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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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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올해 대중음악계엔 변곡점이 수두룩하다. 'K-팝 개척사'인 SM엔터테인먼트 30주년, 언더그라운드에서 우리음악계 맥박이 돼 준 인디 30주년, 'BB'로 묶여 불리며 K팝 쌍두마차로 통하는 '방탄소년단'·'블랙핑크' 완전체 컴백, 현 K팝 신(scene)을 이끌고 있는 '트와이스'·'데이식스'·'세븐틴' 10주년, 멤버들이 다방면에서 활약하면서 팀을 지켜가고 있는 '슈퍼주니어' 20주년, '가왕' 나훈아 은퇴 등이다.

특히 올해 30주년을 맞아 다양한 기획을 준비하고 있는 SM은 여러 형태로 계속 조명될 것으로 보인다. K팝 신의 모든 첫 장면에 SM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1995년 2월14일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창립한 SM은 현재 한류의 선봉이 된 K팝 아이돌 형태의 전형을 만들었다. 1996년 데뷔해 국내 아이돌 그룹의 기반을 닦은 H.O.T를 시작으로 S.E.S, 신화, 보아,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샤이니, f(x), 엑소, 레드벨벳, NCT, 에스파, 라이즈까지 톱 아이돌 그룹들을 배출했다.

무엇보다 회사명을 설립자 이름의 영어 약자를 따서 짓고 한류라는 이름이 만들어지는데 기여(2000년 2월 현지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H.O.T.의 베이징 단독공연 이후 한류라는 말이 본격적으로 사용됐다)했고, K팝 세계화의 통로가 된 일본 시장을 개척했으며, 작곡가·프로듀서들이 좋은 곡을 만들기 위해 협업하는 송캠프 도입, 아티스트에 대한 몰입도를 높이기 위한 세계관(SMCU) 설정 등 현재 K-팝의 표준화 혹은 제도화가 된 대다수의 것들의 문법 기반을 SM이 닦았다.

K팝 내에서 독자적인 장르를 확실히 갖고 있는 기획사도 SM뿐이다. SM의 뮤직 퍼포먼스, 즉 'SMP'(SM Music Performance)는 SM 음악 철학의 결과물이다. SMP는 SM 소속 뮤지션들의 노래·안무를 최적으로 혼합한 스타일을 일컫는다. 역동적인 퍼포먼스를 유도하는 현란한 댄스음악, 여기에 사회비판적인 내용의 노랫말도 포함된다.

난해하지만 사운드·메시지가 덩어리로 무대 위에 펼쳐져 폭발력을 냈다. 광야(KWANGYA·SM 가수들이 모여 있는 세계관)를 추종하는 '슴덕'('SM'을 '슴'으로 읽는 것으로 온라인에서 SM 마니아를 지칭함) 혹은 '핑크 블러드'(SM의 아티스트와 콘텐츠를 응원하는 팬덤)가 양산됐다. K팝 기획사 중 가수뿐 아니라 회사 자체로 팬덤을 거느린 곳은 SM이 유일하다. 이 같은 유산은 SM보다 큰 K팝 회사가 등장해도 가져갈 수 없는 것이다.

30주년을 앞두고 3.0 시대에 접어든 SM은 여전히 가장 진보적이다. 멤버의 영입이 자유롭고 그 수에 제한이 없다는 것이 특징인 NCT, 메타버스 개념을 도입한 에스파, 악기 서사를 도입한 라이즈 등 여전히 그룹 제작에 혜안이 돋보인다는 평을 받는다.

다음은 음악 전문가 13인(人)에게 ①SM 30주년 의미 ②SM 30년사를 대표할 수 있는 SM 최고의 그룹(혹은 가수)과 노래 ③SM 현 위상과 기대하는 점 등을 물은 결과다.

