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의 가치' 보여준 LG 박해민 "공격이 야구의 전부는 아냐"

[서울=뉴시스]김희준 기자 = 프로야구 LG 트윈스의 주전 중견수 박해민이 '슈퍼 캐치'로 팀의 3연승에 기여하며 '수비의 가치'를 보여줬다.

LG는 지난 25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2025 신한 쏠뱅크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서 5-0으로 승리했다.

이날 LG의 외국인 에이스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는 7이닝 동안 8개의 삼진을 솎아내며 1피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쾌투를 펼쳤다. 생일을 맞아 6이닝 3피안타 무실점 5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한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한화)에 판정승을 거뒀다.

에르난데스가 호투를 펼칠 수 있었던데는 LG 야수진의 호수비도 한 몫을 했다. 특히 중견수 박해민이 안타성 타구를 2개나 걷어내며 에르난데스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8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한 박해민은 6회초 그림같은 다이빙 캐치를 선보였다.

에르난데스와 류현진이 팽팽한 투수전을 이어가던 6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한화 김태연이 좌중간으로 향하는 타구를 날렸다. 장타로 이어질 수 있는 타구였다.

하지만 빠른 발로 타구를 쫓아간 박해민은 몸을 날리며 팔을 쭉 뻗었고, 타구는 그의 글러브로 빨려들어갔다.

에르난데스는 마운드 위에서 박해민을 향해 허리를 90도로 숙여 인사했다.

'슈퍼 캐치'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LG가 1-0으로 앞선 8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에르난데스가 이도윤에 좌전 안타를 허용했다.

계속된 2사 1루에서 권광민의 타구가 중견수 왼쪽으로 향했다. 안타가 될 만한 타구였지만, 이번에도 박해민의 거미줄 수비에 걸렸다.

전력 질주한 박해민은 몸을 날려 타구를 걷어냈다. 빠졌다면 장타로 이어져 동점 점수를 줄 수도 있었지만, 박해민은 안정적으로 포구했다.

만원 관중이 들어찬 관중석은 LG 팬들의 환호성과 한화 팬들의 탄식으로 가득 찼다.

박해민의 호수비로 LG는 기세가 잔뜩 살았고, 8회말 공격에서 한화 불펜진을 무너뜨리며 대거 4점을 뽑아 승기를 굳혔다.

박해민의 주력은 리그 최고로 손꼽힌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20개 이상의 도루를 성공했다.

삼성 라이온즈 시절이던 2015년에는 60개의 도루를 해냈고, 30대 중반에 접어든 지난해에도 43도루로 건재함을 과시했다.

박해민은 빠른 발을 앞세운 넓은 수비 범위와 타구 판단 능력을 앞세워 리그 최정상급 수비력을 선보인다.

박해민이 타격에서 부진해도 좀처럼 선발 라인업에서 빠지지 않는 이유다. 박해민은 25일 경기에서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지만, 수비서 진가를 아낌없이 발휘했다.

경기를 마친 뒤 박해민은 "2개 다 잡을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섰다. 8회에는 주자가 1루에 있어서 장타를 막기 위해 뒤로 물러나 수비를 했다"며 "좋은 수비로 상대 팀의 흐름을 잘 끊은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투수들이 잘 막아준 것이 야수들이 뒤에서 힘을 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며 "양 팀 모두 에이스가 나왔고, 수비 쪽의 작은 것 하나에서 승패가 갈릴 수 있다. 그래서 선수들이 수비할 때 조금 더 집중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8회 호수비를 펼친 뒤 어느 때보다 밝게 웃은 박해민은 "짜릿했다. 안타가 되면 투수가 흔들릴 수 있었다. 상대가 대타를 내서 성공하면 분위기를 내줄 수도 있었다"며 "그걸 끊어서 함박웃음을 지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박해민은 "프로에 데뷔한 후 안타를 못 치고도 수훈선수 인터뷰를 한 것은 처음인 것 같다"면서 "야구가 공격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조금은 보여준 것 같아 뜻깊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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