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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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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K팝 신인 걸그룹 '피프티 피프티'(FIFTY FIFTY·핍티핍티)를 둘러싼 최근 일련의 사태는 '부익부 빈익빈'이라는 K팝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 슈퍼 그룹 '방탄소년단'(BTS)을 발굴한 하이브(HYBE)가 증명하고 있는 것처럼, K팝 업계는 자본력이 콘텐츠의 양은 물론 질까지 좌지우지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하이브를 비롯 SM·JYP·YG엔터테인먼트 등 모든 대형 K팝 기획사는 '인하우스 시스템'이라는 조직을 갖추고 있다. 인하우스 시스템은 사무실·작업실·녹음실·연습실 등을 구비하고 작곡·프로듀싱·안무 등의 모든 작업을 한 건물(한 회사) 안에서 하는 조직형태를 가리키는데, 일사불란함으로 K팝 산업화의 원동력이 됐다.

하지만 피프티 피프티 소속사 어트랙트(ATTRAKT)는 인하우스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 '큐피드'의 성공에 대해 '중소기획사의 기적'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2021년 6월 설립된 신생기획사인 이곳을 이끄는 이들은 대중문화계에서 잔뼈가 굵은 이들이기는 하다. 제작자인 전홍준 대표는 유열 매니저를 시작으로 조관우, 바비킴, 윤미래, 윤건 등을 배출했다. 최승호 매니지먼트 부문장은 김건모, 솔리드, 이정현 등 인기 가수들과 최지우, 김아중, 황정민 등 유명 배우들을 매니지먼트했다.

전 대표가 스타크루이엔티를 이끌던 시절 프로젝트 그룹 '워너원' 출신 하성운을 매니지먼트하기도 했지만 K팝 아이돌 그룹을 제작한 건 사실상 피프티 피프티가 처음이다. 이에 따라 K팝 관련 노하우가 부족했고, 음악과 관련한 상황은 종합 콘텐츠 개발 그룹을 표방하는 더 기버스(Givers)에 용역을 맡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더기버스 역시 K팝 관련 기반이 갖춰진 곳은 아니다. 프로듀서 시안(SIAHN)으로 알려진 안성일 대표는 젝스키스 출신 은지원, 역시 젝스키스 출신인 김재덕·장수원이 결성한 '제이워크(J-WALK)', 밴드 '럼블 피쉬' 등과 작업했다.

지난해 11월 데뷔한 피프티 피프티가 K팝 팀 중 최단 기간(데뷔 4개월)에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100'에 진입한 아티스트로 만든 '큐피드(CUPID)'도 안 프로듀서가 처음부터 작업에 참여한 곡이 아니라, 스웨덴에서 사온 곡이었다.

K팝뿐 아니라 어떤 장르든 아티스트의 인기 지속성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프로덕션이 필요한데 어트랙트·더기버스는 이를 위한 기반이 부족했던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큐피드'가 예상보다 훨씬 큰 성공을 거뒀고, 필요로 인해 한배를 타고 있었던 두 회사의 이해관계가 어긋나면서 지금과 같은 사달이 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큐피드'가 히트했다고 해도 싸이의 '강남스타일' 같은 전 세계적인 돌풍을 일으킨 건 아니다. 이 한 곡으로 어트랙트의 자금 사정이 한번에 좋아지기도 힘들다. 일정 투자를 받긴 했지만 투자자들 중엔 팀과 회사에 대한 지속가능성을 조금 더 지켜보자는 쪽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형편이 여전히 넉넉하지 않은 상황에서 '큐피드' 흥행이 피프티 피프티와 연관된 이들 모두에게 절호 (絕好)의 기회로 여겨졌고, 차근차근 단계를 밟기보다 과욕을 부리다 이 같은 일이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사실 '큐피드'가 '핫100'에서 승승장구할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자마자 어트랙트·더기버스 사이에선 잡음이 흘러나왔다. '큐피드' 성공의 공이 누구에게 더 있냐를 두고 양측은 기싸움을 벌였다. 향후 각자 피프티 피프티 관련 투자 등을 받을 때 좀 더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큐피드'의 예상치 못한 성공이 양측의 욕망을 부채질했고 일이 원하는 방향대로 흘러가지 않자, 등을 돌리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큐피드'가 이렇게까지 큰 성공을 거두지 않았으면 오히려 양 측이 당분간 더 협업했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사실 '큐피드'의 성공은 철저한 계산 끝에 나온 게 아니다. 틱톡 등을 통한 입소문을 처음부터 노렸다는 분석도 있지만, 운이 크게 작용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틱톡과 영어 버전 등은 피프티 피프티뿐 아니라 최근 K팝 업계 전체가 공을 들이는 홍보 수단들이기 때문이다. 예상치 못했던 '큐피드'의 흥행에 대한 분석은 결과론적 해석에 빚지고 있을 뿐이다.

