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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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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올해 대중음악계는 양적·질적 성장 과정에서 극심한 성장통을 겪었다.

특히 K팝 최대 기획사 하이브(HYBE)와 그룹 '뉴진스'를 제작한 자회사 어도어(ADOR) 민희진 전 대표의 갈등은 K팝 산업 지형도를 바꿨고, 여전히 변화시키는 중이다.

양 측은 사태 발생 8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당분간은 K팝계 가장 큰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이브·민 전 대표 사태를 포함 올해 가요계는 백절불요(百折不撓)로 요약 가능하다. 백 번 꺾여도 구부려지지 않는다는 이 뜻은, 어떠한 난관에도 결코 굽히지 않는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하이브·민 전 대표는 부러질지언정 꺾여도 무관하다는 태도로 상대를 대하고 있다.

올해 최고 K팝 걸그룹인 '에스파'의 이력 역시 백절불요다. 2020년 데뷔한 이 그룹은 소속사 등 외적인 요인으로 부침을 겪다가 올해 마침내 명싱살부 K팝 톱그룹이 됐다. 'K팝에서 무슨 밴드냐'라고 물음을 달고 다닌 '데이식스'도 여러 편견으로 인한 백절불요 끝에 K팝 거물이 됐다.

◆하이브 vs 민희진 갈등…K팝 지형도 바꿔

하이브와 민 전 대표가 빚어낸 사태는 지난 4월 하이브가 내부감사를 통해 민 전 대표가 어도어의 경영권 탈취 시도를 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같은 달 민 전 대표가 기자회견을 열고, 각종 의혹을 반박한 뒤 양 측은 평행선을 달려왔다.

특히 기존 클리셰를 깬 민 전 대표의 기자회견은 각종 밈(meme)을 탄생시키며 2008년 1월 '나훈아 벨트 기자회견'을 넘어서는 폭발력을 보여줬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는 승승장구해온 K팝의 성장통을 수면 위로 꺼냈다. K팝이 해외 대형 음반사와 경쟁할 수 있는 불가피한 시스템으로 여겨진 멀티 레이블의 허점이 드러난 것이다. 멀티 레이블은 한 지붕 아래 여러 가족이 함께 사는 형식이다. 이 시스템은 다량의 실시간 콘텐츠로 사업 다각화 시도가 가능하다. 하지만 모회사와 레이블 혹은 레이블 간 불화가 생길 수 있다. 대표적 보기가 이번 '하이브·민희진 사태'다.

이와 함께 민 대표가 제기한 '음반 밀어내기', '포토카드 끼워 팔기' 등 K팝 업계가 음반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해온 관행도 문제로 지적됐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의 갈등은 민 전 대표가 하이브를 퇴사하면서 장외 형태로 2차전에 돌입했다.

민 전 대표를 지지해온 뉴진스가 어도어와 계약해지를 선언한 뒤 독자 활동에 나서면서, 탬퍼링 의혹도 불거졌다. 탬퍼링은 다른 회사와 전속 계약 중인 아티스트에 대해 사전 접촉한 것을 가리킨다. 뉴진스 멤버들은 민 전 대표와 일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뉴진스와 전속계약 기간이 2029년 7월까지라는 입장이라는 어도어는 멤버들을 상대로 전속계약유효확인의 소를 제기했다.


◆'슈퍼노바' 에스파, 4세대 톱 걸그룹 굳히기…SM 저력 확인

에스파는 올해의 걸그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슈퍼노바' '아마겟돈' '위플래시' 3연타 흥행에 성공하며 4세대 톱 걸그룹 자리를 굳혔다. 특히 '슈퍼노바'는 국내 최대 뮤직플랫폼 멜론 주간 차트에서 15주 연속 1위로 역대 최장기간 정상 신기록을 세웠다.

K팝 최대 시상식 '마마(MAMA) 어워즈'에서 '슈퍼노바'로 올해의 노래 포함 6관왕을 안는 등 각종 연말 시상식도 휩쓸었다. 특히 하이브·민 전 대표 간 갈등의 불똥이 에스파에게로 번졌는데, 이 부분이 의도치 않게 이들의 성장 서사를 쓰는데 보탬이 됐다.

에스파표 사운드로도 각인됐다. 쇠일러문으로 불리는 K팝 걸그룹 판 '다크 히어로'의 전범인 에스파는 '철성(鐵聲)'에 기반한 퓨처리즘 사운드로 쇠맛을 풍긴다.

아울러 에스파의 활약상은 K팝 개척사로 통하는 SM엔터테인먼트의 저력이 만만치 않다는 걸 확인케 한 대목이다.

◆데이식스…좋은 노래는 언제든 통한다

데이식스는 JYP엔터테인먼트의 저력을 확인케 했다. K팝 대형 기획사 중 드물게 'K-팝 밴드' 거물을 보유하며 K-팝 장르의 다양성에 기여하고 있다.

