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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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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대중음악의 중요한 속성 중 하나는 섹시함이다. 영미팝의 상당수는 이를 노골적으로 내세운다.

그런데 3·4세대 K팝 그룹의 많은 경우는 무해함을 내세워 성적(性的) 매력을 잘 포장한다. 선정적인 자극이 부정적인 반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를 인정한다. 다만 무해하다는 기호만 내세우면, 당연한 욕망 중 하나인 성적인 매력이라는 기의는 왜곡될 수 있다. 무엇이든 그걸로만 가득 채운다면 문제다. 섹시한 매력이 진공이 된 공간에선 건강한 욕구마저 오독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2.5세대 대표 걸그룹 '씨스타'는 섹시함을 내세워 K팝의 스펙트럼을 넓혀준 팀 중 하나다. 특히 보라·효린 구성으로 소녀와 숙녀의 경계인 19세를 내세운 씨스타의 유닛 '씨스타 나인틴(19)'은 유려한 음악과 곡선적인 안무로 관능을 통역하고 위무했다. 음악과 퍼포먼스의 살결을 청자가 상상력을 동원해 만지게 하고, 세련됨으로 대상에 푹 젖어들 수 있는 온도를 감각하게 했다.

그런 씨스타19가 11년 만에 컴백했다. 16일 발매하는 새 싱글 '노 모어(마 보이)(NO MORE (MA BOY))'는 작곡가 라이언전, 작사가 서정아·이스란 등 유명 창작진이 힘이 실어 씨스타19의 관능에 노련미까지 더했다. 씨스타19 데뷔곡 '마 보이'의 연장선이 표현된 동명의 타이틀곡은 단순하지만 반복적인 후크가 귓가에 감돈다. 카우걸 이미지를 내세워 듣는 이들의 마음을 포획하겠다는 의지도 내세웠다. 다른 수록곡 '소시(SAUCY)'는 성적이되 불쾌하지 않는 농담을 가리키는 제목처럼 몽환적인 신스 바이브를 내세운다.

'30대 아이돌'이 해낼 수 있는, 건강하면서 육감적인 대중음악들이다. 최근 서울 강남구에서 만난 보라·효린은 "과거에 '무조건 섹시해야지'라는 목표를 가지고 활동한 건 아니었어요. 저희의 어떤 표현적인 게 저희만의 어떤 고유한 섹션이 된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다음은 최근 서울 강남구에서 보라·효린이 기자들과 나눈 일문일답.

-두 분이서 오랜만에 함께 하게 된 소감은요?

"지금은 실감이 안 나고요. 너무 재밌을 것 같아요. 이전과는 달라진 것들이 너무 많아서 굉장히 기대가 커요."(효린)

-이번 곡은 더 부드럽게 잘 굴러가는 느낌입니다.

"이전 씨스타19 활동은 데뷔한 지 3년밖에 안 됐을 때였어요. 여유도 많이 없었죠. 약간은 어리거나 미성숙하게 보이는 부분들이 많았을 거예요. 이번엔 노래, 무대, 뮤직비디오를 통해 다양한 모습을 좀 많이 보여드리고 싶어요."(효린)

"이번엔 성숙에서 나오는 여유로움 그리고 당당함을 보여드리고 싶었던 것 같아요."(보라)

-컴백에 대한 부담도 있었을 거 같아요.

"부담감은 많았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저희가 이제 활동한 연차도 꽤 쌓였고 이전보다 더 좋아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죠. 근데 준비하면서 그 부담감들을 잘 이겨냈어요. 왜냐면 이전의 씨스타19가 보여줄 수 있는 그림과 지금의 씨스타19가 보여줄 수 있는 그림이 '너무나 다를 거다'라고 판단했거든요. 그 이후엔 '잘 만들어보자' '재밌겠다'는 마음에 조금 더 움직였던 것 같아요."(보라)

"음악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잖아요. 저희가 나온다고 했을 때 많은 분들이 기대하고 그리워하시는 모습도 있을 것이고요. 저희가 그 기대에 어느 정도로 어떻게 맞출 수 있을까 고민을 굉장히 많이 했는데, 저희가 할 수 있는 데까지 하되 조금은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을 하자고 의견을 모았어요. 유행하는 노선을 타기보다 저희만이 보여줄 수 있는 색깔을 주로 가져가면 좋겠다는 생각이요."(효린)

-오랜만에 호흡을 두 분이서 맞추셨잖아요. 그간 달라진 점이 있었는지요.

"효린이가 혼자 가수로서 생활을 했다 보니 제가 의지하고 의견을 물어보는 게 훨씬 많아졌어요. 또 둘이서 소통할 기회도 훨씬 생겼죠. 걱정되는 부분은 솔직히 없었어요. 또 이번에 제가 랩이 아닌 노래를 했는데 효린이가 보컬 디렉팅도 했어요. 효린이랑 하는 게 제일 편해요. 저를 잘 알고 저에 대한 캐치를 잘 해줘서 좋았어요."(보라)

"보컬이지만 저도 녹음실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던 사람이에요. 보라 언니가 녹음 과정에서 느낄 수 있는 불편한 요소들을 최대한 없애서 언니가 감정을 최대한 끄집어 데 신경을 썼어요. 언니가 연기를 하면서 조금 더 차분해진 거 같아요. 두명이 함께 할 때 한 사람의 감정 기복이 심해지면 그걸 옆에서 잡아주는 역할을 해줘야 서로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제가 감정 기복이 심한 건 아니지만 서로 달라서 의지하고 채워주는 부분들이 있었어요. 특히 감정적으로나 심적으로나 언니에게 의지하면서 큰 도움이 됐죠. 마음이 통해야 일적으로도 수월하게 풀리는 편이라서요."(효린)

-보라 씨는 그간 배우 생활 계속하시다가 오랜만에 가수로 컴백하신 거잖아요.

