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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외과 교수 사직 성명서

 

학창 시절부터 부모님과 선생님의 말씀에 순종하며 자신의 맡은 바 일을 묵묵히 실행하는 것을미덕으로 알고 지내던 우리 전공의들이 규율을 벗어나 제도에 맞서겠다고 파업에 나섰다.

 

아직은 학교와 병원에서 의과대학 교수를 스승으로 상사로 모시던 어린 전공의들이 부당한 정부의 정책을 함께 논의하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교정하고자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의과대학의 교수로서 이런 전공의가 대견하기도 하고 어린 전공의를 전면에 서게 하는게 아닌가 하는 부끄러움이 있으면서 한편으로 상처를 입지 않을까 우려가 되었다.

 

세상은 이들이 그동안 겪은 것보다는 더 삭막하고 날카롭기 때문이다. 우려하던 대로 가혹한 세상의 현실은 우리 전공의의 잘못된 정책을 바로 잡고자 하는 순수한 열정에 생채기를 내었다. 우리 중앙대학교 신경외과 교실을 창설 후 50년간 환자의 안녕을 우선 가치로 삼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오로지 환자만을 위하여 오랜 시간을 보내왔다.

 

실제 파업 중에도 전공의들은 환자에 대한 걱정에 이른 새벽에 병원에 들러 환자를 돌보고, 교수와 전임의들이 중환자실과 응급실 진료에 공백이 없게 한마음으로 한발자국 더 뛰어 진료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였다. 환자의 안녕과 건강이 단지 구호와 이념에 불과한 자들과는 달리 우리에게는 생활이고 그 환자와 가족들이 우리를 믿고 환자를 맡긴 그 시선을 외면할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파업중인 전공의들도 다르지 않아 파업 중에도 병원을 완전히 떠나지 못하고 곁을 맴돌며 자기들이 돌보던 환자들에 무슨 일이 생길까 전전긍긍하며 빠르게 파업이 종료되어 다시 환자 곁으로 돌아올 날을 고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부는 일방적인 정책의 집행만을 고집하며, 대화보다는 겁박으로 어린 전공의들을 위협하고 급기야 10명의 전공의들을 고발하였으며, 이중에 우리 교실의 4년차 전공의가 포함되었다.고발당한 신경외과 전공의의 경우, 신경외과 전공의의 업무 분담으로 교수의 수술을 보조하는 것이 주된 업무이며, 저년차 전공의의 병동 관리를 감독하고 관리하는 업무를 맡게 된다. 따라서, 중환자실의 환자 관리는 일차적으로는 저년차 전공의가 중환자실 관리를 담당 교수와 함께 진행하는 것이 정상적인 업무 분담이다.

 

문제가 된 26일과 27일에 신경외과 저년차 전공의의 도움으로 신경외과 교수가 정상적으로 중환자실 환자를 관리하고 있었으며, 해당 4년차 전공의는 25일새벽2시부터 시작된 뇌출혈 환자의 수술에 도움을 주기 위하여, 파업중 임에도 나와서 교수를 도와 수술을 진행을 정도로 헌신적으로 환자를 돌보아 왔다.

 

26일과 27일 오전에는 정규 수술이 예정되어 있지 않았으며, 중환자실 관리는 원칙적으로 저년차 전공의와 교수의 책임이다. 일반적으로 병동 환자 관리에 책임이 있는 의사는 주치의인 교수와 담당의인 전공의가 이름을 올리고 이들에게 진료의 법적, 도덕적 책임이 있다. 우리 교실의 4년차 전공의가 고발당한 날에도 이 주치의와 담당의는 환자를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있음에도 아무런 법적인 관리 책임이 없는 4년차 전공의에게 갑작스레 근무 명령을 내리고 이를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고발을 당하였다.

