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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inNess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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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시스]김동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해 예외를 뒀지만 우리나라 기업들의 생산 기지가 몰려있는 베트남, 인도 등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함에 따라 우회 수출에 비상등이 켜졌다.
정부는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을 미국에 보내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 주요 인사와의 면담을 통해 관세율 인하를 협의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정상 외교가 단절된 상황에서 관세율 인하 등 협상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일각에선 미국의 관세 부과를 위기로만 보지 말고 우리나라 규제를 정비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통령 부재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대미 통상외교 및 민간협력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8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지난 2일 한국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고 중국 34%, 베트남 46%, 대만 32%, 인도 26% 등 주요국에 대한 고율의 관세를 매겼다.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해선 추가 관세를 발표하지 않았다.
금융권에선 미국의 상호 관세 부과 이후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이 두자릿수 이상 감소할 수 있고 국내 부가가치 손실 규모가 10조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하나금융연구소는 대미 수출이 13% 이상 감소하고, 국내 부가가치 손실 규모가 10조6000억원을 넘어설 수 있다고 봤다. IBK경제연구소도 25% 관세 부과 시 대미 수출이 12.8%, 전체 수출이 4.6% 감소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캐나다에 13개, 멕시코에 15개 현지법인을 운영하는 현대차그룹의 경우 국내 생산 제품에 대한 25% 관세가 부과되는 것을 고려해 당분간 멕시코 생산 기지를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대미 투자를 늘려 현지 생산 비중을 높여 나가는 전략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다.
지난해 79억7500만 달러의 수출액을 올리며 3년 만에 수출 증가세를 기록한 가전은 복잡한 상황을 맞게 됐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대(對)미 수출품목 주요 생산기지를 살펴보면 삼성전자는 냉장고를 우리나라와 멕시코에서 생산한다. 세탁기는 미국, TV는 멕시코와 베트남, 스마트폰은 베트남과 인도에서 만들어 미국에 수출 중이다.
미국 내 현지 생산 제품의 경우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25% 관세 부과로 제조 비용이 증가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고 그동안 우회 수출 거점으로 활용했던 베트남, 인도에도 각각 46%, 26%의 관세가 부과됨에 따라 가격 경쟁력이 크게 낮아질 수 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LG전자도 비슷한 상황이다. 이 회사는 멕시코와 한국에서 냉장고를 생산하고 있으며 세탁기는 미국, TV는 멕시코와 우리나라에서 생산해 미국에 수출한다. 일부 가전 제품은 베트남과 인도에서 생산해 미국에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멕시코에서 생산된 제품을 제외하면 관세 부과에 따른 여파가 수출액 하락으로 나타날 공산이 크다.
일부 기업들은 미국이 베트남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한 것이 우회 생산기지를 통한 미국 수출을 원천 봉쇄하기 위한 조치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이번 조치로 베트남에 생산 기지를 늘려왔던 업체들의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목소리를 냈다.
베트남만 놓고 보면 삼성전기가 FC-BGA(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 카메라 모듈 생산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LG 이노텍과 LG화학은 카메라모듈,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등을 생산하고 있다. 효성화학은 플로필렌, 폴리프로필렌, 스판덱스, 타이어코드 등을 생산해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
이외에도 한세실업, 영원무역 등 우리나라 패션 업계도 베트남에 생산 설비를 두고 미국 패션 브랜드로부터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ODM(제조업자개발생산) 방식으로 대미 수출을 하고 있다. 이들 기업들도 관세 부과에 따른 영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베트남에 수출 공장을 두고 있는 A업체 관계자는 "미국이 베트남에 한국보다 더 높은 고율의 관세를 부과할 지 생각도 못한 상황"이라며 "대미 수출에 영향이 적지 않을 수 있는데 현재는 베트남 정부가 미국에 관세율 인하를 요청한 상황이라 지켜보고 있는 중"이라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미국에 수출하는 물량은 많지 않지만 관세 부과에 따른 영향이 어느 정도가 있는 지 점검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전체 대미 수출도 하락할 수 있지만 우회 수출을 하던 기업들의 경우 이번 관세 부과로 인한 타격이 적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일단 8일부터 9일까지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을 미국에 급파한다. 미국의 관세 조치가 글로벌 통상환경과 한·미 간 교역·투자 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한 한국의 우려를 전달하고 기업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정 본부장은 그리어 무역대표부 대표를 비롯해 트럼프 2기 행정부 고위급 인사를 만나 우리나라에 부과된 상호관세율 인하를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비관세 장벽 철폐와 관련해 우리나라 측에서 제대로 된 협상안을 제시하지 못할 가능성이 큰 만큼 이번 방미를 통해 뚜렷한 성과를 기대하긴 힘든 실정이다.
정치권에선 25% 상호관세를 부과하며 지적했던 미국이 비관세 장벽과 관련해 우리나라의 규제 정당성을 설명하고 대미 통상외교 및 민간협력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관세율을 낮춰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국의 비관세 장벽 수준이 주요 교역국에 비해 높지 않다는 점과 쇠고기 수입 제한은 과학적 근거에 따른 위생 검역 조치라는 점, 디지털 무역 관련 규제는 개인 정보 보호 및 사이버 보안을 위한 것"이라며 "국제 표준에 부합하도록 노력하고 있음을 미국에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가 미국의 관세 정책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위반임을 지적하고 가용 대미 통상외교 및 민간협력 네트워크를 총동원해야 한다"며 "공식 외교채널은 물론 정·재계의 직·간접적 인맥, 미국 내 유력 언론 홍보, 로비스트 기관 활용 등 전방위 네트워크를 활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oj100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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