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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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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넷플릭스에서 첫 요리 서바이벌을 만든다고 했을 때 반신반의했다. 요리 예능물 전성기가 한참 지났을 뿐 아니라, 외식사업가 백종원(58)는 여러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미지 소비가 컸다. '또 비슷한 서바이벌을 내놓지 않을까?'라는 우려는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이 신드롬을 일으키자, 국내 외식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지난달 17일 공개 후 3주 연속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TV 비영어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시즌2 제작도 확정한 상태다.

흑·백셰프로 계급을 나누고, 요리 대결을 펼쳐 신선함을 줬다. 보통 서바이벌이 '계급장 떼고 붙는다'고 강조하는데, 역으로 계급을 씌운 점이 통했다. 맛 하나는 최고라고 평가 받는 흑수저 요리사 80명이 스타 요리사 백수저 20명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요리 프로그램이 대중들에게서 멀어진 이유가 있는 만큼, 기존 서바이벌에서 다룬 미션을 최대한 피하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흑수저 나폴리 맛피아(29·권성준)가 백수저 에드워드 리(52·이균)를 꺾고 우승, 상금 3억원을 거머쥐었다. 한국계 미국인 에드워드 리 역시 1등 못지않게 박수를 받았다.

"나폴리 맛피아가 95년생이다. 처음 만났을 때 '와, MZ다!' 싶었다. 그때부터 자신감이 있었다. '계급을 떼든 붙이든 1등 먹겠다'고 했다. 아무 힌트를 안 줬는데, '계급을 붙여도 전 자신있어요'라고 해 매력을 느꼈다. 요즘 MZ세대, 요즘 요리사 느낌이 강해서 100인 중 한분으로 모시고 싶었다. 에드워드 리는 최종 대결 전날 '한국어 공부가 가장 힘들었다'고 하더라. 그래도 한국어로 최대한 표현하고 싶어서 레시피보다 많이 연습했다. 한국을 향한 애정이 정말 크다."(김은지 PD)


약 600명이 지원했고, 이중 100명을 추렸다. 출연자들은 계급을 나누고, 흑·백 구도로 대결하는 지도 몰랐다. '백종원이 무명요리사를 모집한다' '100인 서바이벌이다' 정도만 알고 출연했다. 초반에 섭외 어려움이 있었으나, '세계에 한국 요리 수준을 알릴 수 있다'고 해 마음을 움직였다. 모은설 작가는 "'지금 요식업계 좋아'라고 하는 분이 한 분도 없었다"며 "유명한 레스토랑 셰프든, 동네 구멍가게 주인이든 '요리신이 너무 힘들다'고 했다. 근 10년간 요리 서바이벌이 없었는데, '이 프로그램을 통해 활성화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진심을 담아 설명했다"고 회상했다.

김학민 PD는 백수저 20명을 선정한 데 "수치화할 수 있는 기준 자체는 없다"고 짚었다. "모든 사람이 봤을 때 백수저라고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대외 타이틀, 수상 경력, 인지도, 매출 등을 종합적으로 봤다"며 "백수저인 점을 알고 출연한 게 아니라, '계급장 떼고 붙어볼래'라고 해서 왔다. 출연료를 더 준 것도 아니다. 여경래, 에드워드 리 셰프도 '재미있게 해볼게'라며 출연했다"고 설명했다.

"첫 촬영날 백수저 등장신에서 '시청자들이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프로그램 전체 성격, 방향을 결정한다고 생각했다. '왜 난 흑수저야 하느냐'면서 화내고, 중간에 나가면 어떡하나 걱정했다. 백수저가 등장할 때 다들 좋아하고 '붙어볼 만하지' '일생일대 영광'이라고 해 기억에 남는다. 개인적으로 에드워드 리가 세미 파이널에서 두부 요리로 승리하고 수건 던지는 장면이 뭉클했고, 좀 더 길게 넣고 싶어서 고민했다."(김학민 PD)


심사위원인 백종원과 미슐랭3스타 안성재(42)도 흑백요리사가 인기를 끄는 데 한 몫 했다. 시즌2에서도 두 사람이 심사를 맡을 예정이다. 요식업계와 셰프업계 톱인 만큼, 제작진도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었다. 김은지 PD는 "우려한 부분이다. 백종원 선생님과 안성재 셰프는 서로 존재를 알았지만 초면이었다. 인생 경로도 정반대이지만, 두분의 케미가 우리 프로그램 키라고 생각했다. 첫 만남부터 '우리 친해지자'는 안 됐고 긴장감이 돌았다"면서도 "안성재 셰프가 어느 순간 '백종원 선생님이 베스트 프렌드'라고 한다"며 웃었다.

