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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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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일본 래퍼 겸 프로듀서 스카이하이(SKY-HI)는 현지 대중음악계 다양성의 상징이다.

장르와 국경을 넘나드는 힙합·R&B 컬렉티브인 BMSG 포세(POSSE) 설립자다. 노벨 코어(Novel Core), 엘 더 쇼타(Aile The Shota), 에디 보이(edhiii boi), 레이코(REIKO) 등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의기투합했다.

이들 컬렉티브는 2022년 9월23일 '오드 브릭 페스티벌(ODD BRICK FESTIVAL) 2022'에서 처음 완전체로 공연했다. 올해 5월3일 '비바 라 록(VIVA LA ROCK) 2024' 무대에서 BMSG 포세로서 첫 싱글 '걸프렌드(Girlfriend)'를 선보였다. 이후 '록 인 재팬(ROCK IN JAPAN) FES. 2024', '서머 소닉(SUMMER SONIC) 2024'와 같은 대형 음악 페스티벌에 참여하고 있다.

BMSG 포세는 특히 '도쿄주의'(TYOISM)로 요약되는 도쿄의 활기찬 문화적 배경을 바탕으로 힙합, R&B, 록 등을 과감하게 융합한다. 최근 스카이하이가 노벨 코어 그리고 한국 인기 래퍼 창모(CHANGMO)와 협업한 싱글 '줌(ZOOM)'은 이런 BMSG 포세 특징이 대담하게 결합한 대표적인 사례다.

음악 크리에이터 집단 INIMI 소속 프로듀서 겸 비트메이커 젠(ZEN)과 서니(Sunny)가 참여한 '줌'은 강력한 비트와 베이스 속에서 세 래퍼의 날카롭고 변화무쌍한 플로우가 조화를 이룬다.

래퍼로서 살아가며 다양한 시선을 마주해야 하는 고민도 녹여냈다. 이들은 음악이 일종의 정체성 실험이라고 믿는 듯하다. 음악에게 조국이 없듯, 이들의 협업은 국적이 없고 현 힙합계의 전진기지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그것이 도쿄라는 도시에 똬리를 틀면서 매력적이고 혁신적인 정체불명의 무엇이 쏟아진다. 이건 도쿄가 지리적 위치를 가리키는 것이 아닌, 일종의 상징적 문화적 자본으로 작용하면서 가능한 형태다.

스카이하이의 작업 반경은 무척 넓다. 그가 2022년 발매한 디지털 싱글 '저스트 브리스(JUST BREATHE)'엔 K팝 대세 그룹 '스트레이 키즈' 내 프로듀싱팀인 '쓰리라차(3RACHA)' 멤버들이 피처링을 하기도 했다.

이런 모든 활동은 변화무쌍함을 통합하는 스카이하이의 낭만주의를 기반 삼는다. 불가능의 시간을 가능한 공간으로 만들어낸다. 본래 서로 꼬리를 무는 현실주의와 낭만주의가 빚어낸 뫼비우스 띠의 미학에선 그는 길을 잃지 않고 아슬아슬하게 씌어지는, 그렇지만 매 장면은 명확한 흐름들을 만들어내왔다.

BMSG 포세는 12월 중 도쿄 예술성의 정수를 담은 EP '도쿄이즘 볼륨 원(TYOISM Vol.1)'을 발매한다. '줌'은 이 EP에 실리는 첫 컬래버레이션 트랙이다. 이 컬렉티브는 첫 번째 단독 라이브 공연도 준비 중이다. 다음은 이를 앞두고 스카이하이와 서면으로 나눈 일문일답.

-래퍼, 레이블 대표, 프로듀서 이 모든 역할을 동시에 하면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비결은 무엇인가요?

"저와 소속 아티스트들이 애정을 주고받는 게 그 비결입니다 (웃음). 물론 방금 한 얘기도 사실이긴 하지만, 회사 경영을 담당하는 대표, 크리에이티브의 방향키를 쥐고 있는 프로듀서, 그리고 조직 내에서 가장 베테랑이자 카리스마 있는 래퍼가 모두 동일 인물이라는 점이 혁신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기 쉽기도 하고, 직원들이나 소속 아티스트에게 동기부여를 제공하기에도 적합한 환경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스스로도 경영에 시간을 할애할수록 프로듀싱에 대한 열정이 높아지기도 하고, 프로듀서로서 또 회사 경영자로서 좋은 성과를 낼수록 아티스트로서의 설득력도 올라가기 때문에 얘기할 수 있는 것도 많아지죠, 그 덕에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간은 많이 줄었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임하고 있어요."

