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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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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뉴시스] 손정빈 기자 = 우정을 나누던 대련은 애증이 뒤섞인 칼질로 변하고 말았다. 그 칼로 미래를 약속 받고자 했던 두 남자는 이제 그 칼에 기어코 피를 묻히며 파국으로 치닫는다. 부산국제영화제가 개막작 '전, 란'으로 문을 열었다. 2일 오후 개막식을 앞두고 '전, 란'이 공개됐다. 시사회 직후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이 영화를 연출한 김상만 감독은 "임진왜란 7년 전후를 배경으로 삼아 계급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냈다"고 설명했다.

◇"10년만에 영화 개막작 초청에 조금 안심"

'전, 란'은 무신집안 아들 '이종려'와 일천즉천(一賤則賤) 원칙에 따라 평민에서 노비로 전락해 그의 몸종이 된 '천영'의 이야기를 그린다. 신분을 뛰어 넘은 우정을 나눴던 두 사람은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임진왜란을 기점으로 각자 다른 길을 가게 된다. 이후 이종려가 선조 호위를 맡고, 천영이 의병이 되면서 다시 만나게 된다. 배우 박정민이 이종려를, 강동원이 천영을 맡았다. 선조를 연기한 차승원과 함께 김신록·진선규·정성일 등이 힘을 보탰다.

'더 테너 리리코 스핀토'(2014) 이후 김 감독은 10년만에 새 영화로 돌아왔고, 그 작품이 부산영화제 개막작에 선정됐다. 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 영화가 개막작이 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전, 란'은 넷플릭스에서 만들었다. 김 감독은 "10년 만에 내놓는 영화라서 걱정이 많았는데, 부산영화제 개막작이 돼 조금 안심했다"며 "좋은 배우들과 즐겁게 촬영한 작품"이라고 했다.


◇박찬욱 제작·각본 맡아 더 화제

'전, 란'은 박찬욱 감독 제작사인 모호필름이 만들고, 박 감독이 각본을 써 공개 전부터 주목 받기도 했다. 김 감독은 데뷔 전 박 감독 대표작 중 하나인 '공동경비구역 JSA'(2000) 미술 감독을 맡은 인연이 있다. 김 감독은 "박 감독님은 스승 같은 분"이라며 "시나리오 단계부터 각색 과정까지 많은 부분에서 디테일하게 신경을 써줬다"고 했다. 김 감독은 박 감독이 촬영 현장엔 거의 오지 않았지만, 왔을 땐 날카로운 지적으로 놀라게 한 부분이 있었다고도 했다.

그러자 강동원은 "박 감독님이 단어의 장음과 단음을 구분해서 대사를 하라고 하더라"며 말을 이었다. '장원급제'라는 대사를 할 때 '장원'이 장음이라고 했다는 얘기였다. 그 날 이후 강동원은 시나리오에 있는 단어의 장음과 단음을 모두 구분해왔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차승원 역시 "요즘 박 감독님과 영화를 찍고 있는데, 대사의 이상한 대목에서 포인트를 주라고 하더라"며 "그런 부분에 아주 심하게 꽂히시는 분"이라고 농담을 했다.


◇"노비라서 좋았어요"

그간 많은 작품에서 빼어난 액션 연기를 선보였던 강동원은 이번에도 말을 타고 칼을 휘두르는 고난도 액션을 보여준다. 그는 앞서 조선 시대가 배경이었던 '군도:민란의 시대'(2014)에서도 이번 작품과 비슷하게 말에 올라 검술을 뽐냈던 적이 있다. 차이가 있다면 그 작품에서 양반이었던 강동원이 이번엔 노비가 됐다는 점이다. 강동원은 "노비는 처음이었다"며 "제안이 들어왔을 때 노비라서 좋았다"고 했다.

"양반 역할을 하면 제약이 있어요. 덜 자유롭죠. 감정 표현도 절제해야 하고, 기품과 품위를 유지해야 하죠. 하지만 몸종이 되니까 정말 편하게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었어요. 감정 표현도 더 세게 하고요. 액션도 다릅니다. 양반의 액션은 선이 딱 떨이진다면, 노비의 액션은 자유로워요."

양반 이종려를 연기한 박정민은 "천영과 헤어지고 7년 뒤 종려의 액션은 천영의 검술과 달리 선이 굵어진다"며 "실제로 종려가 쓰는 검 역시 크고 굵었다"고 했다.


◇액션영화이면서 계급에 관한 영화

'전, 란'은 액션 영화이면서 동시에 계급을 다룬다. 이 작품이 임진왜란 7년에 관한 묘사를 하지 않고 건너 뛰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 이종려와 천영 뿐만 아니라 선조·자령·범동 등 주요 캐릭터는 계급에 대한 생각을 의인화 한 인물들이기도 하다.

김 감독은 "각 캐릭터가 각자 그 시대를 보는 관점을 다 다르게 가지고 있는 게 잘 담겨져 있다는 게 이 시나리오의 탁월한 지점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 고증을 철저하게 해야 하는 사극을 하고 싶진 않았는데, 이번 작품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고 싶었다. 임진왜란이라는 가장 큰 사건을 뺸 뒤 그 전후를 그렸다는 게 참신한 구성이었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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