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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inNess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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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뜨거운 부심 하나로 서 있지 마이크 앞에 / 그 증거들은 살고 죽는 모든 테이크 안에 / 만들고 싶었던 건 잘 짜여진 풀 랭스 / 기분 좋은 무게감, 근데, 다 급해 / 시대는 숏폼, 모두 다 타지 급행 / 필요조건? 난 모르겠어 도통 / 어쩌지 못한 혼돈"(폰 숍(Pawn Shop)(Feat. 개코) 중)
2010년에도 이들밖에 없었는데 2024년에도 이들만 살아남았다. 힙합계 살아 있는 전설인 힙합 듀오 '가리온'이 14년 만에 정규 음반을 내면서 해빙(解氷)됐다. 최근 발매한 정규 3집 '가리온3'은 얼어붙어 있던 시간의 파편이 되려 뜨겁다는 걸 증명한다.
힙합계가 어려운 상황에서 가리온이 '최후의 보루'로서 언제나 존재해왔다는 걸 새삼 인지시키는 명반이다. 최근 홍대 앞에서 만난 가리온 두 멤버 MC 메타(53·이재현)와 나찰(정현일·47)은 "3집이 우리 최고의 음반"이라고 입을 모아 자부했다.
1990년대 중후반 홍대 드럭이 펑크의 성지였다면, 검고 흰 체크무늬(격자무늬) 무대의 신촌 마스터플랜은 힙합의 상징이었다. MC 메타와 나찰은 이곳에서 '라이브 MC'로 이름을 날렸다.
1997년 말 MC 메타가 나찰에게 제안하면서 1998년 팀이 결성됐다. 정규 1집(2004)과 정규 2집(2010)이 평단과 힙합 팬들 모두에게 호평을 들었다. 국내 최고 권위의 '한국대중음악상' 수상 등을 하면서 '국힙'(국내 힙합)을 대표하는 팀이 됐다. 데뷔년을 따지면 올해가 데뷔 20주년이다.
힙합 뮤지션의 음악과 메시지가 세상을 단번에 바꾸지 못해도, 세상을 바꿔나가는 사람들의 생각을 아주 조금씩 바꾸는데 보탬이 되는 걸 증명해온 이들이기도 하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을 제작 모토로 삼은 이번 앨범에 실린 14곡은 전작들의 향수를 이어받아 클래시컬하지만, 성숙해진 메시지와 래핑 그리고 총괄 프로듀서를 맡은 프로듀서 겸 래퍼 딥플로우(30·류성구)의 세련된 디렉팅과 브랜딩이 더해져 현 세대와도 충분히 호흡한다.
가리온의 귀환을 위해 힙합 신이 총출동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킵루츠, 그레이, 더 콰이엇, 마일드 비츠, 프레디 카소, 비앙, 이안 캐시, 돈 싸인, 16 레벨즈가 프로듀서진으로 나섰다. 타이거 JK, 개코, 팔로알토, 마이노스, 화지, 쿤타, 따마, 스카이민혁 등이 피처링으로 힘을 보탰다.
가리온이 이들과 함께 쓴 드라마는 추억 소환이 아닌 현재진행형이다. 다음은 MC메타, 나찰과 나눈 일문일답.
-드디어 정규 3집이 나왔습니다. 감회가 남다를 거 같습니다.
"일단 되게 기분이 좋습니다. 이전 앨범을 낸 직후의 기분을 돌아 봤는데 1집 때는 정신없었던 느낌 그리고 어릴 때니까 '정말 확 찢어버릴 거야'라는 생각도 있었어요. 2집 때는 힘들게 냈었어요. 1집 프로듀서랑 헤어진 뒤 저희 둘이 외부 프로듀서들과 작업하면서 제가 전체적인 디렉팅을 보다보니까, 긴장을 많이 했었거든요. 3집은 편안해지고 안정감 같은 게 의외로 들더라고요. 14년 동안 힙합신(scene)이 많이 바뀌었잖아요. 처음엔 '음반을 내도 반응이 있을까? 낼 수 있을까?' 여러 복잡한 생각들이 들었는데 작업 기간 중에 '이거 내도 된다'라는 확신이 생기면서 든 안정감이었죠."(MC 메타)
"저도 똑같은 맥락입니다. 1집, 2집 때는 낸 것만으로도 좋았는데 이번 앨범은 완성도에 대한 집착이 더 컸었고요. 완성도가 높게 마무리가 됐다는 점 때문에 오히려 더 안정감이 생겼어요. 무엇보다 희한하게 (앨범을 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되게 때가 알맞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여러 부분으로 운명처럼 만들어진 앨범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누군가가 보면 이때를 기다렸나라고 할 정도로 맞았던 것들이 많이 있었어요."(나찰)
"나중에 이번 앨범에 대해 회고를 하게 되면 아마 '타이밍이 기가 막혔다'라고 생각할 거 같아요. 최근 2~3년, 특히 2024년 들어서 해외 힙합 신도 보면 오리지널 그러니까 소위 말하는 파이오니어(Pioneer)들이 컴백하는 현상 그리고 저희가 보고 영향 받았던 뮤지션들이 한동안 신을 떠나 있다가 앨범을 들고 컴백하는 모습이 꽤 있었거든요 그리고 빠른 답변인지 모르겠지만, 나찰이랑 저랑 똑같이 느끼는 게 이번 3집이 저희 커리어 최고의 앨범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짱이야' 같은 느낌이 아니라 음악적인 완성도 측면에서 최고의 앨범이라 생각해요."(MC메타)
-힙합에서 흔히 말하는 스웨그가 아니라 차분하게 확신을 갖고 말씀 주시니 더 믿음이 갑니다.
"프로모션 차원에서 이 앨범을 한 단어로 정의하는 것에 대해 고민했어요. 예를 들자면 1집 때는 '한국 힙합의 완성' 내지는 '한국어 랩 교과서' 같은 표현이 있었단 말이죠. 2집에서는 '왕의 귀환' 내지는 '한국어 랩의 정수'라고 했고요. 이번 3집의 콘셉추얼한 부분은 '체스 게임'을 내세웠어요. 이 부분이 약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완성된 이후엔 '가리온 앨범 중 최고의 앨범'이라는 수식어을 붙일 수 있을 거 같아요. 저희 자평이지만 역대 최고의 앨범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MC 메타)
-최근 힙합 신에서 이렇게 많이 얘기가 되는 신작은 없었어요. 힙합 신이 이전보다 침체됐는데 활력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요즘은 밴드 신이 대세잖아요.
"갑론을박 자체가 저희는 좋은 게 그만큼 색깔이 뚜렷한 앨범이라는 얘기잖아요."(MC 메타)
"흐름은 항상 도는 것 같아요. 다른 장르 음악이 치고 나오는 가운데 도태되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추진력을 얻기 위해서 무릎을 꿇은 것처럼요."(나찰)
"상황이 힘들어지면 극복해야 되니까 그 만큼 더 강해지는 거죠."(MC 메타)
-이번 음반에 대한 힙합 팬들 반응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무엇이었습니까?