-BMSG는 기존 일본 기획사나 레이블과 상당히 다른 색깔입니다. 소속 아티스트도 다양하고요. 이 레이블의 운영 방식은 어떠하며 지향하는 가치는 무엇입니까? 컬렉티브라는 용어를 쓰는데 그럼 문화적 공동체에 가까운 구조인가요?

"그렇습니다. '플레이어', 즉 솔로나 그룹에 관계없이 현재 23명의 아티스트뿐만 아니라 프로듀서 및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또, 회사 실무를 담당하는 80명의 직원 모두 ‘크리에이티비티-퍼스트(creativity- first)' 라는 일념 아래 모인 같은 동료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엔터테인먼트의 룰보다는 사회의 상식을'이라는 비전을 내걸고 건전한 경영과 커뮤니케이션을 항상 유의하고 있다는 점도 일반적인 기업과는 조금 다른 색깔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되는 요인 중 하나일지도 모르겠네요. 회사 내에서의 평가나 실적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게 재미가 있을까?’, '사회에 좋은 방향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을까?'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을 훨씬 더 중요하다는 걸 다들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걸 지속할 수 있는 것도 사장과 프로듀서 그리고 베테랑 아티스트가 모두 동일인물인 덕에 '수뇌의 방침과 의지를 흩트릴 수 없기 때문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또 도쿄를 중요한 문화적 배경으로 삼고 있는데 이것이 왜 중요한가요?

"실은 여기서 말하는 도쿄는 지리적인 의미가 아닌데요. 일본은 과거에 길게 쇄국했던 시기가 있었기에 문화가 성장해 가는 과정이 굉장히 독특했다고 생각합니다만, 근대에 들어서 다양한 문화가 유입되고 그게 한층 더 독특하게 융합돼 결과적으로는 '전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지만 일본에선 그렇지 않은 것' 혹은 '일본에서 시작해 전세계에 퍼진 것'이 두 형태의 콘텐츠가 공존하게 됐습니다. 저도 닌자를 비롯해 외국인들이 열광할 법한 일본적인 요소들을 좋아하지만, 일본에서만 나고 자란 사람들에게는 이런 요소들이 항상 곁에 있었기에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점들은 내부에서는 평범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외부에서 보기에는 특이하고 흥미로운 요소일 수 있기 때문에 세계에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들은 이러한 가치관에 '도쿄이즘(TYOISM)'라는 이름을 붙여 회사 지침 중 하나로 삼고 있습니다. 소속 아티스트도 일본 각지에서 다양한 취향과 배경을 가진 친구들이 모여 각자의 개성을 자랑하는 삶의 방식을 가지고 있어 이런 점이 상당히 '도쿄'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도쿄는 지리적 의미로서의 장소가 아닌, 개념으로서 존재하는 것이에요. 가령 해외 아티스트가 일본에서 라이브를 할 때 치바나 사이타마 등의 근교 도시라고 해도 '도쿄!'라고 외치기도 하고 주최 측도 '도쿄 공연'이라고 말하기도 하죠. 문화적 의미가 지리적 의미를 추월한 예는 세계에서도 유례없는 일이라 생각해요. 예를 들어, 뉴저지에서 '뉴욕!'이라고 외치지는 않을 것 같거든요.(웃음) 이처럼 힙합이나 R&B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음악과, 그 배경에 대한 사랑과 존중이 한데 모여 스카이하이와 BMSG가 태어났습니다. 이 '도쿄스러운' 가치관이나 그것을 내포한 일본은 매력적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이를 위해 노력하고 싶습니다."

-바쁜 스케줄 가운데 한일 음악 교류에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레디, 자메즈, 스트레이 키즈와 협업을 했죠. 그 가운데 이번 창모 씨와 협업이 특히 눈길을 끄는데요. 한국 뮤지션과 협업은 어떤 의미가 있고 특히 이번 창모 씨와 작업은 어떻게 이뤄졌으며 이를 통해 기대하는 바는 무엇인가요?

