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
- CoinNess
- 20.11.02
- 0
- 0
[인천=뉴시스] 김희준 기자 = 2024시즌을 끝으로 그라운드에 작별을 고하는 추신수(42·SSG 랜더스)가 "야구에 목숨을 걸었던 선수로 기억에 남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추신수는 '감독'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올해 정규시즌 개막 전 은퇴를 예고한 추신수는 7일 인천 연수구 경원재 앰배서더 인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은퇴하는 소회를 밝혔다.
추신수는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은퇴한 후 '야구에 진심이었던 선수', '야구에 목숨 걸었던 선수'로 기억에 남고 싶다. 그러면 야구 인생에 대한 보상을 받는다고 느껴질 것"이라고 전했다.
내년부터는 선수로 뛰지 않아도 되는 추신수는 어느 때보다 편안하게 휴식을 즐기고 있다.
그는 "선수들은 기대 이하의 시즌을 보내도, 좋은 시즌을 보내도 다음 시즌에 대한 스트레스를 느낀다. 하지만 나는 내년 시즌에 뛰지 않아도 되니 편안하다. 잠도 잘 자고, 식사하며 살찔 걱정도 하지 않는다"며 웃어보였다.
제2의 인생도 충분히 휴식을 취한 후 차근차근 생각할 참이다.
추신수는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쳐있다. 여러 제안이 들어오고 있지만, 어떤 자리에 가느냐보다 그 자리에서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어떤 자리에 가기 위한 준비가 됐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뭔가 하기에 아직 이르다. 휴식을 취하며 생각해볼 것"이라고 했다.
'감독이 되는 상상을 해봤냐'는 질문에 추신수는 "제가 잘할 수 있을까요"라고 반문한 뒤 "많은 짐을 져야하고, 모든 부분에서 평가받아야하는 자리다. 거기에 대해서는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며 "감독 제안이 오더라도 하지 않을 것 같다. 내가 무언가를 할 때는 준비가 돼 있고, 열정이 있을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야구를 보면서 느낀 것이 있다. 선수들이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며 "어떤 일을 더 할 수 있고, 어떤 부분에서 도움이 될 수 있는지 곰곰히 생각해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추신수는 "다시 태어나도 야구를 하겠다"며 야구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후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다음은 추신수와의 일문일답.
-MLB 진출을 바라는 선수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
"아마추어에서 외국으로 곧바로 가는 방법이 있고, KBO리그에서 프로 생활을 하다가 가는 방법이 있다. 두 가지 다 존중한다. 장단점은 있다. 마이너리그를 경험하면 언어, 선수들과 소통 등에 있어서 MLB보다 적응하기 좋다. 한국에서 프로 생활을 하다가 가면 대우가 더 좋고, MLB에서 곧바로 뛸 수 있다. 반면 선수들과 관계를 만들어가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어떤 선수로 남고 싶나.
"스스로 평가하면 특출난 것이 없는 선수다. 하지만 5툴(타격, 파워, 수비, 어깨, 주루) 플레이어였다고 생각한다. 한 가지가 뛰어나지는 않지만 5가지의 능력을 평균 이상을 할 수 있는 선수였다. 정말 듣고 싶은 평가는 '야구에 진심이었던 선수', '야구 하나에 목숨 건 선수'다. 그러면 야구 인생에 대한 보상을 받는 것이라 생각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타석은.
"MLB 데뷔 타석이다. 너무 어려서 즐기지를 못했다. 또 MLB에서의 마지막 타석이다. 당시 코로나19 때문에 관중 없이 경기했다. 텍사스 팬 분들께 인사를 못하고 7년간의 생활을 마무리해서 너무 아쉬웠다. 부상을 당해서 사실 타석에 설 수 없는, 방망이도 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7년 계약의 마지막을 벤치에서 끝내고 싶지 않았다. 팀 의사와 상의하고 무조건 번트만 대겠다고 약속하고 타석에 섰다."
-한국에서 마지막 타석 때 눈시울이 붉어졌는데 어떤 생각이 들었나.