"부정적인 측면, 긍정적인 측면이 다 있는 게 당연히 자연스럽죠. 인상적이었던 건 연세가 있는 분이 다신 댓글 같았는데 IMF랑 결부된 글을 남기셨더라고요. 작금의 한국 정치, 경제 상황을 떠나서 가리온의 앨범이 지금 시대에 개인적인 소회를 담아 위로가 된다는 내용이었어요. 특히 '01410' 시절로 포인트를 잡으신 거 같은데 노래 배경이 딱 97년 IMF 시절이잖아요. 정말 어두운 시대이지 않았습니까? 그 시기에 비슷하게 출발했던 동료들이 거의 다 떠났잖아요. 저희가 14년 만에 돌아왔는데 비슷하게 어려운 시기죠. 과거를 기억하시는 분들한테 위로가 된다는 게 인상적이었어요."(MC 메타)
-저도 '01410' 가사에 많이 울컥했는데 제일 좋았던 대목 중 하나는 "쇼미더머니 이전 vibe / 쇼 비즈니스 없던 live / 손끝이 맞닿았던 밤 / 핸드폰 없이 즐긴 live,"였습니다. 사실 기교를 부린 가사는 아니잖아요. 담백하게 쓰셨는데 그래서 더 좋은 가사가 나온 거 같아요.
"전 울컥한 것보다요. 이번에 이런 경험을 처음 한 거 같은데요. 이전부터 외부로 시선을 돌려 사람들의 반응을 볼 때가 많았었거든요. 그런데 '01410' 가사를 쓰고 혼자 모니터링하면서 씨익 웃고 있더라고요. 너무 행복하다라는 생각이 들어가지고 되게 신선한 경험이었어요."(나찰)
-딥플로우 씨와 작업은 어떻게 시작한 겁니까?
"넋업샨, 마이노스, 라임어택, 허클베리피 등 연배가 비슷한 래퍼들의 커피 모임이 있어요. 앨범의 방향성을 두고 고민 중일 때 그 모임에 나가 조언을 구했어요. 현재 음악 신의 비즈니스 환경을 저희가 알지 못하니까요. 그래서 다른 프로듀서와 협업을 고민했고, 이 모임에서 프로듀서를 추천받는다고 했죠. 그런데 이구동성으로 딥플로우를 얘길 한 거죠. 특히 허클베리피가 자신이 아는 사람 중에 가리온을 가장 객관적으로 잘 이해하고 가장 잘 아는 이가 딥플로우라고 적극 추천했습니다. 딥플로우에게 전화를 했더니 무조건 하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모든 인프라와 본인의 인맥들을 다 동원해서 이번 앨범에 도움을 줬어요. 본인을 성덕(성공한 덕후)라고 표현을 하더라고요. 하하. 오랜만에 '브라더후드(brotherhood)'를 느꼈어요."(MC 메타)
-그럼 딥플로우 씨와 처음 만나서 어떤 얘기를 주로 주고 받았나요?
"일단 가리온이 '오랜 시간 동안 앨범을 안 냈다'라는 게 가장 큰 포인트였고요. '현시점에서 어떤 곡으로 어떤 이야기를 쓰는 게 나을까?' 생각을 많이 했죠. 저희 둘은 기본적인 것부터 고민했어요. 지금 세대가 듣게끔 드릴, 레이지 같은 새로운 장르를 해봐야 되는 게 아닌가 생각도 했거든요. 그런데 딥플로우는 처음에 딱 한마디 했어요. '옛날로 돌아가시죠.'라고요. 그리고 그것에 대한 타당한 이유를 설명해줬어요. '비즈니스적인 마인드로 가더라도 가리온을 그동안 좋아했었던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게 훨씬 더 효과적'이라고요. 저희도 제일 잘 할 수 있는 게 그거였기 때문에 그 틀을 잡아준 것 자체만으로도 부담감이 확 줄어들더라고요. 그래서 앨범 작업을 편하게 시작 했어요."(나찰)
"사실 저희가 해마다 트렌드를 쫓아가면서 음악적 스타일을 바꿔왔던 팀이 아니잖아요. 근데 힙합 장르는 '컬처 오브 컴피티션'이라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무조건 경쟁이거든요. '내가 널 죽이고 이길 거야'가 아니라 더 나은 거, 뭔가 더 디벨롭된 것을 끄집어내야 사람들한테 반응이 있고 호응을 얻죠. 또 그게 뮤지션이 계속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가 됩니다. 특히 힙합은 최신의 이미지를 갖고 있으니까 만약에 똑같은 게 나오는 순간 도태된 걸 떠나서 힙합 뮤지션으로서 임무를 망각하게 되는 거죠. 게다가 저희는 늘 해외 시장을 모니터해 왔기 때문에 '진보해야 되는 측면'을 버릴 수가 없는 거죠. 어찌 보면 저희가 14년 동안 머뭇거린 지점이 사실 거기에도 있어요. 2015년 저희가 한량사 소속일 때 사실은 3집 제작을 했어요. 트랙도 꽤 만들었고, 그 해 싱글을 5장을 냈었거든요. 가리온 3집의 방향성을 테스팅하던 싱글이었습니다. 지금을 제대로 소화하는지 자체적으로도 파악을 해보고 했는데, 당시 결론은 실패였죠. 그래서 더 움츠러들게 된 거죠. 우리가 해석한 트렌드를 스스로 소화 못했고, 그렇다고 과거로 돌아갈 순 없고…. '어떡하지' 하고 우물쭈물하다 2024년까지 와버린 거죠. 근데 딥플로우라는 사령관이 와서는 '이제 후진기어 넣어'라고 한 거죠. '집으로 가야지 뭐 하시는 겁니까?'라는 말에 방향을 180도 돌려버린 거죠. 그리고 초반에 딥플로우가 저희에게 이렇게 얘기했어요. '형님들 저한테 어디까지 권리를 주실 겁니까?'라고요. 되게 중요한 포인트잖습니까? 저희가 디렉팅을 맡겨 놓고 '우린 싫어'라고 말하는 순간, 영화 하나에 감독이 세 명이 붙는 것과 같고 그러면 망하는 거잖아요. 저희는 이렇게 얘기했죠. '네가 시키는 대로 다 하겠다'고요. 전권을 다 줬어요."(MC 메타)
-그것도 큰 용기잖아요.
"그만큼 저희한테는 간절함이 있었죠. 문제 해결의 키를 가진 사람이 딥플로우라는 저희는 깨달았어요. '예전으로 돌아가셔야죠' 그 한마디에 머릿속 안개가 걷히면서 길이 보이는 느낌이었어요."(MC 메타)
"2010년대 후반 트랩이 한창 유행일 때 (미국 붐뱁 거물인) DJ 프리미어에게 누가 물었어요. '당신은 왜 가장 유행하는 트랩을 안 찍습니까?'라고요. 프리미어가 '전 절대 못 해요. 근데 다른 사람들은 나보다 붐뱁 못 찍을 걸요'라고 답했어요. 이번에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 저희가 새로운 장르를 못할 수 있어요. 하지만 가리온 스타일은 아무도 못하죠. 그걸 딥플로우가 깨닫게 해준 거죠."(나찰)
-앨범엔 과거에 대한 향수가 가득한데 그것이 단지 추억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현재진행형의 효과도 줍니다.