대형 기획사의 아이돌이 주로 성공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이들이 버티는 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3, 4개월마다 신곡을 내고 다양한 시도를 하며 소속사 선배의 지원과 회사가 물량공세를 이어가면 이미 갖고 있던 매력이 서서히 빛을 발하게 된다. 하지만 어트택트를 비롯 중소기획사의 경우 이런 부분이 힘들다. 최근 해외에서 인기를 누렸지만 자금난으로 인해 멤버들이 뿔뿔이 흩어지게 된 '이달의소녀'와 소속사 블록베리크리에이티브가 그런 경우다.

◆'바이 아웃'·'레이블 딜'이 뭐길래

법정공방을 벌이게 된 어트랙트와 더기버스가 서로 가장 맞서고 있는 지점은 '200억원 바이아웃'과 '레이블 딜' 건이다.

어트랙트는 더기버스의 안성일 대표가 전홍준 대표의 승인없이, 독단적으로 피프티 피프티의 바이아웃 건을 진행하고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바이아웃은 보통 프로 스포츠에서 통용되는 용어다. 기획사에 일정 금액 이상의 이적료를 제시하면, 다른 기획사가 그 기획사에 속한 가수와 바로 협상할 수 있는 걸 가리킨다.

하지만 더기버스는 "워너뮤직코리아에서 '레이블 딜' 구조에 대해 제안했고, 이에 대해 워너뮤직 측은 어트랙트 전홍준 대표와 논의를 희망했다"면서 "이 내용이 전달됐기에 어트랙트와 워너뮤직코리아 양사 간 연결이 된 것"이라고 반박하는 중이다.

'레이블 딜'은 자금이나 인프라가 부족한 중소 회사를 글로벌 직배사 산하 레이블로 둔 운영 방식을 가리킨다. 중소 회사의 운영 방식은 유지하되 직배사가 자금·인프라를 제공함으로써 운영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구조다.

더기버스는 "당시 자금도 부족하고 안정적인 운영이 필요했던 어트랙트에게 이러한 제안은 좋은 시그널이었으며, 장기적으로 회사와 아티스트에게 득이 될 것이라 생각해 워너뮤직코리아의 제안을 전달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전홍준 대표는 어트랙트의 상장을 희망하며 워너뮤직코리아에 거절 의사를 밝혔고, 이후 선급 투자에 대해 관심을 표명해 워너뮤직코리아가 그에 맞게 제안을 수정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워너뮤직코리아는 세계적 음반 직배사 워너뮤직 한국법인이다. 어트랙트는 본격적인 북미 진출을 위해 워너뮤직 산하 워너 레코드와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워너뮤직이 피프티 피프티에 관심을 보인 건 최근 전 세계 핫한 장르가 된 K팝과 협업에서 경쟁 음반사와 비교해 뒤진다는 판단이 따른 것으로 추정된다. 유니버설뮤직은 JYP엔터테인먼트와 손을 잡았고, 소니 뮤직은 산하 레이블이 카카오엔터테인먼트·YG엔터테인먼트 등과 교류하는 상황에서 워너뮤직 역시 K팝 관련 협업 상대를 물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별개로 K팝 업계에선 올해부터 인수합병 등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중소기획사에서 운 좋게 아이돌이나 히트곡을 내도 빠른 업계 변화에서 지속가능성을 유지하기 힘들기 때문에 자본력이 풍부한 곳에서 여러 제안이 들어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콘텐츠 업계가 최근 지식재산권(IP) 확보에 공을 들이기 때문에 '큐피드'처럼 글로벌 히트곡의 경우 욕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황금알 낳는 거위의 배를 스스로 갈랐다?…과도한 해석

