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
  • 아래로
  • 위로
  • 0
  • CoinNess
  • 20.11.02
  • 2
  • 0




[세종=뉴시스]김정현 기자 = 고등학교 무상교육에 드는 비용의 절반 가량을 국가가 부담하는 기간을 3년 더 연장하는 법안을 두고 정부와 야당·교육감 간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그 경과와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2일 교육계 등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해 마지막 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이 정부로 이송되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재의요구권을 건의할지 여부를 고심 중이다.

현행법은 고교 무상교육 비용을 국가와 시도교육청이 각각 47.5%씩 부담하고 나머지 5%는 지방자치단체가 맡기로 한 조항의 유효 기간을 지난해 말까지로 정했다.

이 규정이 처음 도입된 시기는 문재인 정부 당시였던 2019년이다. 당시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대선 공약이었던 고교 무상교육을 당초 계획보다 한 학기 앞당긴 2019년 2학기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하고자 했다.

입학금·수업료·학교운영지원비·교과서비 4개 항목에서 학생과 학부모 부담을 없앤다는 구상이다. 단, 입학금과 수업료를 학교장이 정하고 국가로부터 재정 보조를 받지 않는 자율형 사립고(자사고)와 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마이스터고 제외)는 무상교육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다.

고교 무상교육은 2017년 문재인 전 대통령 공약이기도 했으나 경쟁 후보들의 공약이기도 했고 직전 박근혜 정부의 교육 분야 공약이었으나 실현하지 못했다.

의무교육인 초등학교는 1959년, 중학교는 2004년 무상교육이 완성됐지만 당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한국이 유일하게 고교 무상교육을 하지 않았다.

고등학생임에도 가정 형편이 어려워 학비를 내지 못하는 학생들도 여전히 존재했고 꾸준히 늘고 있었다. 당시 여영국 정의당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2016년 2812명, 2017년 2927명, 2018년 3200명으로 집계됐다.

진보 성향 교육감들을 위주로 교육청과 지자체가 예산을 분담하는 방식의 무상교육 선도입 지역이 나오며 사실상의 의무교육이 되다시피 한 고교도 국가가 비용 부담 없이 교육을 책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문제는 막대한 예산의 책임 소재였다. 이미 박근혜 정부 당시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3~5세 공통 교육과정인 누리과정의 재원 부담을 둘러싸고 시도교육감들과 보수 정부의 갈등 속에 양측이 타협해 한시적인 특별회계를 만든 전례가 있었다. 당시에도 비슷한 힘겨루기가 전개됐다.

당초 정부는 시도교육청에 총액 교부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규모를 늘려 재원을 확보하려 했다. 교육교부금은 내국세 총액 20.79% 등으로 조성되는데 이 비율을 높이려 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가 경직성 예산을 더 늘리는 데 부정적이었고 결국 당정청 협의로 국고-교육교부금-지자체 47.5 : 47.5 : 5의 재원 분담 방안이 나왔다.

당시 진보 성향이 절대 다수였던 시도교육감들 사이에서 "절반은 너무 과하다"는 불만도 터져 나왔지만 결국 도입 시기를 한 학기 앞당긴 점을 고려해 동의를 표했다. 그러나 당시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정부가 온전히 책임지는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입장을 내 여지를 남겨뒀다.

국회에서는 당시 야당인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의 반대에 부딪혔다. 문재인 정부의 로드맵은 2019년 2학기 고3, 2020년 고2, 2021년 고1 순으로 도입한다는 계획이었는데, 재정 부담 확대가 우려되고 2020년 총선을 앞두고 투표권을 얻은 고3을 겨냥한 정책이라는 논리였다.

고교 무상교육 도입에 반대하지 않지만 재원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우선이라는 게 당시 보수 야당의 주장이었다. 단계적 도입 대신 한 해 전면 시행을 주장하기도 했다.

법안은 민주당 등 여권 단독으로 상임위원회인 교육위원회를 통과했고,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서도 여권 주도로 통과됐다. 그 해 2학기가 시작된 후인 2019년 10월이었다. 무상교육은 이미 교육청들의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으로 고3부터 순차 도입의 첫 발을 뗀 상태였다.

어렵게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고교 무상교육의 재원 분담 문제는 관심에서 멀어졌다. 조국 사태, 코로나19 유행 이후 정권은 교체돼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게 됐다.

논의가 실종된 상태에서 시간은 흘렀고 법안이 정한 시한이 다가왔다. 정부는 2025년도 예산안에 무상교육 예산을 전년 대비 99.4% 줄인 52억6700만원만 편성했다. 국고 부담 조항의 일몰로 전년도 정산분만 잡은 것이다.

민주당 등 야권을 중심으로 '삭감'이라는 해석이 나왔고, 지난해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 과정에서도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정부·여당은 2019년 개정된 초·중등교육법의 '고등학교 교육에 필요한 비용은 무상'이라는 조항을 근거로 중단하려는 의도는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교육청들이 충분히 부담할 수 있다고 맞섰다.

국회 상황도 2019년의 재연이었다. 민주당 주도로 재원 분담 조항의 일몰 시한을 다시 3년 뒤로 늦추는 법안이 마련됐고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유감을 표했고, 교육부는 "재의 요구에 대해서는 아직 확정된 바 없으며 법안의 정부 이송 후 국무회의 등을 거쳐 입장을 밝힐 계획"이라고 했다.

결국 이번 갈등은 고교 무상교육 도입 초기부터 정치적 합의로 한시 유예했던 재원 책임 소재의 문제가 뇌관이었던 셈이다. 올해 국고 부담액은 9447억원으로 추정된다. 세금이 덜 걷히며 교육교부금도 줄어 교육청들의 사정도 좋지 않다.

보수 정부에서는 교육교부금이 남아 돈다는 논리가 주를 이뤘고 진보 정부는 확장 재정에 주력했다. 하지만 교육재정의 근본적인 제도 개편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태였다.

정부가 재의요구권 행사를 강행할 수도 있다. 만약 법안이 폐기된다면 고교 무상교육은 2021년 완성 이후 5년 차에 위기에 놓인다. 예비비를 쓸 수 있게 민주당이 조치했지만 이 법안의 개정을 전제 조건으로 달아 놓은 상태라 불투명해진다.

만약 정부가 개정안을 수용하고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다시 3년 뒤 갈등이 재연될 수 있는 셈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ddobagi@newsis.com








공유

facebooktwitterpinterestbandkakao storykakao talk
퍼머링크



댓글 0

추천+댓글 한마디가 작성자에게 힘이 됩니다.
권한이 없습니다.





[전국 휴대폰성지] 대한민국 TOP 성지들만 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