"'01410'의 콘셉트를 처음 던져준 사람이 딥플로우였어요. 덕후의 입장에서 형들한테 꼭 듣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서 '옛날이야기'라고 하더라고요. 그 곡에 '계산 없던 순수함'이라는 라인도 썼지만 계산 없이 그냥 열정으로만 살던 시절의 얘기를 자기는 듣고 싶다는 거예요."(MC 메타)
-'01410'에서 인상적이었던 가사가 '1997년 그때부터 시작인데 누군가는 지겹데 / 검고 희던 체스판 기억해'이라는 대목이었습니다. 체스판은 활동 초기에 공연하셨던 홍대 앞 클럽 '마스터플랜'을 뜻하잖아요. 이렇게 이번 앨범에선 체스가 주요 콘셉트 포인트로 사용됩니다. 이 체스 이미지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있었을 거 같아요.
"이번 앨범에 체스판이라는 단어가 정말 엄청 많이 나와요. 7~8번은 나올 것 같아요. 체스판은 저희에게 고향이니까요. 근데 이게 어디까지 확장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되게 했어요. 가장 좋았던 이미지는 '나이 먹어가는 두 래퍼가 서로 바라보고 앉아서 대결을 한다'였어요. 딥플로우가 '진짜 타짜구나'라고 느낀 지점은 앨범 아트워크라든지 저희 굿즈 같은 경우에도 그 체스 이미지가 다 들어갔는데 통일성이 느껴지는 거예요. 이래서 '앨범 만드는 재미가 있구나' 생각했죠."(나찰)
"나찰이 얘기한 두 사람이 체스를 두는 이미지, 각 트랙의 체스 용어들은 전반적으로 '체스 기믹(gimmick)'이라고 해야겠죠. 시작점은 마스터플랜의 검고 흰 바닥이에요. 제가 1집 '옛 이야기'에서 썼던 가사 '주말이면 체스판 바닥에 비트를 실어 한 판!'에서 착안한 체스판인데 사실 체스는 인생과 닮았죠. 서로가 1번씩 1수씩 두고, 전략에 따라 얼마든지 결과가 뒤집힐 수 있고, 해당 게임에서 져도 또 다른 게임을 할 수 있는 거고, 누군가가 떠나지 않는 이상 계속 게임을 하는 거죠. 나이 먹은 래퍼들의 음반의 이미지로는 가장 잘 어울리는 선택이었던 것 같아요."(MC 메타)
-그리고 피처링진도 가리온이 아니면 힘든 라인업이었습니다.
"많은 생각을 했었어요. 오랜만에 나오는 앨범이니까 이슈를 만들고 주목을 시키려면 유명하고 이름값 파워를 보여줄 수 있는 친구들을 섭외할까 등등이요. 처음 리스트에 올려놓은 사람들이 열 명이 넘었어요. 그런데 우리 음악을 하데 다른 이름값이 필요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우리랑 잘 어울릴 친구가 누구지' 하면서 고민한 끝에 지금 피처링진이 결정됐어요."(나찰)
"전 균형감이 되게 좋았다고 봐요. 예를 들면 스카이 민혁이 피처링진 중 가장 어린 친구인데 최근 몇 년 동안 힙합 커뮤니티에서 행보가 가장 좋은 래퍼거든요. 그 친구가 갖고 있는 순수한 열정이 저희 어릴 때랑 닮았더라고요. 그리고 또 이슈가 됐던 것 중 하나가 20대 때 불발됐던 타이거 제이케이(Tiger JK)와 협업('III')이었죠. 젊은 친구와 협업, 숙제처럼 이뤄내야 할 컬래버까지 조화롭게 선정이 된 것 같아요."(MC 메타)
-무엇보다 이번 앨범은 신나게 작업하신 느낌이 듭니다.
"오랫동안 학교 교수직 일을 하다가 작년 초에 그만뒀어요. 와이프가 그때 저한테 얘기했던 게 '원래 당신이 있던 분야로 돌아가는 게 맞다. 난 늘 그러길 바랐다'라며 용기를 줬어요. 어떤 수익 활동 없이 온전하게 앨범 작업에만 매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거였죠. 그러니까 이게 다 타이밍이 맞는 거예요. 안 그랬으면 1년 만에 작업을 못 끝냈을 수도 있었어요. 나찰은 가정이 있고, 자녀를 키우는 건 물론 본업을 하면서 이번 작업을 다 했거든요. 나찰이 많이 힘들었을 거예요. 저희 매주 녹음을 했는데 데일리잡이 있는 사람이 그걸 소화하기 쉽지 않다는 걸 아니까요. 그럼에도 나찰 역시 아마 동의할 것 같은데, 지난 1년 간의 작업 과정에서 고통스러웠던 적은 없었어요. 2집 때는 너무 힘들었죠. 1집 때는 더 힘들었고요."(MC 메타)
"저 역시 너무 행복한 작업이었습니다. 특히 피처링에 참여자들, 가까운 지인들이 정말 진심으로 좋다고 반응을 했을 때 너무 기분이 좋았어요. 특히 죽마고우가 음반을 들을 뒤 '너랑 전화 통화하는 게 영광'이라고 말할 때 정말 벅찼어요."(나찰)
"피처링에 참여('노마지)한 쿤타가 음반을 듣던 중간에 전화를 해서 좋다고 격하게 반응을 한 것도 정말 기분 좋은 지점이었어요."(MC 메타)
-MC 메타 씨는 꾸준히 음악 작업을 해와서 실력, 감각이 녹슬지 않았다고 해도 나찰 씨는 오랜만에 음반 작업을 했는데 오히려 실력이 더 늘어났습니다. 어느 힙합 팬은 (좋은 쪽으로) 변성기가 왔다는 반응도 하더라고요.
"제가 원래 승부욕이 미친 것처럼 세요. 운동을 오랫동안 해왔고 지는 걸 극도로 싫어하죠. 근데 랩에서 꽤나 오랫동안 지고 있다라는 느낌이 들어서 못 견디겠더라고요. 그래서 밑바닥부터 헤집고 다녔어요. 랩스킬을 카테고리화해서 혼자 앉아서 발음부터 연구의 개념으로 되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이번 3집 작업 전부터 10년 동안 그렇게 했죠. 그래서 더 뿌듯한 거예요. 그걸 알아주시는 분위기이니까요."(나찰)
-트랙리스트 배치도 섬세하다고 느꼈습니다.
