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
- CoinNess
- 20.11.02
- 0
- 0
[서울=뉴시스] 김진엽 기자 = "축구협회장 선거에는 선거의 공정을 현저히 침해하고 그로 인해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될 만한 중대한 절차적 위법이 있다고 판단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수석부장판사 임해지)는 지난 7일 제55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 과정에 중대한 절차적 위법이 있었다고 보고, 8일 예정된 선거를 치러선 안 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축구협회는 "협회장 선거일이 잠정 연기됨을 알려드린다"며 "추후 일정은 수립되는 대로 공지하겠다"며 법원의 판단을 받아들였다.
지난해부터 한국 축구계 가장 큰 이슈로 평가됐던 축구협회장 선거가 선거 하루 전 잠정 연기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한국 축구는 지난 2002년에 한국과 일본에서 열린 2002 국제축구연맹(FIFA) 한일 월드컵 4강 신화 이후 국내 스포츠 중 가장 사랑받는 종목이다.
이런 종목의 국내 최상위 기구인 축구협회 수장을 뽑는 과정에서 위법이라는 단어가 법원을 통해 언급된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선거에 출마한 허정무 후보는 지난달 30일 축구협회장 선거가 불공정하고 불투명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선거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축구협회가 선거인단 명부 작성 일정을 공개하지 않은 채 추첨을 마쳤고, 규정에서 정한 194명보다 21명이 부족한 173명으로 구성해 통보한 것도 언급했다.
선거인단 중 프로축구 K리그 구단 감독과 선수는 43명에 이르는데, 상당수가 축구협회장 선거일에 해외 전지훈련 등이 예정돼 있어 제대로 된 선거권을 보장하지 않는 점도 짚었다.
허 후보의 손을 들어준 재판부는 "축구협회는 선거를 관리·운영하는 위원회의 위원으로 위촉된 사람이 누구인지 공개하지 않아 선거의 선거일 무렵까지 위원회가 정관 및 선거관리규정에 부합하게 구성된 것인지 확인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또 재판부는 현 선거인단의 구성 절차에도 문제를 제기하는 건 물론, 선거인단으로 추첨된 인사들에게 개인정보 수집 동의를 받는 방식까지 언급했다.
축구협회 회장선거관리규정에는 '선거관리위원회는 동의서를 제출하지 아니하거나 개인정보의 수집과 이용 및 제공에 관한 동의를 하지 않은 사람에 대해서는 선거인 추첨 시 제외하여야 한다'는 조항이 있는데, 축구협회는 촉박한 일정 등으로 인해 선 추첨 후 동의 방식을 취했다.
이 과정에서 개인정보 동의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194명으로 구성돼야 했던 선거인단 중 21명이 배제돼, 재판부는 이를 문제 삼았다.
축구협회에 주어진 선택지는 크게 세 가지다.
가처분 인용에 대한 이의제기를 신청하거나, 재판부가 짚은 절차적 위법 요소를 해소하고 선거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대한체육회장 선거처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하는 것도 선택지 중 하나다.
이의제기 외 항목을 선택하는 것이 위기를 맞은 축구협회의 이미지 반전에 도움이 될 것이다.
축구협회는 최근 승부 조작 등 비리 축구인 사면 시도와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 논란 등 각종 잡음으로 팬들과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었다.
정몽규 회장의 4연임이든, 허 후보 혹은 신문선 후보의 당선으로 새출발이든 변화를 앞둔 시점이다.
이번 축구협회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도 공통으로 '이미지 쇄신'을 언급했다. 현재 축구협회 이미지 하락의 큰 원인으로 평가받는 정 회장 역시 새 임기 때는 달라지겠다고 외치고 있다.
이전과 또 다른 수장과 함께 다음을 맞는 축구협회로선 환골탈태의 초석을 다질 좋은 기회다.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없진 않다. 선거인단 개인정보 동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선수, 지도자 등 15만 명이 넘는 인원들의 의견을 모두 들어야 한다.
하지만 이를 해낸다면 이번 선거와 관련한 부정 의혹들을 풀어낼 수 있다. 혹 중앙선관위에 위탁한다면 축구협회의 물리적인 한계를 극복할 수도 있다.
이 경우들은 재판부가 지적한 "선거인을 보충하려는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았다"에서 축구협회는 자유로울 수 있게 된다. 축구팬들과 국민들로부터도 논란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했다고 인정받을 수 있을 터다.
다른 문제점까지 모두 해결해 절차적으로 문제가 없는 선거를 통해 새 회장을 뽑는다면, 축구협회를 따라다니는 '불공정', '불투명' 등의 꼬리표를 털어내고 새출발을 할 수 있을 전망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wlsduq123@newsis.com
댓글 0
추천+댓글 한마디가 작성자에게 힘이 됩니다.
권한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