"감정이 북받쳤던 것은 사실이다. 경기 중에 그런 것을 표현하기 싫어서 많이 참았다. 텍사스에서 마지막 타석 때 팬들에게 인사를 못한 것이 너무 후회가 됐다. 한국에서 4년의 생활을 마무리하며 야구 팬들께, 인천 팬 분들께 인사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 경기, 한 경기가 중요한 상황인데 개인적인 욕심 때문에 타석에 서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 문제로 구단, 감독님과 상의했다. 훈련을 한 달 동안 하지 못해 마지막 타석이 큰 의미가 있을까 싶었다. 그런데 마침 점수차가 커져서 기회가 생겼다. 마지막 타석에서 좋은 결과는 없었지만 팬들에게 인사하는 것이 중요했다. 야구한 시간들이 머릿 속으로 정말 빠르게 지나갔다."
-제2의 인생에 대한 계획은.
"지금은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쳐있는 상태다. 여러 제안이 들어오고 있지만, 어떤 자리에 가는 것보다 그 자리에서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자리에 가기 위해 준비가 됐는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야구가 끝난지 얼마 되지 않았다. 뭔가를 하기에는 좀 이르다. 약간의 휴식기를 갖고 생각해볼 생각이다."
-은퇴 결정이 쉽지는 않았을텐데 결심한 과정은. 은퇴 기자회견을 하는 소감은.
"박찬호 선배님 은퇴 기자회견을 보면서 눈물을 흘린 기억이 있다. 나도 과연 저런 자리가 있을까 생각했다. 마지막 시즌 부상 때문에 많은 경기를 못 나가다 보니 선수로서 미련은 사라지더라. 선수로서 더 이상 할 수 없겠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게 됐다. 부상으로 1년 동안 계속 힘들다보니 경기장에 나가고 싶은 생각이 자연스럽게 사라지더라. 선수로서 미련을 끊게 해준 것이 부상인 것 같다. 부상 전에 결심하긴 했다. 다른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고, 할만큼 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은퇴를 결심했다."
-아쉬운 부분도 있나.
"부상으로 1년 가까이 쉬게 된 2016년이다. 당시 텍사스에서 종아리, 햄스트링, 손목 골절, 허리 피로골절로 계속 결장했다. 당시 '왜 나에게 이런 힘듦을 줄까'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매년 나눠서 오는 것보다 한 번에 오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들더라. 커리어를 돌아보면 부상이 없었던 해가 없다. 수술도 8번을 했다. 누가 우스갯소리로 재활 시간만 3년이 넘는다고 하더라. 제 몸에 남은 수술 자국도 훈장 같다."
-20년 넘게 겨울에도 가장 먼저 출근하는 선수였다. 선수가 아닌 첫 겨울은 어떨까.
"편안한 겨울이다. 선수들이 좋은 시즌을 보내든, 기대 이하의 시즌을 보내든 항상 다음 시즌에 대한 스트레스가 있다. 하지만 내년 시즌에 대해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 잠도 편안하게 자고, 식사하며 살찔 걱정도 안 한다. 하지만 어깨 수술한 다음 날부터 운동은 시작했다."
-감독을 하는 상상을 해본 적이 있나.
"잘할 수 있을까요. 정말 많은 짐을 져야하고, 모든 부분에서 평가를 받아야하는 자리다. 준비가 돼 있지 않다. 그런 제안이 오더라도 안할 것 같다. 내가 무언가를 할 때는 준비가 돼 있고, 열정이 있을 때다. 지금은 쉬면서 정말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얼지 생각하고 있다. 한국 야구를 보면서 느낀 것이 있다. 선수들이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생각 중이다. 감독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은 없다."
-SSG가 좋은 팀이 되기 위해서 어느 부분이 필요할까. 선수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충분히 기량이 좋은 선수들이 많다. 지속적으로 강팀이 되기 위해서는 조금씩 세대교체가 돼야 한다. 우리 팀이 다른 팀보다 연령이 높은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어린 선수가 자리잡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구단의 방향성이다. 모든 선수들이 자신이 있는 자리가 영원히 자기 자리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항상 자리를 위협하는 선수가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어린 선수들은 늘 뺏기 위해 노력했으면 한다. 그게 선수도, 한국 야구가 발전할 수 있는 방법이다."
-부산 출신인데 인천에서 4년을 뛰었다. 인천과 SSG에 대한 인상은.
"롯데 1차 지명을 받았던 선수고, 부산에서 자라며 롯데를 보고 꿈을 키웠다. 롯데에서 못 뛰게 된 것은 아쉬운 부분이지만, 돌아왔을 때 롯데로 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첫 발을 뗐던 곳이 인천이다. 저에게 SSG는 첫 팀이다. 김광현, 최정 같은 대스타들과 4년 동안 함께 뛴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SSG 차기 간판 후보와 주장 후보를 꼽아준다면
"앞으로 최지훈, 박성한과 올해부터 두각을 드러낸 박지환, 정준재, 조병현이 랜더스의 얼굴이라고 생각한다. 운동장 안팎에서 리더가 될 수 있어야한다. 주장은 박성한과 최지훈 중 한 명이 하지 않을까. 다만 최지훈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주장은 나서서 표현하고 소통해야하는데 박성한은 너무 조용한 스타일이다."
