기 어때' 음악을 비롯해 펭수 '동원참치' 광고음악, 유재석 '빙그레 슈퍼콘' 광고음악, LG전자 CES 글로벌 프레젠테이션 인트로 테마음악 제작 등에 참여하며 광고음악 등의 분야에서 굵직한 경력을 쌓고 있다.

조형우는 2013년 걸그룹 '브라운 아이드 걸스' 멤버 가인과 협업한 EP '로맨틱 스프링(Romantic Spring)'으로 정식 데뷔한 뒤 이듬해 자신의 첫 EP '힘(HIM)'을 내놓으면서 눈도장을 받았다. 데뷔 10주년이던 지난해 6월 내놓은 첫 정규 '이름으로'는 10년의 음악 활동을 정리하는 챕터 1 마지막장 같은 음반으로 음악 좀 듣는 이들 사이에선 수작으로 통했다.

코로나19 시대 모든 작업을 집에서만 진행한 프로젝트 앨범 '메이드 프롬 홈(Made From Home)'(2022), 크리스마스를 재료로 만든 홈메이드 스낵 같은 음반 '메이드 프롬 크리스마스(Made From Christmas)' 같은 '메이드 프롬' 연작은 대중과 편안하게 호흡하는 음악이 무엇인지를 보여줬다. 음식 만드는 데도 일가견이 있는 조형우는 팟캐스트 '우당탕탕 토끼식당'을 진행하며 대중과 접점도 점차 넓혀나가고 있다. 다음은 최근 신촌에서 만난 조형우와 나눈 일문일답.

-2023년은 데뷔 10주년이라 의미가 컸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건 정규 1집이었습니다.

"정규 1집이기는 하지만 오래 모아왔던 곡들을 담은 거라 '베스트 앨범' 성격을 가진 음반이에요. 제가 소속사에 있을 때 냈던 곡들부터 이후에 냈던 곡들까지 정리해서 '이게 마지막으로 나오는 앨범이라면 어떤 노래를 넣을까'라는 생각으로 정리했습니다. 제일 아끼는 곡들, 대표곡이라고 할 수 있는 곡들을 전부 다 넣었죠. 특히 LP로 제작을 해서 더 애착이 크죠."

-1집이 형우 씨 챕터 1을 정리한 느낌입니다.

"그런 것 같아요. 회사에서 낸 곡이 있고 혼자서 낸 곡도 있고, 프로모션을 많이 한 곡이 있고 프로모션을 하지 않았던 곡도 있고…. 이런 곡들을 한 번에 정리해서 '이게 지금까지 조형우가 했던 겁니다'라는 상징적인 느낌이 있으니까요. 다음 앨범을 만들 때 조금은 더 과감하게, 다양한 걸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제가 제 음악이 아닌 다른 걸 하면 근간이 흔들릴까 우려하거나, 다른 사람들이 날 다르게 보지 않을까 의식할 수밖에 없잖아요. 1집을 딱 만들어 놓고 보니까 '이런 걸 하는 사람이다' 하고 정리를 한번 해놓은 느낌이라 든든합니다."

-작사, 작곡은 물론 편곡도 직접 다 하십니다.

"요즘엔 믹싱, 마스터링까지도 제가 할 때도 있어요. 독립 뮤지션이라 앨범 커버랑 유통까지 다 하죠. 소속사에 있을 때도 편곡을 한 곡들이 있어요. '내 머릿속에 있는 걸 무조건 나는 내가 직접 표현을 할 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을 해왔고 그것이 이렇게 발현이 되는 것 같아요. 계속 공부 중입니다. 특히 최근 편곡을 더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한 게 그러면 더 자주 음원을 발매할 수 있으니까요. '음악적인 지구력'을 가지려면 더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트랙리스트를 배치할 때 더 고민이 많았을 거 같아요.

"앨범 형태는 생각하는 감성에 맞게 노래들을 트랙리스트 적재적소에 넣을 수 있죠. 맨 앞 트랙에다가 타이틀곡 '이름으로'를 배치했어요. LP다 보니까 A사이드, B사이드 각 사이드 마지막에 제가 좋아하는 노래도 넣을 수 있죠. 보통 제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가 마지막 곡이거든요."

-70~80년대 영미권 소프트록의 분위기를 가진 '이름으로'를 비롯해 영미권 음악의 영향을 많이 받은 느낌이 물씬 풍깁니다.

