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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밴드 '데이브레이크'(Daybreak)가 인디 신(scene)을 '들었다 놨다' 해온 건 사실이지만, 이들이 '꽃길만 걸어왔다'고 생각하는 건 오해다.

2007년 데뷔해 올해 17주년을 맞은 데이브레이크는 업계가 부침을 겪는 가운데도 정체성의 실험이 정체되지 않는 길임을 믿고, 끊임없이 부딪히고 변화하며 스스로 외연을 확장해왔다.

14년 간 몸 담았던 소속사를 떠나 올해 초 미스틱 스토리에 몸 담은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데이브레이크가 10일 오후 6시 발매하는 미니 앨범 '세미콜론(SEMICOLON)'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이 앨범 단위로 신곡을 내놓는 건 2016년 6월 정규 4집 '위드' 이후 무려 8년6개월 만이다.

마침표와 쉼표가 섞여 있는데 계속 문장을 이어가게 만드는 ';'(세미콜론)처럼 그럼에도 계속 살아남은 데이브레이크의 정체성이 앨범에 녹아들었다. 데이브레이크 표 에너지는 여전하지만, '다른 개념'을 탑재한 기운들이다. 자신들을 반성하고 앞으로 질문한 뒤 세미콜론을 붙여 추가로 더한 마음들이 여기에 담겼다. 팝 록 '세미콜론(SEMICOLON)'과 복고풍의 신스팝 '올드 앤 와이즈(Old & Wise)'를 더블 타이틀곡으로 내세워 둘 사이의 거리를 자신들의 음악 범주로 내세웠다.

다음은 최근 서울 강남구에서 만난 데이브레이크 멤버들인 이원석(보컬), 김선일(베이스), 김장원(키보드), 정유종(기타)과 나눈 일문일답.

-미스틱 스토리에 새로 둥지를 틀고 내는 첫 앨범입니다.

"음악 하는데 잘 지원을 해주셔서 큰 무리 없이 진행이 됐어요. 만족스러운 작업이었습니다. 외부 프로듀서들과 같이 협업을 했기 때문에 소통에 쉽지 않은 부분들이 분명 있었을 텐데 덕분에 수월했어요."(이원석)

-더블 타이틀곡인데 두 곡 분위기가 정말 다릅니다.

"저희 네 명에겐 다양한 색깔이 있어요. 앨범 수록곡들을 들어보시면 밝지 않은 곡들도 많이 있는데, 대외적으로 경쾌한 곡들이 많이 알려지다 아쉬움이 있긴 했었거든요. 이번 앨범에서 저희에게 다른 색깔도 있다는 걸 과감하게 보여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전에도 윤상 선배님이라든가 루시와 협업을 하는 과정에서 실험을 하기도 했어요. 이렇듯 외부 프로듀서·작곡가들과 협업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에요. 일본 프로듀서 도미타 게이이치(토미타 케이이치)와 함께 한 '빛나는 사람'이라는 곡이 있었고 김윤아 선배님, 헤이즈 씨와 함께 한 곡은 이별 노래였고요. 그리고 루시와는 시크한 느낌의 마이너 곡도 만들었어요. 나름대로 이런저런 시도를 하면서 확장을 해왔죠."(이원석)

-그런데 이번에 협업한 스페이스 카우보이, 황현 씨는 그간 데이브레이크와 색깔과 더 많이 다릅니다.

"저희가 결성된 지 17년째입니다. 정체되는 느낌을 갖고 싶지 않았어요. 소속사를 옮긴 것도 그 일환이었고 '새로운 수혈'을 받아보자는 생각을 했죠. 우리가 분명 얻는 게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어요. '팀 정체성에 혼란이 있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걱정도 분명히 있겠지만, 길게 봤을 때는 분명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다고 판단했죠. 만약에 시행착오였다면 다시 어울리는 옷을 입으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변화에 대해서 주저하거나 두려워하는 것 자체가 오히려 팀을 더 정체되게 만든다는 생각도 했고요. 음악이라는 게 정답이 없지 않습니까? 무엇보다 우리랑 가장 색채가 잘 맞을 것 같은 우리의 음악을 잘 이해해 줄 것 같은 프로듀서 작곡자들을 찾았고요. 스페이스 카우보이, 황현 씨는 저희 음악에 대한 리스펙트가 있고, 이해도가 굉장히 높았기 때문에 분명히 잘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했고 아주 흡족한 결과물이 나왔습니다."(이원석)