◆권석정 카카오엔터테인먼트 PD(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①SM엔터테인먼트는 K-팝 아이돌을 최초로 탄생시킨 기획사이다. 90년대에 SM 1호 댄스가수 현진영을 통해 시행착오를 겪은 뒤 자체적으로 개발한 아이돌 육성 시스템을 통해 제작한 H.O.T.와 S.E.S.를 시작으로 신화, 보아,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샤이니, 에프엑스, 엑소, 레드벨벳, 엔시티, 에스파, 라이즈 등에 이르기까지 한국에서 가장 많은 K-팝 아이돌을 성공시키며 K-팝 세계 진출의 포문을 열었다. SM을 통해 전 세계에 K-팝 팬덤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SM을 통해 K-팝 해외 진출 시스템이 생겨났다. 이러한 성과로 SM은 후발주자 기획사들이 K-팝 아이돌그룹으로 세계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데 디딤돌 역할을 했다.

②H.O.T. '전사의 후예(폭력시대)' = 최초의 K-팝 아이돌 그룹, 최초의 K-팝 히트곡이라는 의미가 지니는 상징성이 크다. H.O.T.는 아이돌그룹이 지녀야 할 미덕을 이미 다 갖춘 완벽한 아이돌그룹이었다. 첫 시작점의 임팩트가 워낙 컸기 때문에 아이돌그룹 시장이 생겨나게 된 것이다.

③SM은 30년이라는 긴 세월이 무색하게 지금도 '핫'한 음악을 계속 만들어내고 있다. SM의 성과 중 하나는 다양한 장르를 이종교배한 SMP라고 하는 음악 스타일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 SMP를 통해 K-팝은 기존의 영미 팝과 구분되는 고유의 스타일을 개척할 수 있었다. '올해의 K-팝'(2024년)으로 평가받는 에스파의 '슈퍼노바(Supernova)' 역시 SMP의 연장선에 있는 곡이다. 한편 최근에는 SM 출신 임직원들이 여타 기획사로 이적해 히트작을 발표하는 등 K-팝 전문 인력을 만들어내는 인재양성소 역할도 하고 있다. SM은 K-팝 아이돌 외에 클래식, 재즈 장르를 제작하는 등 늘 음악을 중심에 둔 경영을 하는 기획사인만큼 앞으로도 양질의 음악을 계속 만들어내 줄 것으로 기대한다.

◆김도헌 대중음악 평론가(한대음 선정위원)

①오늘날 K-팝 시스템, 아이돌 그룹의 시작을 확립한 SM엔터테인먼트는 현재도 K-팝의 최전선에서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있다.

②보아 '넘버원(No.1)' = SM엔터테인먼트의 21세기를 열었고, 현재까지도 현역으로 활동하는 SM의 과거이자 현재, 미래. '한류'의 시대를 열었던 작품으로 상징성이 크다.

③에스파, NCT, 라이즈 등 여전히 국내외에서 여전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SM엔터테인먼트는 긴 시간 쌓아온 노하우와 자산이 유효함을 증명했다. 다만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 관련 이슈가 완벽히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영 일선의 불안은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이다.

◆김성환 대중음악 저널리스트(한대음 선정위원)

①현재 K-팝으로 불리는 장르(또는 뮤직비즈니스의 포맷) 역사의 발전 과정에서 SM엔터테인먼트가 형식의 구축과 홍보 전략에서 '선구적' 역할을 했고, 이를 통해 현재까지 성공한 대중음악 기획사로서 업계의 정상권을 지켜왔다는 점에서 30주년이라는 업력이 주는 의미는 독보적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연습생 시스템을 통한 아티스트 육성, 일본과 중국 시장 진출을 통한 수익범위 확장, 그리고 송캠프를 통한 레퍼토리 확보까지 모든 이 업계의 흐름을 그들이 주도해왔기 때문이다.

②30년간 여러 대표적 K-팝 뮤지션들이 SM을 통해 탄생했지만, 개인적으로 그 정점에는 당연히 보아(BoA)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그녀의 아이돌에서 아티스트로의 성장과 일본 시장 성공이 2세대 K-팝의 일본 시장에서의 열풍의 도화선이 되었기 때문이다. 노래로는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를 꼽고 싶은데, 단순한 히트곡을 넘어 대중에 의해 시간이 흘러 새로운 메시지를 부여받았다는 점에서 음악의 사회적 가치를 재고하게 만든 트랙이다.

③비록 이수만의 체제는 막을 내렸고, 30년간 영욕의 사건들이 교차됐다고 해도 SM은 앞으로도 자신들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계속 전진할 수 있는 동력을 충분히 가진 기획사임은 분명하다.