 

전공의가 고발당한 27일에도 정상적으로 중환자실 진료가 진행되고 있었으며 신경외과 교수가 당직을 서고있어 진료에 아무런 제약이 없이 진행되고 있었다. 전공의 근무시간 제한으로 파업 이전에도 많은 대학병원에서 전임의와 교수가 당직 근무를 합법적으로 진행하고 있었으나, 이런 합법적인 진료가 정부의 고발로 불법 진료가 되어버린 순간이다. 중환자실의 관리는 이전에도 4년차 전공의의 법적 책임이 있는 근무가 아니고, 교수의 당직 근무가 불법 행위가 아님에도 갑자기 4년차 전공의는 환자를 버리고 개인의 이득을 취하러 나간 파렴치한 의사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현실적으로도 25일 새벽 수술로 인하여 4년차 전공의는 체력적인 한계로 인하여 당직 근무를 설 수가 없음에도 현 시점에서 정부는 이러한 사실 관계보다는 우리 전공의가 환자를 내팽개치고 나가 개인의 이득을 취하기만 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게 그 목적일 것이다. 사실 관계와 실제 병원의 업무에 대한 파악을 하지 않은 채 우선 고발을 하고 오랜 기간이 지나서 법정에서 사실 관계가 밝혀질 때, 누가 우리 전공의를 기억해 주겠는가?

 

정부는 이번 정책을 통하여 지방의료의 취약성과 생명을 다루는 과의 의료진을 확보하려고 한다는 명분을 내새우면서도 실제적으로는 고된 업무에도 아무런 혜택없이 사명감으로 버티며 생명을 다루는 것을 사명으로 알고 있는 전공의들 중에 특별히 응급환자 진료를 보아야하는 과의 전공의들을 집중적으로 고발하여 그 책임만을 물으며 의과대학생들에게 생명이 중요하니 그런 과를선택하도록 유도하겠다는 사악하고도 이율배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한다. 의료인을 육성하는 의과대학은 국가의 보건 정책에 영향을 끼치

므로 교육의 계획을 세우는 것에 있어 그 중요성은 지대하다고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실제 의료계의 목소리를 배제한 채 정책 입안자들이 결정한 정책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젊은 의사들의 우려가 직업 이기주의로만 매도당하고, 정책의 불합리성에 대한 논의를받아들이지 않는 일방적인 행정절차만이 국민을 위하는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오랫동안 의료계의 발전을 위하여 몸담아 왔고 앞으로도 의료계에 몸담아야 하는 우리 교실의 교수들은 이에 대하여 많은 우려를 가지고 있다. 지금 이 일방적인 정책의 부작용이 나타날 10년, 20년 후에도 의료 정책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있을 현재 정책 입안자들이 얼마나 있을까?

 

그것은 오롯이 우리젊은 의사들의 짐이고 나아가서는 국민의 건강 추구를 해치는 요인이 될 것이다.

 

전공의를 법적으로 고발하는 과정에서 기본적인 사실 관계와 업무 분담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자기가 일방적으로 정한 기준으로 고발을 진행하는 정부가 얼마나 의료의 현실을 이해하고 정책을 진행하는지 의문이 든다. 현실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손가락이 가리키는 점에 시선을 돌리지못하고 손가락만을 탓하는 이들이 조금만 정책의 문제점에 관심을 기울여 우리 전공의들의 외침이 절대 부당하지 않음을 함께 공감하는 순간까지 우리 교실의 교수 일동은 우리 전공의들과 함께 노력하고 저항할 것임을 천명한다.

 

이에 우리 중앙대학교 신경외과 교실은 부당하고 일방적인 정부의 정책이 철회되고 원점에서 재논의 됨과 동시에 우리 전공의들에 대한 부당한 고발에 취소되는 순간까지 우리 전공의들과 함께할 것임을 분명히 하며 모든 교수가 전원 사직함으로써 우리의 의지를 천명하고자 한다.

 

2020년 8월 31일

중앙대학교 신경외과 교수 일동

주임교수 박O원

교수 권O택

교수 박O숙

부교수 남O균

조교수 최O호

조교수 고O진

임상교수 위O현

임상교수 장O민

임상교수 이O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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