'비빔대왕' 유비빔(60)은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였는데, '빌런' 마케팅을 의도한 건 아닐까. 김은지 PD는 "미션 과정 중에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모습을 담으려고 했다. 제작진은 모든 출연자에게 애정을 갖고 있다. 어떤 출연자가 욕을 먹으면, 프로그램 전체 이미지가 나빠지지 않느냐. 타겟팅을 해 나쁘게 보이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며 "많은 사랑을 받다 보니 일부 출연자를 비난하는 경우도 있어서 가슴 아팠다. 사실 다른 서바이벌에 비하면 빌런이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그 안에서 착하게 흘러가다 보니 약간 캐릭터성있는 분들이 주목 받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매 라운드마다 가슴을 뒤흔드는 신이 하나씩 있었다. 처음에 '쇼 미더 머니'처럼 심사위원 두분이 심사할 때 안성재 셰프와 오랜 제자인 '원투쓰리'를 만나 '요리가 많이 늘었다'고 한 장면이 뭉클했다. '급식 대가' 요리를 먹고, 본인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는 장면도 그랬다. 마지막에 이름을 건 요리 미션을 하지 않았느냐. 백종원 선생님이 '우리도 이름을 걸고 심사를 하겠다'고 한 부분까지 진정성과 울림이 있었다."(모은설 작가)

시즌2 섭외 1순위는 영국 요리사 고든 램지(57)다. 모 작가는 "고든 램지를 도전자로 섭외하려고 노력 중"이라며 "아직 접촉한 건 아니고 바람"이라고 귀띔했다. "프로그램 실체를 몰라서 선뜻 출연하지 못한 분들이 많다"며 "시즌1이 많은 사랑을 받아서 시즌2 때는 한 번씩 다 접촉하려고 한다. SNS에 '시즌2에 나왔으면 하는 셰프 군단'이 올라오더라. 최선을 다해 시즌2에도 최고의 셰프를 모실 것"이라고 강조했다.


SNS에는 패러디 영상이 쏟아지고, 출연자 가게 예약률도 급증하고 있다. 특히 나폴리 맛피아가 운영하는 '비아톨레도 파스타바'는 캐치테이블 예약에 이용자 약 11만명이 몰렸다. 김학민 PD는 "아이들이 흑백요리사 이름 대기 하면서 논다고 하더라. 내 딸도 초등학교 1학년인데, 에드워드 리 광팬이 됐다"며 좋아라했다.

동아시아권에선 반응이 좋았지만, 영어권까지는 아우르지 못해 아쉬웠을 터다. 김학민 PD는 "국내 시청자를 가장 신경 쓴다"며 "대한민국에서 인정 받는 제일 중요하고, 글로벌에서도 사랑해주면 감사하다. 글로벌을 먼저 타깃으로 하는 건, 우리 능력을 넘어서는 일"이라고 했다.

그동안 김학민 PD는 주로 음악 예능물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투유 프로젝트-슈가맨'(2019~2020) '싱어게인'(2020~2021) '테이크원'(2022) 등이다. "요리 서바이벌이든 음악 프로그램이든 '어떻게 하면 참여자가 더 매력적으로 보이고, 온전히 담을 수 있을까?' 고민하는 지점은 같다. 다만, 음악은 직접 보고 들을 수 있지만, 요리는 화면 넘어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는 게 쉽지 않았다. 요리 색감을 어떻게 잡고, 맛 평가를 사실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등을 고민했다. 이 프로그램 촬영 전 요리 프로그램을 많이 봤는데, 어느 순간부터 안 보기 시작했다. 우리가 갈 길이 아니었다. 우리만의 호흡이 있으니까."
◎공감언론 뉴시스 plai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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