◆김윤미 음악저널리스트(한대음 선정위원)

①패러다임 시프터…뉴노멀[프로듀싱, 세계관, 송캠프, 트레이닝(연습생), 한류(K-POP)] 창시자. 1989년 SM기획으로 출발해 1995년 2월 SM엔터테인먼트로 출범한 이 조직의 키워드는 '패러다임 시프터' '뉴노멀 창시자' 이 두 마디로 압축될 수 있다. 중언부언일 수 있으나 '시스템'이라는 한 단어로도 요약할 수 있겠다. '1세대 아이돌' H.O.T. 시절엔 K-팝보다는 한류라는 용어가 친숙했지만, 프로듀싱시스템, 트레이닝(연습생)시스템, SMP, 세계관과 송(라이팅)캠프 구축 등 K-팝, 아이돌그룹에 필요한 모든 시스템은 SM에 의해 만들어지고 정교화됐다. 여기에 체계적인 '팬덤' 마케팅 또한 SM의 신사업이었다. 아이돌 제국의 이 모든 요소 중 가장 획기적인 것은 '세계관의 탄생'이며 이는 K-팝을 K-팝이게 하는 핵심 요소 중 하나다. 이 과정에서 논란과 갈등, 모순도 필수적이다. 다음 30년에 SM은 어떤 혁신과 전환을 이룰 수 있을까? 또 다른 노멀을 만들고 패러다임을 전환할 수 있을까?

②▲소녀시대 = H.O.T, 동방신기, EXO 그리고 한편에 f(x)와 샤이니. 그럼에도 SM 30년 기념 포스터의 센터는 소.녀.시.대.다. ▲소녀시대 '지(Gee)' = 개인적 선호와 호불호를 떠나 'K-팝을 상징하는 단 한 곡'을 꼽으라면 (숱한 경쟁작들이 있다 해도) 주저 없이 이 곡이다. H.O.T, 동방신기, EXO 등 수치상 이들보다 더 큰 성공을 거둔 소속사 선후배가 있지만 SM엔터테인먼트의 정점의 순간에 소녀시대가 있다(선후가 바뀌어도 논리는 성립된다).

③S.M. 이 두 글자와 평생 떼려야 뗄 수 없(을 것 같)던 인물이 돌연 떼어져 분리됐다. 오랜 기간 '엔터업계의 삼성' 같은 존재로 온갖 시기·질투·미움을 한몸에 받던 SM이 2021~2022년 '어색한 순위' 2, 3위에 내려앉았다가 2023년 매출결산 1위를 탈환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하이브(HYBE), 빅히트뮤직의 별도 산정은 논외로 한다). 다만 SM은 업계 1위 여부와 상관없는, 상징성을 가진 기획사다. 대주주·창업자 1인의 영향력이 더 컸던 출범 초기부터 국내 기획사로서는 드물게 소위 '시스템'이 원활히 작동하던 조직이기도 했다. 현시점 제4세대 걸그룹, 보이그룹의 육성에 있어서도 가장 성공적 행보를 보인 것도 다름 아닌 SM이다. 여기에 새해 에스파의 뒤를 잇는 신인 걸그룹 론칭도 예정돼 있다. 창립 후 오랫동안 패러다임 시프터, 뉴노멀 창시자로서 역할을 해온 것처럼,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는 '새로운 세대 30년'을 다시 시작하는 도전자가 되길 기대한다.

◆김홍범 KBS 라디오센터 라디오국 CP(한대음 선정위원)

①SM은 우리나라 음악계에 '스토리(Story)'를 부여했다. SM의 의미를 논할 때 흔히 말하는 K-팝 산업 발달, 글로벌 확장, 기술 결합 등은 모두 캐릭터에 서사(Story)를 부여하는 기획 속에서 시작한 것이나 다름없다. 다른 말로 하자면 SM의 혁신은 'IP(Intellectual Property)가 갖고 있는 힘'을 빠르게 캐치한 것에서 시작됐다는 것. SM의 개별 팀과 가수는 각자의 캐릭터와 스토리를 부여 받았고, 그 프로듀싱을 위해 주변 환경 및 기술과 결합 성장하면서 더욱 큰 부가가치를 창출해낸 것이다. 스토리를 갖고 있는 IP의 힘은 SM과 K-팝의 존재 의미나 다름없다.

