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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넷플릭스 '최강럭비 : 죽거나, 승리하가나'의 진입장벽은 생각보다 높았다. 장시원(44) PD가 JTBC '최강야구'에 이어 선보인 스포츠 예능이다. 처음으로 넷플릭스와 협업해 '세계 시장에서 반향을 일으키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10일 공개 후 흥행이 부진한 상황이다. 국내 넷플릭스 톱10에 겨우 들었으나, 이내 순위권에서 밀려났다. 해외에서도 큰 반응이 없는 상태다. 하지만 장 PD 얼굴에선 실망한 기색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난 자신있다"며 "잘 안 나왔으면 내가 못한 거지만, 자신있게 만들었고 많은 공을 들였다"고 했다.

"이제 7회 나갔고, 뒤에 훨씬 더 재미있는 게 많아서 실망하지 않는다. 톱10에 올라온 게 의미있다. 시국이 시국인데, 남은 7회에서 절정으로 가니 기다려보겠다. 늘 그렇듯 최선을 다해 만들었다. '최선을 다했으니 잘 봐달라'가 아니라, 끝까지 보면 정말 재미있다. 럭비는 새로운 세계다. 거짓말하는 스타일이 아니고, 결승까지 보면 새로운 세계를 만날 수 있다. 해외를 타깃으로 만든 프로그램은 아니다. 국내용으로 만들어서 해외 반응은 들은 게 없다."

최강럭비는 온 몸을 던지며 필사의 전진을 이어가는 럭비 선수들의 진짜 승부를 보여주는 서바이벌 예능이다. 국군체육부대를 비롯해 한국전력공사, 현대글로비스, 포스코이앤씨, OK 읏맨 럭비단, 고려대학교, 연세대학교 등 총 7개 팀이 대결을 벌였다. 넷플릭스 '피지컬: 100' 시리즈가 떠올리기도 했다. 세트장뿐만 아니라 우승 트로피, 상금 3억원, 몸싸움을 강조한 스포츠 예능인 점 등이 비슷해 보였다. "후배가 피지컬 100을 했는데 못 봤다. 미안하다"며 "세트 담당자도 달랐다. 검투사 느낌에 두 팀이 붙는 이미지만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장 PD가 직접 진행을 맡아 호불호가 갈렸다. 부산 사투리는 친근했으나, 긴장감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처음부터 내가 하겠다고 했다. 대안은 없었다"고 귀띔했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진행해 부담되고 떨렸다"면서도 "대리인을 내세우기보다, 이 대회를 만든 내가 진행하는 게 진정성있다고 생각했다. 원래 녹화하면서 떠는 스타일이 아니다. 세트를 짓는데 두 달 걸리는데, 하루 만에 철거한다. 그날 하루 녹화해 '잘 안되면 큰일 난다' 싶었다. 끝났을 때 다리가 풀렸다"고 회상했다.

"럭비는 상금이 걸린 대회가 없어서 1억원이든 1000만원이든 있는 게 좋다. 처음에 럭비 경기를 봤을 때 5명이 실려갔다. '대체 우승하면 상금이 얼마야?' 싶었는데, 없다고 해 충격적이었다. 우리 모두가 뭔가를 얻기 위해 (목숨을) 바치지 않느냐. 럭비 선수들은 주는 게 없는데 바쳐서 더 끌렸다. 상금이 더 많으면 좋았겠지만, 이 대회에서 뭔가 가져갔으면 했다. 제작비 신경쓰지 않고, 하고 싶은 건 다 했다. 넷플릭스라서 특별히 신경을 안 쓴 건 아니다. 최강야구할 때도 신경을 안 썼다."


장 PD는 최강럭비를 예능이라고 생각하고 만들지 않았다. 최강야구와 채널A '도시어부' '강철부대'도 마찬가지라며 "공통적으로 그 분야에서 자신이 하는 일에 최선을 다했다. 그 진심 속 드러나는 코믹적 요소를 첨가하는 수준"이라며 "네 프로그램 모두 다큐에 가까웠다. 촬영 기법도 그렇고, 출연자들은 자기 일을 했다. 최강야구와 최강럭비도 예능 파트이지만, 드라마를 찍는다고 생각하고 기획했다. 드라마를 찍는데 대본이 없는 것"이라고 짚었다.