-스스로의 선수 인생에 점수를 준다면.
"마지막 경기를 마친 뒤 눈을 감고 생각해봤다. 최대한 기억을 살려서 야구를 시작한 9살 때부터 마지막 타석까지 되짚어봤다.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더라. 제가 좋아하고, 사랑하고, 하고싶은 야구를 실컷 했다. 주어진 하루의 24시간을 좋아하는 일에 잘 쓴 것 같다. 후회는 없다. 제 자신에게 점수를 주기는 그렇다. '고생했고 잘 살았다'고 말하고 싶다."
-은퇴 경기에서 타격을 하는 선수도 있는데 생각이 있나.
"은퇴식은 들어봤는데 은퇴 경기는 처음 들어봤다. 은퇴 경기는 조금 부담스럽다. 몸이 안되기 때문에 억지로 하겠다는 생각은 없다. 인사 정도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가족 사랑이 남다르다. 은퇴 결심하고 아내와 자녀의 반응은.
"나를 가까이서 본 사람이 아내와 아이들이다. 아들 둘은 야구를 하고 있다. 고등학생, 대학생이 되면서 야구와 MLB 지명이 얼마나 힘든지 스스로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어릴 때에는 '왜 일찍 나가냐'고 했는데 이제 이해하더라. 아이들에게 인정받을 때가 기분이 묘했다."
-수많은 지도자와 함께 했다. 아마 시절 감독님들께 남기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다 좋은 분들이셨다. 그 분들이 없다면 저라는 선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정장식 수영초 감독님, 조성옥 부산고 감독님이 안 계셨으면 미국 진출은 어려웠을 것이다. 그분들이 살아계셨다면 기자회견에 초대했을 것이다. 야구 인생의 기쁜 순간을 같이 나누지 않았을까 싶다. MLB에서 자리를 잡을 때 쯤 돌아가셔서 마음이 아프다. 제 마음 속에 두 분에 묻었다. 감사한 마음을 계속 갖고 있다."
-차후 MLB에 진출할 만한 선수와 기대되는 선수가 있나.
"프로야구 선수라면 다 MLB에 도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선수 본인의 의사가 중요하고, 철저하게 준비돼 있는지가 중요하다. KBO리그에서 뛰며 가능성 있다고 생각한 선수가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였다. 김도영(KIA 타이거즈)과 김혜성(키움 히어로즈)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MLB에는 모든 선수가 다 평균 이상이지만, KBO리그에 충분히 갈만한 선수도 많다."
-은퇴 후에 어떤 남편, 아빠가 되고 싶나.
"아이들이 야구하는 것을 못 본지가 5, 6년이 됐다. 그러는 사이 큰 아들이 대학생, 작은 아들이 고등학생이 됐다. 항상 부모 없이 야구를 했다. 나는 한국에서 선수로 뛰었고, 아내는 미국에 오가면서도 한국에 있는 시간이 많았다. 이제 아빠의 역할을 하고 싶다. 1년 동안 아이들의 야구를 보면서 실력이 얼마나 향상됐는지 보고 싶다."
-야구 팬들이 항상 '추강대엽'을 이야기한다. 어떤 생각이 드나.
"저 좀 빼주시면 안됩니까. 그 이야기 들을 때마다 부담스럽다. 이승엽 선배와 (이)대호가 나만큼 기회를 받았으면 더 잘했을 것이다. 제가 첫 번째 있는 것도 민망하다. 이승엽 선배나 대호가 가장 앞에 있는 것이 맞지 않나 생각한다."
-25년 동안 응원해준 팬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정말 감사드린 말 밖에 생각이 안 난다. 미국에 있을 때 시차가 있는데도 내 경기를 보기 위해 새벽에 일찍 일어나신 분들이 많으시다. 원정 경기 다니며 사인회를 했는데 마음에 와닿은 말이 '멀리 있어서 못 볼 줄 알았는데 한국에 돌아와서 가까이서 볼 수 있게 해줘서 감사하다'는 말이었다. 마음으로 눈물을 흘렸다."
