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점검에 불꺼진 잠실 중개업소…"호가 올라 거래는 잘 안 돼"

[서울=뉴시스]정진형 기자 =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동)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이후 서울 강남권 집값이 들썩이자 정부가 현장 점검에 나서면서 잠실 중개업소들은 불똥이 튈까 싶어 문을 걸어 잠그는 모습이다.

19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8일 뉴시스가 찾은 서울 송파구 잠실동 '엘리트'(엘스·리센츠·트리지움) 인근 상가 3곳에선 영업을 하지 않는 공인중개업소가 태반이었다.

트리지움 바로 앞에 자리한 상가는 부동산 20여곳 중 절반이 문을 닫았고, 문을 연 중개업소도 블라인드를 내려 내부가 들여다보이지 않게 한 모습이었다. 오후에도 발길이 없는 듯 문손잡이에 끼운 조간신문이 그대로 있었다.

리센츠 인근 상가의 중개업소도 30여곳 중 3분의 2가 문을 닫았고, 두꺼운 암막 커튼을 둘러친 곳이 많았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지난 5일 현장점검반을 가동, 현재 서울시의 '25개 자치구 합동 현장점검'과 연계해 강남4구와 이른바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주요 지역의 거래 동향을 모니터링하고 합동 현장점검을 실시하기로 한 바 있다.

이들 단지 중개업소는 정부가 현장점검을 나온다는 소식에 지난주부터 문을 닫았다가 이번 주 들어 영업을 다시 시작했다고 입을 모은다. 일부 상가는 이미 현장점검을 받았다고 했다.

잠실동의 A 중개업소는 "현장점검 소식에 문을 닫고 있다가 이건 아니다 싶어서 문을 열었다"며 "단속에서 작은 꼬투리라도 잡히면 수백만원 벌금을 맞으니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B 중개업소는 "단속 걱정에 문을 닫으면 손님이 덜 찾는 걸 바라는 것"이라며 "부동산 잘못도 아닌데 죄지은 양 단속하겠다고 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이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강남3구가 견인하는 양상이다. 한국부동산원 3월 둘째 주(10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20% 상승했다.

특히 해제 수혜 지역인 잠실동이 있는 송파구가 0.72%로 가장 큰 상승폭을 보였고, 강남구(0.69%), 서초구(0.62%)도 평균을 3배 이상 웃돌았다.

거래량도 늘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을 보면 이날 기준 지난 2월 아파트 매매 신고 건수는 5506건으로, 대출 규제가 시작되던 지난해 8월(6537건) 이후 가장 높았다.

이들 지역에선 신고가 거래도 잇따른다. 송파구 잠실동 트리지움 전용 149.45㎡는 직전 거래보다 1억5000만원 오른 38억원에 지난 5일 매매되며 신고가를 찍었다.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2단지 전용 91.93㎡는 6억원 오른 45억원에 8일 팔렸다.

다만 잠삼대청 지역 집주인들이 2~3억원씩 호가를 올리면서 실제 계약까지 이뤄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는 게 지역 중개업소의 주장이다.

잠실동의 또 다른 중개업소는 "상가 부동산 30곳 중 토허제 해제 후 계약까지 간 건 급매 한 곳뿐"이라며 "일시에 호가를 올리니 매수자들이 따라오지 않는다. 매도자만 문의하는 상황이어서 우리는 장사도 안되고 손을 놓고 있다"고 전했다.

이 중개업소는 "호가에 맞춰서 내놓는 물건을 받고 있긴 하지만 이 가격에 팔리긴 어려울 거 같다"며 "한두 달 조정기를 거칠 텐데 (폭등 우려는) 과도한 호들갑"이라고 했다.

전문가들도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외에도 대출 금리 인하 기대감과 공급 부족 등 불안심리가 부동산 시장에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고점 회복을 중심으로 한 추세적인 상승"이라며 "강남권이 먼저 반응하고 시간을 두고 인근 지역도 따라가는 것으로, 급등이라기보다는 꾸준한 상승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formation@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