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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inNess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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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4월 첫째주 신작과 최근 개봉작을 소개한다.
◇당신을 보기 위해 난 오늘도 파묘 한다…키메라
그저 그런 영화들이 부끄러움도 없이 내보이는 너무 뻔한 로맨스에 질린 관객에게 알리체 로르바케르 감독의 '키메라'는 완벽에 가까운 대체재다. 감각적이면서 지적이다. 낭만에 취해 있지만 이성을 잃지 않는다. 우스꽝스럽다가도 이내 애달프다. 그렇게 두루 아우르는 것은 물론이고 깊이 파들어 간다. 신화를 차용하고 이탈리아 영화를 오마주하며 할리우드를 비웃고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키메라'는 돌고 돌아 사랑으로 귀결한다. 도굴꾼 아르투는 한 여인을 향한 사랑만이, 오직 그 사랑만이 자신을 존재케 하기에 기어코 땅을 파고 들어가야 한다.
◇연기는 영화의 일부일 뿐…마더스
제시카 채스테인은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앤 해서웨이는 여우조연상을 받은 뛰어난 배우다. 꼭 상이 아니더라도 두 사람이 얼마나 빼어난 연기력을 가졌는지는 이들이 출연한 영화 몇 작품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을 정도다. 채스테인과 해서웨이를 한 작품에서 볼 수 있는 건 관객에겐 흔치 않은 기회이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볼거리다. 다만 '마더스'는 두 배우의 능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 각본과 연출 모두 평범하다 보니 이들이 아무리 연기를 잘해도 한계가 명백하다.
◇독야청청…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모두가 현재 일본 영화계를 암흑기로 부른다. 틀린 말은 아니다. 찬란했던 과거를 생각하면 지지부진하다고 볼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렇다고 일본 영화를 무시할 순 없다. 바로 이 사람 때문이다. 하마구치 류스케. 하마구치 감독은 현재 전 세계 영화 예술 최전선에서 정점을 향해 가고 있다.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그 증거다. 이 고요한 영화는 러닝 타임 내내 스크린 밖으로 아우라를 내뿜다가 순식간에 관객을 집어삼킨다. 이건 하마구치 감독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마력이다. 이제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 하마구치 류스케가 곧 일본 영화라고.
◇어그로 시대에 부쳐…댓글부대
단점은 있다. 그래도 '댓글부대'는 귀하다. 한국영화엔 이상한 콤플렉스가 있다. 현재 시대상에 관해 얘기하는 걸 이상할 정도로 겁낸다는 것. 그러나 안국진 감독에겐 이런 콤플렉스가 없다. 안 감독은 데뷔작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2015)에서도 'n포 세대'를 직격하지 않았나. 이번엔 가장 시급한 키워드인 탈(脫)진실이다. 사실과 진실이 특별한 의미를 갖지 않게 된 '가짜 뉴스' 시대 말이다. '댓글부대'는 기자를 인터넷 어그로꾼으로, 기사를 온라인 게시물로 전락시키며 지금 이 시대를 풍자한다.
◇크기만 해…고질라X콩:뉴 엠파이어
'고질라'(2014) '콩:스컬 아일랜드'(2017) '고질라 VS. 콩'(2021)으로 이어지는 시리즈 네 번째 영화. 이중 가장 실망스러운 작품이 '고질라X콩:뉴 엠파이어'다. 무지막지한 크기와 위력을 가진 괴수들을 보는 게 핵심이라는 걸 모르지 않지만 스토리가 부실해도 너무 부실하다. 이야기에 긴장감이 없다 보니까 고질라와 콩의 거대 액션도 큰 감흥을 주지 못한다. 전작들에 있던 묘한 유머도 이번 작품에선 이상할 정도로 찾아 보기 어렵다.
◇인생이 그렇게 간단할리 없잖아…메이 디셈버
일단 설명부터. 36세에 가정을 내팽개치고 아들의 친구인 중학교 1학년 학생과 불륜을 저질러 아이를 낳은 여자가 있다. 이 여자는 감옥에서 아이를 낳고 출소한 뒤 소년과 가정을 꾸려 20년 넘게 잘 살고 있다. 뉴욕타임즈 1면에 실린 이 사건을 영화로 만들기 위해 그 여자를 찾은 한 배우는 완벽한 연기를 위해 이 사건의 진실을 알고자 한다. 마치 탐정극처럼 시작하지만 '메이 디셈버'에선 어떤 것도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진실을 알 수 없다는 얘기가 아니다. 팩트조차 알 길이 없다. 그런데 진실에 다가가겠다고? 인간이란, 삶이란 그리 간단하지 않거늘.