"어렸을 때부터 집에서 영미 음악을 되게 많이 들었어요. 철이 들기도 전에 아버지의 영향으로 비틀스, 퀸, 이글스를 즐겨 접했으니까요. 또 영국에서 유학을 했다 보니까 90년대 공공연하게 유행한 오아시스 그리고 콜드플레이 음악들을 듣게 됐죠. 엘턴 존 영향도 되게 많이 받았고요! 특히 엘턴 존, 카페터스 같은 소프트 록이나 팝 록을 지향하거든요. 제가 요즘 유행하는 음악 쪽으로 갑자기 갈 수는 없고, 제가 좋아하는 음악의 뿌리는 그대로 가져가면서 어떻게 하면 좀 더 신선하게 들려드릴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게 뮤지션의 역할 같아요."

-'이름으로' 세션 중 베이스(Bass)(Sean Hurley)와 드럼(Drums)(Matt Johnson) 세션 분은 외국분들이시더라고요.

"시너지가 컸어요. 베이시스트 분은 존 메이어 세션이고요. 드럼은 제프 버클리 세션 출신이세요. '할렐루야'가 실린 버클리의 앨범 '그레이스(Grace)' 전체를 함께 작업하셨던 분이죠. 영미 음악의 오리지널리티를 가져오고 싶다는 말씀을 드리면 좀 까다롭게 반응하실 줄 알았는데 친절하시고, 노래에 대해 굉장히 좋은 피드백을 주셨어요. '연주하면서도 굉장히 재미를 느꼈다'는 식으로 말씀도 해주시고요. 너무 세션 작업이 좋아서 믹스할 때도 할 게 사실 많지 않았어요."

-'위대한 탄생' 출신이신데 그 전엔 MBC '대학가요제'(2007) 본선에도 출전하셨더라고요. 음악을 본격적으로 해야겠다라고 생각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나요?

"그냥 재미가 있었어요. 영국 유학 때도 현지 친구들하고 개러지 밴드 하고 그랬어요. 원래 인디 밴드를 하고 싶었는데 당시에 밴드를 같이 하던 친구들이 학업에 열중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죠. 그런데 때마침 통기타 열풍이 엄청나게 불었고 저도 통기타를 들고 혼자 곡을 쓰면서 대학로 가서 버스킹도 하고 그랬습니다. 그러다가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갔고 결과가 굉장히 좋아서 대표님(미스틱 스토리 프로듀서 윤종신)를 만나서 데뷔하게 된 거예요. 처음부터 '나는 가수를 해야지'라는 꿈을 가지지는 않았고 되게 자연스럽게 흘러왔어요. 지금은 제가 하는 모든 일들이 음악과 연관돼 있죠."

-독립 뮤지션으로 활동하는 게 사실 쉽지는 않잖아요. 그런데 형우 씨는 균형감을 잘 맞추는 거 같아요. 본인이 하고 싶은 음악을 하면서 클라이언트가 있는 광고 음악도 잘 감당하고요.

"아무래도 수익적인 측면은 광고음악 쪽이 많이 책임을 져주고 있어요. 광고 음악을 작업할 땐 철저하게 저를 빼요. 광고 음악은 브랜드의 클라이언트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주는 거라서 제가 욕심을 내면 절대로 안 되거든요. 제가 그런 작업을 할 때는 일체의 자존심이 없어요. 원하는 걸 주는 게 프로페셔널한 광고 음악 감독의 역할이죠. 음악을 만들고 드렸을 때 '이거다' 하는 느낌을 받으실 때 굉장히 재밌고 좋아요. 결국엔 광고 음악은 소비자들한테 가닿아야 되는 거니까요. 또 마케팅 비용을 많이 쓰니까 음악 자체가 중독성이 있어야 하죠. 작업하다 보면 확실히 '대중적으로 와닿는 것'에 대해 생각해요. 성공한 광고들을 보면서 공부도 하고요. 특히 전 좋은 스튜디오(광고 음악 스튜디오 '고스트버스터'의 광고 음악 감독으로 선후배 광고 프로듀서들과 작업하고 있다)에서 크루 느낌으로 작업을 하고 있고 있어요. 좋은 음악을 전문적으로 만들어야 하는 거라서 아무래도 뮤지션으로서의 능력도 자연스레 훨씬 올라가죠. 5년 전까지만 해도 저희 스튜디오는 젊은 회사였는데, 이제 꽤 이름 있는 곳이 됐어요. 반면 제 음악을 할 때는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거니까 그쪽에 대한 고민이 커지고요."

