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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inNess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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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고가혜 기자 = 역전세난, 전세사기 등의 이유로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임차인들이 늘어나면서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건수가 사상 처음으로 3000건을 돌파했다.
14일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전날 기준 3월 전국 집합건물에 대한 임차권설정등기(임차권등기명령) 신청 건수는 3413건을 기록했다. 이는 '임차권등기명령'을 원인으로 한 임차권설정등기가 신청된 부동산 수를 의미한다.
그동안 임차권설정등기 신청 건수는 2019년 4월 1009건을 마지막으로 월별 1000건을 넘기지 않았으나 지난해 8월 1043건으로 1000건을 돌파한 뒤 계속 증가해 올해 1월(2081건) 2000건을 넘겼고, 그로부터 두 달 만인 지난달 사상 처음으로 3000건을 넘긴 것이다.
지역별 3월 신청건수를 따져보면 서울에서만 1075건의 임차권등기명령 신청이 나왔고, 경기도(1004건), 인천(719건), 부산(196건) 등이 뒤를 이었다. 서울 내에서는 강서구가 256건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고, 구로구(84건), 금천구(82건), 관악구(79건) 등이 뒤따랐다.
임차권등기명령은 임대계약이 종료된 후에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이 이사한 후에도 대항력을 유지해 전세금을 돌려받기 위해 하는 조치다. 임대보증금을 반환받을 권리를 제3자에게도 주장할 수 있는 권한을 대항력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건수가 늘어난다는 것은 임차인들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례가 얼마나 발생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생전에 빌라 수백 채를 소유했지만, 세금조차 내지 못한 채 사망해 수많은 임차인들이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빌라왕'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임차권설정등기 증가 추이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에서 전세사기 근절을 위해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전국 곳곳에서 여전히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고, 부동산 경기 침체로 전셋값 하락이 계속되면서 역전세난도 여전한 상태기 때문이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최근 전세 하락폭이 둔화되고 있지만 아직 전세가격 반등을 기대하기는 이르다"며 "급매물 거래가 상당수인 데다, 대출이자 부담으로 월세(보증부월세 포함) 수요도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전세값 약세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여기에 지난달 임차인 보호를 위해 임차권설정등기 절차를 단축시키는 법 개정안도 통과됨에 따라 앞으로 신청 건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법무부 등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주택임대차보호법(주택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는 그동안 임대인이 사망한 후 상속관계가 정리되지 않거나, 임대인의 주소불명 또는 송달회피 등의 문제가 있는 경우 임차권등기가 신속히 이뤄지기 어려워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한 임차인들의 피해가 가중돼 온 데 따른 것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임차인들은 임대인에게 임차권등기명령 결정이 고지 및 송달되기 전에도 임차권등기를 집행할 수 있게 된다. 개정법 시행 전에 임차권등기명령이 있었어도 개정법 시행 당시 임대인에게 송달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이를 적용받을 수 있다.
다만 해당 규정은 '임차권등기명령 절차에 관한 규칙' 정비 등을 위한 기간이 필요해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gahye_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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