②SM의 일본 진출 초석이 된 보아가 가장 중요한 뿌리가 됐다면, 과거부터 지금까지 일본 및 아시아 시장을 개척하는 가장 큰 역할을 한 팀은 동방신기다. 데뷔 때 부터 완성도가 높은 남자 아이돌 그룹의 표본이 됐으며 음악의 퀄리티 역시 비약적으로 높아졌다. 그 중에 '미로틱(Mirotic)' 멜로디와 퍼포먼스가 가장 잘 결합된 곡이다. 물론 동방신기가 벌어들인 수익은 다음의 팀들의 발전 토대가 됐다.

③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퇴진과 함께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SM엔터테인먼트인 만큼, 역사적 토대를 지키면서 그 위에 세계가 원하는 새로운 스토리와 팬과의 소통 기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K-팝의 황금시대를 더욱 오래 끌고 갈 수 있는 퀄리티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

◆이규탁 한국조지메이슨대학교 국제학과 교수(한대음 선정위원)

①SM은 '기획사가 연습생을 뽑아 교육과 훈련(트레이닝)을 통해 아이돌로 키워내고, 키워낸 이후에도 그들의 공적인 활동과 사생활 일부를 관리·감독한다'는 K-팝 시스템의 모델을 제시하고 그것을 확립·발전시킨 선구자적인 존재로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YG·JYP·하이브 등 이후 K-팝의 근간을 이루는 대형 기획사 및 중소형 기획사 모두 이들의 시스템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으며, 더불어 단기간에 사그라지지 않고 30년 동안 꾸준히 정상의 자리를 유지하며 최신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는 점도 큰 의미가 있다.

②소녀시대 '지(Gee) = 소녀시대는 2세대 아이돌을 대표하는 K-팝 가수인 동시에 국내외 모두 큰 사랑을 받은 그룹으로, 국내와 해외에서의 활동 방식이나 이미지 만들기 방식 등에서 아이돌 그룹의 전형을 제시했다. 더불어 K-팝 팬 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에게도 널리 사랑받으며 시대를 대표하는 문화의 아이콘이 됐다.

③이제는 과거처럼 '독보적인 no. 1 K-팝 기획사'라고 할 수 없을지 몰라도, 여전히 SM이 가지고 있는 'K-팝의 원조이자 대표 선수'로서의 상징성은 무시할 수 없다. 또한 성공적인 브랜딩을 통해 많은 국내외 팬들이 개별 가수·그룹만이 아닌 SM 기획사 자체에 충성도를 갖고 있다는 점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이들은 SM이 새로운 가수를 내놓을 때마다 열정적으로 이들을 응원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경영진과 체제가 바뀐 SM은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고 있는 듯 보인다. 여전히 K-팝 대표 기획사로서의 자리를 유지하면서도, 조금 더 다양한 장르의 음악과 가수에도 관심을 표하고 있는 것 같은데, 다양성과 다변화를 추구하는 이러한 흐름이 지속돼 일반적인 기획사를 넘어 글로벌 음악 레이블로서의 자리를 갖추게 되길 바란다.

◆이마루 엘르 피처 디렉터

①지금의 K팝을 다른 국가의 음악신과 가장 유별나게 구분짓는 것이 '팬덤 문화'라고 했을 때 SM은 항상 그 중심에 있었다. '응답하라 1997'에서 H.O.T.가 그 시절을 소환하는 가장 상징적인 팀으로 소환됐던 것처럼 말이다. 많은 이들이 팬이 아티스트를 맹목적으로 사랑한다고 믿지만, 팬덤을 견인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아티스트의 실력 및 아웃풋에 대한 자긍심이다. 여전히 비주얼디렉팅이나 A&R 같이 근간이 되는 지점에서 업계 최고의 인력을 보유한 SM이 가장 잘할 수 있는 항목이다. 레이블을 세분화하며 음악적으로 계속 확장해가는 가운데, 응원봉을 든 거리의 소녀들이 새롭게 호명됐던 2024년 12월 거리에는 '다시만난 세계(소녀시대)'와 '위플래시(에스파)'가 가장 많이 크게 울려퍼졌다. '대중'과 호흡하는 엔터사로서의 역할도 완벽하게 해내고 있다는 것을 이보다 더 명징하게 보여주는 증거가 있을까?

