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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지난 1995년 4월5일 서울 홍대 앞 라이브 클럽 '드럭'. 미국 얼터너티브 록밴드 '너바나'의 리더 커트 코베인(1967∼1994)의 1주기 추모 공연이 열렸다.

대한민국 인디 음악이 본격적으로 출발한, 기념비적인 날이다. 홍대 앞에서 스스로 생겨난 밴드들이 연합했다. 기존 음악 시장과 다른 새로운 에너지, 즉 '제3의 물결'(임희윤 음악평론가)이 폭발했다.

올해 국내 인디가 30주년을 맞는다. K팝 개척사인 SM엔터테인먼트 30주년과 함께 기념해야 할 의미 있는 숫자다.

물론 인디 상황이 좋지는 않다. 홍대 앞 여러 클럽이 문을 닫았고, 네이버문화재단 '온스테이지' 서비스 종료, 'EBS 스페이스 공감'의 '헬로루키' 등 인디 신의 주요 플랫폼이 하나둘씩 없어지면서 인디음악 소개 창구들이 부족한 건 사실이다. 이런 시스템, 생태계가 허약해지는 가운데 각자도생(各自圖生)의 구조는 더욱 심화됐다.

하지만 인디 정신은 여전하고 좋은 음악은 계속 나오고 있다. 라이브클럽협동조합이 주최하는 '라이브 클럽 데이'(라클데)는 2015년 부활해 올해 10주년을 맞는데, 여전히 홍대 앞 인디와 청년 문화의 상징이다. 조금 더 귀와 마음을 열고, 관심을 갖게 되면 좋은 인디 뮤지션, 인디 음악이 도처에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내로하는 음악전문가 15인(人)에게 인디 30주년에 대해 물었다. 다음은 ①인디 30주년 의미와 현재 생태계를 어떻게 보는지 ②인디 30년 통틀어 최고의 가수 세 팀과 최고의 노래 세 곡 ③30년 동안 최고의 레이블을 정리한 내용이다.

◆권석정 카카오엔터테인먼트 PD(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①인디 신(scene)은 한국 가요계가 풍성해지는데 큰 역할을 했다.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가장 큰 역할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존 히트곡의 관성을 따르지 않는 인디 뮤지션이 자율성과 창작성에 의거해 만든 음악들은 때때로 대중의 큰 사랑을 받으며 한국 가요계의 다양성에 일조했다. 과거 인디 음악이 '홍대 신'이라는 위치를 중심으로 발전했다면 지금은 특정 지역에 머무르지 않는다. 지역이 갖는 의미는 희미해졌지만 인디라는 단어는 기존 가요의 관성에서 나오기 힘든 음악이 발현되는 장으로 여전히 의미를 지닌다. 90년대 인디 신에서 나온 음악들은 지금 이 시대에 새로운 음악에 도전하는 전국의 인디 아티스트들에게 풍요로운 토양으로 자리하고 있다.

②▲크라잉넛 '말달리자', 장기하와 얼굴들 '싸구려 커피', 검정치마 '좋아해줘'

③마스터플랜(현 엠피엠지) = 지난 30년여간 많은 인디 레이블이 생겨나고 사라졌다. 라이브클럽으로 시작한 마스터플랜은 긴 세월 동안 꾸준히 실력파 아티스트들의 앨범과 음악 페스티벌을 제작하며 인디 음악 신의 파이를 키웠다. 스위트피, 이지형, 노리플라이, 데이브레이크, 오지은, 랄라스윗, 칵스, 솔루션스, 쏜애플, 소란, 설 등의 앨범을 제작했고 '그랜드민트페스티벌', '뷰티풀민트라이프' 등의 페스티벌을 성공시키며 나름의 '감성 인디 음악' 팬덤을 형성했다. 이를 기반으로 인디 스타들이 탄생했으며 인디 가요의 트렌드를 만들기도 했다.

