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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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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넷플릭스 '좀비버스'는 아직도 한 장르로 규정하기 쉽지 않다. 지난해 시즌1이 나왔을 때 '대체 뭐 하는 프로그램이냐'는 반응이 많았다면, 시즌2인 '좀비버스 : 뉴 블러드'는 새로운 장르로 받아들이는 이들이 늘었다. 예능부터 콩트, 게임까지 섞여 있는데, 박진경 CP는 "한국 버라이어티의 총집합"이라고 짚었다. 시즌1보다 예능적 요소와 출연자 캐릭터성도 강화했다. 처음부터 잘 짜여있기보다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수정해 "쪽대본 드라마 같다"고 했다.

"시즌1 때는 콘텐츠 자체보다 새로운 시도에 관한 평가가 많았다. 어떤 장르이고, 리얼로 진행하고, 대본이 있는지 등의 질문을 많이 받았다. 시즌2를 제작하면서 최소한 내용 이야기가 나올 수 있게 신경썼다. 이 장르가 자리매김할 수 있게 노력했다. 다행이 이번에는 내용 피드백이 90% 이상이었다. 내가 연출한 '마리텔'이 히트 치면서 비슷한 프로그램이 많이 생겼는데, 좀비버스와 비슷한 건 나오지 않더라. 후속물이 생기면 새로운 장르가 됐다고 느낄텐데, 아직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좀비버스는 어느 날 갑자기 좀비 세계로 변한 서울 일대에서 퀘스트를 수행하며 살아남아야 하는 쇼다. 시즌2는 서울을 벗어나 스케일을 확장했다. MC 노홍철, 배우 이시영, 특수부대 UDT 출신 덱스, 그룹 '빌리' 츠키, 래퍼 딘딘, 콩고 출신 파트리샤가 시즌1에 이어 함께 했다. 그룹 '소녀시대' 태연과 가수 권은비, 코드 쿤스트를 비롯해 충주시 홍보 공무원 '충주맨' 김선태, 개그맨 조세호, 래퍼 데프콘, 그룹 '비투비' 육성재, 백악관 요리사 출신 미군 안드레 러시가 합류했다. 박진경 CP와 문상돈 PD가 시즌1에 이어 연출을 맡았다.

출연자들이 웃음을 참는 장면이 많이 포착됐다. 문 PD는 소위 '현웃'(현실 웃음) 터지는 모습을 편집하고 그대로 넣은 것과 관련 "'좀비가 나온다. 우리는 몰입해 있다'는 사실은 확실했다"고 짚었다. "결국 현웃이 나오는 건 '현타'(현실 자각)를 맞은 것 아니냐"면서 "실제 좀비가 아닌데 '내가 왜 이러고 있지?'라는 자각이 왔다가 이시영씨처럼 '나 연기 해야 돼'라며 바로 몰입하며 어긋나는 부분에서 웃음이 터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CP는 "오히려 실제 좀비를 만난 것처럼 대하는 게 보기 힘들더라. 드라마, 영화 형식은 짜여진 거니까 좀비를 보고 놀란 게 자연스럽게 와 닿는데, 예능은 실제 좀비가 아닌 걸 알지 않느냐. 실제처럼 받아들이면 역으로 몰입감을 해칠 것 같았다. 예능 촬영이지만 나름대로 몰입하면서 생겨나는 걸 자연스럽게 표현하려고 애를 썼다"고 털어놨다.

"드라마였으면 절대 들어가지 않을 장면을 일부러 넣었다. 4회 엔딩에 태연씨가 각목으로 내려 치고 도망치지 않느냐. 피난민들이 쫓아가는데, 조준호씨와 딘딘씨는 예능적으로 장난감 칼을 휘두르며 뛰어간다. 1편 제주도 대피소 첫 장면에 보조 연기자들이 박스를 나르는데, 당연히 구호 물품이 들어있지 않다. 빈 박스인데 무거운 척해 어색했는데, 일부러 길게 넣어 웃음이 터지게 했다. 장르를 뒤트는 시도를 많이 했다."


캐스팅할 때는 안정적인 선택을 했다. 총 7부작이며, 6회차 촬영했다. 기존 버라이어티에 비해 회차가 짧은 만큼, 방송 경험이 많고 예능에 특화된 이들을 섭외했다. 기존 출연자와 인연있는 이들을 캐스팅, 친해지는 시간도 줄였다. 문 PD는 "이시영씨와 딘딘, 덱스 등 시즌1 생존자들의 캐릭터성이 강력했다. 육성재, 데프콘 등도 캐릭터를 설정한 게 아니라, 몰입하면서 극 안에 만들어진 걸 잘 포장했다. 주문을 하기보다 하다 보니 역할이 생겼다"면서 "육성재씨가 '위기 상황에서 저도 모르게 하게 됐다'고 하더라. 코쿤씨도 마지막에 영웅처럼 나섰는데, 댓글에 '다시 봤다. 남자답고 결단력 있다'는 반응이 많았다. 우리도 그렇게 할 줄 몰랐다"며 웃었다.