"LA의 스튜디오에서 있던 일화인데요. 누군가의 '혹시 박재범 씨가 네 친구분 아니야?'라는 질문에 '만나본 적이 없어'라 대답했더니 '대체 왜?! 그렇게 가까이 사는데도?'라며 놀라던 일이 있었어요 (웃음) 하긴 LA와 뉴욕조차도 3시간이나 되는 시차가 있는 나라에 사는 그들의 눈에는, 시차도 없는 한국과 일본은 아주 가까운 거리라고 생각하겠죠. 그래서 저는 한국을 '도보로 걸어가기엔 어려운 거리' 정도로 여기며, 정말 가까운 곳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같은 동아시아의 동료죠. 한국 아티스트들과 소통할 때면, 오히려 일본 아티스트들보다 더 공감하는 가치관을 느낄 때도 있지만 반대로 큰 문화 차이를 느낄 때도 있어요. 이러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아티스트뿐만이 아닌 한 인간으로서 배우는 점이나 얻을 수 있는 경험이 많아서 무척 행복합니다. 이번에 창모와의 협업도 이전부터 교류가 있어 성사된 케이스인데 정말 자극적이었어요. 물론 서로 새로운 리스너를 만나는 계기가 돼 어떠한 숫자로 연결되는 부분도 기쁘지만 저나 노벨 코어, BMSG로서는 창모와 같이 평소부터 존경하고 있던 아티스트와 함께 작업할 수 있던 것 자체가 목표이자 대성공인 셈이죠. 이러한 음악적 호기심이나 재밌는 일들을 생산하기 위해 앞으로도 커뮤니케이션을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나아가고 싶어요. 한국과 일본이 가깝다고 생각하다 보면, 사실 아시아 전체도 꽤나 가깝다는 생각이 들어요. 여차하면 미국이나 유럽도 가까운 듯한 느낌이 드는데요. 사실 전 세계는 다소 거리가 있을 뿐 본래는 조금 멀리 살고 있는 인간들의 결합이라 생각해요. 이러한 의식도 고취해 나가고 싶네요."

-'줌'은 멋진 곡입니다. 특히 한국어, 일본어, 영어가 섞인 플로우는 변화무쌍하며 묘한 긴장감을 주는데요. 라임, 플로우 등의 측면에서 가장 신경 쓴 것은 무엇인가요?

"커뮤니케이션이랄까요. 내가 이런 플로우로 가면 노벨 코어가 이런 식으로, 그러면 창모는 또 이런 플로우로 진행하니까 그다음은 내가 이렇게… 와 같은 흐름으로 작업했어요. 직접 만든 곡들을 부를 때는 보통 메시지나 주장에 있어서 의식이 강한 작업물이 많은 반면, 이번에는 결속이라는 감정 그 이상의 즐거움을 중요시하고 싶었기 때문에, 플로우나 가사에서도 '노는 것'을 포인트로 삼았습니다."

-곡의 메시지나 태도에서 참여하신 분들이 공통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여긴 부분은 무엇입니까?

"좌절이나 네거티브함을 밝고 즐겁게 부른다는 점이 아닐까 싶어요. 저희뿐만 아니라 모든 아티스트나 아이돌들은 일반적이지 않은 스트레스와, 압박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물론 참여 아티스트 셋 모두 내용에 따라 강한 의지의 메시지를 전달할 때도 있지만, 이번 작업에서는 가십이나 악플같은 문제에 있어서 어깨에 힘주고 화낼 게 아니라, 시니컬하게 웃어버리는 콘셉트가 중요한 포인트였어요."