◆김도헌 대중음악 평론가(한대음 선정위원)

①한국 인디 신은 클럽 드럭에서의 커트 코베인 추모 행사라는 명확한 출발 사건이 존재하며, 홍대 외 서울 각 지역을 중심으로 자생적으로 성장해온 독특한 음악 환경이다. 미디어 출연과 자생을 통해 대중적으로 성공을 거둔 인디 음악가도 존재하나, 대다수 인디 음악가가 다른 직업을 갖고 있거나 전업 활동을 지원하는 정부의 사업 의존도가 높고, 지속 가능성이 부족하다는 환경에서 위태롭지만 꾸준히 그들만의 길을 만들어나가는 음악가들의 노고에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

②크라잉넛 '말달리자', 델리스파이스 '챠우챠우-아무리 애를 쓰고 막아보려 해도 너의 목소리가 들려', 장기하와 얼굴들 '싸구려 커피'

③비트볼 레코드, 붕가붕가 레코드, 미러볼뮤직, 마스터플랜, 해피로봇레코드

◆김성환 대중음악 저널리스트(한대음 선정위원)

①1990년대로 넘어오면서 주류 대중음악 시장이 댄스뮤직 중심의 사운드와 아이돌 시스템으로 양성된 그룹들의 인기로 재편돼 아티스트십이 요구되는 장르 음악이 주류에서 버티기 힘들어질 무렵, 홍대 라이브 클럽들을 중심으로 서서히 형성된 '인디 음악 신'은 주류 음악에서 충족시키지 못하는 젊은 음악팬들의 욕구를 해소해주고, 동시에 장르 음악의 가치가 지켜질 수 있는 '보호막'의 역할을 꾸준히 해왔다. 그리고 그 속에서 성장해온 일부 뮤지션들은 다시 주류의 음악들에도 참여하고 영향을 주면서 한국 대중음악의 전반적 발전에도 일정 부분 이바지했다고 생각한다.

②▲크라잉넛 = '조선펑크'의 탄생을 통한 인디 록의 자유분방함의 출발점을 열었음, 잠비나이 = 전통음악과 록, 재즈 등의 크로스오버가 인디 신에서 활성화를 개척함, 가리온 = 서구 힙합의 어설픈 모방을 넘어 한국 토양에서의 주제의식과 한글에 맞는 수준 있는 라임의 개척

▲크라잉넛 ' 말달리자' , 장기하와 얼굴들 '싸구려 커피', 실리카겔 '노 페인(No Pain) = 인디 탄생 30년의 시간동안 각 시대 청춘들의 삶의 태도와 정서를 상징하는 주제가와 같은 곡들이다.

▲루비레코드 = 이 레이블만큼 꽤 긴 생존력과 함께 펑크, 모던 록, 사이키델릭, 포크, 시티 팝 리바이벌까지 장르 불문 다양한 인디 유망주를 처음 소개했던 레이블이 있었던가? 국카스텐, 검정치마를 처음 발굴해냈다는 전설은 뒤로하더라도, 지금도 '레이블 픽'을 통해 꾸준히 개성 강한 새 로컬 뮤지션들을 알리려는 노력까지 진짜 '인디 레이블'의 정체성을 지켜온 레이블.

◆김학선 대중음악평론가(한대음 선정위원)

①무엇보다 다양성의 측면에서 큰 역할을 했다. 특히 요즘처럼 K팝과 트로트만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는 현실에서 실제로는 인디 음악인들이 한국의 대중음악을 더 풍성하게 하고 다양하게 만들고 있다. 이 다양성은 더욱 확장되고 있고, 지금은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고 해외에서도 한국의 다양한 음악을 전파하고 있다. 비록 게으른 매체들의 외면으로 알려질 기회가 적을 뿐, 대중적인 면에서나 실험적인 면에서도 모두 질적·양적으로 팽창하는 중이다. 과거와 같은 레이블의 영향력은 줄어들었지만, 음악인끼리의 교류나 연대는 더 활발해지고 있다.

②▲크라잉 넛 =여전히 홍대 앞 작은 공연장에 서는 인디 신의 상징적인 존재, 김일두 = '로컬'과 '독립 제작'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상징하는 음악인, 공중도둑 = 해외 음악 팬들이 한국 인디 신에도 관심을 갖게 한 출발점

③▲일렉트릭 뮤즈 = 인디 신 초기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레이블. 태도라는 측면에서 가장 모범적이다.

