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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inNess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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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예슬 기자 = "00동 신축 빌라 예쁘게 잘 나왔습니다. 시스템 에어컨을 포함한 빌트인 가전 완비돼 있습니다. 전세 및 매매 모두 가능한 매물이 있으니 아래 전화번호로 연락 주세요."
빌라 전세를 구하기 위해 포털사이트를 검색해 본 소비자들이라면 블로그 등에서 한 번쯤 봤을 법한 문구다. 이들은 소비자들에게 집을 보여주고 실제 계약까지 담당하곤 하는데, 중개업 자격이 없는 부동산 컨설팅 업체의 직원인 경우가 상당수다.
13일 경찰 등에 따르면 빌라 수백 채를 소유하고 세입자들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소위 '빌라왕'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부동산 컨설팅업체 대표 신모씨가 구속됐다. 최근의 깡통전세 사기 행각을 보면 신모씨의 경우처럼 부동산 컨설팅 업체가 판을 짜놓은 사례가 많다. 컨설팅업체와 중개와 어떻게 다른지 일반 소비자들은 알기 어려워 피해가 양산되고 있다.
현행법상 부동산을 중개하려면 공인중개사 자격을 취득해야 한다. 이에 일반적으로 부동산 거래를 할 때 공인중개사무소를 찾아가 공인중개사나 중개사가 고용한 보조원을 통해 업무를 진행한다. 이와는 구분되는 개념이 '부동산 컨설팅'이다. 부동산 이용, 개발이나 활용방안에 관한 상담, 자문 등을 하는 일이다.
둘의 차이가 명확해 보이지만 부동산 컨설팅업체가 거래에도 관여하면서 실제 현장에서는 두 개념이 혼용되는 경우가 많다. 컨설팅 업체가 무자격으로 중개업을 하는 데 더해 공인중개사법이 정하는 보수 한도의 적용 대상이 되지 않기 때문에 거액의 수수료를 받는 경우가 있다는 점도 문제다.
최근 보증금 사고가 잦은 서울 강서구와 은평구, 인천 등지에서는 건축주가 컨설팅 업체와 짜고 전셋값을 부풀린 뒤 세입자의 보증금으로 신축빌라 분양대금을 치르는 등의 '무자본 갭투자'가 횡행한다고 현장 공인중개사들은 말한다.
서울 강남구 일대에서 중개업을 영위하는 A중개사는 "빌라를 중개할 때 통상 100만~200만원의 보수료를 받는데 무려 1000만원을 주겠다며 접근하는 이들이 바로 컨설팅 업체 직원"이라며 "강서구 등 빌라가 많은 지역에서는 이 같은 수법이 예전부터 횡행했다는데, 이제 서울 중심부와 인천 등 수도권으로 퍼져 나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의 수법을 예로 들면 이렇다. 한 세대당 건축주의 마진이 2억원이라면 컨설팅 업체가 끼어들어서 분양대금을 3억원으로 올린다. 그리고는 전세입자에게 보증금을 2억7000만원을 받는다. 남는 7000만원을 건축주와 컨설팅업체가 나눠갖고, 중개사가 비싼 가격에 세입자를 구해줬다면 일정 부분 떼어주는 방식이다.
A 중개사는 "분양계약서라고 해 봐야 공적 문서도 아니고 세금 문제만 아니라면 금액을 얼마든 높게 해도 상관이 없다"며 "전세금이 집값보다 낮으면 안심하는 세입자들의 심리를 이용해 계약서상 금액을 가지고 전세금을 부풀리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처럼 부동산 컨설팅 업체의 농간이 판치는 이유는 흔히 빌라나 다세대로 불리는 30가구 미만 공동주택이 공인중개사 없이도 분양 거래가 가능하다는 허점이 있기 때문이다. 임대 거래는 합법이 아닌데도 현장에서는 심심찮게 이뤄지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한다.
이종혁 한공인중개사협회장은 "부동산 거래가 100건이라면 그 중 중개사를 통한 거래는 50~60%에 불과하고, 나머지 약 40% 중 대다수가 컨설팅 업체에 의해 거래된다"며 "분양한다는 명목하에 홍보를 하고 소비자들이 찾아가면 전세를 권유하기도 한다. 30호 미만 빌라에 대해 일정한 자격을 갖춘 공인중개사들이 분양 또는 임대 거래를 할 수 있도록 법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소중한 보증금을 지키려면 신축 빌라를 거래할 때 매물 인근의 공인중개사무소 여러 곳을 방문해 매물 가격이 시세와 비슷한지, 사고의 위험성은 없는지 확인하는 절차도 필요하다.