-광고 음악 입봉작은 오리온 제과의 '돌아온 썬'(2019)인가요?

"네 그 광고는 제가 회사 들어오기 전인데 전인데 제품 리뉴얼 광고였어요. 드라마 타이즈 형식으로 러닝타임이 1분가량 되는 영화 같은 느낌의 광고였는데 재밌었어요. 사실은 저는 영화음악 감독도 되게 해보고 싶어서 그쪽도 공부 중이에요."

-30편가량의 광고음악에 참여하셨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건 '여행할 때 여기 어때'입니다. 음원 플랫폼에 발매도 됐더라고요. 여름 버전과 겨울 버전으로. 남성 보컬은 형우 씨가 직접 맡았고 여성 보컬은 써니힐 코타 씨가 담당했고요. 이 곡의 작업은 어떻게 이뤄진 건가요.

"광고 업종은 광고를 수주하기 위해 경쟁 프레젠테이션(PT)을 하잖아요. 광고 모델, 카피, 음악까지 풀 패키지로 만들어서 클라이언트에게 제안을 올리죠. 노래를 통기타 버전으로 편곡해서 (JTBC) '히든싱어'에서 (나중에 실제 '여기 어때' 모델이 된) 장범준 씨 모창 보컬로 우승하신 분을 섭외해서 가이드 버전을 만들어서 보냈더니 (클라이언트가) 깜짝 놀라시더라고요. 가끔 저희가 이상한 짓을 하는 팀이라서요. 하하. 저희 것이 뽑혔고 이후에 저희 음악이 계속 흘러나왔죠. 그러다가 윤종신 PD님, 장기하 씨가 나온 버전이 터져버린 거죠. 광고 음악 녹음할 때 제가 현장에 가지 않는 경우도 많은데 윤 PD님 녹음하실 때는 부러 갔어요. 인사를 드렸더니 '네가 왜 여기 있어?'라고 놀라시더라고요. 제가 곡 작업을 했다고 말씀 드리니까 '돈 많이 벌어라' 하시면서 응원해주셨죠."

-형우 씨는 되게 유연한 뮤지션인 것 같아요. 독립 뮤지션으로서 분명한 정체성을 가지고 본인의 음악을 잘하면서 또 팀원으로서 다른 사람의 의견을 적극 수용하며 음악도 만들고요. 자존심보다는 자존감이 높은 뮤지션이라고 할까요. 자기 음악에 대한 확신이 있는 사람에게서 나올 수 있는 자신감 같아요.

"계속 그런 고민을 해요. 현재 제 마음이 자존심인지 고집인지 아니면 자존감인지…. 다른 분들과 의사소통은 소속사 있을 때부터 원활했어요. 제가 좋아하는 친한 스태프들도 많았고요. 지금도 연락 많이 하고요. 제 앨범 담당했던 스태프들의 결혼 축가는 거의 다 제가 맡아요. 하하."

-좋은 뮤지션으로서 지속 가능할 수 있는 시스템을 스스로 개척해나가는 것 같아요.

"클라이언트가 돈을 내고 음악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으면 당연히 방향성에 부합하면서 완성도가 있는 음악이 나와야 하고 그런 걸 유지하기 위해선 계속 음악 공부를 해야죠. 광고음악 스튜디오도 팀원들끼리 서로 호형호제하면서 크루 같은 느낌으로 잘 해나가고 있고요. 한편에선 최대한 프로페셔널하게 작업하고 한편에선 제가 하고 싶은 걸 계속 해나가다 보면, 완벽한 음악은 있을 수 없겠지만 '이 음악은 진짜로 정말 좋은 것 같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올 거 같아요. 대중성과 제 진심이 접점을 찾을 수 있는 음악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해요. 근데 거기까지 빨리 가는 길을 선택하고 싶지는 않아요. 10년 음악을 해오면서 다 각자의 속도가 있다는 걸 알게 됐거든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엉덩이 싸움'이라는 거예요. 우선 앉아서 그냥 많이 하는 수밖에 없어요."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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