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오스템임플란트 횡령, '신 외감법 무용론' 번지나

[서울=뉴시스] 류병화 기자 = 초유의 오스템임플란트 횡령 사건이 회계감사 리스크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금융당국이 신(新) 외부감사법 중 하나인 내부회계관리제도를 강화했으나 상장사에서 직원이 1880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횡령하는 사태가 터지며 제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오스템임플란트에서 발생한 대규모 횡령은 내부회계관리제도 매뉴얼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했던 것으로 보인다. 신 외감법 도입으로 강화된 제도를 적용받았지만 기본적인 내부통제 프로세스가 확립되지 않았던 것이다.

오스템임플란트에 대해 강화된 감사를 진행했지만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사태 이후 도입된 신 외감법으로 강화된 내부통제 회계 감사가 횡령과 같은 사태를 방지하기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2018년 10월 도입된 신 외감법은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표준감사시간제 ▲내부회계관리제 등으로 구성된다. 이중 내부회계관리제도는 신뢰성 있는 회계정보의 작성과 공시를 위해 회사가 갖추고 지켜야 할 재무보고에 대한 내부통제를 의미한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신 외감법 도입에 따라 강화된 내부회계관리제 감사를 받아왔다. 신 외감법 도입 이후 내부회계관리제도 인증 절차는 자산 규모에 따라 순차적으로 '검토'에서 '감사'로 상향됐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자산 규모 5000억원 이상으로 지난 2020년회계연도 내부회계관리제 감사를 받았다.

내부회계관리제도상 회사는 거래 기록, 거래 승인, 자산의 보관에 대한 책임을 분리해 두 명 이상이 프로세스상 거래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하지만 오스템임플란트는 지난 2020년회계연도 내부회계관리제 감사에서 '적정' 의견을 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감사를 맡은 삼덕회계법인은 2020년회계연도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보고서에서 "회사 내부회계관리제도는 2020년 12월31일 현재 내부회계관리제도 설계·운영 개념체계에 따라 중요성의 관점에서 효과적으로 설계·운영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규제 강화로 사고를 방지할 게 아니라 감사위원회를 키워 견제 기능을 키워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한 사립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내부회계관리제도라는 규제로 회계부정을 막을 수 있는 게 아니라 기업 스스로 그런 의지가 있어야 하는 것"이라며 "회사에 대한 감사위원회의 견제 기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신 외감법은 오히려 감사위원회를 위축시킨다"며 "금융당국이 감사인을 선정, 관리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회사의 감사위원회는 오히려 감사인에 대한 책임이 떨어지게 된다"고 비판했다.

앞서 회삿돈 1880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 오스템임플란트 재무 담당 직원은 경찰에 검거됐다. 이는 오스템임플란트 자기자본의 91.81%에 해당하는 규모다. 횡령 규모로는 상장사 역대 최대 수준이다.

오스템임플란트는 횡령 혐의에 따라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올라 관련 결정일까지 거래가 정지됐다. 한국거래소는 오는 24일까지 실질심사 대상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hwahwa@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