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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www.sportsseoul.com/news/read/9735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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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큰 소득이었지만 정작 밝혀야할 실체는 따로 있다. 바로 꽁꽁 숨어 있던 삼각 카르텔이라는 검은 구조라는 게 필자의 소신이다. 구타사건을 밝혀낸 초선의원의 끈기와 용기는 높이 사고 싶지만 어떻게 대명천지(大明天地)에 그런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질 수 있었는지에 대한 내밀한 설명이 쏙 빠져 버린 게 안타까웠다. 이번 사건을 정리하면 이렇다. 부패한 체육권력이 정치와 손을 잡아 공생관계를 구축하고 그것도 모자라 이들과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언론매체까지 가세한 게 핵심이다. 이들은 진실을 감추고 정의를 비웃는 추악한 삼각 카르텔을 구축해 체육을 사유화했다. 아쉽게도 국정감사에선 이러한 내밀한 구조가 밝혀지기를 꺼리는 듯했다. 아마도 집권여당이 깊숙이 개입된 게 부담스러웠기 때문일 게다. 야당은 그럴 만한 전문성과 축적된 정보가 부족했다.
성남시청 빙상팀은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집권여당의 편에 서서 조직적인 선거활동에 나선 게 이들이 주고받은 ‘카톡’에서 확인됐다. 선거에 도움을 준 반대급부로 무엇을 얻었는지는 향후 조사에서 드러나겠지만 아마도 우월적이고도 배타적인 권력을 누리지 않았을까 하는 게 대체적인 시선이다.
성남시청 손세원 감독은 빙상의 개혁세력을 자처하며 대한빙상경기연맹을 관리단체로 전락시킨 장본인이다. 이번에 공개된 카톡내용에 따르면 그동안 빙상을 둘러싸고 터져나온 사건의 실체적 진실에 대한 짙은 의구심을 자아내게 할 만큼 충격적이다. 삼성이 회장사인 대한빙상경기연맹의 관리단체 지정을 손 감독이 주도하고 이를 위해 특정 언론매체와의 유착 혐의도 드러났다. 손 감독이 이끈 성남시청 빙상팀은 빙상개혁의 목소리를 드높였던 조직이다. 그랬던 그들이 일상적인 구타와 폭언으로 선수들을 억압한 것도 모자라 조직적으로 사건을 축소 은폐할 수 있었던 결정적 배경은 무엇일까. 바로 정치권력과 손을 잡은 공생의 시스템이다. 정치권력에서 자유로워야할 체육조직을 선거의 전위부대로 활용한 뒤 각종 비리가 터져나올 때 정치적 도움의 대가로 면죄부를 받는 게 체육과 정치의 추악한 협력관계라는 게 이번 사건을 통해 드러났다.
쇼트트랙과 빙상은 막대한 비용이 드는 특수한 인프라가 있어야 가능한 종목이라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대부분이 공공시설인 아이스링크를 마치 사설경기장 처럼 쓰기 위해선 정치권력의 지원과 도움이 절실했다. 손 감독은 이러한 이유로 체육의 정치화에 앞장섰을 게다.
손 감독은 정치적 판세를 읽은 뒤 당선 가능성이 높은 정치인에 줄을 서는 처세술까지 터득했다. 전임 이대협 성남시장 시절엔 보수당에 줄을 선 탓에 쓰라린 아픔을 맛봤다. 이재명 시장이 당선된 뒤 빙상팀 해체라는 비보를 접했기 때문이다. 빙상적폐의 전횡으로 러시아로 귀화했다는 안현수 사태의 직접적 배경은 반대편 선거에 가담한 손 감독이 뿌린 씨앗이었다. 결국 안현수의 귀화는 정치바람을 탄 손 감독의 귀책사유라는 게 이제서야 밝혀진 진실이다.
이후 손 감독은 자신이 살기 위해 정치색을 바꾸는 변신도 서슴지 않았다. 민선 6기 선거에선 이재명 전 시장 편에 섰고, 현 은수미 시장 선거에서도 여당에 힘을 보태 체육 사유화의 발판을 다졌다. 이게 바로 체육을 정치화한 성남시청 빙상팀의 숨은 실체다. 여기에 언론도 빠지지 않았다. 이런저런 이유로 손 감독과 이해관계를 같이 한 특정매체들은 객관성을 결여한 채 확증편향에 빠지는 보도를 일삼았다. 평소 빙상개혁에 남다른 의지를 보였던 매체들이 이번 사건에선 약속이나 한듯 침묵하고 있는 건 과연 우연의 일치일까.
체육분야에선 진실과 정의가 뒤바뀌는 경우가 유독 많다. 사회적 비중이 크지 않다는 사회적 인식 탓인지 사안을 크로스체크하는 세심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정치권력은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결정적 동력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최근 체육계에선 정치의 입김이 드세지고 있다. 체육을 정치가 견인하는 게 다반사가 됐다. 체육현장의 목소리를 호도하는 것은 물론 더 나아가 진실과 정의의 반대편에서 어줍잖은 힘을 과시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여기에 특정한 의도를 지닌 부패한 체육인이 사이비 언론까지 포섭하면 그야말로 진위가 뒤바뀌는 볼썽사나운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삼성 이건희 회장이 타계한 이즈음,그가 한국사회에 남긴 가장 큰 족적은 아마도 4류 정치에 대한 날선 경고가 아닐까 싶다. 체육도 하루빨리 4류 정치의 입김을 걷어내는 게 시급하다. 그게 바로 진정한 체육개혁의 첫 걸음이다.
편집국장 jhkoh@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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