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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inNess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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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고가혜 기자 =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와 공사비 급등 여파로 사업 진행이 어려워지면서 본청약 일정이 예정보다 밀리는 단지가 쌓이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 '사업취소 사태'까지 벌어지자 사전청약 제도에 역풍이 불고 있다.
2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우미건설 계열사인 심우건설은 지난 19일 인천 가정2지구 우미 린 사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심우건설은 최근 인천 서구청에 신청했던 건축 심의를 취하하고, 사전청약 당첨자에게 사전공급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우미건설은 "인천가정2 우미린 아파트 사업이 인허가 지연 등 불가피한 사유로 부득이하게 취소됐다"며 "사업 취소로 인한 사전공급 계약은 별도 방문 없이 취소되며, 명단 삭제 등 후속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초 308가구 규모로 예정된 인천 가정2지구 우미 린 B2블록은 2022년 4월 278가구를 대상으로 사전청약을 접수한 민간 사전청약 아파트다. 2023년 3월 본청약을 진행하고, 2025년 11월 입주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하지만 2022년 10월 본청약과 입주 시기를 연기했고, 부동산 시장 침체로 사업성이 악화되면서 결국 사업이 취소됐다. 심우건설이 우미린 사업을 포기하면서 수 년 전부터 자금 조달 계획을 세우고 전세계약을 연장하며 입주를 기다려 오던 청약 당첨자들은 갑자기 날벼락을 맞았다.
민간건설사가 사전청약을 진행한 사업을 중도에 포기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우미린 사태'를 시작으로 다른 민간 사전청약 사업장들에서도 사업 취소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사전청약은 주택이 빠르게 공급되고 있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주기 위해 2021년 문재인 정부 시절 도입됐다. 공공·민간 단지가 사전청약 공고를 내면 짧게는 1년, 길면 2~3년 후 본청약을 시행한 후 2~3년 후에 입주하는 구조다.
그러나 2022년 말부터 고금리와 원자잿값의 급등 여파로 건설사들이 당초 예고했던 본청약 일정을 맞추기가 어려워지면서 민간 사전청약 단지들의 일정이 일제히 밀리기 시작했다. 현재 전국적으로 민간 사전청약이 진행 중인 곳은 45곳인데, 이 중 일정대로 본청약을 진행한 곳은 총 3곳뿐이다. 그나마 12곳은 수개월 지연 끝에 가까스로 본청약 일정을 잡았으나 예정일이 지났음에도 공지조차 없는 곳도 11곳에 달한다.
또 사전청약은 본청약과 달리 당첨자 지위를 포기해도 다른 공공·민간 분양 사전청약이나 일반청약에 지원할 수 있다 보니 당첨자들이 지위를 쉽게 포기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약 9개월의 일정 지연 끝에 지난해 6월 본청약을 진행한 '검단신도시 호반써밋V'는 기존 사전청약 당첨자 771명 중 절반이 넘는 470명(61%)이 분양을 포기하면서 301가구만 배정됐다.
본청약이 지연되면서 당초 예상보다 높아진 분양가 부담은 고스란히 수요자의 몫이 되고 있다. 지난 2021년 12월 사전청약을 받고 지난 2022년 9월 본청약을 앞두고 있던 '인천 검단 제일풍경채 검단 3차'는 16개월의 지연 끝에 올해 1월 가까스로 본청약을 진행했지만, 전용 84㎡의 추정 분양가는 4억6070만원 에서 최고 5억2220만원으로 13.3% 올랐다.
이에 일각에서는 과거 과열된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도입한 사전청약 제도 자체가 현 상황과 맞지 않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은 "사전청약이라는 편법을 10년만에 부활해 진행했던 분양은 이제 본 청약을 앞두고 있다. 본 청약이라는 이벤트가 중요한 이유는 본 청약이 되어서야 분양가가 결정되기 때문"이라며 "예전의 부동산 조정기와는 다르게 지금 부동산 시장은 토지가격과 건축원가가 계속 오르는 중이다. 5~6%대를 오르내리는 현재의 물가수준을 생각한다면 분양가 상승요인이 더 큰데, 이미 20~30% 정도 하락한 급매물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본 청약 때 결정될 분양가는 전혀 매력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gahye_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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