◎공감언론 뉴시스 jinxijun@newsis.com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추신수는 '감독'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올해 정규시즌 개막 전 은퇴를 예고한 추신수는 7일 인천 연수구 경원재 앰배서더 인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은퇴하는 소회를 밝혔다.
추신수는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은퇴한 후 '야구에 진심이었던 선수', '야구에 목숨 걸었던 선수'로 기억에 남고 싶다. 그러면 야구 인생에 대한 보상을 받는다고 느껴질 것"이라고 전했다.
내년부터는 선수로 뛰지 않아도 되는 추신수는 어느 때보다 편안하게 휴식을 즐기고 있다.
그는 "선수들은 기대 이하의 시즌을 보내도, 좋은 시즌을 보내도 다음 시즌에 대한 스트레스를 느낀다. 하지만 나는 내년 시즌에 뛰지 않아도 되니 편안하다. 잠도 잘 자고, 식사하며 살찔 걱정도 하지 않는다"며 웃어보였다.
제2의 인생도 충분히 휴식을 취한 후 차근차근 생각할 참이다.
추신수는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쳐있다. 여러 제안이 들어오고 있지만, 어떤 자리에 가느냐보다 그 자리에서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어떤 자리에 가기 위한 준비가 됐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뭔가 하기에 아직 이르다. 휴식을 취하며 생각해볼 것"이라고 했다.
'감독이 되는 상상을 해봤냐'는 질문에 추신수는 "제가 잘할 수 있을까요"라고 반문한 뒤 "많은 짐을 져야하고, 모든 부분에서 평가받아야하는 자리다. 거기에 대해서는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며 "감독 제안이 오더라도 하지 않을 것 같다. 내가 무언가를 할 때는 준비가 돼 있고, 열정이 있을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야구를 보면서 느낀 것이 있다. 선수들이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며 "어떤 일을 더 할 수 있고, 어떤 부분에서 도움이 될 수 있는지 곰곰히 생각해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추신수는 "다시 태어나도 야구를 하겠다"며 야구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후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다음은 추신수와의 일문일답.
-MLB 진출을 바라는 선수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
"아마추어에서 외국으로 곧바로 가는 방법이 있고, KBO리그에서 프로 생활을 하다가 가는 방법이 있다. 두 가지 다 존중한다. 장단점은 있다. 마이너리그를 경험하면 언어, 선수들과 소통 등에 있어서 MLB보다 적응하기 좋다. 한국에서 프로 생활을 하다가 가면 대우가 더 좋고, MLB에서 곧바로 뛸 수 있다. 반면 선수들과 관계를 만들어가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어떤 선수로 남고 싶나.
"스스로 평가하면 특출난 것이 없는 선수다. 하지만 5툴(타격, 파워, 수비, 어깨, 주루) 플레이어였다고 생각한다. 한 가지가 뛰어나지는 않지만 5가지의 능력을 평균 이상을 할 수 있는 선수였다. 정말 듣고 싶은 평가는 '야구에 진심이었던 선수', '야구 하나에 목숨 건 선수'다. 그러면 야구 인생에 대한 보상을 받는 것이라 생각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타석은.
"MLB 데뷔 타석이다. 너무 어려서 즐기지를 못했다. 또 MLB에서의 마지막 타석이다. 당시 코로나19 때문에 관중 없이 경기했다. 텍사스 팬 분들께 인사를 못하고 7년간의 생활을 마무리해서 너무 아쉬웠다. 부상을 당해서 사실 타석에 설 수 없는, 방망이도 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7년 계약의 마지막을 벤치에서 끝내고 싶지 않았다. 팀 의사와 상의하고 무조건 번트만 대겠다고 약속하고 타석에 섰다."
-한국에서 마지막 타석 때 눈시울이 붉어졌는데 어떤 생각이 들었나.
"감정이 북받쳤던 것은 사실이다. 경기 중에 그런 것을 표현하기 싫어서 많이 참았다. 텍사스에서 마지막 타석 때 팬들에게 인사를 못한 것이 너무 후회가 됐다. 한국에서 4년의 생활을 마무리하며 야구 팬들께, 인천 팬 분들께 인사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 경기, 한 경기가 중요한 상황인데 개인적인 욕심 때문에 타석에 서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 문제로 구단, 감독님과 상의했다. 훈련을 한 달 동안 하지 못해 마지막 타석이 큰 의미가 있을까 싶었다. 그런데 마침 점수차가 커져서 기회가 생겼다. 마지막 타석에서 좋은 결과는 없었지만 팬들에게 인사하는 것이 중요했다. 야구한 시간들이 머릿 속으로 정말 빠르게 지나갔다."