이런 가운데 어트랙트는 첩첩산중이다. 키나(20·메인래퍼)·새나(19·리덤 겸 메인댄서)·시오(18·메인보컬)·아란(18·리드보컬) 등 피프티 피프티 네 멤버들은 지난달 19일 법률 대리인을 통해 어트랙트를 상대로 전속계약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기 때문이다.

멤버들 측은 "어트랙트가 투명하지 않은 정산, 활동이 어려운 건강 상태를 밝혔음에도 일방적으로 강행하고자 했던 모습 등 계약상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여러 사정에 대한 문제 제기"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여론은 어트랙트에 불리하지 않다. 발굴하고 키워준 제작자에 대한 예의를 존중하는 한국식 정서 때문이다. 특히 트레이닝 비용·제작비 등을 감안하지 않고 데뷔 7개월 만에 정산 운운하는 멤버들의 주장을 괘씸하게 여기는 이들도 있다. 여기에 전 대표가 자신의 차와 롤렉스 시계 등 사재와 노모의 재산 9000만원까지 제작비에 보탰다는 소식이 더해지면서 그에 대한 동정론이 나왔다. 아울러 네 멤버 가족들이 멤버들의 이름은 물론 피프티 피프티의 한글 그룹명 등에 대한 상표권 출원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들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거세졌다.

다만 피프티 피프티에 투자했다고 밝힌 80억원 등의 상세 내역을 자세히 공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 등 어트랙트가 일부 의혹에 대해 명쾌하게 해명하다는 것이 먼저라는 목소리도 있다.

이처럼 K팝 역사에서 단기간에 주목 받고 단기간에 내홍을 일으킨 경우는 이례적이다. 이에 따라 한편에선 '황금알 낳는 거위의 배를 스스로 갈랐다'라는 촌평도 나온다.

하지만 이는 과도한 수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큐피드'가 전 세계 양대 팝차트로 통하는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100'과 영국 오피셜 싱글차트 톱100 모두에 16일 현재까지 16주 진입하는 등 장기 흥행하고 있는 건 맞다. 하지만 곡 자체가 히트한 것이지 팀이나 멤버들에 대한 팬덤이 형성된 건 아니다. 할리우드 영화 '바비' OST에 피프티 피프티가 참여한다는 소식에 K팝 업계에선 의외라는 반응도 꽤 많았다. OST 제작사인 워너뮤직의 힘이다.

안정적인 프로덕션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오하려 '큐피드'는 큰 부담으로 작용했고, 이 같은 상황에서 후속작이 훙행

일부 대형 브랜드에서 피프티 피프티를 광고모델로 고려했다는 설도 나왔지만 소속사나 멤버들에 대한 팬덤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라 광고 업계에선 물음표가 따랐다. 게다가 법정 공방 등 부정적인 이미지가 더해지면서 당분간 이들에 대한 광고 요청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피프티 피프티가 '원히트 원더', 즉 한 곡을 남기고 사라질 수 있는 가능성에 힘이 실린다

재판부는 이달 말께 어트랙트와 피프티 피프티의 전속계약 분쟁에 대한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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