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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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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시스] 오종택 기자 = 윤석열 정부가 출범 후 두 번째 편성한 내년 예산안도 '건전 재정'에 초점을 맞췄다. 지난 정부에서 400조원 넘게 불어난 나랏빚을 줄이기 위해 허리띠를 더욱 졸라맨다. 예산 당국은 20년 만에 총지출 규모를 가장 낮은 수준으로 묶고, 마른수건 쥐어짜듯 예산 사업을 재편성해 재정 건전성 확보에 힘을 쏟았다.

이러한 노력에도 나라살림 적자가 늘어나는 것은 막지 못했다. 대내외 경제 여건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과도한 재정 다이어트에 역대급 '세수 펑크'로 경기 부양을 위한 성장 동력을 상실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일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3~202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내년 정부 총지출은 656조9000억원으로 올해 예산(638조7000억원) 대비 2.8% 증가했다. 나라살림 총 지출 증가율이 2.8%에 머무는 것은 최근 20년을 돌이켜봐도 이번이 처음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2022년 총지출 연평균 증가율(8.7%)과 비교해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긴축 재정 기조를 내세운 올해(5.2%)보다도 더 씀씀이가 커지는 것을 억제했다.

2027년까지 5년간 총지출 평균 증가율도 3.6%로 확 낮췄다. 이전 정부의 확장 재정 기조에 브레이크를 확실히 걸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예산안 편성 과정에 대해 "지출 증가율 '0%' 동결도 검토했다"고 비장함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모든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어렵게 23조원을 추가로 만들어내는 등 마른 수건 짜듯 구조조정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총지출 증가율 축소에 따른 부족한 재원은 '재정 다이어트'를 통해 충당했다. 올해 역대 최대인 24조원 규모의 지출 구조조정에 이어 내년에는 모든 재정사업의 타당성과 효과성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등 지출 재구조화를 통해 23조원을 절감하기로 했다.

기재부는 "낭비적 요인이 있는 사업은 과감히 폐지·삭감해 불요불급한 예산은 절감하고, 반드시 필요한 분야에 재투자해 재량 지출 증가율을 완만하게 관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고령화와 저출산 등 사회구조 변화에 따른 4대 연금 등 복지분야 지출과 국채이자 등 커지는 의무지출 비중은 재정 다이어트에 방해요인이 될 전망이다.

내년 예산안 총지출 중 의무지출은 348조2000억원으로 전체 지출의 53.0%를 차지한다. 의무지출은 교부세·교부금 등 지방 이전재원 139조8000억원, 복지분야 법정지출 172조7000억원, 이자지출 27조4000억원, 기타 의무지출 7조3000억원 등으로 나뉜다.

올해부터 2027년까지 의무지출 연평균 증가율은 5.0%로 같은 기간 재량 지출 증가율(2.0%)을 뛰어 넘어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난다. 의무지출은 법적으로 정부의 지급 의무가 명시돼 있어 임의로 줄일 수 없다. 사회구조적 특성상 한동안 증가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재량지출보다 빠른 증가 속도는 정부의 재정투자 여력을 제약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정부가 재정 허리띠를 졸라매고도 나라 살림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악화됐다. 역대 가장 낮은 지출 증가율을 기록했지만 곳간 상황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은 올해(58조2000억원)보다 33조8000억원 불어난 92조원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도 올해(2.6%)보다 1.3%포인트(p) 높아진 3.9%까지 치솟는다. 예산이 늘어나는 것을 최대한 억제하고도 법제화가 추진 중인 재정준칙 한도인 GDP 대비 3.0%를 훌쩍 넘긴 셈이다.

이 같은 재정 운용상의 어려움은 역대급 세수 부족 상황에서 기인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부는 내년도 국세수입안은 올해 예산(400조5000억원) 대비 8.0% 감소한 367조4000억원으로 편성했다. 국세수입이 대폭 쪼그라든 탓에 내년 재정수입은 612조1000억원으로 올해(625조7000억원)보다 2.2%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총지출보다 재정수입이 적은 적자예산 편성이다. 정부의 재정 건전성 확보 노력이 역대급 세수 펑크에 따른 재원 부족에서 비롯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란 지적이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은 "정부는 내년 총지출 증가율이 2.8%로 낮아 재정건전성을 강화했다고 하는데 총수입 증가율은 -2.2%로 5%의 차이가 있다"며 "물론 경기부진 상황 탓도 있지만 건전 재정은 씀씀이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전체 수입대비 지출을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건전재정 기조를 공고히 하면서 국가채무 증가세를 억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경기 둔화와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에서 지나친 재정 축소가 경기 대응력과 미래 성장 동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경기가 얼어붙어 세수가 줄어드는 악순환이 계속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논평에서 "지속적인 무역적자로 경제위기가 증폭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이번 예산안은 건전재정의 외피를 두르고 국가경제를 위해 정부가 수행해야할 기본적 역할마저 방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장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과거 이명박 정부 초기에도 경제 위기 때 감세를 하면서 재정 건전성을 지키겠다고 지출을 늘리지 않았다"며 "당시에도 경제성장률 떨어지고 수입이 줄어드니 지출을 안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이런 예산안이면 내년에도 경기 회복세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ohjt@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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