"첫 트랙 '해빙'엔 백그라운드 얘기가 있어요. 딥플로우가 총괄 프로듀서로 들어오기 전에 저희가 그린 밑그림이 사실 있긴 했어요. 제가 그렸던 3집의 출발점은 정통 SF 영화의 시작 장면이었어요. 동면 상태로 우주를 떠다니잖아요. 저희도 크런 클리셰로 시작을 하고 싶었거든요. 저희 2집 트랙 순서가 사실 역순이에요. 영화 '박하사탕'처럼 스토리 라인이 역으로 돼 있어요. 그래서 2집 1번 트랙이 사실은 해당 앨범 스토리의 마지막 신이에요. 그 트랙엔 일종의 '이스터 에그'처럼 사운드적으로 감춰 놓은 게 있어요. 저희가 있던 가상의 세계를 떠나, 다른 세계로 가는 내용을 사운드적으로 표현했죠. 우주선이 이륙해서 우주 공간으로 가고 다른 행성에 내려오는 것까지를 미디 키보드로 표현했어요. 저희 랩이 딱 끝나고 우르르 쾅쾅하는 천둥소리가 들려요. 저희가 뉴월드에 왔다는 걸 표현한 거예요. 그래서 이번 3집의 시작점을 거기로 잡은 거죠. 저희 정신까지 얼어붙은 데서 시작점을 잡은 거예요. '쇼미디머니' 등 새로운 것이 지나간 힙합 플래닛에 도착한 저희가 종이 다른 사람들과 접점을 갖는 것부터 스토리를 풀어 나가는 걸로 썼어요. 그런데 딥플로우가 '형님 재밌는데, 이건 아니다. 너무 세다. 이걸 제대로 구현하려면 저희 버짓(budget)으로 안 된다. 돈도 많이 들고 3년은 걸린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그걸 깨끗하게 날렸어요. 다만 딥플로우가 '형들이 얼어붙어 있다가 녹아서 활동을 한다는 지점에서 '해빙'이 시작점의 제목으로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첫 제 DNA의 콘셉트가 조금은 남아 있게 됐어요."(MC 메타)
-힙합 신이 위기라는 진단이 많이 나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가리온이 다시 나왔다는 그 차제만으로 힘이 되고 위로를 받는다는 힙합 팬이 많아요.
"마스터플랜이 문 닫은 직후 제가 과장해서 '실향민'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어요. '무대가 저희 고향인데 고향이 사라진 이후에 우리는 늘 고향을 찾아 헤매고 있는 실향민들'이라는 거죠. 현재 래퍼들은 온라인 위주로 활동하는 사이버 전사 같은 느낌이에요. 이번 앨범에 실린 '폰 숍(Pawn Shop)(Feat. 개코)'에도 쓴 내용이지만 지금은 모든 게 숏폼이고 무조건 1분, 2분 안에 끝내야 되고 1분 안으로 끝내야 되고…. 잊혀져 가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이 강했죠. 가리온은 늘 무대에 대한 그리움과 배고픔, 하이에나처럼 그 무대를 찾는 것에 대한 생각을 품고 있어요. 앞으로도 그 부분에 대한 생각은 꺾이지 않을 겁니다."(MC 메타)
-이번 앨범은 가리온의 클래시컬함을 환기 시켜줍니다. 그런데 다만 자연스러운 변화도 느껴져요. 한국어의 물성에 특히 반응했던 발음, 발화법에도 변화가 있어 보입니다.
"솔직히 개인의 생각으로는 처음에 약간의 거부감이 있긴 했어요. '제목에 이렇게 영어가 많이 들어가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심지어 제목이 안 외워지는 거예요. 그런데 그것이 자연스러운 변화로 읽혀졌다면 다행이에요."(나찰)
"이번엔 저희 나름대로는 무게감을 좀 덜어냈어요. 그리고 14년 만에 앨범을 내면서 나름 신선한 어떤 시도들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것이 영어였어요. 1집, 2집을 내면서 '한국어 랩 하면 가리온'이라는, 저희에겐 좋은 꼬리표가 붙었어요. 코로나 팬데믹 이전까지 매년 한글날이 되면 지역 행사 심지어 방송사 특집 프로그램 초청도 받았어요. 너무 감사한 일이죠. 다만 그 프레임 안에만 갇혀있는 느낌이 있었어요. 힙합팬들이 영어를 썼나 안 썼나 지켜보고 외래어는 어쩔 수 없으니까 봐 준다고 반응하시는 걸 지켜보면서 그것이 부담으로 다가오거나 자기검열이 돼 버리더라고요. 자기를 표현해야 할 아티스트가 어느 틀에 갇혀 버리면 안 되잖아요. '이걸 깨야 우리가 더 편해진다'는 생각에 이번 기회에 과감하게 후크를 영어로 써버린 거예요."(MC 메타)
-그것조차 가리온스럽게 소화를 해서 그런지 영어 가사에 대한 갑론을박은 별로 눈에 띄지 않더라고요. 내달 4일 홍대 롤링홀에서 3집 발매 기념 콘서트도 여신다고요.
"한창 활발하게 활동을 할 때는 1년에 1번씩은 꼭 콘서트를 했었거든요. 한동안 공연을 하지 못했는데 이번 공연은 각 잡고 하는 거라 정말 열심히 준비하고 있어요. 멋지고 재미있는 무대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기대합니다.(나찰)
"이번 앨범 작업 초반에 스튜디오 들어갔을 때 딥플로우가 저한테 내렸던 첫 디렉션이 있어요. '형님 톤 내리시죠'였어요. 초반에 비해 세월이 갈수록 제 톤이 점점 하늘로 올라가고 있더라고요. '1집 때 로(low)톤이 뭐 좋은 사람이 왜 저래' 같은 반응들이 나왔죠. 딥플로우가 그걸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던 거예요. 아마 딥플로우가 제 톤을 내리게 하는데 에너지를 다 쏟았을 거예요. 결국 제가 드리고 싶은 얘기는, 요즘 도파민 가득한 힙합 앨범들이 많잖아요. 거기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저희는 잔잔한 바이브가 있어요. 스킬도 화려하게 부리지 않고요. 하지만 라이브에선 다릅니다. 앨범에서 그런 작업을 했더니, 오히려 라이브에서 강하고 밀도 있는 플로우가 구현이 되더라고요. 앨범을 듣고 좋은 느낌을 받으신 분들이 라이브에 오시면 깜짝 놀라는 반전의 즐거움을 얻으실 수 있을 것 같아요."(MC 메타)
-마지막으로 두 분이 서로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97년에 만나셨으니, 거의 약 30년 동안 함께 음악을 하고 계시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죠.
"각자 아내보다 더 오래 만났어요. 하하. 근데 처음 만났을 때가 아직도 기억나요. 제가 먼저 전화를 해서 팀 하자고 제안했어요. 그 때 했던 얘기가 '언제까지 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너랑 한번 시작을 해보고 싶다'는 거였어요. '언제까지 할지 모르겠지만'이라는 말을 붙인 이유는, 이것이 없으면 리미트가 있는 제안처럼 느껴질까 봐서였어요. 나찰과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진짜였거든요. 그런데 이 친구가 되게 쿨하게 '좋습니다'라고 하더라고요. 그다음 만나서 지금까지 온 거예요. 여전히 같이 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MC 메타)
"당시 형님이 되게 배려심 있게 말씀을 해주셔서 저에겐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었어요. 전 이번에 형님에게 깔끔하게 한마디 하고 싶어요. 4집은 조금 더 빨리 냅시다. 하하."(나찰)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2010년에도 이들밖에 없었는데 2024년에도 이들만 살아남았다. 힙합계 살아 있는 전설인 힙합 듀오 '가리온'이 14년 만에 정규 음반을 내면서 해빙(解氷)됐다. 최근 발매한 정규 3집 '가리온3'은 얼어붙어 있던 시간의 파편이 되려 뜨겁다는 걸 증명한다.