-물론 전에 몸 담았던 MPMG도 큰 회사지만 인디 범주 안에 있었죠. 그런데 미스틱 스토리는 메이저 기획사잖아요. 인디 신의 상징인 데이브레이크가 이곳으로 옮겼다는 건 여러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한편에선 '지금의 인디 신에선 데이브레이크마저 살아남을 수가 없는 거야'라는 반응이 있을 수도 있고요.

"요즘엔 인디 혹은 메이저의 경계가 굉장히 허물어져 있고요. 인디라고 해서 차트 1위를 찍을 수 없는 시대도 아니고 메이저라고 해서 무조건 많은 사람들한테 홍보가 되고 사랑을 받는다는 보장도 없는 시대 아닙니까. 특히 밴드 신에선 더더욱 그런 것 같고요. 우리가 걷는 행보는 지금 우리가 필요로 하는, 우리가 지금 시점에서 가고 싶은 길을 가는 것뿐이지 뭔가 변질됐다거나 과학적으로 나태해졌다거나 그런 부분에서 접근은 아니었어요."(이원석)

-저도 그런 뜻은 아니었어요.

"리스너들이 그런 오해를 하실까 생각이 들어서 노파심에 말씀드린 거고요. 밴드를 떠나서 음악 자체가 과연 아티스트십으로만 이뤄지는 것일까 생각해요. 음악은 자신을 표현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누군가와 교류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표현하는 방식이 더 다양해질 수 있다면 저는 충분히 그것만으로도 변화가 해봄직한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이원석)

-'올드 & 와이즈'의 "나를 작게 재단하지 마 / 세상의 속임수에 / 나의 우주를 빼앗기지 않기로 해"라는 노랫말이 인상적입니다. 데이브레이크에게 '나의 우주'는 무엇인가요?

"저희가 굉장히 늦은 나이에 주목 받았어요. 유종이는 다를 수 있지만 결성 당시에도 이미 30대였고 주목을 받았던 시기가 30대 중후반으로 치달을 때였죠. 나이가 '큰 핸디캡'이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지난 10년 동안 그 편견과 끝없는 싸움을 했죠. 아직도 그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고요. 시간의 흐름 때문에 뭔가를 포기해야 되는 순간들이 왔을 때 이 노래를 통해서 '아 데이브레이크도 이렇게 고민을 하는구나. 이 음악을 통해서 나도 나의 우주를 한번 지켜볼까'라는 생각을 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만들었습니다."(이원석)

-앨범 타이틀이 '세미콜론'입니다.

"'세미콜론'이라는 앨범 타이틀을 먼저 정했어요. 그 문장 부호(;)를 딱 보는 순간 이걸로 가사를 쓰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단순한 문장 부호 하나만으로도 많은 것들을 담아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이 문장 부호는 마침표와 쉼표로 이뤄져 있죠. 쉼표가 갖고 있는 어떤 휴식, 마침표가 갖고 있는 일단락을 쥐고 다음 스텝으로 넘어갈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과거와 미래를 연결 짓는 문장 부호로써 역할을 가지고 음악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처음 든 생각은 이별 이야기였어요. 세미콜론은 문장에 뭔가를 덧붙일 때 쓰잖아요. 이별 후에 후회가 남고 미련이 남았을 때 항상 우리는 누군가에게 푸념을 너무 하거나 못하거나 계속 혼자 중얼중얼거리는데 그건 끝맺지 못하는 이야기들이니까요. 그런 것들이 리얼 이야기로 담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4개의 수록곡 중에 3번('리듬(Rhythm), 이 밤은'), 4번(영원하라) 트랙은 이전에 저희가 써놨던 미발표 곡인데 이번에 수록하면서 저희의 과거의 이야기를 담았다고 생각했어요. 외부 프로듀서들과 협업을 통해서 만들어진 1번('세미콜론'), 2번('올드 & 와이즈') 트랙은 현재 그리고 데이브레이크의 미래를 보여주는 트랙이라고 생각 했습니다."(이원석)

-이제 너무 진부해진 얘기가 됐지만 올해 특히 주목 받은 '밴드 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개인적으로는 밴드 붐이 메이저 일부 팀에게만 적용된 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했어요. 밴드 신의 근원인 인디 신에 낙수 효과가 거의 없잖아요. 데이브레이크를 배출한 'EBS 스페이스 공감'의 '헬로 루키' 같은 인디 등용문도 거의 없어졌습니다.