데이식스는 무엇보다 역주행의 대표곡인 '예뻤어'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로 재조명되며 좋은 노래는 언제든지 통할 수 있다는 걸 증명했다. 올해 발표한 '녹아내려요'로 차트 정주행의 기쁨도 누렸다.

내년 데뷔 10주년을 맞는 데이식스와 팬덤 '마이데이'를 지배하는 정서는 청춘의 성장 서사다. 청춘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수 있는 음악과 추억을 새기며 K팝을 대표하는 팀 중 하나가 됐다.

◆밴드 포맷 신드롬…거물 인디 밴드도 존재감 각인

데이식스는 올해 밴드 포맷 열풍을 일으킨 주역이기도 하다. 데이식스 외에도 루시, 엔플라잉, 씨엔블루 등 다수의 K팝 밴드들이 인기를 끌었다.

아울러 올해 데뷔 10주년을 맞은 '잔나비', 명실상부 인기 밴드로 자리매김한 '실리카겔',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은 '페퍼톤스' 같은 거물 인디 밴드들이 존재감을 각인한 점도 눈에 띄는 지점이다. 이승윤처럼 솔로이면서도 밴드 팀을 지향하는 가수들도 주목 받았다.

다만 밴드 포맷 붐이 밴드의 근원지인 홍대 앞 생태계를 활성화시키는 데까지 나아가지 못한 대목은 아쉽다.

이와 함께 밴드계 돌연변이 같은 '큐더블유이알(QWER)' 같은 팀이 생겨 신을 다채롭게 만들기도 했다. 기획자인 운동 유튜버 김계란이 일본 인기 애니메이션 '최애의 아이'에서 콘셉트를 따온 유튜브 콘텐츠 '최애의 아이들'을 통해 결성됐다.

초반엔 서브 컬처 마니아 위주로만 호응을 얻는 게 아니냐는 예상이 나왔는데, 음원차트에서 호성적을 거두면서 대중성을 확보했다. 데뷔곡 '디스코드' 그리고 '고민중독' 외에 '가짜 아이돌', '내 이름 맑음' 등을 연속해서 흥행시켰다.


◆킹 누·오피셜히게단디즘·후이지 카제…J팝 붐

QWER의 올해 흥행은 국내 J팝 붐과 맞물린 측면도 있다. 저패니메이션(재팬+애니메이션) 삽입곡을 앞세운 일본 뮤지션들의 내한 러시가 이뤄지면서 J팝이 국내 인기 음악 장르 한 축을 형성하게 됐다.

올해 아도를 시작으로 킹누, 즛토마요, 아타라시이각코!, 리사, 오피셜히게단디즘, 요아소비 그리고 J팝 뮤지션으로는 처음으로 고척스카이돔에 입성한 후지이 카제(후지이 가제)까지 올해만 수십팀의 J팝 뮤지션이 내한했다. 국내 첫 대형 J팝 페스티벌인 '원더리벳'이 성황리에 열리기도 했다.

내년에도 나니와단시, 요네즈 겐시, 엘르가든, 유우리 등의 일본 인기 뮤지션들의 내한이 대거 예고돼 있어 J팝 열풍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그룹 '뉴진스' 도쿄돔 팬미팅 당시 멤버 하니가 선보인 일본 가수 마쓰다 세이코의 히트곡 '푸른 산호초(1980·青い珊瑚礁)' 커버 무대가 돌풍을 일으키는 등 J팝 옛 노래들도 새삼 조명됐다.

◆로제, '아파트' 열풍…솔로로서도 존재감 확인한 블랙핑크

올해 연말은 K팝 간판 걸그룹 '블랙핑크' 로제의 '아파트'가 가요계를 휩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의 술문화와 한국적 콩클리시에서 착안한 이 곡으로 로제는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100' 8위, 영국 오피셜 싱글 톱100 차트 2위 등을 차지하며 K팝 여성 가수 신기록을 모두 갈아치웠다.

아울러 로제의 '아파트'와 전혀 상관 없는 곡이지만, 동명이곡이라는 이름으로 윤수일의 '아파트'가 재조명되고 정치, 사회적으로 '아파트' 재건축 용어가 사용되는 등 문화적인 이슈를 넘어 각계각층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특히 이로 인해 K-팝에서 'K'를 떼야 글로벌에서 통할 수 있다는 기존 편견 혹은 오해를 일부 깼다.

아울러 로제의 활약으로 블랙핑크는 팀뿐 아니라 솔로로도 존재감을 확인시켜줄 수 있는 명실상부 K팝 스타라는 점을 확인하게 했다. 내년 초엔 제니, 리사가 잇따라 첫 솔로 앨범을 내놓을 예정으로 블랙핑크 솔로 열풍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올해는 가요계 거목들도 잇따라 세상을 떠났다. '트로트4대 천왕' 현철(1942~2024), '포크계 대부', 김민기(1951~2004), '그룹 사운드 개척자' 김홍탁(1944~2024) 등이 팬들과 작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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