-제2의 인생에 대한 계획은.
"지금은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쳐있는 상태다. 여러 제안이 들어오고 있지만, 어떤 자리에 가는 것보다 그 자리에서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자리에 가기 위해 준비가 됐는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야구가 끝난지 얼마 되지 않았다. 뭔가를 하기에는 좀 이르다. 약간의 휴식기를 갖고 생각해볼 생각이다."
-은퇴 결정이 쉽지는 않았을텐데 결심한 과정은. 은퇴 기자회견을 하는 소감은.
"박찬호 선배님 은퇴 기자회견을 보면서 눈물을 흘린 기억이 있다. 나도 과연 저런 자리가 있을까 생각했다. 마지막 시즌 부상 때문에 많은 경기를 못 나가다 보니 선수로서 미련은 사라지더라. 선수로서 더 이상 할 수 없겠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게 됐다. 부상으로 1년 동안 계속 힘들다보니 경기장에 나가고 싶은 생각이 자연스럽게 사라지더라. 선수로서 미련을 끊게 해준 것이 부상인 것 같다. 부상 전에 결심하긴 했다. 다른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고, 할만큼 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은퇴를 결심했다."
-아쉬운 부분도 있나.
"부상으로 1년 가까이 쉬게 된 2016년이다. 당시 텍사스에서 종아리, 햄스트링, 손목 골절, 허리 피로골절로 계속 결장했다. 당시 '왜 나에게 이런 힘듦을 줄까'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매년 나눠서 오는 것보다 한 번에 오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들더라. 커리어를 돌아보면 부상이 없었던 해가 없다. 수술도 8번을 했다. 누가 우스갯소리로 재활 시간만 3년이 넘는다고 하더라. 제 몸에 남은 수술 자국도 훈장 같다."
-20년 넘게 겨울에도 가장 먼저 출근하는 선수였다. 선수가 아닌 첫 겨울은 어떨까.
"편안한 겨울이다. 선수들이 좋은 시즌을 보내든, 기대 이하의 시즌을 보내든 항상 다음 시즌에 대한 스트레스가 있다. 하지만 내년 시즌에 대해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 잠도 편안하게 자고, 식사하며 살찔 걱정도 안 한다. 하지만 어깨 수술한 다음 날부터 운동은 시작했다."
-감독을 하는 상상을 해본 적이 있나.
"잘할 수 있을까요. 정말 많은 짐을 져야하고, 모든 부분에서 평가를 받아야하는 자리다. 준비가 돼 있지 않다. 그런 제안이 오더라도 안할 것 같다. 내가 무언가를 할 때는 준비가 돼 있고, 열정이 있을 때다. 지금은 쉬면서 정말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얼지 생각하고 있다. 한국 야구를 보면서 느낀 것이 있다. 선수들이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생각 중이다. 감독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은 없다."
-SSG가 좋은 팀이 되기 위해서 어느 부분이 필요할까. 선수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충분히 기량이 좋은 선수들이 많다. 지속적으로 강팀이 되기 위해서는 조금씩 세대교체가 돼야 한다. 우리 팀이 다른 팀보다 연령이 높은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어린 선수가 자리잡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구단의 방향성이다. 모든 선수들이 자신이 있는 자리가 영원히 자기 자리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항상 자리를 위협하는 선수가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어린 선수들은 늘 뺏기 위해 노력했으면 한다. 그게 선수도, 한국 야구가 발전할 수 있는 방법이다."
-부산 출신인데 인천에서 4년을 뛰었다. 인천과 SSG에 대한 인상은.
"롯데 1차 지명을 받았던 선수고, 부산에서 자라며 롯데를 보고 꿈을 키웠다. 롯데에서 못 뛰게 된 것은 아쉬운 부분이지만, 돌아왔을 때 롯데로 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첫 발을 뗐던 곳이 인천이다. 저에게 SSG는 첫 팀이다. 김광현, 최정 같은 대스타들과 4년 동안 함께 뛴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SSG 차기 간판 후보와 주장 후보를 꼽아준다면
"앞으로 최지훈, 박성한과 올해부터 두각을 드러낸 박지환, 정준재, 조병현이 랜더스의 얼굴이라고 생각한다. 운동장 안팎에서 리더가 될 수 있어야한다. 주장은 박성한과 최지훈 중 한 명이 하지 않을까. 다만 최지훈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주장은 나서서 표현하고 소통해야하는데 박성한은 너무 조용한 스타일이다."