◆김홍범 KBS 라디오센터 라디오국 CP(한대음 선정위원)

①대한민국 인디는 주류 음악 일변도에서 벗어나 우리 음악계의 스펙트럼을 보다 두껍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했다. 대중성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는 작품성이 뛰어난 작품 생산은 물론 음악 발전의 토대가 되는 실험의 주무대가 돼줬다. 특히 다행스러운 점은 초창기 록음악 일변도에서 벗어나 다양한 장르의 씨앗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돼줬다는 점에 있다. 더 나아가 비록 극소수이지만 그 음악적 결과물이 주류 음악계와도 자연스레 연결돼 상호 보완적 관계를 이루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다만 메인 스트림의 상업적 성취가 인디신으로 많이 흘러오지 않았다는 점은 아쉽다. 결국 모두 존재해야 대한민국 음악계가 편협성에서 벗어날 수 있다.

②유앤미블루 '지울 수 없는 너', 델리 스파이스 '챠우챠우-아무리 애를 쓰고 막아보려 해도 너의 목소리가 들려', 혁오 '위잉위잉'


◆박준우 음악평론가(한대음 사무국장)

①이제는 인디라는 키워드가 한 시장의 영역이나 음악 시장 내에서의 규모, 음악 제작 방식 등 그 많은 형태를 벗어난 동시에 그 어느 곳에 과연 해당할 수 있는지에 관한 의문이 들 정도로 다양해졌고 동시에 성장했다. 10㎝부터 혁오까지 괄목할 성장을 이룬 이들이 존재하며, 이러한 현상은 해외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인디는 특정 공간을 바탕으로 성장했고, 무엇보다 뚜렷한 정체성을 유지하는 데에 성공했다. 다들 텍스트로 풀면 조금씩 어감이 다르지만, 인디라는 단어가 가진 이미지에 있어서 다른 점보단 비슷한 점이 더 크다. 여러 사건, 사고와 한계에 부딪히고 문제점도 여전히 있지만, 그럼에도 대중에게 설득을 받았다는 데에서 잘 해오고 있다고 생각한다.

②크라잉넛 '말달리자' = 가장 상징성 있는 밴드와 상징성 있는 곡, 여전히 곡이 가진 감성과 낭만이 유효, 옥상달빛 '수고했어 오늘도' = 한 시기, 한 세대를 대표하는 곡이자 하나의 흐름이 생겨났을 때 가장 대표되는 음악가라 생각, 실리카겔 '노 페인' = 지금의 인디를 대표하는 송가가 아닐까 싶다.

③너무 어렵지만, 그리고 역사로 하면 굉장히 많지만, 더불어 명확하게 레이블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유어썸머를 꼽고 싶다. 개성 있고 의미 있는 아티스트가 꾸준히 거쳐 가고 있고, 그 안에서 새로움과 가능성을 성장시키는 동시에 제작을 비롯한 산업 내에서의 확장까지 꾀한다.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꾸준히 활동해온 음악가들과 함께 하면서 새로운 음악가들과도 동행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서정민갑 대중음악 의견가(한대음 선정위원)

①다른 생태계, 다른 방식, 다른 언어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그리고 살아남았고 계속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의 인디 음악은 K-팝만큼 소중하다. 물론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이라는 가치를 올곧게 지키고 있는 이들이 많지는 않지만, 지금도 인디 안에서 수행하는 수많은 도전과 노력은 한국 대중음악이 부패하지 않고 시대의 변화와 가치를 수용하게 하는 소금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게다가 그 소금이 맛있기까지 하다는 사실.

②▲크라잉넛 = 한국 인디 음악의 시작이자 현재진행형, 델리 스파이스 = '챠우챠우-아무리 애를 쓰고 막아보려 해도 너의 목소리가 들려'가 없는 한국 인디 음악은 불가능. 브로콜리너마저 = 한국 인디음악을 대중적으로 확산시킨 주역이자 인디의 정신을 음악과 활동으로 실현하고 있는 밴드.