힙합계가 어려운 상황에서 가리온이 '최후의 보루'로서 언제나 존재해왔다는 걸 새삼 인지시키는 명반이다. 최근 홍대 앞에서 만난 가리온 두 멤버 MC 메타(53·이재현)와 나찰(정현일·47)은 "3집이 우리 최고의 음반"이라고 입을 모아 자부했다.
1990년대 중후반 홍대 드럭이 펑크의 성지였다면, 검고 흰 체크무늬(격자무늬) 무대의 신촌 마스터플랜은 힙합의 상징이었다. MC 메타와 나찰은 이곳에서 '라이브 MC'로 이름을 날렸다.
1997년 말 MC 메타가 나찰에게 제안하면서 1998년 팀이 결성됐다. 정규 1집(2004)과 정규 2집(2010)이 평단과 힙합 팬들 모두에게 호평을 들었다. 국내 최고 권위의 '한국대중음악상' 수상 등을 하면서 '국힙'(국내 힙합)을 대표하는 팀이 됐다. 데뷔년을 따지면 올해가 데뷔 20주년이다.
힙합 뮤지션의 음악과 메시지가 세상을 단번에 바꾸지 못해도, 세상을 바꿔나가는 사람들의 생각을 아주 조금씩 바꾸는데 보탬이 되는 걸 증명해온 이들이기도 하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을 제작 모토로 삼은 이번 앨범에 실린 14곡은 전작들의 향수를 이어받아 클래시컬하지만, 성숙해진 메시지와 래핑 그리고 총괄 프로듀서를 맡은 프로듀서 겸 래퍼 딥플로우(30·류성구)의 세련된 디렉팅과 브랜딩이 더해져 현 세대와도 충분히 호흡한다.
가리온의 귀환을 위해 힙합 신이 총출동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킵루츠, 그레이, 더 콰이엇, 마일드 비츠, 프레디 카소, 비앙, 이안 캐시, 돈 싸인, 16 레벨즈가 프로듀서진으로 나섰다. 타이거 JK, 개코, 팔로알토, 마이노스, 화지, 쿤타, 따마, 스카이민혁 등이 피처링으로 힘을 보탰다.
가리온이 이들과 함께 쓴 드라마는 추억 소환이 아닌 현재진행형이다. 다음은 MC메타, 나찰과 나눈 일문일답.
-드디어 정규 3집이 나왔습니다. 감회가 남다를 거 같습니다.
"일단 되게 기분이 좋습니다. 이전 앨범을 낸 직후의 기분을 돌아 봤는데 1집 때는 정신없었던 느낌 그리고 어릴 때니까 '정말 확 찢어버릴 거야'라는 생각도 있었어요. 2집 때는 힘들게 냈었어요. 1집 프로듀서랑 헤어진 뒤 저희 둘이 외부 프로듀서들과 작업하면서 제가 전체적인 디렉팅을 보다보니까, 긴장을 많이 했었거든요. 3집은 편안해지고 안정감 같은 게 의외로 들더라고요. 14년 동안 힙합신(scene)이 많이 바뀌었잖아요. 처음엔 '음반을 내도 반응이 있을까? 낼 수 있을까?' 여러 복잡한 생각들이 들었는데 작업 기간 중에 '이거 내도 된다'라는 확신이 생기면서 든 안정감이었죠."(MC 메타)
"저도 똑같은 맥락입니다. 1집, 2집 때는 낸 것만으로도 좋았는데 이번 앨범은 완성도에 대한 집착이 더 컸었고요. 완성도가 높게 마무리가 됐다는 점 때문에 오히려 더 안정감이 생겼어요. 무엇보다 희한하게 (앨범을 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되게 때가 알맞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여러 부분으로 운명처럼 만들어진 앨범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누군가가 보면 이때를 기다렸나라고 할 정도로 맞았던 것들이 많이 있었어요."(나찰)
"나중에 이번 앨범에 대해 회고를 하게 되면 아마 '타이밍이 기가 막혔다'라고 생각할 거 같아요. 최근 2~3년, 특히 2024년 들어서 해외 힙합 신도 보면 오리지널 그러니까 소위 말하는 파이오니어(Pioneer)들이 컴백하는 현상 그리고 저희가 보고 영향 받았던 뮤지션들이 한동안 신을 떠나 있다가 앨범을 들고 컴백하는 모습이 꽤 있었거든요 그리고 빠른 답변인지 모르겠지만, 나찰이랑 저랑 똑같이 느끼는 게 이번 3집이 저희 커리어 최고의 앨범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짱이야' 같은 느낌이 아니라 음악적인 완성도 측면에서 최고의 앨범이라 생각해요."(MC메타)
-힙합에서 흔히 말하는 스웨그가 아니라 차분하게 확신을 갖고 말씀 주시니 더 믿음이 갑니다.
"프로모션 차원에서 이 앨범을 한 단어로 정의하는 것에 대해 고민했어요. 예를 들자면 1집 때는 '한국 힙합의 완성' 내지는 '한국어 랩 교과서' 같은 표현이 있었단 말이죠. 2집에서는 '왕의 귀환' 내지는 '한국어 랩의 정수'라고 했고요. 이번 3집의 콘셉추얼한 부분은 '체스 게임'을 내세웠어요. 이 부분이 약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완성된 이후엔 '가리온 앨범 중 최고의 앨범'이라는 수식어을 붙일 수 있을 거 같아요. 저희 자평이지만 역대 최고의 앨범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MC 메타)
-최근 힙합 신에서 이렇게 많이 얘기가 되는 신작은 없었어요. 힙합 신이 이전보다 침체됐는데 활력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요즘은 밴드 신이 대세잖아요.
"갑론을박 자체가 저희는 좋은 게 그만큼 색깔이 뚜렷한 앨범이라는 얘기잖아요."(MC 메타)
"흐름은 항상 도는 것 같아요. 다른 장르 음악이 치고 나오는 가운데 도태되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추진력을 얻기 위해서 무릎을 꿇은 것처럼요."(나찰)
"상황이 힘들어지면 극복해야 되니까 그 만큼 더 강해지는 거죠."(MC 메타)
-이번 음반에 대한 힙합 팬들 반응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무엇이었습니까?
