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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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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흰옷 입은 백마 탄 가황(歌皇).'

가수 나훈아(78)하면 팬들이 떠올리는 강렬한 이미지 중 하나다. 그는 2005년 서울 노들섬 특설무대 위에 고구려 옛 성곽을 재현한 대형 세트 앞에서 고구려 장군의 모습으로 나서 병사 분장을 한 300명 사이에서 백마를 타고 나라 사랑을 담은 창작곡 '아리수'를 불렀다.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수 흘러간다"라는 노랫말처럼 나훈아의 창법은 낭창낭창했고, 태도는 위풍당당했다. 이런 두 가지 속성은 톱스타 나훈아의 매력을 크게 압축한 것이다.

◆뇌쇄적이면서 감성 어린 아련한 창법

나훈아는 1967년 데뷔해 '내 사랑' '약속했던 길' '무시로' '갈무리' '잡초' '고향역' '가지마오' 등의 히트곡을 내며 톱 가수로 군림해왔다.

나훈아는 2006년 전국투어에 이어 2007년 3월 세종문화회관에서 진행할 예정이던 공연을 취소했다. 2008년 1월 각종 루머에 대해 해명한 기자회견 이후 두문불출했다. 그러다 11년 만인 지난 2017년 7월 앨범 '드림 어게인(Dream again)'을 공개했다. 이후 꾸준히 음반을 내고 전국투어 콘서트를 열어 건재를 과시해왔다.

작년 4월 인천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해온 은퇴 전국 투어 '고마웠습니다'(라스트 콘서트(LAST CONCERT))의 후기와 반응을 살펴보면, 나훈아의 가창력과 화려한 쇼맨십은 여전하다. 그의 은퇴가 아쉽다는 반응이 지배적인 이유다.

미성이 숨어 있는 중저음, 간드러진 콧소리가 특징인 나훈아는 기승전결이 분명한 꺾기 창법이 특히 전매특허다. 이를 드러내고 몸짓이 요염해 일부에선 과하다고 반응도 하지만, 특히 대다수의 여성 관객에겐 뇌쇄적으로 다가간다. 여든살에 가까운 나이에 하얀 민소매와 색색으로 물들거나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무대 위를 뛰어다니고 심지어 그게 어울리는 가수는 국내에서 나훈아 외 없다.

그만큼 객석을 좌지우지하는 '쇼맨십'을 갖춘 가수가 없다는 게 무대를 본 이들이라면 누구나 내놓는 관전평이다. 절대 고수 '쇼꾼'의 면모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런데 나훈아의 그런 유혹은 또한 감성적이고 아련한 곡을 만나면, 한없이 순정해진다. 그건 과거로의 회귀로 수렴된다. "생각이 난다 홍시가 열리면 울 엄마가 생각이 난다"라는 노랫말로 시작하는 '홍시', 코스모스 피어있는 정든 '고향역'을 노래할 때가 대표적이다.


◆필마단창 면모…성역 없는 비판

나훈아의 또 다른 매력은 야성(野性)성이다. 그는 콘서트 때마다 음악은 물론 사회, 정치 등 각종 이슈에 대해 성역이 없는 비판을 해왔다. "정치의 근본이 무엇이냐"며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그에겐 왼쪽, 오른쪽이 중요하지 않다. 양비론일 수 있지만 그만큼 그는 기대지도 않고 기대는 곳이 없다.

'고마웠습니다' 마지막 도시인 서울 공연 첫날인 지난 10일 무대에서 "왼쪽이 오른쪽을 못한다고 생XX을 하더라. 그러는 지들은 뭐 잘하나?"라고 직격한 것이 대표적 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 계엄 선포에 따른 탄핵정국을 언급하면서 정치권을 싸잡아 비판한 것이다.

나훈아는 가요계에서도 필마단창(匹馬單槍·한 필의 말과 한 자루의 창이란 뜻)으로 통한다. 그는 어떤 가수들과도 교류하지 않는다. 앞선 콘서트에선 자신은 후배 가수들을 잘 몰라 곡을 잘 주지 않는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또한 언론과도 접촉하지 않고 있다. 오직 소속사를 통해 전하는 편지, 무대 위 전언으로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다.

그래서 더 신망을 얻는다. 2020년 발매한 '테스형'은 그 해 KBS 2TV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스페셜-15년 만의 외출' 방송을 타면서 크게 화제가 됐다. 그는 방송에서 이 곡을 부르고 난 뒤 "(소크라)테스형에게 '세상이 왜 이러냐' '세월은 왜 흐르냐'고 물어봤는데 모른다더라"라고 한탄했다. '테스형'은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를 가리키는 것으로 곡은 자신의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며 쓴 곡으로 알려졌다.

나훈아는 12일 오후 3시·7시30분 서울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옛 체조경기장)에서 '고마웠습니다' 두 차례 무대를 끝내고 음악이라는 말(馬)에서 내려온다.

58년 가수인생이 항상 전성기였던 그는 "'박수칠 때 떠나라'는 쉽고 간단한 말의 깊은 진리를 뜻을 저는 따르고자 한다"는 앞선 약속을 지킨다. 사실 "은퇴 콘서트라는 건 끝까지 활동을 잘해온 위대한 가수들의 특권"(박성서 대중음악 평론가)이다.

2020년 KBS 2TV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스페셜-15년 만의 외출' 방송 중 나훈아는 '어떤 가수로 남고 싶냐'는 이훈희 KBS 제작2본부장의 물음에 끝까지 '가황'다운 초연함을 보였다.

"흐를 유, 행할 행, 노래 가, 유행가 가수예요. 남는 게 웃기는 거죠. '잡초'를 부른 가수, '사랑은 눈물의 씨앗'을 부른 가수, 흘러가는 가수죠. 뭘로 남는다는 말 자체가 웃기는 얘기입니다. 그런 거 묻지마소!"

하지만 대중은 안다. 나훈아는 은퇴에도 그의 노래들은 우리 마음 속에 흘러가지 않고 고여 있다는 것.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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