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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자가 관세위협이 세계기축통화로서 미 달러의 위상을 흔들 수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트럼프는 지난여름 트럼프를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미국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지킬 것이라고 공약했다.

트럼프는 지난 주 브릭스(BRICS) 회원국들이 달러를 대신하는 국제 화폐 지위를 노릴 경우 100% 관세를 부과해 미국 시장에서 배제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공약 이행을 위한 행동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브릭스가 미 달러를 대신하도록 허용하지 않겠다. 그런 시도를 하는 나라는 미국에 작별인사를 해야 할 것”이라고 소셜 미디어에 썼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위협이 정반대의 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미국이 관세와 제재를 지나치게 내세우면 다른 나라들이 달러가 아닌 통화의 사용을 고려하게 만들 것이며 트럼프의 위협이 이런 움직임을 가속화한다는 평가다.

국제통화기금(IMF) 중국 부문 대표 출신인 에스와르 프라사드는 “만들어지지도 않을 브릭스 화폐를 두고 보복 운운하는 것은 미국이 달러를 경제적, 지정학적 세계 지배 수단으로 사용한다는 우려만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미 달러는 제2차 세계대전 이래 한 세기 가까이 세계 기축 통화 지위를 누려왔다. 전 세계 외환보유고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교역과 금융 등 거래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달러의 위상은 수십 년 동안 계속 약해져왔다. 미 브루킹스연구소의 올해 보고서에 따르면 각국 외환보유고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이 2000년 70%에서 올해 59%로 줄었다.

미국의 관세 및 제재를 집중적으로 받는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 금융 제도와 거리를 두기 위해 외환보유고를 금과 다른 화폐로 전환하고 있다.

트럼프처럼 관세와 제재를 남용하면 다른 나라들이 달러에서 이탈하게 만든다.

스티븐 므누신 전 재무장관은 2019년 NYT 기고문에서 “장기적으로” 세계 각국의 외환보유 화폐가 미 달러에서 이탈할 위험이 있으으로 미국이 제재를 자제해야 한다고 썼다.

전문가들은 달러의 위상이 당장 위협받을 정도는 아니라고 말한다.

중국이 국제 지불 수단으로 위안화 사용을 권장하고 러시아가 미국의 제재를 우회하기 위해 자국 결제 통신 수단을 사용하고 있으며 브라질은 브릭스 국가들이 회원국 사이의 결제 수단으로 달러를 대신하는 화폐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달러를 대신하는 결제 수단을 만드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영국 경제연구기업인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이번 주 보고서에서 중국과 인도의 갈등으로 경제동맹이 만들어지기 힘들며 브릭스 회원국 기업들이 회원국 사이의 거래에만 적용되는 화폐와 자국 화폐를 교환하기가 매우 번거로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달러를 사용하는데 따른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더 문제가 커질 것”이라는 평가다.

이처럼 가능성이 희박한 일을 두고 트럼프가 브릭스에 대해 경고한 이유는 확실하지 않다.

트럼프는 세계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위상을 좋아하면서도 강한 달러로 인해 미국 기업들이 수출 경쟁력을 잃는 것에 불만을 표시해왔다.

트럼프는 2019년 캐터필라와 보잉이 경쟁력이 약해진 이유를 설명하면서 “미국 대통령인 내가 강한 달러를 좋아할 것으로 생각할지 모르나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달러가 기축통화인 덕분에 미국은 정부의 자금 조달 비용이 줄고 미 소비자들은 저렴한 수입품을 누리며 제재 능력을 보유해 지정학적 영향력이 커진다.

또 미국이 무역적자를 지속해야 세계 금융시장에서 유통에 필요한 달러가 공급될 수 있다. 물론 무역적자가 과도해지면 미국의 지불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져 달러의 신뢰도를 해칠 수 있다. 일본 노무라연구소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이를 트리핀 딜레마라고 지칭했다. 1950년대 후반 경제학자 로버트 트리핀이 처음 설명한 이론이다.

트럼프는 관세 부과가 트리핀 딜레마의 해결책이라고 보는 듯하다. 무역 적자를 줄이면 다른 나라가 달러를 계속 사용할 것으로 보는 것이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중국 등 다른 나라의 화폐 가치가 떨어지면서 수출 경쟁력이 오히려 커지고 장기적으로는 다른 나라들이 달러 사용을 줄이고 다른 화폐 사용을 늘리게 만든다.

제프리 프랭클 미 하버드대 케네디 스쿨 경제학 교수는 “억지로 달러를 사용하게 만들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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