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법 지나치게 단순…적자 해소에 도움 안 돼"[트럼프 관세]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 관세 책정에 사용한 계산법을 둘러싸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관세가 상호적이지 않을뿐더러 무역 적자 해소에 도움이 안 된다며 "천문학을 점성술로 대체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현지 시간)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기본 관세 10%와 최대 50% 상호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상호 관세 대상국은 57개국으로, 한국에는 25%가 책정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환율 조작과 무역 장벽을 포함한 대미 관세'를 국가별로 산출했고, 이를 절반으로 나눈 값을 각국에 대한 상호 관세로 매겼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 설명자료에 따르면 '대미 관세'는 본질적으로 해당 국가와의 무역 적자를 대미 수출액으로 나눈 값이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경제학자들은 이 공식이 지속적인 무역 적자가 미국 무역 상대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을 반영한다는 가정에 기반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서비스가 미국 경제 대부분을 차지하고 수출에서 중요 부분을 차지하는데, 무역 적자 계산에서 제외한 점도 비판했다. 이 경우 미국 무역 관계가 일방적으로 보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상호 관세'가 징벌적 성격을 띠는데, 실제 미국 수입품에 부과하는 무역 장벽과 관련이 없어 '상호적'이라고 부를 수도 없다는 지적도 있다.

클린턴 행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지낸 로런스 서머스는 엑스(X, 옛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데이터를 사용하지 않고 상호 관세를 계산했다는 게 분명해졌다"고 전격 비판에 나서기도 했다.

서머스 전 장관은 "경제학에 있어 생물학이 창조론으로, 천문학이 점성술로 대체되는 것과 다름없다"며 "보호주의 중상주의 경제학 신봉자라 하더라도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말이 안 된다"고 신랄하게 지적했다.

무역 불균형이 무역 장벽이나 불공정 관행과 관련 없는 많은 요인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가령 미국에서 대규모로 재배할 수 없는 바나나와 커피는 수입해야 하는데, 이 경우 해당 국가와 무역 적자를 겪게 된다. 캐나다와 발생한 무역 적자도 무역 제한이 아니라, 미국 정유소로 중질유를 수출하면서 상당 부분 발생한다.

베트남과 캄보디아는 각 46%와 49% 관세를 부과받게 되는데, 두 국가와 무역 적자는 미국 정부가 중국산 제품을 제한하면서 기업이 생산 시설을 옮기면서 일부 발생했다.

미국 무역 적자를 0으로 줄이겠다는 목표 달성에도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모리스 옵스트펠트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이번 관세로 미국 무역 관계만 재편될 뿐이라며, 미국 소비자들은 결국 관세가 낮은 국가의 유사한 제품으로 구매를 전환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가장 가치 있는 무역 분야에 벌을 주는 식"이라며 "미국이 세계 다른 나라와 적자를 보인다고 인식된 문제를 완화하지도 못한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선 이번 관세가 일시적일 뿐, 결국 협상 수단으로 사용하려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보수 성향 싱크탱크 미국행동포럼(AAF)의 더글러스 홀츠에이킨 회장은 WP에 "이렇게 되면 각국과 협상으로 귀결되니 트럼프는 좋아했을 것"이라며 "국제 무역 시스템에 있어선 끔찍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와 USTR의 관세 및 비관세 장벽 전문가가 고안한 방법이라고 두둔했다.

그러면서 "세계 무역 재편이자 신중한 조치다"라며 "세계 규칙은 우리에게 불리하게 돼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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