◎공감언론 뉴시스 jb@newsis.com
◇당신을 보기 위해 난 오늘도 파묘 한다…키메라
그저 그런 영화들이 부끄러움도 없이 내보이는 너무 뻔한 로맨스에 질린 관객에게 알리체 로르바케르 감독의 '키메라'는 완벽에 가까운 대체재다. 감각적이면서 지적이다. 낭만에 취해 있지만 이성을 잃지 않는다. 우스꽝스럽다가도 이내 애달프다. 그렇게 두루 아우르는 것은 물론이고 깊이 파들어 간다. 신화를 차용하고 이탈리아 영화를 오마주하며 할리우드를 비웃고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키메라'는 돌고 돌아 사랑으로 귀결한다. 도굴꾼 아르투는 한 여인을 향한 사랑만이, 오직 그 사랑만이 자신을 존재케 하기에 기어코 땅을 파고 들어가야 한다.
◇연기는 영화의 일부일 뿐…마더스
제시카 채스테인은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앤 해서웨이는 여우조연상을 받은 뛰어난 배우다. 꼭 상이 아니더라도 두 사람이 얼마나 빼어난 연기력을 가졌는지는 이들이 출연한 영화 몇 작품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을 정도다. 채스테인과 해서웨이를 한 작품에서 볼 수 있는 건 관객에겐 흔치 않은 기회이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볼거리다. 다만 '마더스'는 두 배우의 능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 각본과 연출 모두 평범하다 보니 이들이 아무리 연기를 잘해도 한계가 명백하다.
◇독야청청…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모두가 현재 일본 영화계를 암흑기로 부른다. 틀린 말은 아니다. 찬란했던 과거를 생각하면 지지부진하다고 볼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렇다고 일본 영화를 무시할 순 없다. 바로 이 사람 때문이다. 하마구치 류스케. 하마구치 감독은 현재 전 세계 영화 예술 최전선에서 정점을 향해 가고 있다.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그 증거다. 이 고요한 영화는 러닝 타임 내내 스크린 밖으로 아우라를 내뿜다가 순식간에 관객을 집어삼킨다. 이건 하마구치 감독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마력이다. 이제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 하마구치 류스케가 곧 일본 영화라고.
◇어그로 시대에 부쳐…댓글부대
단점은 있다. 그래도 '댓글부대'는 귀하다. 한국영화엔 이상한 콤플렉스가 있다. 현재 시대상에 관해 얘기하는 걸 이상할 정도로 겁낸다는 것. 그러나 안국진 감독에겐 이런 콤플렉스가 없다. 안 감독은 데뷔작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2015)에서도 'n포 세대'를 직격하지 않았나. 이번엔 가장 시급한 키워드인 탈(脫)진실이다. 사실과 진실이 특별한 의미를 갖지 않게 된 '가짜 뉴스' 시대 말이다. '댓글부대'는 기자를 인터넷 어그로꾼으로, 기사를 온라인 게시물로 전락시키며 지금 이 시대를 풍자한다.
◇크기만 해…고질라X콩:뉴 엠파이어
'고질라'(2014) '콩:스컬 아일랜드'(2017) '고질라 VS. 콩'(2021)으로 이어지는 시리즈 네 번째 영화. 이중 가장 실망스러운 작품이 '고질라X콩:뉴 엠파이어'다. 무지막지한 크기와 위력을 가진 괴수들을 보는 게 핵심이라는 걸 모르지 않지만 스토리가 부실해도 너무 부실하다. 이야기에 긴장감이 없다 보니까 고질라와 콩의 거대 액션도 큰 감흥을 주지 못한다. 전작들에 있던 묘한 유머도 이번 작품에선 이상할 정도로 찾아 보기 어렵다.
◇인생이 그렇게 간단할리 없잖아…메이 디셈버
일단 설명부터. 36세에 가정을 내팽개치고 아들의 친구인 중학교 1학년 학생과 불륜을 저질러 아이를 낳은 여자가 있다. 이 여자는 감옥에서 아이를 낳고 출소한 뒤 소년과 가정을 꾸려 20년 넘게 잘 살고 있다. 뉴욕타임즈 1면에 실린 이 사건을 영화로 만들기 위해 그 여자를 찾은 한 배우는 완벽한 연기를 위해 이 사건의 진실을 알고자 한다. 마치 탐정극처럼 시작하지만 '메이 디셈버'에선 어떤 것도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진실을 알 수 없다는 얘기가 아니다. 팩트조차 알 길이 없다. 그런데 진실에 다가가겠다고? 인간이란, 삶이란 그리 간단하지 않거늘.
◎공감언론 뉴시스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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