-또 요즘 K팝을 비롯 세계적인 음악 트렌드가 여러 언어를 혼용 혹은 병치해서 쓰는 복수언어성인 거 같습니다. '줌'은 양국의 아티스트가 협업해서 복수언어성을 이뤄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고 더 톺아봐야 할 지점 있는 거 같은데요. 이런 측면에서 스카이하이 씨는 이번 작업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세 가지 언어가 섞인 곡을 자연스럽게 완성해 낸 게 가장 높이 평가할 만한 지점이라 생각합니다. 저희는 이걸 특별한 포인트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평소에도 창모가 쓴 가사의 일본어 번역을 인터넷에서 찾아보는 편이었고, 저희가 쓴 곡들을 각자의 현지 언어로 번역해서 봐주시는 팬분들도 계시니까요. 저희가 평소에 접하는 수준의 언어 감각을 계산적이지 않게 보다 자연스럽게 녹여냈다는 점을 근사하게 여겨요. 그리고 이는 앞으로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닌, 평범하게 느껴질 일이라고 생각해요."

-아울러 최근 일본에선 K팝 시스템을 적극 도입해 아이돌을 키우고 성과도 내고 있는데 직접 제작하신 현지 인기 아이돌 그룹 '비퍼스트'는 약간 다른 구조 같아요. 이 그룹의 차별점을 위해 가장 고민한 지점은 무엇인가요?

"'아티스트(아이돌)의 인간적 성장 및 행복'에 집중했습니다. K-팝에도 J-팝에도 시스템은 존재하지만, 성공을 위해 그 시스템을 그대로 따르는 것이 반드시 아티스트나 아이돌을 위하는 길인지 생각해 본다면 이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육성을 비롯해, 평소 나누는 커뮤니케이션, 심지어 프로모션 방침 모두 아티스트들이 가능한 한 불안에서 멀어지게 만들어 행복 속에서 성장의 계기를 만들어 주는 것. 오직 그것만을 생각하고 있어요. 그렇게 함으로써 아티스트나 아이돌이 취해야 할 방향도, 제공해야 할 교훈도, 선보여야 할 퍼포먼스도 달라지기 때문에 보다 소통적인(dialogical) 접근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다소 정체된 일본의 음악 신에서 BMSG가 시작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혁신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전 한일 양국이 음악 교류로 전환점을 맞은 해라고 평가합니다. 일본에서 이미 입지를 굳힌 K팝 인기는 잇따른 닛산 스타디움 공연과 도쿄돔 공연으로 위상을 재확인했고 J팝은 잇따른 내한공연으로 팬덤을 불려가고 있지요. 뉴진스 하니가 팀의 도쿄돔 팬미팅에서 커버한 마쓰다 세이코의 '푸른 산호초' 한국 열풍도 의미 있는 신호였고, 한국 서바이벌 방송에서 일본어 노래가 흘러나온 것도 의미가 있었습니다. 이런 현상들을 어떻게 보고 계시고 한일 양국의 교류에 있어서 음악이 어떤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보시나요?

"세계의 시선에서 봤을 때, 일본과 한국은 거리상으로 매우 가깝습니다. 그래서 문화적으로 계속해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아 여기까지 온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의 연예 사업이 2000년쯤까지 성장해 온 과정이나, 오늘날 K-팝의 세계적 성공은 서로 관계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2010년대의 일본 음악 신은 과거의 성공 경험으로 인해 생겨버린 시스템과 그로 인한 글로벌 진출의 어려움에 고민했습니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생각해 보면, 다들 좋은 것을 만들고 싶고, 좋은 것을 듣고 싶고, 사랑하고 싶고 또 사랑받고 싶을 뿐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현재 일본 음악 신은 완전히 변화했습니다. 그리고 그 변화에 BMSG가 무관하지 않다는 것 또한 자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제 의지와 상관없이, 지금보다 더욱 개방적으로 변화할 것 같아요. 문화적인 교류도 앞으로 더 늘어나겠죠. 그렇게 됐을 때 저와 같은 업계의 선발대에 위치한 사람들이 고려해 봐야 할 점은 단기적인 이익이나 독점욕이 아닌, '아티스트나 아이돌에게 있어 가장 행복한 미래는 어떤 것일까'와 같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게 바로 BMSG가 매일 노력 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2년 후 지금쯤에는, 한국과 일본은 물론 아시아 전역의 아이돌 친구들과 국적에 관계없이 다 같이 어깨동무하며 웃으면서 건전한 경쟁 속 또 다른 멋진 무언가가 탄생할 거라고 확신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명확한 행동이 필요하고요."