▲크라잉넛 '말달리자' = 인디의 정신, 인디의 파괴력, 인디의 매력을 이 한 곡으로 말할 수 있음, 델리 스파이스 '챠우챠우-아무리 애를 쓰고 막아보려 해도 너의 목소리가 들려' = 이토록 섬세하고 아름다운 음악이 인디에 있어 인디는 더 깊이 뿌리내렸음, 장기하와 얼굴들 '싸구려커피' = 스타일과 태도로 인디의 가치를 증명한 곡/

③▲붕가붕가레코드 = 지금은 활동을 멈추었지만 이 곳에서 한국의 인디는 환골탈태했음. MPMG 뮤직 = 이 곳이 인디의 울타리를 넓히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못함. 붕가붕가레코드와 MPMG가 공존했기 때문에 인디 음악이 성장할 수 있었다.

◆이규탁 한국조지메이슨대학교 국제학과 교수(한대음 선정위원)

①1990년대 정치경제적 발전과 미디어의 세계화, 이에 따른 음악산업의 성장은 표현의 자유화와 더불어 생산자와 수용자 양쪽에서 보다 다양한 음악에 대한 관심을 이끌었다. 이를 통해 90년대 중반 활성화되기 시작한 인디 문화는 한국 대중음악의 질적 성장에 큰 기여를 했으며, 단순히 인디신에 머무르는 것을 넘어 메인스트림과도 서로 자극을 주고 받으며 한국 대중음악을 더욱 풍성하게 했다.

②▲언니네 이발관, 장기하와 얼굴들, 실리카겔 ▲델리 스파이스 '챠우챠우-아무리 애를 쓰고 막아보려 해도 너의 목소리가 들려', 브로콜리 너마저 '보편적인 노래', 실리카겔 '노 페인'

③현존하는 레이블 중에서는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매스사). 다양한 장르의 인디 뮤지션들을 배출함으로써 인디 음악이 좀 더 넓은 대중에게 알려지는데 큰 기여를 함. 과거까지 합치면 파스텔뮤직. 비록 지금은 이름만 남아 있는 상태지만, 이곳을 통해 데뷔한 수많은 가수들이 보여준 다양한 음악은 인디신의 저변을 넓혀주는데 크게 기여했다.

◆이대화 대중음악 저널리스트(한대음 선정위원)

①초창기 인디는 펑크, 모던 록 등 그동안 한국 대중음악계가 품지 못했던 장르들의 해방구였다. 청춘의 음악이 헤비 메탈에서 얼터너티브로 바뀌고 있으며, 그밖에도 다양한 대안적 수요가 존재함을 알린 사건이다. 때마침 인터넷까지 등장하며 이후 한국 대중음악계의 장르 다양성은 대단히 넓어졌다. 인디의 핵심이 다양성이기에, 앞으로 많은 시간이 지나도 그 가치는 계속될 이어질 것이라 생각한다. 시간이 지나며 '홍대 앞'이라는 지역적 경계도 사라졌고, 인디와 메이저의 경계도 모호해졌다. 새로운 밴드를 찾는 수단이 라이브 클럽이 아닌 음원 사이트와 유튜브가 됐고, 밴드와 싱어송라이터들의 인기를 래퍼와 DJ들이 나눠 가지기도 했다. 여러 이유들로 90년대 말과 같은 뜨거운 분위기가 재현될 가능성은 적어지고 있다.

②▲크라잉 넛, 장기하와 얼굴들, 이디오테잎, ▲마이 앤트 메리 '골든 글러브', 크라잉넛 '말 달리자', 브로콜리너마저 '졸업'

③붕가붕가 레코드 = 장기하와 얼굴들, 브로콜리너마저 등의 성공과 함께 다시 한 번 인디에 관심이 쏠리던 그 시절이 유독 기억에 남는다. 소속 뮤지션들의 면면은 물론이고 하다 못해 보도자료까지 특이했다.