"부정적인 측면, 긍정적인 측면이 다 있는 게 당연히 자연스럽죠. 인상적이었던 건 연세가 있는 분이 다신 댓글 같았는데 IMF랑 결부된 글을 남기셨더라고요. 작금의 한국 정치, 경제 상황을 떠나서 가리온의 앨범이 지금 시대에 개인적인 소회를 담아 위로가 된다는 내용이었어요. 특히 '01410' 시절로 포인트를 잡으신 거 같은데 노래 배경이 딱 97년 IMF 시절이잖아요. 정말 어두운 시대이지 않았습니까? 그 시기에 비슷하게 출발했던 동료들이 거의 다 떠났잖아요. 저희가 14년 만에 돌아왔는데 비슷하게 어려운 시기죠. 과거를 기억하시는 분들한테 위로가 된다는 게 인상적이었어요."(MC 메타)
-저도 '01410' 가사에 많이 울컥했는데 제일 좋았던 대목 중 하나는 "쇼미더머니 이전 vibe / 쇼 비즈니스 없던 live / 손끝이 맞닿았던 밤 / 핸드폰 없이 즐긴 live,"였습니다. 사실 기교를 부린 가사는 아니잖아요. 담백하게 쓰셨는데 그래서 더 좋은 가사가 나온 거 같아요.
"전 울컥한 것보다요. 이번에 이런 경험을 처음 한 거 같은데요. 이전부터 외부로 시선을 돌려 사람들의 반응을 볼 때가 많았었거든요. 그런데 '01410' 가사를 쓰고 혼자 모니터링하면서 씨익 웃고 있더라고요. 너무 행복하다라는 생각이 들어가지고 되게 신선한 경험이었어요."(나찰)
-딥플로우 씨와 작업은 어떻게 시작한 겁니까?
"넋업샨, 마이노스, 라임어택, 허클베리피 등 연배가 비슷한 래퍼들의 커피 모임이 있어요. 앨범의 방향성을 두고 고민 중일 때 그 모임에 나가 조언을 구했어요. 현재 음악 신의 비즈니스 환경을 저희가 알지 못하니까요. 그래서 다른 프로듀서와 협업을 고민했고, 이 모임에서 프로듀서를 추천받는다고 했죠. 그런데 이구동성으로 딥플로우를 얘길 한 거죠. 특히 허클베리피가 자신이 아는 사람 중에 가리온을 가장 객관적으로 잘 이해하고 가장 잘 아는 이가 딥플로우라고 적극 추천했습니다. 딥플로우에게 전화를 했더니 무조건 하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모든 인프라와 본인의 인맥들을 다 동원해서 이번 앨범에 도움을 줬어요. 본인을 성덕(성공한 덕후)라고 표현을 하더라고요. 하하. 오랜만에 '브라더후드(brotherhood)'를 느꼈어요."(MC 메타)
-그럼 딥플로우 씨와 처음 만나서 어떤 얘기를 주로 주고 받았나요?
"일단 가리온이 '오랜 시간 동안 앨범을 안 냈다'라는 게 가장 큰 포인트였고요. '현시점에서 어떤 곡으로 어떤 이야기를 쓰는 게 나을까?' 생각을 많이 했죠. 저희 둘은 기본적인 것부터 고민했어요. 지금 세대가 듣게끔 드릴, 레이지 같은 새로운 장르를 해봐야 되는 게 아닌가 생각도 했거든요. 그런데 딥플로우는 처음에 딱 한마디 했어요. '옛날로 돌아가시죠.'라고요. 그리고 그것에 대한 타당한 이유를 설명해줬어요. '비즈니스적인 마인드로 가더라도 가리온을 그동안 좋아했었던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게 훨씬 더 효과적'이라고요. 저희도 제일 잘 할 수 있는 게 그거였기 때문에 그 틀을 잡아준 것 자체만으로도 부담감이 확 줄어들더라고요. 그래서 앨범 작업을 편하게 시작 했어요."(나찰)
"사실 저희가 해마다 트렌드를 쫓아가면서 음악적 스타일을 바꿔왔던 팀이 아니잖아요. 근데 힙합 장르는 '컬처 오브 컴피티션'이라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무조건 경쟁이거든요. '내가 널 죽이고 이길 거야'가 아니라 더 나은 거, 뭔가 더 디벨롭된 것을 끄집어내야 사람들한테 반응이 있고 호응을 얻죠. 또 그게 뮤지션이 계속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가 됩니다. 특히 힙합은 최신의 이미지를 갖고 있으니까 만약에 똑같은 게 나오는 순간 도태된 걸 떠나서 힙합 뮤지션으로서 임무를 망각하게 되는 거죠. 게다가 저희는 늘 해외 시장을 모니터해 왔기 때문에 '진보해야 되는 측면'을 버릴 수가 없는 거죠. 어찌 보면 저희가 14년 동안 머뭇거린 지점이 사실 거기에도 있어요. 2015년 저희가 한량사 소속일 때 사실은 3집 제작을 했어요. 트랙도 꽤 만들었고, 그 해 싱글을 5장을 냈었거든요. 가리온 3집의 방향성을 테스팅하던 싱글이었습니다. 지금을 제대로 소화하는지 자체적으로도 파악을 해보고 했는데, 당시 결론은 실패였죠. 그래서 더 움츠러들게 된 거죠. 우리가 해석한 트렌드를 스스로 소화 못했고, 그렇다고 과거로 돌아갈 순 없고…. '어떡하지' 하고 우물쭈물하다 2024년까지 와버린 거죠. 근데 딥플로우라는 사령관이 와서는 '이제 후진기어 넣어'라고 한 거죠. '집으로 가야지 뭐 하시는 겁니까?'라는 말에 방향을 180도 돌려버린 거죠. 그리고 초반에 딥플로우가 저희에게 이렇게 얘기했어요. '형님들 저한테 어디까지 권리를 주실 겁니까?'라고요. 되게 중요한 포인트잖습니까? 저희가 디렉팅을 맡겨 놓고 '우린 싫어'라고 말하는 순간, 영화 하나에 감독이 세 명이 붙는 것과 같고 그러면 망하는 거잖아요. 저희는 이렇게 얘기했죠. '네가 시키는 대로 다 하겠다'고요. 전권을 다 줬어요."(MC 메타)
-그것도 큰 용기잖아요.
"그만큼 저희한테는 간절함이 있었죠. 문제 해결의 키를 가진 사람이 딥플로우라는 저희는 깨달았어요. '예전으로 돌아가셔야죠' 그 한마디에 머릿속 안개가 걷히면서 길이 보이는 느낌이었어요."(MC 메타)
"2010년대 후반 트랩이 한창 유행일 때 (미국 붐뱁 거물인) DJ 프리미어에게 누가 물었어요. '당신은 왜 가장 유행하는 트랩을 안 찍습니까?'라고요. 프리미어가 '전 절대 못 해요. 근데 다른 사람들은 나보다 붐뱁 못 찍을 걸요'라고 답했어요. 이번에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 저희가 새로운 장르를 못할 수 있어요. 하지만 가리온 스타일은 아무도 못하죠. 그걸 딥플로우가 깨닫게 해준 거죠."(나찰)
-앨범엔 과거에 대한 향수가 가득한데 그것이 단지 추억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현재진행형의 효과도 줍니다.
