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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inNess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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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삼식이 삼촌' 8회에서 박두칠(송강호)은 말한다. "인생의 방향을 결정하는 두 가지가 있어요. 타고난 천성과 살아온 관성. 이 두 가지를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내가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 왜 그런 말을 했을까.' 이유는 이 두 가지 밖에 없어요. 천성과 관성."
'삼식이 삼촌' 각본을 쓰고 연출을 한 신연식(48) 감독은 바로 그 대사를 인용해 이 작품에 관해 얘기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인 정체성이 형성되는 데 가장 결정적이었던 역사적 순간 세 가지를 꼽았다. 삼국 통일, 계유정난 그리고 4·19 혁명. '삼식이 삼촌'은 4·19를 중심에 놓고 그 전과 후에 벌어진 역사를 아우르는 시대물이다. 그러면서 이 거대한 시대적 흐름 속에 각기 다른 욕망을 드러내보인 사람들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는 캐릭터물이기도 하다. "제가 얘기하려는 건 역사가 아닙니다. 3·15 부정선거와 4·19 혁명, 5·16 군사쿠데타가 어떻게 발생했는지 딱 떨어지는 원인과 결과를 명쾌하게 드러내려는 게 아니라는 거죠. 각기 다른 욕망을 가진 인물들이 자기 천성과 관성을 두고 맞부딪히면서 서로 삶에 영향을 주고, 그것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 어떤 사건으로 이어지는 걸 보는 겁니다. 누가 나쁘고 누가 착하냐로 이 작품을 보면 재미가 없을 수도 있어요."
'삼식이 삼촌'은 전쟁 중에도 가족 삼시 세끼는 반드시 먹였다는 의미에서 일명 삼식이 삼촌으로 불리는 박두칠의 이야기를 그린다. 박두칠은 그의 꿈을 함께 이뤄나갈 페르소나로 엘리트 관료 출신 정치인 김산(변요한)을 선택하고 그와 격동의 시대를 함께 헤쳐간다. 짧고 빠르고 센 작품이 주목 받는 시대에 16부작에다가 진지한 시대물인 '삼식이 삼촌'은 마치 대세를 거스르는 듯하다. 지난달 15일 처음 공개해 두 달에 걸쳐 모든 에피소드를 내놓은 신 감독은 "2024년 대한민국에서 쉽게 나오기 힘든 작품을 선택해주고 지지해준 모든 분들께 감사한 마음 뿐"이라며 "다만 이 작품을 끝낸 마음을 어떻게 말로 표현하긴 힘들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2003년 데뷔해 주로 작은 규모 영화를 만들었고, 영화가 아닌 걸 만들어 본 적이 없는 신 감독에게 400억원이 투입된 시리즈는 생경할 수밖에 없다. "이 작품이 제가 꼭 하고 싶은 이야기였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리고 그 일을 최선을 다해서 완료했고요. 다만 저는 작품 외부의 다른 것을 아우를 수 있는 경지에 가진 못한 것 같아요."
'삼식이 삼촌'은 배우 송강호의 첫 번째 시리즈 출연작으로도 주목 받았다. 게다가 신 감독은 '삼식이 삼촌' 뿐만 아니라 최근작을 모두 송강호와 함께했다. '거미집'(2023)은 신 감독이 각본을 쓴 영화이고, 앞으로 선보일 영화 '1승'은 신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모두 맡았다. 두 작품 모두 주연 배우가 송강호다. 신 감독은 "행운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송강호 선배와 함께 작품을 하게 된 과정을 딱 떨어지게 얘기할 수도 있겠죠. 이런 저런 과정을 거쳐서 함께하게 됐다고요. 그런데 전 이것도 이렇게 봐요. 저의 천성과 관성, 송강호 선배의 천성과 관성이 맞물리면서 이렇게 된 거라고요.(웃음) 영화나 시리즈는 어떤 배우와 함께하고 싶다고 함께할 수 있는 게 전혀 아니잖아요. 그런 게 인생이죠."
신 감독의 이 말을 들으니 '삼식이 삼촌' 9회에 나온 대사가 떠올랐다. "계획대로 안 되는 게 인생이고 계획에 얽매이는 게 인생 아니겠어? 누굴 탓하겠어. 그런 게 인생인데."
신 감독은 송강호라는 배우에게 있는 페이소스와 박두칠에게 있는 페이소스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뤘다고 했다. "송강호라는 배우는 숨소리 하나까지 완벽하게 연기하길 원합니다. 이처럼 연기를 향한 욕망이 대단한 배우와 함께할 수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에요."
신 감독은 또 한 번 시리즈를 해보고 싶다고 했다. 다만 지금 당장은 영화에 관심이 가 있다고 했다. "시리즈를 마치고 나니까 영화가 하고 싶어요. 반대로 영화를 하고 나면 시리즈가 하고 싶을 겁니다. 멜로 하면 액션 하고 싶고, 심각한 거 하면 코미디 하고 싶어지는 것처럼요."
◎공감언론 뉴시스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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