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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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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K팝이 무슨 밴드냐.

21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데이식스 스페셜 콘서트 '더 프레젠트''(2024 DAY6 Special Concert 'The Present)'는 그에 대한 확실한 답이다.

'K팝 밴드'에 대한 콤플렉스를 날려준 청춘의 밸런스가 일품이었다.

데뷔곡 '콩그레츄레이션스', 밴드 역주행의 대표곡인 '예뻤어'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국내 최대 음원 플랫폼 멜론 '톱 100' 1위를 차지한 '녹아내려요' 해피' 등 여러 청춘의 한 쪽을 장식한 곡들이 내내 떼창으로 울려퍼졌다.

내년 데뷔 10주년을 맞는 데이식스와 팬덤 '마이데이'를 지배하는 정서는 청춘의 성장 서사다.

데이식스가 정식 데뷔 전인 2015년 7월31일 서울 홍대 앞에서 열린 '라이브 클럽데이' 일환으로 클럽FF 무대에 올랐던 때를 기억한다.

K팝 대표 기획사인 JYP엔터테인먼트가 밴드를 내놓았다는 사실은 그 자체만으로 화제가 됐다. 하지만 당시 K팝 팬은 물론 밴드 팬들에게도 외면 받았던 건 사실이다. 멤버들은 공연 홍보를 위해 막대사탕을 들고 홍대 길거리를 누볐다. 데뷔도 안 한 이들의 공연을 관람한 관객은 당시 수십명에 불과했다.

같은 해 9월 정식 데뷔한 후 그 해 11월 예스24 무브홀(현재 무신사 개러지)에서 이틀 간 약 1000석 규모로 첫 콘서트를 열었다. 그리고 9년이 흘러 전날과 이날 회당 1만9000명씩 약 3만8000명 규모로 고척돔에서 공연하는 대형 팝스타가 됐다. 산술적으로만 따져도 공연 관객수가 38배 늘어난 셈이다.

인위적인 것은 티가 난다. 데이식스는 하지만 무슨무슨 척하지 않는 성장서사를 지니고 있다. K팝 밴드로서 대중성과 실력을 동시에 갖춰나가면, 공감대를 넓혔다.

강렬하지만 애수 어린 기타의 성진, 세련되면서도 리듬감 넘치는 베이스의 영케이, 감성적이면서 분명한 건반의 원필, 질주하면서도 쉼표를 만드는 드럼의 도운은 재능·노력을 모두 갖춘 이들이다.

데이식스는 무엇보다 음악을 기술적으로 잘하는 것을 넘어서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청춘을 콕콕 찌르면서도 품는 통찰이 빈번히 등장한다.

"오늘을 위해 / 그저 견뎌줘서 고마워 (…) / 아름다운 청춘의 한 장 / 함께 써내려 가자"('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청춘을 정확히 이해한 이들은 이를 표현할 때, 기교를 부리지 않는다. 이처럼 데이식스는 좋은 멜로디, 쉬운 노랫말로 공감을 위해 최단거리로 나아간다. 이건 지극히 대중음악 문법이지만 아무나 빚어낼 수 있는 화법은 아니다.

세상이 마냥 아름다운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아름답지 않겠냐며 같이 나아가자는 제안. "그런 날이 있을까요? / 마냥 좋은 그런 날이요 / 내일 걱정 하나 없이 / 웃게 되는 그런 날이요 / 뭔가 하나씩은 / 걸리는 게 생기죠 (…) 버티고 있으면 언젠가 / 그런 날이 올까요"('해피' 중)처럼.

이런 전언은 40대 아저씨 마음 한 켠에도 여전히 청춘의 페이지가 존재하고 있다는 걸 깨닫게 한다. 청춘의 유용함이 아닌 무용함을 깨닫더라도, 그것으로부터 상처 받는 게 아니라 습관적으로 써온 인생의 관습이 구겨져도 그걸 인정하고 새로운 페이지를 좀 더 나답게 채우면 된다는 걸 알려준다.

JYP 수장인 박진영 프로듀서, 밴드 음악 마니아로 알려진 정욱 대표, 데이식스와 엑스디너리 히어로즈 같은 K팝 밴드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는 스튜디오J 문호윤 본부장, 청춘의 멜로디를 데이식스 멤버들과 함께 빚어가는 홍지상 작곡가 등은 데이식스가 대형 프로덕션의 탄탄한 기획력이 힘이 발휘된 팀이라는 걸 증명하지만, 이 세상을 진실하게 담아낸 데이식스와 마이데이의 마음이 없었으면 오늘의 영광은 불가능했을 거다.

K팝 밴드로서는 처음 고척돔에 입성한 데이식스다. 그 만큼 사운드, 무대 연출에 공을 들였고 해외 내한공연 팀 못지 않은 질을 만들어냈다. 데이식스 멤버들은 2019년 12월 아일랜드 록밴드 'U2'가 이곳에서 내한공연한 걸 지켜보며 큰 꿈을 꾸기도 했다.

그런데 데이식스의 음악과 사랑은 공연장 규모를 떠나 각박하지 않다. 항상 차고 흘러 넘친다.

"무대 위에서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에 대해 너무 각박하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 자리까지 오게 됐고, 또 말할 수 있게 됐습니다. 여러분 사랑합니다. 꿈을 실현시켜 준 마이데이 분들 너무 감사드려요. 하루하루 진짜 사랑이 넘쳤으면 좋겠습니다."(영케이)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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