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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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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빨간불이 들어왔다."

미국 뉴욕타임즈는 지난 26일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2' 리뷰 기사 내보내면서 이런 제목을 달았다. '오징어 게임2'엔 게임 진행 여부를 묻는 찬반 투표가 있다. 매 게임 직후 생존자를 대상으로 이 투표를 한다. 새 시즌에 새롭게 등장한 중요 설정 중 하나다. 게임을 계속 하고 싶다면 파란색(O), 멈추고 싶다면 빨간색(X) 버튼을 누르면 된다. 뉴욕타임즈는 이를 빗대어 기사 제목을 붙인 것이다.

뉴욕타임즈만 '오징어 게임2'를 혹평한 게 아니다. 상당수 외신이 장점이 있지만 그에 못지 않게 단점이 많은 작품이라고 평했고, 국내 언론 역시 대체로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평가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일반 시청자 평가 역시 결코 좋지 않다. 도대체 뭐가 문제였을까. '오징어 게임2'를 이처럼 궁지로 몰아넣은 이유를 전문가 3인과 함께 조목조목 짚어봤다.

김경수·김철홍·박동수 영화평론가 평가를 종합하면 '오징어 게임2' 약점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①완성되지 못한 이야기 ②캐릭터 빌드업 실패 ③게임 부족. 그렇게 나온 최종 결론은 '시즌2는 시즌1보다 못하다'는 것이다.


①결론이 없다

평론가 3인이 '오징어 게임2' 문제점으로 가장 먼저 꼽은 건 하나의 시즌으로서 완결성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오징어 게임2'는 성기훈이 다시 게임이 참가하고, 총 6개 게임 중 3개 게임이 진행된 상태에서, 성기훈 무리의 반격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끝이 난다. 다시 말해 시즌2가 시즌2로 끝나는 게 아니라 시즌3까지 가야 끝나게 된다.

시즌을 구분하는 각기 다른 사건이 있고, 이 사건들이 하나로 이어지며 전체 시리즈로 완성되는 게 시즌제 드라마. 보통 이런 형태 드라마는 각 시즌이 최소한의 결론을 내놓은 상태에서 후속작으로 바통을 넘긴다. 만약 하나의 시즌을 이야기가 완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중간에 끊어가야 할 땐 '파트1-파트2' 구성으로 간다. 일례로 '브레이킹 배드'나 '베터 콜 사울' 같은 작품이 마지막 시즌을 파트1과 2로 나눠 공개했다. 그래야만 시청자에게 하나의 시즌이 끝나지 않았다는 정보를 명확히 줄 수 있다.

하지만 '오징어 게임'은 하나의 이야기를 반으로 쪼개 놓고서는 시즌을 구분했다. 명칭은 시즌2와 시즌3이지만 사실상 하나의 시즌이 반토막 났다는 인상을 준다는 것이다. 이 선택이 '오징어 게임2'의 완성도를 급격히 떨어뜨렸다는 지적이다. 그러다 보니 김철홍 평론가는 "마감 처리가 허술하다"고 했고, 김경수 평론가는 "한 편으로서 완성도 있는 작품이라기보다는 시즌3에서 펼쳐질 이야기를 준비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박동수 평론가는 "클리프 행어 엔딩으로 관심을 고조하는 게 아니라 덜 마무리 된 작품을 내놨다는 인상만 준다"고 했다.


②캐릭터가 없다

평론가들은 스타 배우를 대거 출연시켰는데도 인상적인 캐릭터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약점이라고 지적했다. 전작엔 조상우·오일남·정새벽·장덕수·한미녀·알리·지영 등 매력적인 캐릭터가 대거 등장해 극의 재미를 끌어 올리는 데 제 몫을 했다. 이들 대사 하나 하나가 유행어가 되고, 이들을 연기한 배우들이 각기 다른 시상식에서 고루 연기상을 받은 건 캐릭터 조형이 그만큼 잘 됐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그러나 새 시즌엔 이들을 대체할 만한 캐릭터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현주·금자가 인상적이고, 정배·용식·대호가 있긴 해도 임팩트가 약하다. 타노스·선녀는 설득력이 부족해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 주인공 성기훈과 프런트맨도 시청자를 사로잡을 만한 한방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렇다 할 캐릭터가 없다 보니 전작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극이 밋밋해지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박동수 평론가는 "각 캐릭터에 개별적 서사를 부여하고 그 이야기를 전체 서사에 녹여내야 하는데 그런 시도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며 "각 인물을 오직 설정만으로 납득시키고 밀고 나가려는 듯하다"고 했다. 김경수 평론가는 "게임이 너무 늦게 시작되다보니 각 캐릭터에 서사가 부여되지 못 했고, 대부분 인물이 기능적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트랜스젠더·노모·임신부 등 캐릭터에 그나마 서사가 부여돼 있으나 그것조차도 역부족이라는 인상"이라고 덧붙였다.


③게임이 없다

전작의 가장 큰 매력이었던 게임을 보여주는 시간이 짧았던 것도 단점이었다. "데스게임 장르를 내세우고 있는데, 에피소드 7개에서 게임 3개를 보여주는 데 그친 건 감점 요인"(박동수 평론가)이라는 것이다. 말하자면 시청자가 기대했던 걸 보여주지 못했다는 얘기다.

전작은 후속작보다 분량이 2회 더 많고(총 9부작), 게임 6개에 완전히 집중한 연출을 보여줬다. 그러나 두 번째 시즌으로 넘어오면서 7부작으로 줄어든데다가 1·2부는 성기훈이 다시 게임에 참가하는 과정, 7부는 성기훈 무리가 주최측에 반격하는 과정이 담겨 사실상 게임을 보여줄 수 있는 분량이 에피소드 4개로 줄었다. 게다가 게임 사이 사이 찬반 투표 과정이 적지 않은 양으로 담겨 게임에 할애할 수 있는 러닝타임이 또 한 번 줄었다. 이 작품의 스펙터클을 담당하는 게임이 줄어들자 시청자 사이에선 여지 없이 "초반부와 후반부가 지루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김철홍 평론가는 "이 시리즈의 본질은 게임"이라며 "애초에 서사나 동기가 그렇게 중요한 시리즈가 아니기 때문에 다소 뻔뻔하게 게임에 집중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 시즌에 이야기를 종결하지 못하고 다음 시즌으로 넘어가는 패착을 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박동수 평론가 역시 "시청자가 원했던 건 게임인데, 시즌2엔 게임이 부족하다"고 짚었다. 김경수 평론가는 "게임 직후 찬반 투표에 상당한 분량을 할애하면서 게임 후 각 인물이 느끼는 감정과 교훈 등 그 여운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것도 단점"이라고 말했다.


④이밖에 단점들

이밖에도 게임 진행 여부를 묻는 찬반 투표와 그로 인한 O·X 각 그룹의 대립이 피상적으로 그려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경수 평론가는 "반지성주의·포퓰리즘·테러리즘 등 동시대 정치 상황을 우화적으로 그려내려 한 점은 인상적"이라면서도 "극우주의 부상과 그 매커니즘을 그려내는 데 있어서 깊이 있게 들어가지 못하고 동어반복적인 대립만 연출한 점은 아쉽다"고 했다.

12·3 내란 사태 이후 급변하는 국내 현실 정치 상황이 '오징어 게임2'를 보는 재미를 상당 부분 감소시킨 건 불운한 점이라는 진단도 있었다. 박동수 평론가는 "새 시즌의 주제 의식은 전작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그 주제 의식을 현재 우리나라 정치 상황에서 또 한 번 밀고 나가는 게 어울려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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