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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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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제가 말하던대로 됐어요."

배우 박성훈(40)이 영화 '지옥만세'(2023)를 찍을 때 함께하던 동료들과 '이 영화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그들이 말했던 것처럼 이 영화는 2022년 부산영화제에 초청됐다. "생생하게 꿈꾸면 이뤄진다고 하는데 정말 그랬던 겁니다." 부산에 가서 박성훈은 동료들과 함께 다음 꿈에 관해 하나 씩 이야기 해보기로 했다. 어떤 동료는 아르바이트 그만 하기, 다른 동료는 반지하방 탈출하기 등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때 박성훈은 뜬금 없이 '오징어 게임2'에 출연하겠다고 했다.

"감독님을 개인적으로 아는 것도 아니었고 제작사와 인연이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냥 말한 겁니다. 그런데 그게 이뤄진 거예요. 참 놀랍더라고요. '오징어 게임' 출연이 확정됐을 때, 그때 함께했던 동료들도 모두 놀랐어요. 당시에 이런 것도 집에 있는 칠판에 써놨습니다. 2025년에 '유퀴즈 온 더 블록' 출연 하기, 조금 더 나은 집에서 살기. '유퀴즈'는 1년 일찍 이루게 됐습니다."

박성훈은 연극계 아이돌로 불렸지만 인지도는 없었다. 2022년 12월 '더 글로리'가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면서 그는 긴 무명 생활을 끝냈다. 그리고 넷플릭스 역대 최고 흥행작인 '오징어 게임'에 승선했다. 단 2년만에 이뤄진 기막힌 반전이었다.

"2021년에 '희수'라는 KBS 단막극을 했습니다. 감독님께서 그 작품에서 '현주'를 봤다고 하셨어요. 평범한 가장 역할인데, 현주의 모습을 발견하셨다는 게 놀라웠습니다. 사실은 제가 두 누나 밑에서 자란 외아들입니다. 그래서 저에겐 분명 여성스러운 부분이 있어요. 연기를 하느라 숨기고 있지만요. 감독님이 그걸 꿰뚫어 보신 건 같아요."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2'에서 박성훈은 '조현주'를 연기했다. 현주는 트랜스젠더. 성확정수술을 받기 위한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게임에 참가한다. 아마도 현주는 시즌2에서 가장 정의롭고 용맹하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을 할 땐 성기훈과 함께 다친 참가자를 구했고, 5인6각 경기를 할 땐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 팀을 생존으로 이끈다. 짝짓기 게임을 할 때도 그는 낙오될 위기에 처한 동료를 구하러 간다. 판을 뒤집어 엎으려는 성기훈을 가장 먼저 따라 나서는 것도 현주다.


박성훈은 현주를 연기하면서 가장 먼저 성소수자를 희화화 하지 않겠다는 기준을 세웠다. "감독님과 제가 모두 동의한 부분이었습니다. 과장된 목소리 또는 제스쳐 같은 걸 자제했습니다. 원래 조현준이었던 그가 어떻게 특전사를 가게 됐고, 또 어떤 과정을 거쳐서 조현주가 됐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했습니다. 레이어가 겹겹이 쌓인 인물로 만들고 싶었어요."

'더 글로리' 때 그랬던 것처럼 '오징어 게임2'에서도 박성훈의 연기는 강렬하다. 이 게임 안에서 현주라는 캐릭터가 가진 상징성에 더해 박성훈의 열연이 더해지면서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는 인물로 태어났다. 한동안 '더 글로리'에서 그가 연기한 전재준으로 불렸던 박성훈은 이제 현주로도 불리고 있다. 그는 이 이름들이 "선물 같다"고 했다. "예전에는 저라는 배우를 설명하려면 참 오래 걸렸습니다. 이런 저런 작품에 나온 배우라고 길게 얘기해야 했으니까요. 그런데 이제 전재준이라거나 현주라고 말하면 다들 아시죠. 배우로서 참 뜻 깊고 감사한 일입니다."

'오징어 게임2'는 또 한 번 폭발적인 흥행을 하고 있다. 11일만에 조회수 1억2620만회를 기록, 단숨에 역대 2위로 뛰어 올랐다. 93개 나라에서 10위 내에 진입했고, 이중 91개 나라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오징어 게임'이 또 한 번 역사를 쓰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박성훈은 축제 같아야 할 순간을 전혀 즐기고 있지 못하고 있다. 지난 12월30일 터진 AV논란 때문이다.

박성훈은 이날 '오징어 게임'을 패러디한 성인물 표지를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렸다. 올린 직후 삭제했지만, 이미 캡쳐돼 온라인상 퍼져나간 뒤였다. "실수로 올렸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잦아들지 않았다. 박성훈은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사과했고, 인터뷰 시간 50분 간 수 차례 다시 사과했다. '오징어 게임2'를 함께한 배우들과 제작진 노고에 누를 끼쳤다는 마음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날 이후 휴대폰을 손에 드는 것도 힘들어서 반응 같은 건 전혀 실감하고 있지 못합니다. 연기에 대한 평가 역시 전혀 알지 못하고요. 어떤 질타든 달게 받겠습니다. 다만 저희 작품만큼은 따뜻하게 봐주셨으면 합니다." 박성훈은 "'더 글로리'가 나왔을 때도 개인적인 일이 있어서 당시 인기를 전혀 체감하지 못했다"며 "공교롭게도 이번에도 이런 일이 생겨 즐기거나 실감하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성훈에게 막연하게 '오징어 게임' 출연 계획을 세웠던 것처럼 또 꿈꾸고 있는 게 있냐고 물었다. 그는 "당장엔 그럴 수 없다"고 했다. "여러가지 계획이 있을 수 있고, 포부도 있을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제 눈앞에 닥친 이 일, 제 과오를 수습하는 게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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