②최고의 그룹과 곡 소녀시대. 멤버들의 관계가 공고하며 여전히 음악, 연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최고의 곡은 샤이니의 '뷰(View)'. K팝이 대체로 과잉을 추구할 때, 덜어냄으로서 오히려 더 아름답고 세련되어질 수 있다는 것. 사운드가 성공적으로 시각화될 때 얼마나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를 입증했다.

③대형기획사 삼자구도를 흔들고 특히 SM의 오랜 위상을 가장 직접적으로 위협했던 하이브가 주춤한 가운데 레이블 30주년, 슈퍼주니어 데뷔 20주년 등 기념할 만한 순간을 2025년 앞두고 있는 만큼 다시 업계 최고임을 공고히 할 수 있는 해가 되지 않을까. 다만 지난 연말 멤버 탈퇴를 두고 한차례 홍역을 얻은 라이즈의 다음 곡, 새로 데뷔할 걸그룹이 얼마나 인상적인 행보를 보일 수 있을지 관건이다.


◆임은선 스트리트H 에디터(한대음 선정위원)

①지난 30년 간 SM은 우리나라 대중음악계의 다양한-긍정적이기도 하고, 부정적이기도 부분을 만들어온 곳이다. H.O.T의 중국 진출로 한류라는 단어를 처음 만들었으며 S.E.S, 보아, 동방신기로 이어지며 일본 시장을 공략한, 지금 K-팝 신화의 시작에는 SM이 있다. 아이돌 육성 방식이나 앨범 프로모션 방식의 전형을 만든다든가 하는 등 지금의 케이팝 신이 만들어 지는 데 지대한 영향을 끼쳤으며 소속 아티스트 팬덤을 넘어 소속사팬덤까지 팬덤문화를 만들어왔다. 반대 급부로 발생한 일이기는 하지만 표준전속계약서를 만드는 데도 SM의 역할은 (부정적으로) 컸다. 이렇듯 우리나라 대중음악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곳인데, 음악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점, 자신들만의 특유의 색을 잃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높게 평가하고 싶다. 돈이 되든 되지 않든 여러 레이블을 두고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만들고 있으며 각 그룹만의 세계관을 만들고, 그 세계관이 뻔하지 않고 때론 쉽게 하지 않을 선택이라는 것 역시 대중문화의 다양성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고 본다.

②▲SM를 대표하는 가수 = 아이돌문화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H.O.T, 한국와 일본에서 큰 성공을 거둔 동방신기, 신드롬을 만들었던 소녀시대, S.M만이 만들어낼 수 있었다고 생각하는 샤이니, f(x) 등 SM을 대표하는 가수들은 많겠지만 단연코 긴 시간 SM과 함께 해온 보아. 전형적인 아이돌 훈련 시스템을 거쳐 나온 뮤지션이지만 마이네임, 걸스 온 탑 등으로 여성 뮤지션의 새로운 영역-섹시 콘셉트가 아닌, 당당한 여성으로서의 모습. 당시를 생각하면 쉽지 않았을 선택이라고 본다-을 구축해왔다. 이러한 행보 역시 SM다운 모습이 아닐까 싶다. SM를 넘어 한국을 대표하는 여성 뮤지션이 아닐지. ▲SM 최고의 노래 = '다시 만난 세계' 당시에도 큰 인기를 끈 곡이었지만 시대정신과 맞물리며 새로운 생명력을 가진 노래가 됐다. 오래도록, 전 세대에 걸쳐 불리게 되는 노래가 되지 않을까.