스포츠 스타가 탄생해야 그 종목도 덩달아 인기를 끄는 법이다. 최강럭비에는 스타성있는 선수가 눈에 띄지 않았는데, "각 선수단에 있다. 제작진이 나름대로 짚어줬는데, 취향에 안 맞을 수는 있다"고 받아들였다. "오히려 연예인을 데리고 럭비를 하면 대중적으로 화제성을 끌 수 있다. 럭비라는 종목 자체도, 선수들도 인지가 안 돼 있어서 고민했다. '이들이 왜 이걸 하는가'라는 경기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럭비는 눈, 비가 와도 맑아도 한다. 사실 첫 경기로 설원전을 기획했는데, 부상 위험 때문에 무산됐다. 강원도 답사도 갔다 왔다. 녹화할 때가 3월 초였다. 8강전 데드게임으로 설원전을 하고 싶었지만, 부상 위험이 높아서 수중전으로 했다. 경기 날짜는 미리 정해져 있었다. 그날 비가 오면 최고지만, 살수차를 동원할 수밖에 없었다. 예고성인데 의외의 명승부가 펼쳐졌다. 서인수 해설위원이 '10~20년만에 이런 럭비 경기 처음 본다'고 했다. 나도 소리쳤다."

럭비는 부상 위험이 큰 스포츠다. 선수들이 피를 흘리는 모습 등을 그대로 보여줬는데, "그 장면은 굉장히 일상적"이라며 "부상 위험을 감수하고 전부를 던지는 경기다. 그 자체를 보여주는 게 럭비라서 '잘라야 한다'는 생각은 안 했다. 럭비 자체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각종 의료진을 준비해 안전사고를 대비했다. 제작진도 한 경기, 한 경기 치를 때마다 가슴 조리면서 봤다"고 했다.

"그 비장함이 럭비다. 밀리면 지니까. 럭비는 무조건 전진하고, 가만히 있으면 진다. 무조건 앞으로 전진하지 않으면 다 죽는다. 인생도 약간 그렇다. 가만히 있으면 뒤로 밀리지 않느냐. 전진하지 않으면 죽을 수밖에 없는 가치가 확 왔다. 사실 130㎏, 190㎏이 덤비는데 얼마나 무섭겠냐. 근데 같이 안 부딪치면 지니까. 그런 가치들이 우리가 사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우리도 적당히 하다가는 쭉 밀리니까. 철학적으로 맞닿아 있다."

가수 윤도현이 최강럭비 음악을 맡아 몰입도를 높였다. "개인적으로 친분은 없었다. 제일 어울릴 것 같아서 연락했는데, 바로 '하고 싶다'고 했다. 윤도현씨도 럭비 경기를 처음 본 것 같더라. 스크럼을 보고 '와~이런 게 있냐'고 하더라"면서 "음악이 주가 될 수는 없지만, 어떤 상황을 잘 표현하고 빨려 들어가게 만든다. 드라마, 영화에서도 마찬가지다. 음악은 그 상황을 몰입감있게 보여주지 않느냐. 지금까지 프로그램을 하면서 음악의 중요성 알아서 신경을 많이 썼다"고 했다.

그 동안 남성향 프로그램을 주로 선보였지만, "여성 시청자들이 더 많다"고 귀띔했다. "편견이 있는데, 최강야구, 도시어부, 강철부대도 여성 시청층이 많다. 특히 최강야구는 20대 여성 시청층이 높다"고 부연했다. "처음에 최강야구를 구상하고, 2년이 흘러서 고척에 1만7000명, 잠실 2만4000명이 가득 차 있더라. 혼자 생각하고 낄낄 됐는데, 구현되면 성취감에 벅차다. 그 재미가 있다"며 좋아라했다.

장 PD를 보고 '역시 덕후가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난 덕질을 안 한다. 도시어부를 만들었지만, 낚시를 해본 적도 없다. 난 육군 출신이고, 특수부대도 나오지 않았다"면서도 "어릴 때부터 야구는 좋아했다. 기획할 때 내가 좋아해서 하는 게 아니라 궁금한 걸 한다"는 주의다.

"낚시인을 봤는데 이해가 안 되더라. 고기 잡으려고 12시간 앉아 있는데, 그들의 세계다. 고기를 잡고 '1㎝ 크네, 마네' 비교하는 게 궁금했다"며 "최강야구는 내 꿈이었고, 럭비도 궁금한 분야다. '저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뭘까?' 취재하고, 그 안에 들어가고 싶었다. 답을 계속 찾는 거다. 럭비인을 촬영하다 보니 왜 저런지 알겠더라. 최강럭비 14회까지 다 보면, 그 물음에 관한 답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장 PD가 만든 연애 예능 궁금증도 크다. "요즘 관심있는 건 세 가지 정도다. 혼자 상상하면 즐겁다. 오늘 인터뷰 하러 북촌에 왔는데, 대학생들이 손 잡고 가는 모습을 보고 영감이 떠오르더라. 연예 프로그램을 즐겨보진 않는다. '환승연애'와 '하트시그널'은 안 봤고, '나는 솔로'는 봤다. 연애 예능을 만들면 좀 다르게 하고 싶다. 똑같은 건 하면 안 되니까."
◎공감언론 뉴시스 plai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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