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찾은 트럼프 "관세 부과하는 대신 소득세 폐지"(종합)

[워싱턴=뉴시스] 이윤희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각) 공화당 하원의원들을 만나 소득세를 폐지하고 수입품 관세 부과로 대체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모든 수입품에 1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실제 이를 현실화할 방안까지 제시한 모양새다.

미 CNBC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날 오전 미 워싱턴DC 캐피톨 힐 클럽에서 공화당 하원의원들과 만나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정책을 통해 미국이 소득세를 없앨 수 있을 것이라는 구상을 내놨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인들의 소득세를 폐지해 물가 인상에 대응하고, 부족한 세수는 수입품 관세 인상을 통해 충당할 수 있다는 구상으로 보인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집권에 성공하면 모든 수입품에 일률적으로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경제 참모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지난해 12월 뉴욕타임스(NYT)에 10% 관세 부과는 기존 관세에 추가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수입품에 보편적 관세를 부과할 경우 통상환경이 악화되고 타국의 보복관세를 불러, 결과적으로 미국 소비자들에게는 더 큰 비용이 발생할 것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러한 비판을 의식해 소득세 폐지 방안을 꺼내든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캠프는 CNBC의 논평 요청에 구체적 언급은 피하며 "많은 논의가 있었고 모두 긍정적이었다"고 답했다.

트럼프 캠프는 마켓워치 질문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단순히 대화 과정에서 떠올린 아이디어이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과거에도 타국에 대한 관세를 높이면 미국인들의 세금이 낮아질 수 있다고 여러차례 얘기했다고 의미를 축소했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일률적 관세 도입을 위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일각에선 관세 부과를 소득세 폐지로 보완하는 것은 고소득층에게만 혜택을 주는 것이라는 비판이 곧장 터져나왔다.

데이비드 카민 뉴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회관계망서비스 X에 "소득세를 관세로 광범위하게 대체하는 것은 저소득층과 중산층 미국인들에게 큰 타격을 주고 고소득층에게는 보상을 주는 확실한 방법"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 의원들 앞에서 관세 정책을 외교정책의 지렛대로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고 한다.

의회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탐 콜(오클라호마) 하원의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관세 문제에 대해 매우 길게 얘기했다며 "그는 관세에 대한 신봉자이며, 공화당원들의 생각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다른 나라들이 미국을 이용하고 있고, 우리는 (이에 맞설) 도구가 있다"고 말했다고 콜 의원은 전했다.

CNBC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악의적 행위자와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관세 정책을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의회를 찾은 것은 2021년 1월6일 강성 지지자들의 의회 폭동 사태 이후 처음이다.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 수백명은 2020년 대선 패배에 불복, 조 바이든 대통령 의회 인준을 방해하기 위해 의회에 난입했다. 이 과정에서 인명피해도 발생했는데 트럼프 전 대통령은 사실상 난입을 종용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쫓기듯 백악관을 떠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연스레 의회를 찾을 일도 없었다.

하지만 올해 대선 공화당 후보 자리를 따내면서 의회에도 금의환향한 모양새다.

공화당 의원들은 생일축하 노래에 선물, 케이크까지 준비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을 환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4일 78번째 생일을 맞는다.

하원의원들이 생일축하 노래를 부른 뒤 로저 윌리엄스(텍사스) 하원의원이 대표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생일선물을 전달했다. 의회 야구경기에 사용된 방망이와 야구공이었다. 공화당은 전날 민주당과의 의회 야구경기에서 31대 11로 대승을 거뒀다.

이후 회의에서는 오는 11월 선거와 관련한 여론조사, 경합주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으며 임신중절(낙태)권 등 주요 현안에 대해서도 대화가 오갔는데 맷 게이츠(플로리다) 하원의원은 "격려의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CNN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가 왜 자신이 아닌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했는지 모르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스위프트는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했고, 올해는 지지선언을 하지 않은 상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후에는 공화당 상원의원들과 회담에 나섰고, 이 자리에서는 생일 케이크를 선물로 받았다.

과거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각을 세웠던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겠다고 밝힌 밋 롬니 의원 등도 이 자리에 참석했다.

특히 매코널 원내대표는 회의 이후 "매우 긍정적이었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과 관계가 회복됐음을 알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놀라운 사람들의 집단이며, 저는 그들과 1000% 함께하고 있고, 그들도 나와 1000% 함께한다"며 공화당이 단합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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