"무대에 대한 갈망이 항상 있었어요. 연기를 할 때는 주로 힘을 많이 빼야 하는 작업이 많았는데 다시 가수를 하려니까 과하게 표현을 해야 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거기에 적응하는데 조금 어려움이 있었죠. 그런데 효린이랑 같이 하는 것 자체가 많이 즐거워요."(보라)

-씨스타19은 관능적인 부분이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우선 저희 유닛 이름 자체에 담긴 의미로 성숙함이 생겼다고 생각을 해요. 그런데 그 이미지적인 것이 저희가 '무조건 섹시해야지' 같은 목표를 잡고 겨냥한 부분들이 아니었어요. 저희의 어떤 표현적인 부분이 그런 느낌이 나거나 섹시한 춤들이 좀 있었던 거죠. 그런 모습이 저희의 어떤 고유한 섹션이 된 것 같아요."(효린)

"관능적이라는 표현이 굉장한 무기라고 말씀해 주셨는데 저희가 듣고 싶었던 말인 것 같아요. 무엇보다 이전의 씨스타19과 지금의 씨스타19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보여드릴게요'라는 느낌보다 시간이 흘러가면서 자연스럽게 나이를 먹고 나이 때에 맞게 저희가 보여줄 수 있는 모습을 온전하게 내보이고 싶다는 생각이에요."(보라)

-두 분이 생각하실 때 걸그룹에게 섹시함은 어떤 무기가 되나요? 또 섹시함에 대한 정의를 내려주신다면요. 섹시함은 단순히 노출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태도나 자세이기도 하잖아요.

"이게 무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각자 팀이 갖고 있는 색깔 중에 하나인 것 같아요. 저희 씨스타도 처음부터 섹시한 콘셉트를 했던 건 아니었어요. 초창기 곡들인 '푸시 푸시' '가식걸'은 하나도 섹시하지 않아요. 저희가 갖고 있던 색깔을 찾아간 거죠. 그것도 저희가 억지로 만든 게 아니에요. 건강함이 보이면서 자연스럽게 섹시한 무드가 만들어진 거죠. 그렇게 저마다 팀들이 본인들만의 강점을 가졌다고 생각해요."(보라)

-하긴 씨스타는 국내에서 비욘세의 건강한 섹시함을 좀 가져온 팀이었으니까요. 그 덕분인지 여름만 되면 여전히 씨스타가 음원 차트 등에서 역주행을 하며 소환이 됩니다.

"이렇게까지 오래 생각해 주실 줄 몰랐어요. 그래서 너무 신기하기도 해요. 그런데 계속 생각해 주시니까 앞으로도 계속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하하."(효린)

-씨스타를 발굴하고 두 분이 몸 담았던 스타쉽 엔터테인먼트 소속 후배인 아이브를 비롯 뉴진스 같은 요즘 인기 많은 4세대 걸그룹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들어요?

"'참 예쁘다'요. 하하. 저희가 회사(스타쉽)의 첫 그룹으로 데뷔를 했었는데 되게 예쁜 모습으로 잘 만들어져서 나온 아이브 같은 팀을 보면서 '되게 좋다'라는 생각을 했어요."(효린)

-유닛이 나왔으니까 씨스타 완전체 활동도 기대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완전체를 위해서는 결정해야 되고 선택해야 되는 것들이 너무 많죠. 또 네 명이 한마음으로 맞아야 하니까요. 그런데 저희는 서로 배려가 너무 과해서 맞아 문제인 것 같아요. 하하. '이렇게 하자'라고 끌고 나가야 하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이번에 한 멤버가 스케줄이 있으니까 좀 미뤄보자'라고 얘기해요. 네 명 모두 너무 배려심이 과하지 않나 싶을 정도예요."

-엔터테인먼트 업계 생태계에서 계약 관계는 오래 갈 수 없죠. 근데 씨스타를 발굴한 서현주 스타쉽 부사장님과 네 멤버의 관계는 정말 오래 가는 거 같아요. 소속사가 다른 상황에서도 계속 의리를 다져가고 또 이렇게 같이 작업도 하고요.(이번 씨스타19 활동은 스타쉽과 클렙엔터테인먼트가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저희와 서현주 부사장님의 의견이 항상 같았던 건 아니에요. 서 부사장님이랑 인간적으로 잘 맞아서 계속 볼 수 있어요. 무엇보다 씨스타라는 그룹과 저희 한 명 개개인이 세상 밖으로 나와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사랑도 받을 수 있게 만들어주신 분이잖아요. 그 부분에 대한 감사함은 평생 잊지 말아야 하죠."(보라·효린)

-올해가 씨스타 데뷔 14주년입니다. 15년을 바라보고 있는데 지난 시간을 쭉 돌아보시면 어떤 감정이 있을까요?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모습인데 조언을 해주실 게 있다면요.

"일단 저희보다도 더 롱런을 하고 계신 선배님들이 계시잖아요. 그런 모습을 보면 정말 대단하고 멋지다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저희도 '그렇게 비춰질까'라는 생각을 최근에 해봤던 것 같아요."(효린)

"한 연기자 선배님이 제게 '너 계속 작품하고 있니' 물어보셨어요. 네 요즘엔 '이런 작품 하고 있습니다'라고 답을 드렸더니 '그래 멈추지 말고 꾸준히 하는 게 너무 잘하고 있는 거야'라고 응원해주셨어요. '꾸준히'라는 말이 크게 와닿았어요. 효린이도 저도 어찌 됐건 정말 꾸준히 해왔기 때문에 조금 더 단단해졌다고 느끼고 있거든요. 일을 놓치지 않은 게 정말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보라)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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