◆이마루 엘르 피처 디렉터

①'빵'과 '롤링스톤즈'의 30주년 공연 리스트에 올린 팀명들을 진짜 '인디'라고 봤을 때 사실 지금의 '인디'는 정의하기가 매우 어렵다. 록 페스티벌의 무대에서 공연을 할 수 있는 팀들이 진짜 '인디'인가하는 질문부터, 힙합신 아티스트들은 '쇼미더머니'가 흥행한 2010년대 대형레이블 산하의 서브레이블로 들어가거나 자신들의 레이블을 설립했지만 코로나를 기점으로 명맥을 제대로 잇지 못했으며 프로듀싱이나 보컬적으로 도드라지는 이들은 K팝(아이돌음악)에 크레디트를 올리며 음악 활동의 명맥을 이어가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대중시상식과 패션, CF 등 음악을 벗어난 다른 곳에도 러브콜을 받으며 어떤 교두보 역할을 하는 이들이 계속 나와주길 바란다.

②▲자우림, 장기하, 소윤(새소년) 또는 바밍타이거(대중적인 팀 중에서는 가장 '인디'다운 에너지를 품고 있으므로)

▲모임 별(Byul.org) '2'('고양이를 부탁해' OST) = 미선이나 언니네이발관 정서와 동떨어져 있지 않으면서도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한국 영화의 감성을 품고 있는 트랙, 장기하 '부럽지가 않어' = 가장 한국적인 가사와 라임. 10년 뒤에 '싸구려커피'의 업그레이드 판이 나올 줄 몰랐음, 실리카겔 '틱 택 톡(Tik TAK TOK)' = 밴드사운드에 희망을 갖게 하는 폭발적인 에너지.

③십센치(10㎝), 선우정아, 새소년, 실리카겔 ,옥상달빛 등 다수의 오랫동안 살아남은 아티스트들을 보유하던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가 사실상 대다수 아티스트와 계약을 종료하고 미래가 불분명한 가운데 여전히 레이블을 잘 꾸려가고 있는 두루두루아티스트컴퍼니(장기하, 혁오, 카더가든)를 꼽아도 되지 않을까.


◆임은선 스트리트H 에디터(한대음 선정위원)

①한복을 입고 국악을 기반한 펑크음악을 연주한다. 통기타를 하나 들쳐매고 나지막히 노래를 한다. 생경한 이 두 개의 장면이 공존하는 곳이 바로 우리나라 인디음악계다. 인디음악이 한국의 대중음악의 스펙트럼을 넓혔다는 사실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아이돌 일색, 댄스곡(약간의 발라드) 일색일 뻔한 우리나라 대중음악계에 다양성을 부여하고 질적 향상을 이끈 것이 인디음악이다. 그런데도 인디음악계는 여전히 쉽지 않다. 자신의 음악만으로 살아가는 뮤지션은 찾기 어렵고 오래 음악을 하는 것이 꿈이기만 하다. 10년 가까이 인디 뮤지션 150여팀을 만나 인터뷰를 해왔는데 인터뷰 말미에 항상 어떤 뮤지션이 되고 싶냐고 묻는다. 그런데 놀랍게도 비슷한 답을 듣는다. 수많은 뮤지션은 '오래 하는 뮤지션'을 꿈꾼다. 그 한 대답은 반복된다는 것은 그만큼 오래한다는 것이 힘들고 어렵다는 뜻 아닐까. 인디음악의 의미나 의의야 누차
강조돼 오지만 여전히 쉽지 않고 어렵다. 공연장은 점점 줄어들고 관객은 점점 줄어드는데 30년 가까이 인디가 이어져온 것은 좋은 음악과 좋은 공연이 있다는 것. 이를 위해 고민하고 성찰하며 음악을 만들어온 음악가들이 있기 때문 아닐까. 여기에 한 가지 더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인디음악을 향유하는 방식도 바뀌었다는 점이다. 빈익빈부익부라는 말이 인디에 적용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인기 많은 뮤지션과 그렇지 않은 뮤지션과의 갭은 점점 더 커져가는 것 같다. 공연장에 와서 우연히 좋은 음악을 발견했던 과거와 달리 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인디음악계도 팬덤 문화가 형성된 듯하다. 영리한 신인 뮤지션들은 공연을 많이 하며 자신을 알렸던 과거와 달리 SNS나 유튜브 등 자기 콘텐츠로 자신들을 음악을 알리는 새로운 방식을 찾아가고 있다. 신이라는 것은 원래도 그랬지만 점점 더 무형의 것으로 변모하는 듯하다. 앞으로의 인디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궁금하다.

