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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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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고홍주 기자 =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이 외국인력의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통한 돌봄인력 활용 방안을 내놓은 한국은행(한은) 보고서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양질의 일자리가 아니기 때문에 발생하는 공급 부족을 외국인력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참여연대와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돌봄서비스 외국인력 도입의 쟁점과 과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는 한은이 지난 5일 발간한 '돌봄서비스 인력난 및 비용 부담 완화 방안' 보고서와 관련한 전문가 논의를 하기 위해 열렸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돌봄서비스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외국인력을 개별 가구에서 직접 고용하고 최저임금을 차등적용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노동계는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발제를 맡은 남우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실제로 돌봄 현장에서는 사람 구하기 힘들다는 얘기가 많이 들려오기는 하지만, 이게 절대적인 수가 부족한 것인지 수급 불균형 문제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남 소장은 "돌봄노동자 대부분이 가정 방문 1대 1 서비스를 하는데, 이용자가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서 오지 말라고 하고 사람 교체를 요구하면 고용이 바로 끊기는 등 고용 구조 자체가 불안한 구조"라며 "최저임금을 받는데도 제공하는 서비스 외에 다른 것들도 해 달라고 하니 지속 가능한 직업으로 작동하기가 어려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H2와 F4 비자(재외동포 비자)를 가진 이주노동자들은 사실 지금도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딸 수 있고 아이돌보미 등 돌봄 직종에서 일할 수 있는데 전체 1%도 안 되는 인원이 들어와있다"며 "이주노동자들도 돌봄 노동이 돈이 안 된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이주노동자도 안 들어오고 있는 상황인데 최저임금을 차등적용해서 더 낮은 임금을 준다는 건 다분히 순진한 접근"이라고 말했다.
또 "(돌봄서비스가) 국가의 책임이기는 하지만, 아주 싸게 중장년 여성 노동을 활용해서 적당히 돌봄 노동을 때우자는 사회의 암묵적인 카르텔 구조가 있기 때문에 외국인력 도입 등 몇 가지 처방으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번 토론을 계기로 돌봄에 대한 사회적 관점과 철학을 재정립해가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조혁진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도 "특정 분야의 인력이 부족하다면 왜 부족한지 우리 사회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데, 한국은행 보고서는 물론이고 (외국인력 도입을 주장한) 오세훈 서울시장이나 조정훈 의원 등은 인력이 왜 부족한지에 대한 이야기를 거의 하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조 연구위원 역시 일자리 질의 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내가 어떤 일을 한다고 했을 때 그 일이 남 부끄럽지 않고 인정받은 일자리인지, 또 계약 형태가 어떤지가 일자리 질 판별 요인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며 "현재 돌봄노동자의 계약형태, 임금 수준, 노동과정의 통제권 등을 보면 괜찮은 일자리가 되질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돌봄영역의 일자리 질 개선을 하지 않으면 내국인은 물론이고 외국인도 와서 일하기 어렵다"며 "마치 외국인 가사근로자를 도입하면 저출생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얘기하는데, 그게 가능하다면 슈퍼맨이고 원더우먼이다. 그렇게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러 오는 외국인이라면 임금을 더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아울러 "외국인력 도입의 선행 사례로 자주 언급되는 홍콩, 싱가포르, 타이완은 공적 돌봄 체계가 없는 국가인데 그 사례를 가져와서 한국에서도 그렇게 하자고 말하는 건 공적 돌봄을 포기하자는 주장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필리핀 출신인 이자스민 녹색정의당 의원도 "한은 주장은 이주노동자, 여성 노동자에게는 평균 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최저임금마저도 주지 말자는 주장이며 명백한 차별과 혐오를 넘어 생계를 위협하는 아주 폭력적인 주장"이라며 "이주노동자는 필요할 때 뽑아쓰는 휴지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고용노동부와 보건복지부 관계자도 참석했다.
토론을 지켜본 고용부 관계자는 "일자리 질을 높이는 문제들이 단기간에 가능한 것인지, 또 일자리 특성으로 인한 사각지대가 있는 게 아닌가 함께 고려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저희도 전면적이고 본격적인 도입보다는 시범사업을 통해 가능성을 보겠다는 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당연히 최저임금은 적용하고, 현장 수요나 제대로 작동하는 방식 등을 면밀히 살피고 보완해나가려고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도 "현재 저희 입장에서는 외국인력 도입은 기본적으로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인증 평가 제도와 근무 여건 개선 등 서비스 질적 제고에 대해 방점을 두고 있다. 외국인력 사용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구체적인 논의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한편 양대노총은 이날 이정식 고용부 장관을 향해 사퇴하라며 비판 성명을 냈다.
앞서 이 장관은 지난 27일 기자들과 간담회에서 한은 보고서 등을 언급하며 "한은 공식 입장이 아닌 한 연구자의 발언이고 한은 총재도 그렇게 얘기했다"면서도 "한은의 연구와 총재의 발언 취지 등이 사회적으로 중요한 목소리라는 건 존중해줘야 한다"고 했다.
이어 업종별 차등적용 논의와 관련해서는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수용성 높은 결론을 낼 것"이라고 했다.
이에 양대노총은 "아무리 제도 의식 관행이 시대에 따라 변한다고 해도 최저임금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돌봄 노동자의 인건비를 삭감하고, 최저임금을 차등적용 하자는 보고서를 옹호하는 장관은 임금을 비용으로만 바라보는 시장 논리 신봉자이며 자본의 앞잡이를 자처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노·사·공이 모여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에 정부가 모종의 가이드라인을 던지며 노골적으로 개입하는 것"이라며 "자본의 시장 논리에만 매몰돼 최소한의 사회 안전망인 최저임금 제도를 훼손하려는 자격미달의 이 장관의 즉각 사퇴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adelant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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