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
- CoinNess
- 20.11.02
- 19
- 0
[서울=뉴시스]이연희 기자 = "언젠가 한 번은 해야 했을 일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이런 정책들이 늘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인 게 아쉽죠. "
한 중견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근 금융 당국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옥석 가리기' 정책에 대해 이렇게 총평했다.
PF 옥석 가리기 정책은 사업장 5000여 개의 사업성을 평가해 부실 사업장을 과감히 정리하고 우량사업장은 자금 조달을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평가를 통해 PF 사업장 중 부실 우려가 있다고 판정된 5~10% 규모의 사업장은 구조조정으로 부도·폐업을 맞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번 대책은 부동산 PF 위기를 진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태영건설의 기업구조 개선작업(워크아웃)으로 촉발됐던 '4월 위기설'은 5월, 6월로 달만 바뀌며 건설업계 'n월 위기설'이 이어져 왔다. PF 부실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 자금 유동성이 떨어지는 건설사들이 줄도산하고 금융기관도 휘청일 것이라는 내용이다.
이에 정부는 "4월 위기설은 낭설"이라면서도 올해 들어 두 달에 한 번꼴로 PF 위기를 진화하고 건설경기를 진작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았다. 지난 1월에는 주택공급 확대와 건설경기 부양을 위한 1·10 대책을 발표했고 3월에는 건설사 토지매입으로 유동성을 공급하고 기업구조조정(CR) 리츠를 통해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는 골자의 건설경기 회복 지원방안을 제시했다.
다음 달부터 본격적으로 230조원 규모의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가 시작되면 미분양이 많은 지방 사업장을 다수 보유했거나 유동성이 적은 중소규모 건설사들의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공통적으로 나온다.
반대로 대형·중견 건설사들은 한숨 돌렸다는 분위기지만 여전히 회의적인 반응도 상당하다. 금리 인하, 취득세·양도세 완화 등 추가적인 세제혜택과 같은 실제 부동산 수요를 끌어올릴 만한 요인은 적기 때문이다.
실제 부동산 경기가 빠르게 되살아날지도 미지수다. 국내 상황과는 별도로 국제 정세가 여전히 불안해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에 이어 이스라엘-이란 분쟁까지 번지며 원자잿값과 공사비에 영향을 미치고 있고, 미국의 금리인하 시기도 당초 거론되던 6월에서 9월로 연기되거나 늦으면 내년까지 미뤄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가 좋았을 때 PF 대출 신청은 건설사들이 했지만, 승인은 금융기관이 했고 아무 가이드라인이 없지 않았느냐"며 "부동산 시장이 침체한 것은 건설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정세, 금리 등 시기의 요인도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업계에서는 PF 대출 기준이 다른 사업장까지 강화되거나 사업성 사망선고를 받는 매물 속출, 그 여파로 하청업체 및 노동자들의 실업이 양산돼 부동산 시장이 더욱 경색될 수 있다는 '도미노 현상'도 우려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란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대목이다.
정책의 성적표는 이르면 다음 달부터, 늦어도 연내에는 도출될 것으로 보인다. 정책 취지대로 부실사업장이 정리돼 PF에 대한 불확실성이 완화되고 시장이 회복된다면 다행스러운 일이다.
다만 이미 위기가 심화한 뒤에야 분절적으로 '땜질'하듯 내놓는 정책은 수정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국내외 불확실성이 크고 복잡한 시기에는 다양한 시나리오에 맞춰 대비했다가 적기에 처방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지금이라도 '부동산 경기 침체'라는 긴 터널을 무사히 통과할 수 있도록 긴 안목의 부동산 시장 회복 청사진을 기대해 본다.
◎공감언론 뉴시스 dyhlee@newsis.com
한 중견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근 금융 당국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옥석 가리기' 정책에 대해 이렇게 총평했다.
PF 옥석 가리기 정책은 사업장 5000여 개의 사업성을 평가해 부실 사업장을 과감히 정리하고 우량사업장은 자금 조달을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평가를 통해 PF 사업장 중 부실 우려가 있다고 판정된 5~10% 규모의 사업장은 구조조정으로 부도·폐업을 맞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번 대책은 부동산 PF 위기를 진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태영건설의 기업구조 개선작업(워크아웃)으로 촉발됐던 '4월 위기설'은 5월, 6월로 달만 바뀌며 건설업계 'n월 위기설'이 이어져 왔다. PF 부실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 자금 유동성이 떨어지는 건설사들이 줄도산하고 금융기관도 휘청일 것이라는 내용이다.
이에 정부는 "4월 위기설은 낭설"이라면서도 올해 들어 두 달에 한 번꼴로 PF 위기를 진화하고 건설경기를 진작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았다. 지난 1월에는 주택공급 확대와 건설경기 부양을 위한 1·10 대책을 발표했고 3월에는 건설사 토지매입으로 유동성을 공급하고 기업구조조정(CR) 리츠를 통해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는 골자의 건설경기 회복 지원방안을 제시했다.
다음 달부터 본격적으로 230조원 규모의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가 시작되면 미분양이 많은 지방 사업장을 다수 보유했거나 유동성이 적은 중소규모 건설사들의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공통적으로 나온다.
반대로 대형·중견 건설사들은 한숨 돌렸다는 분위기지만 여전히 회의적인 반응도 상당하다. 금리 인하, 취득세·양도세 완화 등 추가적인 세제혜택과 같은 실제 부동산 수요를 끌어올릴 만한 요인은 적기 때문이다.
실제 부동산 경기가 빠르게 되살아날지도 미지수다. 국내 상황과는 별도로 국제 정세가 여전히 불안해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에 이어 이스라엘-이란 분쟁까지 번지며 원자잿값과 공사비에 영향을 미치고 있고, 미국의 금리인하 시기도 당초 거론되던 6월에서 9월로 연기되거나 늦으면 내년까지 미뤄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가 좋았을 때 PF 대출 신청은 건설사들이 했지만, 승인은 금융기관이 했고 아무 가이드라인이 없지 않았느냐"며 "부동산 시장이 침체한 것은 건설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정세, 금리 등 시기의 요인도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업계에서는 PF 대출 기준이 다른 사업장까지 강화되거나 사업성 사망선고를 받는 매물 속출, 그 여파로 하청업체 및 노동자들의 실업이 양산돼 부동산 시장이 더욱 경색될 수 있다는 '도미노 현상'도 우려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란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대목이다.
정책의 성적표는 이르면 다음 달부터, 늦어도 연내에는 도출될 것으로 보인다. 정책 취지대로 부실사업장이 정리돼 PF에 대한 불확실성이 완화되고 시장이 회복된다면 다행스러운 일이다.
다만 이미 위기가 심화한 뒤에야 분절적으로 '땜질'하듯 내놓는 정책은 수정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국내외 불확실성이 크고 복잡한 시기에는 다양한 시나리오에 맞춰 대비했다가 적기에 처방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지금이라도 '부동산 경기 침체'라는 긴 터널을 무사히 통과할 수 있도록 긴 안목의 부동산 시장 회복 청사진을 기대해 본다.
◎공감언론 뉴시스 dyhlee@newsis.com
댓글 0
추천+댓글 한마디가 작성자에게 힘이 됩니다.
권한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