-최근 아시안 팝의 연대가 화두인 거 같습니다. 여전히 영미권 음악이 강세인 가운데서 한일은 물론 동남아를 비롯 아시안팝이 부상하고 있고 각기 정체성도 강조하고 있는데요. 그런 가운데 손 잡고요. 이런 작업이 전 중요하다고 보는데 스카이하이 씨도 그런가요? 동의한다면 왜 그렇다고 보십니까?

"저도 정말 그렇게 생각해요. 다들 비즈니스적인 성공을 의식하고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서도, 애초에 음악이라는 건 커뮤니케이션 그 자체니까요. 그리고 이것이 인터넷의 힘을 빌려 매년 더 퍼지고 있죠. 옛날엔 혼자서 음악을 만드는 아티스트와 그 주변의 스태프들, 그리고 레코드를 사고 라이브 공연에 가는 리스너들끼리의 커뮤니케이션이었죠. 그런데 지금은 단 한 곡을 만드는데도 다양한 아티스트가 모여 공동 작업을 하는 게 흔한 일이잖아요. 그리고 다양한 가치관의 충돌과 의견 교환 속에서 탄생하는 새로운 작품이 또다시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로 퍼져나가죠. 지금 아시아에서는 새로운 만남과 발견. 그로 인한 혁신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는 상태예요. 원래 같은 지역, 같은 학교 출신이라는 걸 알면 갑자기 친밀감이 생기잖아요. 지금은 그게 국가와 지역으로 점점 범위가 확장되고 있는 단계입니다. 이렇게 넓은 세상에 단지 같은 아시아인이라는 커뮤니티 의식이 주는 용기는 결코 작지 않을 것이고, 인구나 경제 성장 면에서 봤을 때도 그것이 세계에서 큰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는 건 틀림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도 당신 만큼 전방위적으로 움직이는 인물은 드문 거 같아요. 특히 메인 스트림의 아이돌과 장르 음악을 오간다는 점에서요. 당신은 당신이 어떤 수식으로 정의되면 좋은가요? 궁극적으로 아티스트, 레이블 대표, 제작자로서 각각 꿈이 다를 거 같은데 어떤가요? 아니면 이 모든 것의 통합된 꿈이 있습니까?

"감사하게도 저는 다양한 일을 할수 있는 달란트를 갖고 있지만,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그렇다고 해서 살기 쉬운 것도 아니더군요. 한 분야에 전문성이 강하다면, 그만큼 쉽고 단순하게 하고자 하는 말을 세상에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전 좀처럼 인정을 얻지 못한 상태로 여기까지 와버렸지만, 포기하는 편이 더 나쁘다고 생각해서요. (웃음) 아이돌로 필사적으로 활동하면서도 언더그라운드를 포기할 수 없었어요. 저는 왼쪽 귀에 선천적 장애가 있지만, 체력도 정신력도 남달랐던 덕분에 지금의 위치를 만들어낼 수 있었고, 모든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지점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도 몇 번이나 있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저 자신과 잘 성장할 수 있게 도와주신 부모님, 그리고 힙합이라는 음악에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어요. 앞으로는 작품을 통해서도 '사장, 아티스트, 또 프로듀서로서 모든 걸 해온 점'이나 '연예계의 어두운 이면에 휩쓸리지 않은 점'과 같이 제가 아니면 아무도 부를 수 없을 법한 노래를 만들고 싶어요. 젊은 재능에도 과장하지 않고 목숨을 걸 생각으로 이 모든 것들을 마주하고 있는 제 모습은 제가 봐도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꿈이든 사랑받아 마땅하다', '꿈에 나이는 상관없다' 라는 걸 체감했기 때문에 이 메시지를 세상에 전달하는 게 제 꿈이기도 합니다. 젊은 시절 인정받지 못했던 시간을 30대 후반에 이르러서야 모든 것을 보상받아, 잃었던 청춘을 지금 최고의 형태로 만끽하고 있는데요. '무언가 되고 싶다', '자신을 좋아하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자랑스레 여기고 싶다'와 같은 모든 생각을 구원하는 데까지 저의 투쟁은 계속됩니다. 그리고 그것이 사명이자 기쁨입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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