이 회장은 "컨설팅 업체로부터 정보를 받았더라도 그들과 직접 전세계약을 하지 말고 인근 개업공인중개사를 찾아가 문제가 없는지 파악해야 한다"며 "지금은 중개사들이 보기에 문제가 있는 매물이라도 계약을 하지 못하게 할 권한이 없다. 이 때문에 중개사들이 지도·단속 권한을 갖도록 협회를 법정단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ashley85@newsis.com
빌라 전세를 구하기 위해 포털사이트를 검색해 본 소비자들이라면 블로그 등에서 한 번쯤 봤을 법한 문구다. 이들은 소비자들에게 집을 보여주고 실제 계약까지 담당하곤 하는데, 중개업 자격이 없는 부동산 컨설팅 업체의 직원인 경우가 상당수다.
13일 경찰 등에 따르면 빌라 수백 채를 소유하고 세입자들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소위 '빌라왕'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부동산 컨설팅업체 대표 신모씨가 구속됐다. 최근의 깡통전세 사기 행각을 보면 신모씨의 경우처럼 부동산 컨설팅 업체가 판을 짜놓은 사례가 많다. 컨설팅업체와 중개와 어떻게 다른지 일반 소비자들은 알기 어려워 피해가 양산되고 있다.
현행법상 부동산을 중개하려면 공인중개사 자격을 취득해야 한다. 이에 일반적으로 부동산 거래를 할 때 공인중개사무소를 찾아가 공인중개사나 중개사가 고용한 보조원을 통해 업무를 진행한다. 이와는 구분되는 개념이 '부동산 컨설팅'이다. 부동산 이용, 개발이나 활용방안에 관한 상담, 자문 등을 하는 일이다.
둘의 차이가 명확해 보이지만 부동산 컨설팅업체가 거래에도 관여하면서 실제 현장에서는 두 개념이 혼용되는 경우가 많다. 컨설팅 업체가 무자격으로 중개업을 하는 데 더해 공인중개사법이 정하는 보수 한도의 적용 대상이 되지 않기 때문에 거액의 수수료를 받는 경우가 있다는 점도 문제다.
최근 보증금 사고가 잦은 서울 강서구와 은평구, 인천 등지에서는 건축주가 컨설팅 업체와 짜고 전셋값을 부풀린 뒤 세입자의 보증금으로 신축빌라 분양대금을 치르는 등의 '무자본 갭투자'가 횡행한다고 현장 공인중개사들은 말한다.
서울 강남구 일대에서 중개업을 영위하는 A중개사는 "빌라를 중개할 때 통상 100만~200만원의 보수료를 받는데 무려 1000만원을 주겠다며 접근하는 이들이 바로 컨설팅 업체 직원"이라며 "강서구 등 빌라가 많은 지역에서는 이 같은 수법이 예전부터 횡행했다는데, 이제 서울 중심부와 인천 등 수도권으로 퍼져 나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의 수법을 예로 들면 이렇다. 한 세대당 건축주의 마진이 2억원이라면 컨설팅 업체가 끼어들어서 분양대금을 3억원으로 올린다. 그리고는 전세입자에게 보증금을 2억7000만원을 받는다. 남는 7000만원을 건축주와 컨설팅업체가 나눠갖고, 중개사가 비싼 가격에 세입자를 구해줬다면 일정 부분 떼어주는 방식이다.
A 중개사는 "분양계약서라고 해 봐야 공적 문서도 아니고 세금 문제만 아니라면 금액을 얼마든 높게 해도 상관이 없다"며 "전세금이 집값보다 낮으면 안심하는 세입자들의 심리를 이용해 계약서상 금액을 가지고 전세금을 부풀리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처럼 부동산 컨설팅 업체의 농간이 판치는 이유는 흔히 빌라나 다세대로 불리는 30가구 미만 공동주택이 공인중개사 없이도 분양 거래가 가능하다는 허점이 있기 때문이다. 임대 거래는 합법이 아닌데도 현장에서는 심심찮게 이뤄지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한다.
이종혁 한공인중개사협회장은 "부동산 거래가 100건이라면 그 중 중개사를 통한 거래는 50~60%에 불과하고, 나머지 약 40% 중 대다수가 컨설팅 업체에 의해 거래된다"며 "분양한다는 명목하에 홍보를 하고 소비자들이 찾아가면 전세를 권유하기도 한다. 30호 미만 빌라에 대해 일정한 자격을 갖춘 공인중개사들이 분양 또는 임대 거래를 할 수 있도록 법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소중한 보증금을 지키려면 신축 빌라를 거래할 때 매물 인근의 공인중개사무소 여러 곳을 방문해 매물 가격이 시세와 비슷한지, 사고의 위험성은 없는지 확인하는 절차도 필요하다.
이 회장은 "컨설팅 업체로부터 정보를 받았더라도 그들과 직접 전세계약을 하지 말고 인근 개업공인중개사를 찾아가 문제가 없는지 파악해야 한다"며 "지금은 중개사들이 보기에 문제가 있는 매물이라도 계약을 하지 못하게 할 권한이 없다. 이 때문에 중개사들이 지도·단속 권한을 갖도록 협회를 법정단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ashley8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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