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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inNess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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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강주희 기자 = 예고 없이 찾아온 운명적인 첫사랑, 묘하게 얽히는 세 주인공, 싱그러운 초여름까지. 청춘 로맨스의 요소를 빠짐없이 갖췄지만 빈약한 작품성에 맥이 쑥 빠진다. 영화 '여름날의 레몬그라스'다'
'여름날의 레몬그라스'는 대만 작가 마키아토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스탠 바이 미'(2019), '그들이 사랑할 때'(2020)를 연출한 라이멍지에 감독의 세 번째 장편 영화다. 작품은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오픈 시네마 부문 공식 초청작으로 선정됐으며 지난달 27일 국내에서 개봉했다.
영화는 여고생 샤오샤가 뉴욕에서 전학 온 청에게 첫눈에 반하면서 시작된다. 샤오샤는 공부도 외모도 완벽한 청의 마음을 얻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매번 무시당하기 일쑤. 샤오샤의 적극적인 애정공세가 귀찮은 청은 사실 어린 시절 미국에서 헤어진 친구를 남몰래 그리워하는 중이다.
그러던 어느 날 청은 샤오샤의 이마에 난 상처를 보고 자신이 찾는 사람이 샤오샤라는 것을 깨닫는다. 한편 청에게 푹 빠진 샤오샤를 지켜보는 유즈의 마음은 복잡하다. 소꿉친구로 지낸 샤오샤에게 이성의 마음이 없는 줄 알았는데 청의 등장에 속수무책으로 흔들린다. 결국 샤오샤가 청에게 차인 날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지만 샤오샤는 당황해하며 자리를 피한다.
영화는 샤오샤, 유즈, 청이 첫사랑이라는 감정을 사이에 두고 얽히는 과정을 그린다. 세 사람의 풋풋한 사랑과 삼각관계를 따라가다 보면 모든 게 서투르던 그 시절 추억을 회상하게 된다. 젊음과 가장 잘 어울리는 계절인 초여름을 배경으로 한 영화의 영상미도 눈길을 사로 잡는다.
하지만 스토리와 캐릭터 모두 기시감이 느껴지는 탓에 영화는 평면적이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관객의 예상과 예측을 한 치도 벗어나지 않고 감동 코드 역시 아는 맛에 가깝다. 극 중 등장인물들이 사랑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도 스크린 너머 관객에게 와닿지 못한 이유다.
등장인물의 감정선이나 사건도 산만하다. 샤오샤에게 다가가는 청의 감정은 내내 잔잔하기만 해 늘어지는 감이 있다. 샤오샤를 질투하는 밴드 리더 싱후이가 유즈에게 차였다는 이유로 학교 공연을 망치는 장면은 얕고 뻔한 소재와 스타일을 답습한다.
특히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샤오샤와 청이 입을 맞추려는 찰나, 청의 반려견 '하양이'가 갑자기 쓰러지는 장면은 작위적이라고 느껴질 법하다. 샤오샤와 청이 하얀이를 안고 폭우 속을 달리는 것도 모자라 유즈까지 합세해 야간 진료가 가능한 수의사를 찾는 장면은 극적인 전개를 위해 마련된 장치를 느낌 밖에 들지 않는다.
여기에 청과 하양이의 추억을 그린 연출은 마치 반려견 캠페인 같아 극의 몰입도를 떨어뜨린다. 결국 영화는 힘조차 부족한 서사를 고스란히 드러내며 어설픈 모양새를 벗어나지 못한다. 풋풋한 첫사랑도, 긴장감을 일으키는 삼각관계도, 찬란한 청춘도 무엇 하나에 집중하지 못하고 황급하게 마무리히는 느낌마저 남긴다. 영화의 주제인 첫사랑을 뭉클하게 그려내지 못하고 밋밋한 뒷맛만 남긴 실수다.
소꿉친구 유즈와 전학생 청 사이에서 갈등하는 여고생 '샤오샤'는 넷플릭스 시리즈 '희생자 게임'으로 제55회 금종상 신인상을 수상한 이목이 연기했다. 유즈는 대만 아이돌 그룹 '오견정' 출신 루준석이, '청'은 영화 '카노'(2014) 금마장 신인배우상과 타이베이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조우녕이 맡았다.
◎공감언론 뉴시스 zooe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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