-스스로의 선수 인생에 점수를 준다면.
"마지막 경기를 마친 뒤 눈을 감고 생각해봤다. 최대한 기억을 살려서 야구를 시작한 9살 때부터 마지막 타석까지 되짚어봤다.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더라. 제가 좋아하고, 사랑하고, 하고싶은 야구를 실컷 했다. 주어진 하루의 24시간을 좋아하는 일에 잘 쓴 것 같다. 후회는 없다. 제 자신에게 점수를 주기는 그렇다. '고생했고 잘 살았다'고 말하고 싶다."
-은퇴 경기에서 타격을 하는 선수도 있는데 생각이 있나.
"은퇴식은 들어봤는데 은퇴 경기는 처음 들어봤다. 은퇴 경기는 조금 부담스럽다. 몸이 안되기 때문에 억지로 하겠다는 생각은 없다. 인사 정도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가족 사랑이 남다르다. 은퇴 결심하고 아내와 자녀의 반응은.
"나를 가까이서 본 사람이 아내와 아이들이다. 아들 둘은 야구를 하고 있다. 고등학생, 대학생이 되면서 야구와 MLB 지명이 얼마나 힘든지 스스로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어릴 때에는 '왜 일찍 나가냐'고 했는데 이제 이해하더라. 아이들에게 인정받을 때가 기분이 묘했다."
-수많은 지도자와 함께 했다. 아마 시절 감독님들께 남기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다 좋은 분들이셨다. 그 분들이 없다면 저라는 선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정장식 수영초 감독님, 조성옥 부산고 감독님이 안 계셨으면 미국 진출은 어려웠을 것이다. 그분들이 살아계셨다면 기자회견에 초대했을 것이다. 야구 인생의 기쁜 순간을 같이 나누지 않았을까 싶다. MLB에서 자리를 잡을 때 쯤 돌아가셔서 마음이 아프다. 제 마음 속에 두 분에 묻었다. 감사한 마음을 계속 갖고 있다."
-차후 MLB에 진출할 만한 선수와 기대되는 선수가 있나.
"프로야구 선수라면 다 MLB에 도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선수 본인의 의사가 중요하고, 철저하게 준비돼 있는지가 중요하다. KBO리그에서 뛰며 가능성 있다고 생각한 선수가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였다. 김도영(KIA 타이거즈)과 김혜성(키움 히어로즈)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MLB에는 모든 선수가 다 평균 이상이지만, KBO리그에 충분히 갈만한 선수도 많다."
-은퇴 후에 어떤 남편, 아빠가 되고 싶나.
"아이들이 야구하는 것을 못 본지가 5, 6년이 됐다. 그러는 사이 큰 아들이 대학생, 작은 아들이 고등학생이 됐다. 항상 부모 없이 야구를 했다. 나는 한국에서 선수로 뛰었고, 아내는 미국에 오가면서도 한국에 있는 시간이 많았다. 이제 아빠의 역할을 하고 싶다. 1년 동안 아이들의 야구를 보면서 실력이 얼마나 향상됐는지 보고 싶다."
-야구 팬들이 항상 '추강대엽'을 이야기한다. 어떤 생각이 드나.
"저 좀 빼주시면 안됩니까. 그 이야기 들을 때마다 부담스럽다. 이승엽 선배와 (이)대호가 나만큼 기회를 받았으면 더 잘했을 것이다. 제가 첫 번째 있는 것도 민망하다. 이승엽 선배나 대호가 가장 앞에 있는 것이 맞지 않나 생각한다."
-25년 동안 응원해준 팬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정말 감사드린 말 밖에 생각이 안 난다. 미국에 있을 때 시차가 있는데도 내 경기를 보기 위해 새벽에 일찍 일어나신 분들이 많으시다. 원정 경기 다니며 사인회를 했는데 마음에 와닿은 말이 '멀리 있어서 못 볼 줄 알았는데 한국에 돌아와서 가까이서 볼 수 있게 해줘서 감사하다'는 말이었다. 마음으로 눈물을 흘렸다."
◎공감언론 뉴시스 jinxijun@newsis.com
댓글 0
추천+댓글 한마디가 작성자에게 힘이 됩니다.
권한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