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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싱어송라이터 김푸름(17)이 1년5개월 만에 발매한 두 번째 EP '틴스(TEENS)'는 가능성의 증명이다.

지난해 김푸름이 낸 첫 EP '16'은 최근 데뷔 음반 중 꼭 회자될 만한 작품이었다. 당시 만 열여섯 살이던 김푸름은 투명하지만 중저음의 목소리, 쓸쓸함을 갖춘 멜로디, 삶을 꿰뚫어보는 듯한 아련함의 노랫말로 우리 대중음악사에서 묻혔던 어쿠스틱한 감수성의 얼굴을 다시 보게 만들었다. 2006년생이 '시인과 촌장' 같은 1980년대 음악에서 영향을 받았다는 걸 믿게 했다.

'새로운 신동의 탄생'이라는 표현은 진부하고, 채널A 오디션 프로그램 '청춘스타' 준우승 이력이 그녀의 모든 걸 설명해주지 못한다. 그래서 김푸름의 음악은 직접 들어야 한다.

첫 번째 EP는 이미 어른이 돼 버린 듯한 정서가 짙었는데, 이번 두 번째 EP는 또래의 얘기에 좀 더 기울어졌다. 그래도 세상을 꿰뚫는 통찰은 여전하다. 지난 2016년 영화 '오빠생각'으로 데뷔한 배우이기도 한 그녀는 글쓰기, 미술 등 다방면에 관심이 많아 성장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걸 상상하게 만든다. 다음은 김푸름과 나눈 일문일답.

-첫 앨범과 느낌이 좀 많이 달라요. 모티브가 있었나요?

"모티브는 없었어요. 곡을 모으다 보니 EP가 된 경우인데 제목이 '틴스'잖아요. 제 나이대에 대해 생각하고 있던 얘기들이 많이 있었고, 제가 그 얘기를 전달하고 싶은 대상도 또래 친구들이었죠. 예전엔 가사를 쓸 때 단어 하나하나에 엄청 심혈을 기울였는데, 이번엔 생각나는 대로 느낀 대로 쓰고 싶었고 직설적인 표현들이 생겼죠."

-그래서 멜로디랑 음반 분위기가 이전보다 좀 밝아졌나요?

"네 굳이 돌려서 말하고 싶지가 않더라고요."

-그렇게 정한 이유가 있었어요?

"첫 음반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고 하시는 분들도 계셨어요. 그래서 단어들을 조금 더 직설적으로 바꾸고, 제가 하고 싶은 말들이 최대한 갓길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하면서 '노래의 정체성'을 좀 더 확연하게 보이도록 노력했죠. '사는 게 숨이 차도'(사슴차) 같은 경우엔 내용은 부정적인 제목과 다르거든요. 숨이 찰 때 그 찬 숨을 다시 내뱉음으로써 본인이 살아있다는 걸 느끼게 해준다는 노래예요."

-푸름 씨의 노랫말엔 또래가 쓰지 않은 단어들이 들어 있어서 놀라기도 해요.

"제가 말로 표현하는 것보다, 글쓰기로 표현하는 걸 훨씬 더 좋아해요. 시청각적인 것보다 책을 읽는 걸 더 좋아하기도 해요. 최근엔 '구의 증명'(최진영 작가)이랑 '눈사람 자살 사건'(최승호 작가)을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무엇보다 시 쓰는 걸 참 좋아하거든요. 그 시가 가사가 되고 그 가사를 기반으로 노래를 쓰거나 합니다. (그럼 나중에 시집을 낼 수도 있겠다고 묻자) 제가 더 유명해져야지 조금 더 의미가 있을 것 같아서 아직은 보류 중입니다."

-'B4N'(Bye For Now)은 언제 어떻게 만들어진 곡이에요. 이번 앨범 첫 트랙인데 이전 곡들과 달리 밝아서 놀랐어요.

"엄청 어린 꼬맹이가 좋아하는 애한테 편지를 쓰는 내용이에요. '풋풋한 첫사랑' 재질 같은 팝송이죠. 제가 처음 쓰는 팝송엔 풋풋한 감성을 담고 싶었어요. 살짝은 몽글몽글하고 비눗방울이 날릴 것 같은 그런 분위기의 곡이에요."

-'사는 게 숨이 차도'는 만들게 된 계기가 무엇이었나요?

"마음이 아픈 친구를 위해 노래를 썼었는데, 구체적인 해결 방안 없이 '그냥 행복하자' 같은 캠페인송이 돼버린 느낌이 들었어요. '무작정 행복하자'라기보다 '네 마음을 이해한다'는 공감이 먼저라는 생각이 들어 기존 노래를 싹 뒤엎고 새로 쓴 노래예요. 기존보다 업그레이드된 거죠. 기존 버전이 행복만을 노래했다면, 새 버전엔 공감을 한 다음 우리가 행복할 수 있는 방안을 찾자는 식의 스토리텔링이 더해졌어요. 무엇보다 하고 싶은 일을 조금이라도 더 어릴 때 더 많이 하자고 얘기하고 싶었어요."

-푸름 씨의 노래들은 각각 개성이 다 강하지만 공통점을 찾자면, 상황에 공감하려고 노력하는 태도예요. 그런데 편견일 수 있지만 공감대 영역이 넓으려면 인생을 좀 겪고 경험치가 쌓여야 한다는 생각이거든요. 그런데 푸름 씨의 영역은 어른들도 공감할 수 있는 영역들이에요.