"지금 데이식스, 루시, QWER 같은 핫한 밴드들이 많잖아요. 이 친구들로 인해 낙수 효과가 좀 생길 수 있고 폐지됐던 프로그램들과 비슷한 플랫폼도 나올 거 같기도 해요. 실제로 중고등학교 친구들 사이에선 악기 판매량이 굉장히 많이 늘었다고도 하더라고요. 장기적으로 보면 지금 밴드 붐이 음악 다양성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김장원)

"지금 신에 스타플레이어가 나온 거잖아요. 우선 그 자체만으로 굉장히 주목할 만한 부분이 아닌가 해요. 이제 그 신의 동료 혹은 선후배들이 이를 어떻게 안고 가느냐의 문제인 것 같아요. 물론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는 의무가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야지 그들도 '오래 살아남을 수 있다'라고 생각해요. 저희 같은 경우는 그래도 후배 뮤지션들의 음악을 소개하고 같이 공연도 하고 하려고 노력해왔어요. 솔직히 저희 처음 결성할 때는 밴드로 못 먹고 살 줄 알았거든요. '사이드잡이 있어야 된다. 밴드는 도저히 먹고살 수 없는 문제다'라고 생각했는데… 우리뿐만 아니라 여러 밴드들이 '아니 할 수 있어' 증명을 하고 있습니다. 밴드를 꿈꾸는 키드들한테도 희망이 될 겁니다."(이원석)

-2010년대 초반 싸이클럽에 올렸던 '새벽뉴스'는 당시 좀 더 많은 이들과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것이었죠?

"당시 '어떻게 우리를 알리지'에 대한 고민, 싸움이 항상 있었던 것 같아요. 저희끼리 계속 찍고 편집하고 '이거라도 봐주세요'라는 마음으로 임했죠."(이원석)

-밴드 후배이자 소속사 선배인 루시와 관계도 팬들 사이에서 화제예요. 요즘 밴드 신에서 드문 우정입니다.

"일단 선배님들을 가끔 만나면 '요즘 힘든 거 없나'라며 위로도 해주셔서 든든해요. 하하. 저희가 밴드 신에선 선배일지 몰라도 미스틱 스토리에 대해선 저희보다 훨씬 많은 걸 알고 있는 팀이잖아요. 무엇보다 루시 친구들이 저희 음악을 워낙 좋아해주고 '데이브레이크처럼 되는 게 꿈이었다. 우리의 롤모델이었다' 얘기도 되게 많이 해줘서 고마워요. 무엇보다 건강한 친구들이에요."(이원석)

-오는 28~29일 서울 광진구 예스24라이브홀에서 예정된 콘서트 '세미콘론'은 어떻게 꾸밀 예정입니까?

"'세미콘론 프로젝트' 마지막이 공연이에요. 공연은 세 파트예요. 세미콜론을 나누면 쉼표와 마침표가 되잖아요. 그래서 쉼표, 세미콜론, 마침표 세 개의 큰 스토리로 나눠서 구성해요. 과거의 데이브레이크, 현재의 데이브레이크, 미래의 데이브레이크를 제시하는 거죠. 무엇보다 오랜만에 앨범을 내는 만큼 그동안 저희를 스쳐 지나갔던 많은 팬들도 있을 거고, 그동안 저희 공연장을 못 찾았던 분들도 분명 계실 거란 말이죠. 연말에 하루 정도는 자신한테 주는 선물로 저희랑 같이 보내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앞으로 데이브레이크가 어떻게 음악을 해나가는지를 '동반자 느낌'으로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이들이 과연 이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남아 가고 있는지 호기심을 갖고 지켜봐 주셨으면 합니다."(이원석)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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