"'01410'의 콘셉트를 처음 던져준 사람이 딥플로우였어요. 덕후의 입장에서 형들한테 꼭 듣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서 '옛날이야기'라고 하더라고요. 그 곡에 '계산 없던 순수함'이라는 라인도 썼지만 계산 없이 그냥 열정으로만 살던 시절의 얘기를 자기는 듣고 싶다는 거예요."(MC 메타)
-'01410'에서 인상적이었던 가사가 '1997년 그때부터 시작인데 누군가는 지겹데 / 검고 희던 체스판 기억해'이라는 대목이었습니다. 체스판은 활동 초기에 공연하셨던 홍대 앞 클럽 '마스터플랜'을 뜻하잖아요. 이렇게 이번 앨범에선 체스가 주요 콘셉트 포인트로 사용됩니다. 이 체스 이미지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있었을 거 같아요.
"이번 앨범에 체스판이라는 단어가 정말 엄청 많이 나와요. 7~8번은 나올 것 같아요. 체스판은 저희에게 고향이니까요. 근데 이게 어디까지 확장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되게 했어요. 가장 좋았던 이미지는 '나이 먹어가는 두 래퍼가 서로 바라보고 앉아서 대결을 한다'였어요. 딥플로우가 '진짜 타짜구나'라고 느낀 지점은 앨범 아트워크라든지 저희 굿즈 같은 경우에도 그 체스 이미지가 다 들어갔는데 통일성이 느껴지는 거예요. 이래서 '앨범 만드는 재미가 있구나' 생각했죠."(나찰)
"나찰이 얘기한 두 사람이 체스를 두는 이미지, 각 트랙의 체스 용어들은 전반적으로 '체스 기믹(gimmick)'이라고 해야겠죠. 시작점은 마스터플랜의 검고 흰 바닥이에요. 제가 1집 '옛 이야기'에서 썼던 가사 '주말이면 체스판 바닥에 비트를 실어 한 판!'에서 착안한 체스판인데 사실 체스는 인생과 닮았죠. 서로가 1번씩 1수씩 두고, 전략에 따라 얼마든지 결과가 뒤집힐 수 있고, 해당 게임에서 져도 또 다른 게임을 할 수 있는 거고, 누군가가 떠나지 않는 이상 계속 게임을 하는 거죠. 나이 먹은 래퍼들의 음반의 이미지로는 가장 잘 어울리는 선택이었던 것 같아요."(MC 메타)
-그리고 피처링진도 가리온이 아니면 힘든 라인업이었습니다.
"많은 생각을 했었어요. 오랜만에 나오는 앨범이니까 이슈를 만들고 주목을 시키려면 유명하고 이름값 파워를 보여줄 수 있는 친구들을 섭외할까 등등이요. 처음 리스트에 올려놓은 사람들이 열 명이 넘었어요. 그런데 우리 음악을 하데 다른 이름값이 필요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우리랑 잘 어울릴 친구가 누구지' 하면서 고민한 끝에 지금 피처링진이 결정됐어요."(나찰)
"전 균형감이 되게 좋았다고 봐요. 예를 들면 스카이 민혁이 피처링진 중 가장 어린 친구인데 최근 몇 년 동안 힙합 커뮤니티에서 행보가 가장 좋은 래퍼거든요. 그 친구가 갖고 있는 순수한 열정이 저희 어릴 때랑 닮았더라고요. 그리고 또 이슈가 됐던 것 중 하나가 20대 때 불발됐던 타이거 제이케이(Tiger JK)와 협업('III')이었죠. 젊은 친구와 협업, 숙제처럼 이뤄내야 할 컬래버까지 조화롭게 선정이 된 것 같아요."(MC 메타)
-무엇보다 이번 앨범은 신나게 작업하신 느낌이 듭니다.
"오랫동안 학교 교수직 일을 하다가 작년 초에 그만뒀어요. 와이프가 그때 저한테 얘기했던 게 '원래 당신이 있던 분야로 돌아가는 게 맞다. 난 늘 그러길 바랐다'라며 용기를 줬어요. 어떤 수익 활동 없이 온전하게 앨범 작업에만 매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거였죠. 그러니까 이게 다 타이밍이 맞는 거예요. 안 그랬으면 1년 만에 작업을 못 끝냈을 수도 있었어요. 나찰은 가정이 있고, 자녀를 키우는 건 물론 본업을 하면서 이번 작업을 다 했거든요. 나찰이 많이 힘들었을 거예요. 저희 매주 녹음을 했는데 데일리잡이 있는 사람이 그걸 소화하기 쉽지 않다는 걸 아니까요. 그럼에도 나찰 역시 아마 동의할 것 같은데, 지난 1년 간의 작업 과정에서 고통스러웠던 적은 없었어요. 2집 때는 너무 힘들었죠. 1집 때는 더 힘들었고요."(MC 메타)
"저 역시 너무 행복한 작업이었습니다. 특히 피처링에 참여자들, 가까운 지인들이 정말 진심으로 좋다고 반응을 했을 때 너무 기분이 좋았어요. 특히 죽마고우가 음반을 들을 뒤 '너랑 전화 통화하는 게 영광'이라고 말할 때 정말 벅찼어요."(나찰)
"피처링에 참여('노마지)한 쿤타가 음반을 듣던 중간에 전화를 해서 좋다고 격하게 반응을 한 것도 정말 기분 좋은 지점이었어요."(MC 메타)
-MC 메타 씨는 꾸준히 음악 작업을 해와서 실력, 감각이 녹슬지 않았다고 해도 나찰 씨는 오랜만에 음반 작업을 했는데 오히려 실력이 더 늘어났습니다. 어느 힙합 팬은 (좋은 쪽으로) 변성기가 왔다는 반응도 하더라고요.
"제가 원래 승부욕이 미친 것처럼 세요. 운동을 오랫동안 해왔고 지는 걸 극도로 싫어하죠. 근데 랩에서 꽤나 오랫동안 지고 있다라는 느낌이 들어서 못 견디겠더라고요. 그래서 밑바닥부터 헤집고 다녔어요. 랩스킬을 카테고리화해서 혼자 앉아서 발음부터 연구의 개념으로 되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이번 3집 작업 전부터 10년 동안 그렇게 했죠. 그래서 더 뿌듯한 거예요. 그걸 알아주시는 분위기이니까요."(나찰)
-트랙리스트 배치도 섬세하다고 느꼈습니다.