박 CP 역시 "사실 예능은 PD가 어떻게 편집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선한 일을 해도 죽일 사람이 될 수 있다. 포장하기 나름"이라며 "일단 기본적으로 섭외할 때 그 고민이 시작됐다. 예능은 완벽한 연기를 하는 게 아니라서 자기 성격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어떻게 주문하든 간에 오래 촬영하면 자기 본성이 나올 수밖에 없다. 겁이 많거나, 몸을 잘 쓰는 사람 등 원래 갖고 있는 성격, 직업적 특성 등을 활용했다. 권은비씨는 정말 겁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한국 예능에서 자막을 빼놓을 수 없다. 게임에서 볼 법한 해설을 넣어 재미를 더했다. 박 CP는 "플레이스테이션 게임을 많이 참고했다"며 "요즘 게임은 영화처럼 펼쳐지지 않느냐. 한 번은 드라마가 나오고 게임하고 예능적 요소 보여주고 엔딩은 영화처럼 끝나도록 했다. 최종적으로 통일성을 느낄 수 있게 했다. 자막도 간결하게 두 가지로 통일했다. 상황 설명하고, 게임에서 '칼이 망가졌습니다'라며 에러 메시지가 뜨는 것처럼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노홍철을 희귀체질자로 설정, 제작진 편으로 뒀다. 박 CP는 "노홍철씨는 완전히 우리 편이었다. 특수 항체를 가진 사람"이라며 "'지하철 탑승하면 눈치 보다가 한 명을 인질로 삼고 문을 열어라'고 주문했다. 옆에 건장한 남자들이나 이시영씨가 있으면 안 잡다가 '은비야, 잠깐만 와봐' 하면서 갑자기 잡았다. 다른 출연자한테는 (이런 지시를) 공유하지 않았다. 3회에서 노홍철씨가 얘기 나눌 때 빵 먹는 척 하다가 도망가지 않느냐. 속으로 '지금 딱 도망가면 좋겠다'고 했는데, 10초도 안 돼 도망 갔다. 대단하다고 느꼈다"고 극찬했다.

촬영할 때 예상 한대로 흘러가는 법이 없다. 안드레 러시가 실제로 잠이 든 장면이 대표적이다. "2회차에서 예능으로 치면 탈락한 거 아니냐. 나올 일이 없으니 본국으로 돌아갔다. 좀비로 등장하면 놀랄 것 같더라. 급하게 연락해 입국, 좀비 동작과 소리 내는 법 등을 배웠는데, 당일 날 시차 적응이 덜 돼 잠이 들었다. 버라이어티치고 긴 회차가 아니라서 '7회차 다 재미있게 나와야 한다'는 압박감이 엄청났다. 7회 중 2회도 망하면 안 됐다. 갑자기 안드레 러시가 코를 고는 장면이 나왔을 때 안도했다(웃음)."

배우 신현준이 최종보스로 등장한 점도 신선했다. 문 PD는 "마지막에 최종 빌런 역할을 누가 할지 고민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인물이 나왔으면 했다"면서도 "출연자들과 친분은 있어야 했다. 이시영씨와 '연예가중계'를 오래 진행했고, 조세호씨와도 친분이 이었다. 워낙 마당발이라서 한 다리 건너면 다 알아서 이질감없이 녹아들 것 같았다. 현장에서 연기하는 걸 보고 놀랐다. 그간 우리가 너무 (닮은꼴 축구선수) 즐라탄으로 알고 있었던 게 아닌가. 우스꽝스럽게 나왔지만, 현장에선 섬뜩했다. 이시영씨가 '진짜 사이코 같다'고 하더라"고 회상했다.

시즌1은 국내 넷플릭스 1위를 찍었을 뿐 아니라 세계 10위에 올랐다. 시즌2는 호평이 늘었는데, 순위는 예전만 못한 상황이다. 여전히 호불호가 갈리지만, 내심 시즌3를 기대하지 않을까. 문 PD는 "제작발표회에서 '시즌1보다 낫다는 평을 듣고 싶다'고 했는데, 댓글에도 그런 얘기가 많더라. 수치를 떠나서 의도한 바를 이뤘다"고 했다.

"시즌1 때 연출 문제일 수도 있는데, 시청자들을 설득하지 못한 게 아닐까 싶었다. '계속 무슨 프로그램일까?' 하고 보는 게 마음에 걸려서 이번엔 그 부분을 확실히 해결해보자고 했다. 피드백을 보면 만족스럽다. 특히 젊은 친구들이 많이 좋아하더라. 시즌2에서 못 다룬 부분이 많다. 시즌3를 제작하면 안드레와 파트르샤가 어떤 사연으로 제주도에 남았고, 봉쇄 돼 서울에 들어왔을 때 왜 이시영씨가 '좀비가 별로 없네?'라고 했고, 비영리 글로벌 구호단체를 'GURA'(구라·거짓말)이라고 썼는지 등을 재미있게 쓸 수 있지 않을까 싶다."(박진경)
◎공감언론 뉴시스 plai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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