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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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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미국 싱어송라이터 벤슨 분(Benson Boone)이 붕~ 떠올라 선보인 공중제비는 '마음의 곡예(曲藝)'이기도 했다.

지난 12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분의 단독 내한공연을 보고 마음이 뒤흔들려 그의 이름을 벤슨 분이 아닌 벤슨 붐(Boom)~으로 읽을 뻔했다.

'비 섬원(Be Someone)'으로 시작한 이날 공연에서 그가 제트기의 소닉붐(sonic boom)을 연상케 할 정도로 폭발적인 에너지를 뽐냈기 때문이다.

'무대 위니까 최선을 다한다'는 건 가수로서 프로의식을 드러내는 다짐이지만, '무대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말은 좀 다르게 해석되기도 한다. 후자는 좀 더 즐기는 것에 방점이 찍히는 것처럼 보이는데 분이 그런 경우다.

고등학교 때 분이 다이빙 팀에 속해 있다는 걸 떠올린다면, 그는 무엇을 하든 흠뻑 빠지는 것이 사실 습관처럼 됐다. 그러니 노래를 하든, 팬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든 과감히 물 속에 뛰어드는 것처럼 실행한다.

무엇보다 실력이 탄탄하니 그의 모든 말·행동이 더 설득력을 갖는다. 호소력 짙은 중저음과 맑은 고음을 숨겨 놓은 주머니 같은 우람한 근육을 곳곳에 매단 그는 그런데 누구보다 유연했다. '크라이'의 떼창에선 본인이 오히려 더 날아 다녔다.

마치 여의봉처럼 휘두르는 스탠딩 마이크대, 상반신 맨몸에 입은 붉은색 베스트와 거기에 매치된 붉은 바지 그리고 콧수염으로 인해 마치 어느 동화 속 위트가 가득한 인물처럼 보였지만, 가슴을 건드리는 노래와 한국어를 이해하려고 하는 소통의 태도는 현실에 발을 붙였다.

한국어를 못한다는 그는 '아이 러브 유' '프렌즈' 등에 대한 한국어 발음을 물었고 이후 수차례 '사랑해' '친구'를 외치거나 중얼거렸다. 분만큼 객석의 팬들과 눈을 자주 마주치는 뮤지션도 드물었다. '헬로 러브'를 부르기 전 객석에서 건넨, 자신의 얼굴이 새겨진 태극기를 펼치며 기뻐하기도 했다.

세션들의 연주력도 뛰어났다. '데어 쉬 고즈(There She Goes)' 무대에서 여성 기타리스트는 기타를 머리 뒤로 넘겨 연주하는 능수능란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인 더 스타즈(In The Stars)'에서 스마트폰 플래시를 통해 공연장에 별들을 지어낸 관객들은 막판에 더욱 떼창에 힘을 실었다. '고스트 타운(GHOST TOWN)'이 화룡점정이었다.

"오늘은 내게 각별한 날"이라고 의미를 둔 분은 마침내 자신의 대표곡이자 이날 엔딩곡인 '뷰티풀 싱스'를 부르기 전 이 곡에 대해서 이렇게 소개했다. "이 곡은 작년 날 바꿔 놓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분은 이날 일상과 특별함에 대한 메시지를 붓으로 그려내듯, 관객들 마음에 새겨 넣었다. 그건 차세대 스타로 이미 낙점돼 승승장구할 일만 남은 이가 계속 다지는 초심이기도 했다.

숏폼을 통해 급속히 이름을 알렸고 빅히트곡으로 영미권 차트를 휩쓰는 가운데도 끊임없이 몸을 움직이고 노래하는 그는 진정 자신의 삶의 주인이었다.

분은 페스티벌, 이벤트를 통해 내한한 적은 있지만 단독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진짜배기로 혼신의 힘을 쏟아 모든 걸 책임져야 하는 단독 공연의 매력을 그가 새삼 깨닫게 했다.

젊은 뮤지션이 뮤즈에게 바치는 세금이 시간인 줄 알았는데 갓 스무 살을 넘긴 분을 보니, 인간 본연 자체가 세금이었다. 물에 자신의 모든 것을 맡기는 다이버처럼 뭐든지 풍덩 빠져야 뭐든 제대로 시작된다. 분처럼.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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