"첫 트랙 '해빙'엔 백그라운드 얘기가 있어요. 딥플로우가 총괄 프로듀서로 들어오기 전에 저희가 그린 밑그림이 사실 있긴 했어요. 제가 그렸던 3집의 출발점은 정통 SF 영화의 시작 장면이었어요. 동면 상태로 우주를 떠다니잖아요. 저희도 크런 클리셰로 시작을 하고 싶었거든요. 저희 2집 트랙 순서가 사실 역순이에요. 영화 '박하사탕'처럼 스토리 라인이 역으로 돼 있어요. 그래서 2집 1번 트랙이 사실은 해당 앨범 스토리의 마지막 신이에요. 그 트랙엔 일종의 '이스터 에그'처럼 사운드적으로 감춰 놓은 게 있어요. 저희가 있던 가상의 세계를 떠나, 다른 세계로 가는 내용을 사운드적으로 표현했죠. 우주선이 이륙해서 우주 공간으로 가고 다른 행성에 내려오는 것까지를 미디 키보드로 표현했어요. 저희 랩이 딱 끝나고 우르르 쾅쾅하는 천둥소리가 들려요. 저희가 뉴월드에 왔다는 걸 표현한 거예요. 그래서 이번 3집의 시작점을 거기로 잡은 거죠. 저희 정신까지 얼어붙은 데서 시작점을 잡은 거예요. '쇼미디머니' 등 새로운 것이 지나간 힙합 플래닛에 도착한 저희가 종이 다른 사람들과 접점을 갖는 것부터 스토리를 풀어 나가는 걸로 썼어요. 그런데 딥플로우가 '형님 재밌는데, 이건 아니다. 너무 세다. 이걸 제대로 구현하려면 저희 버짓(budget)으로 안 된다. 돈도 많이 들고 3년은 걸린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그걸 깨끗하게 날렸어요. 다만 딥플로우가 '형들이 얼어붙어 있다가 녹아서 활동을 한다는 지점에서 '해빙'이 시작점의 제목으로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첫 제 DNA의 콘셉트가 조금은 남아 있게 됐어요."(MC 메타)
-힙합 신이 위기라는 진단이 많이 나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가리온이 다시 나왔다는 그 차제만으로 힘이 되고 위로를 받는다는 힙합 팬이 많아요.
"마스터플랜이 문 닫은 직후 제가 과장해서 '실향민'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어요. '무대가 저희 고향인데 고향이 사라진 이후에 우리는 늘 고향을 찾아 헤매고 있는 실향민들'이라는 거죠. 현재 래퍼들은 온라인 위주로 활동하는 사이버 전사 같은 느낌이에요. 이번 앨범에 실린 '폰 숍(Pawn Shop)(Feat. 개코)'에도 쓴 내용이지만 지금은 모든 게 숏폼이고 무조건 1분, 2분 안에 끝내야 되고 1분 안으로 끝내야 되고…. 잊혀져 가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이 강했죠. 가리온은 늘 무대에 대한 그리움과 배고픔, 하이에나처럼 그 무대를 찾는 것에 대한 생각을 품고 있어요. 앞으로도 그 부분에 대한 생각은 꺾이지 않을 겁니다."(MC 메타)
-이번 앨범은 가리온의 클래시컬함을 환기 시켜줍니다. 그런데 다만 자연스러운 변화도 느껴져요. 한국어의 물성에 특히 반응했던 발음, 발화법에도 변화가 있어 보입니다.
"솔직히 개인의 생각으로는 처음에 약간의 거부감이 있긴 했어요. '제목에 이렇게 영어가 많이 들어가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심지어 제목이 안 외워지는 거예요. 그런데 그것이 자연스러운 변화로 읽혀졌다면 다행이에요."(나찰)
"이번엔 저희 나름대로는 무게감을 좀 덜어냈어요. 그리고 14년 만에 앨범을 내면서 나름 신선한 어떤 시도들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것이 영어였어요. 1집, 2집을 내면서 '한국어 랩 하면 가리온'이라는, 저희에겐 좋은 꼬리표가 붙었어요. 코로나 팬데믹 이전까지 매년 한글날이 되면 지역 행사 심지어 방송사 특집 프로그램 초청도 받았어요. 너무 감사한 일이죠. 다만 그 프레임 안에만 갇혀있는 느낌이 있었어요. 힙합팬들이 영어를 썼나 안 썼나 지켜보고 외래어는 어쩔 수 없으니까 봐 준다고 반응하시는 걸 지켜보면서 그것이 부담으로 다가오거나 자기검열이 돼 버리더라고요. 자기를 표현해야 할 아티스트가 어느 틀에 갇혀 버리면 안 되잖아요. '이걸 깨야 우리가 더 편해진다'는 생각에 이번 기회에 과감하게 후크를 영어로 써버린 거예요."(MC 메타)
-그것조차 가리온스럽게 소화를 해서 그런지 영어 가사에 대한 갑론을박은 별로 눈에 띄지 않더라고요. 내달 4일 홍대 롤링홀에서 3집 발매 기념 콘서트도 여신다고요.
"한창 활발하게 활동을 할 때는 1년에 1번씩은 꼭 콘서트를 했었거든요. 한동안 공연을 하지 못했는데 이번 공연은 각 잡고 하는 거라 정말 열심히 준비하고 있어요. 멋지고 재미있는 무대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기대합니다.(나찰)
"이번 앨범 작업 초반에 스튜디오 들어갔을 때 딥플로우가 저한테 내렸던 첫 디렉션이 있어요. '형님 톤 내리시죠'였어요. 초반에 비해 세월이 갈수록 제 톤이 점점 하늘로 올라가고 있더라고요. '1집 때 로(low)톤이 뭐 좋은 사람이 왜 저래' 같은 반응들이 나왔죠. 딥플로우가 그걸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던 거예요. 아마 딥플로우가 제 톤을 내리게 하는데 에너지를 다 쏟았을 거예요. 결국 제가 드리고 싶은 얘기는, 요즘 도파민 가득한 힙합 앨범들이 많잖아요. 거기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저희는 잔잔한 바이브가 있어요. 스킬도 화려하게 부리지 않고요. 하지만 라이브에선 다릅니다. 앨범에서 그런 작업을 했더니, 오히려 라이브에서 강하고 밀도 있는 플로우가 구현이 되더라고요. 앨범을 듣고 좋은 느낌을 받으신 분들이 라이브에 오시면 깜짝 놀라는 반전의 즐거움을 얻으실 수 있을 것 같아요."(MC 메타)
-마지막으로 두 분이 서로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97년에 만나셨으니, 거의 약 30년 동안 함께 음악을 하고 계시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죠.
"각자 아내보다 더 오래 만났어요. 하하. 근데 처음 만났을 때가 아직도 기억나요. 제가 먼저 전화를 해서 팀 하자고 제안했어요. 그 때 했던 얘기가 '언제까지 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너랑 한번 시작을 해보고 싶다'는 거였어요. '언제까지 할지 모르겠지만'이라는 말을 붙인 이유는, 이것이 없으면 리미트가 있는 제안처럼 느껴질까 봐서였어요. 나찰과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진짜였거든요. 그런데 이 친구가 되게 쿨하게 '좋습니다'라고 하더라고요. 그다음 만나서 지금까지 온 거예요. 여전히 같이 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MC 메타)
"당시 형님이 되게 배려심 있게 말씀을 해주셔서 저에겐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었어요. 전 이번에 형님에게 깔끔하게 한마디 하고 싶어요. 4집은 조금 더 빨리 냅시다. 하하."(나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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