②▲크라잉넛 = 한국 인디음악의 1세대. 홍대신을 형성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끼쳤으며 인디를 넘어 대중도 다 아는 국민밴드. 여전히 활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박수를 보내고 싶다. 같은 의미에서 이들의 노래 '말달리자' 역시 최고의 인디 노래로 꼽지 않을 수 없다. 단편선 =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실험적인 음악을 선보이는 뮤지션이자 능력 있는 프로듀서. 그리고 행동하는 예술인. 이랑 = 한대음 수상 시 트로피를 판매하는 것으로 이슈가 됐는데 인디음악가의 현실을 보여주는 명장면이 아닐까. 탄탄한 음악을 기반으로 이 시대에 필요한 이야기를 하는 뮤지션이자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다재다능한 아티스트.

▲크라잉넛 '말달리자' = 인디음악의 대중화에 크게 기여한 노래, 브로콜리 너마저 '보편적인 노래' = 평범한 보편적인 노래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은 평범함이 주는 힘이 담긴 오래오래 길이 남을 노래, 실리카겔 '노 페인' = 밴드의 붐은 온다. 그 시작에 있는 밴드. 그 밴드를 대표하는 곡.

③일렉트릭 뮤즈 = 긴 시간동안 신을 위해 활발하게 활동하며 좋은 뮤지션을 발굴해온 레이블.

◆임희윤 음악평론가(한대음 선정위원)

①'TV 가요'와 '언더그라운드', 또는 '성인 취향 가요'와 '댄스 뮤직'으로 양분된 종전의 가요 시장에 제3의 물결을 가져온 것이 큰 의미다. PC통신의 등장과 취향 공동체의 생성, 영미권의 그런지, 브릿팝, 모던 록 같은 감성적 아마추어리즘이 주목받는 음악 트렌드 등이 맞물리며 탄생한 대한민국 인디는 힙합부터 전자음악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숨은 천재, 지나칠 수 있는 감성을 대거 발굴해 한국 음악 시장을 풍요롭게 만들었다. 현재는 '홍대'와 '클럽 공연'이 대변했던 오프라인 중심의 문화 지평을 깨고 온라인과 글로벌 커넥션으로 나아가고 있다. 해외 공연, 해외 협업의 기회가 많아지는 한편으론 소수의 아티스트를 제외하고는 조명될 기회가 더 줄어들고 있는 점은 아쉽다.

②▲장기하(와 얼굴들), 루시드폴, 크라잉넛

▲크라잉넛 '말달리자', 델리스파이스 '챠우챠우-아무리 애를 쓰고 막아보려 해도 너의 목소리가 들려', 장기하와 얼굴들 '싸구려 커피'

◆정병욱 대중음악 평론가(한대음 선정위원)

①한국 인디 음악사의 시초는, 과거와 현재의 영미 음악사 속, 구조로서의 인디, 태도로서의 얼터너티브, 사운드로서의 펑크 록 등이 동시에 등장하고 폭발한 결과였다. 인디는 이후 30년 동안 관심을 좀 더 받았던 때도, 덜 받았던 때도 있지만, 한국 음악이 유행에 휩쓸리거나 과도한 편향성을 보일 때도 다양성을 확보하는 주요한 축이 됐다.