"코끼리한테 바늘을 찌르는 거랑 개미한테 바늘을 찌르는 거랑 다르다고 하잖아요. 만약 같은 고통이 있다고 해요. 제가 그 고통을 어른이 됐을 때 겪으면 좀 희석이 되겠지요. 하지만 어렸을 때 그 고통을 겪으면, 그게 아무리 작은 거더라도 엄청나게 오래 남고 크게 상처가 되거든요. 제가 어렸을 때 그런 일들이 많이 있었어요. '꺼벙이 안경'(따돌림에 대한 노래)에서 노래한 것처럼요. 내막을 모르니까 감히 제가 다른 분들의 고통을 알기 힘들겠지만, 그럼에도 제가 공감할 수 있는 영역 안으로 들어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계속 해요."

-'소시오패스'는 푸름 씨의 첫 음반 수록곡들 분위기를 풍겨요.

"(첫 음반 수록곡인) '비둘기와 고양이'처럼 이번 음반에도 콘셉트 곡을 하나 넣어봤어요. 평범한 사람이 소시오패스가 되는 과정을 그린 곡이에요."

-'바보가 되었다'는 어떻게 만들어진 곡인가요?

"사실 가장 빨리 만든 곡이에요. 하지만, 이번 앨범에 실린 곡들 중 가장 늦게 완성된 곡이기도 하죠. 사실 남성 래퍼분이랑 협업을 하고 싶어서 만들게 됐던 곡이에요. 곡 음역대도 상당히 낮죠. 이번에 제가 랩을 불렀기 때문에 조금 높아지긴 했는데,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남성 래퍼분과 리메이크를 해보고 싶은 곡이기도 합니다."

-다양한 음악 장르에 관심이 많아요? 요즘 많이 듣는 음악은 무엇입니까?

"넓게 많이 듣기보다는 좋아하는 노래에 꽂히면 그것만 들어요. 최근엔 새소년의 '키드(Kidd)', 래드윔프스의 '하이퍼벤틸레이션(Hyperventilation·ハイパーベンチレイション)'을 많이 들었어요."

-이번 앨범을 완성하고 어떤 느낌이 들었었어요? 첫 앨범 완성했을 때랑은 달랐을 것 같은데요.

"첫 음반 준비했을 때보다 조금 더 오래 걸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오랜 기간 걸려서 완성된 '바보가 되었다' 때문인지 모르겠는데, 엄청나게 오래 걸린 기분입니다. 되게 미루고 미루던 숙제를 한 기분이기도 해요. 완성 이후 허무한 느낌이 들기도 했는데, 그 허무함을 제대로 즐기기도 전에 스케줄이 우르르 들어와서 또 나름 행복하기도 했고요."

-KBS 2TV 뮤직 토크쇼 '더 시즌즈-최정훈의 밤의 공원'(8월4일 방송 편)을 통해 처음 지상파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했어요.

"엄청 떨렸어요. 리허설 때는 엄청나게 긴장을 하다가, 막상 실전에서는 긴장을 좀 안 하는 타입이기는 해요. 리허설이 시험지를 푸는 거라면, 본 공연은 채점을 하는 기분이라고 할까요? 실전은 제가 해온 것에 대해 동그라미표를 치거나 가위표를 치면서 반응을 확인하는 시간인 것 같습니다. 채점을 할 때도 떨리기는 하지만 어쨌든 시험은 끝났으니까요. 하하. 특히 '최정훈의 밤의 공원'은 객석 반응이 너무 좋았어요. 심장이 뛰는 걸 느꼈어요. 다만 제가 노래에 너무 신경을 많이 쓰다 보니까 리액션이 부족했던 거 같아요. 다음엔 더 열심히 준비하고 싶어요."

-처음 뮤지션이 되기로 마음 먹었을 때랑 지금이랑 혹시 달라진 마음가짐이나 태도가 있나요?

"처음엔 조금 더 멋있는 걸 좋아했어요. 지금은 단순히 멋있는 걸 벗어나서 멋있지 않은 걸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관심이 있어요. 또 그렇게 해서 멋이 어떻게 달라지는 지가 궁금하죠. 최근 정말 재밌게 읽었던 책 중 하나가 '인간 실격'(작가 다자이 오사무)인데 그걸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어요."

-많은 분들이 푸름 씨 음악을 들으면서 위로를 많이 받아요. 그런데 노래가 아픔을 많이 다루잖아요. 푸름 씨 스스로는 그런 노래를 만들고 부르면 위로가 되나요, 더 많이 아픈가요?

"전 부정적인 것을 통해 치료를 받는 이상한 사람이에요. 아까 말씀드렸던 '구의 증명', '눈사람 자살 사건', '인간 실격'도 부정적인 걸 주제로 삼으면서 그걸 매력적으로 또는 아름답게 표현했거든요. 이런 작품들을 읽다 보면, 제 우울함이나 부정적인 게 마냥 슬프게 느껴지지 않아요. 이런 부분이 어찌 해석하면, 진짜 엄청난 자기애로 보일 수 있긴 해요. 하지만 전 자기애라기보다 이런 모순적인 걸 어떻게 바라봐야 할 지에 대해 관심이 더 많죠. 행복이 마냥 행복이 아니며, 부정도 마냥 부정이 아니고 슬픔·고통도 마냥 '아픈 것들이 아니다'라는 걸 증명하고 싶어요. 그런 걸 찾아다니는 걸 굉장히 좋아합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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