②▲언니네 이발관 = 요상한 밴드의 이름, 결성 및 활동 과정, 6장의 앨범을 발표하며 보인 음악적 변화, 마지막 퇴장까지. 유명세와 뛰어난 작품을 남겼으며, 동시에 어떤 팀보다 인디 밴드로서의 스토리텔링이 풍성한 이들이다. 인디 역사 초반과 전반부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잠비나이 = 신의 흐름을 바꿀 만치 독창적인 작업과 정체성 외에 인디 밴드로서 해외에서 가장 뚜렷한 성과까지 냈던 팀.
박근홍 = 상업적 성과 없이도 여러 밴드를 도전적으로 거치고 직접 이끌며 매번 다른 록의 매력으로 음악성을 인정받은, 역사 후반기의 인디 정신을 대표하는 록 보컬리스트.

▲델리 스파이스 '챠우챠우-아무리 애를 쓰고 막아보려 해도 너의 목소리가 들려'= 당시도, 도중에도, 지금도 어딘선가 자꾸 들리고, 불린다.
푸른 새벽 '스무살' = 거대한 시대 정신의 포크 대신 한없이 작은 개인으로서의 동 세대, 청춘의 우울과 낭만을 대변했던 인디음악.
파라솔·실리카겔 '스페이스 에인절(Space Angel)' = 따로또같이를 완벽히 실현한 동시대 밴드, 젊은 미학의 정점.


◆조일동 한국학중앙연구원(한중연) 인류학 전공 교수 겸 음악취향Y 편집장(대중음악 평론가, 한대음 선정위원)

①인디는 음반 제작, 유통의 한 형태로 이해할 수도 있지만, 아티스트와 팬덤을 아우르는 일종의 태도라고 볼 수도 있다. 제작 형태로 인디를 볼 경우, 한국 인디음악의 현재는 과거와 같은 활력을 찾기 힘든 상황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비타협적인 방식으로 자신의 음악적 신념을 밀어붙이는 태도의 측면에서 인디를 바라본다면 계속해서 독창성과 완성도를 담보하는 작품을 생산하는 아티스트가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고 평가해야 할 것이다. 인디음악가들이 이룩한 성취는 단순히 인디음악 안에서만 찾을 수 없다. 전국의 라이브클럽 생태계, 다양하고 실험적인 영화음악 개척, 인적 네트워크로 연결된 K-팝 산업에서의 활약까지 '인디'라는 이름으로 단박에 파악되지 않는 분야까지 연결되기 때문이다.

②크라잉넛 '말달리자', 노이즈가든 '기다려', ABTB '데이드림(Daydream)'

③인디를 처음으로 표방했던, 그래서 이름부터 '인디'였던 인디(INDIE) 레이블은 제작, 판매, 소속 아티스트의 태도에 이르기까지 (음악적 완성도와 별개일 수 있으나) 말 그대로 인디를 거의 그대로 구현했던 사례라는 점에서 중요한 레이블로 꼽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황선업 대중음악평론가(한대음 선정위원)

①인디 신은 지금까지도 상업적 논리로부터 한 발짝 떨어져, 보다 자유로이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의 산실 역할을 하며 대중음악신에 다양성을 제공해주는 의미 있는 공간이자 시장으로서 큰 역할을 해 왔다고 생각한다. 다만 최근 10년여에 걸쳐 대중음악에 대한 관심 대부분이 K-팝으로 쏠리며 인디 아티스트들의 활동 기반이 예전에 비해 점점 축소되고 있는 것도 사실인 것 같다. 그런 흐름에서 밴드 붐과 같은 흐름을 타고 몇몇 팀이 주목받고 큰 인기를 끄는 모습은 굉장히 고무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K-팝 외 음악들이 자생할 수 있도록, 홍보 채널과 활동 인프라 등의 확대 및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된다.

②크라잉 넛 '말달리자' = 한국에도 인디 신이 존재함을 알린 상징적 노래, 자우림 '헤이 헤이 헤이(hey hey hey)' = 인디에서도 이처럼 대중적 파급력을 지는 넘버가 나올 수 있음을 증명한 노래, 장기하와 얼굴들 '싸구려 커피' = 과거의 유산과 장기하의 감각과 맞물려 인디 신의 미래를 정의한 노래

③드럭 레이블 - 한국인디의 시작이자 그 존재감을 알린 것을 결국 조선펑크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모든 것은 이 곳에서 시작됐다는 느낌.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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