③최근 오래동안 SM의 색을 만들어온 이들이 SM을 떠났는데,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여줄지는 나도 궁금하다. 하지만 실험적인 시도를 계속 하는 엔터로 꾸준히 행보를 이어나가길 바라며 케이팝 신에 좀더 긍정적인 역할을 많이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임희윤 음악평론가(한대음 선정위원)

①한 마디로 SM은 케이팝의 선구자. 한국 가수 최초의 오리콘 차트 1위(보아), '한류'의 탄생(2000년 H.O.T. 베이징 콘서트) 등 중요한 변곡점에 SM이 있다. SM은 미국, 유럽의 음악 트렌드와 J-팝의 시스템이 가진 강점을 결합하고 한국 가요 특유의 감성과 토양 속에 발전시킨 회사다. 1998년 S.E.S.의 '드림스 컴 트루(Dreams Come True)' 이래 북유럽 등 해외 작곡가와 긴밀히 협업하며 21세기 인터내셔널 A&R 시스템을 선구했다. 이는 한국 주류 대중음악이 '가요'의 한계를 넘어 글로벌 팝으로서 음악적 질과 동시대성을 확보하게 만든 결정적 계기가 됐다. 또한, 이전의 가요계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보기 힘든 새로운 콘셉트와 세계관, 비주얼을 선도적으로 보여주면서 현재 K-팝이 가진 여러 특성들에 절대적 영향을 끼쳤다.

②하나만 꼽기 힘들다.

③인터내셔널 A&R 시스템이 고도화하고 보편화되면서 역설적으로 독특한 색깔을 가진 음악을 만들어내기 힘들어졌는데, SM은 이런 내외적 환경에서도 에스파, 라이즈의 근작들처럼 이른바 핑크 블러드의 색채를 유지하면서도 확장할 수 있는 독자적인 음악 색을 유지하고 있다. 향후 SM이 데뷔시킬 새로운 그룹들이 가지고 나올 시청각 콘셉트가 기대된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한대음 선정위원)

①SM의 30주년은 곧 K-팝의 30주년과 같다. 30년 전 실질적 의미의 K-팝을 탄생시킨 SM이 30년 후에도 변함없이 K-팝의 선두를 지키고 있다는 점에서 기념비적이다.

②▲보아 = SM의 30년 역사 중 25년을 함께한 보아는 솔로로 데뷔해 한국 대중음악의 새 역사를 썼고, 쉼 없이 활동하며 '리빙 레전드' 반열에 올랐다. ▲'넘버원(No.1)' = 한일 양국의 정상에 오른 보아를 상징하는 노래이자, SM의 세련되고 완성도 높은 프로덕션을 상징하는 노래.

③이제는 업계의 독보적 원 톱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여전히 최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K-팝 레이블. 특히 음악적 개성과 완성도 측면에서는 SM만의 입지가 확실하다. K-팝의 레거시를 이어가는 레이블로서 앞으로도 안주하지 않는 그들만의 좋은 음악을 들려줬으면 하는 바람.

◆조일동 한국학중앙연구원(한중연) 인류학 전공 교수 겸 음악취향Y 편집장(대중음악 평론가, 한대음 선정위원)

①SM은 한국 대중음악계에 여러 영향을 끼쳤는데, 그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부분은 음반(음원) 제작 방식과 아티스트 관리를 시스템화 했다는 사실에 있다고 본다. 시스템이 과도화게 작동할 경우, (대중)예술의 자율성은 축소될 우려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SM 이전까지 한국 대중음악계는 안정성을 가진 생산·제작 시스템이 부재한 상황에 가까웠다. SM 역시 처음 시스템을 구축하고 자리 잡게 하는 과정에서 여러 오류와 충돌을 겪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문제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럼에도 현재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K-팝 제작 방식과 형태를 포함한 산업적 조는 SM이 선두적으로 수립해나갔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②현진영을 통해 아이돌에 가까운 스타 제작 가능성을 엿본 SM이 본격적으로 K-팝 제작 방식, 즉 연습생 선발 및 관리부터 의상이나 안무, 가사나 음색 수준을 넘어 전체 콘셉트를 부여한 보이그룹이 H.O.T.였다. H.O.T.의 성공은 SM 30년 역사를 생각할 때 가장 중요한 첫 발자국이라 생각한다. H.O.T.는 과도기적 존재라 할 수 있다. 특히 1, 2집은 커버 아트부터 몇몇 수록곡의 사운드 텍스처까지 미심쩍은 부분이 많다. 들쭉날쭉한 완성도를 가진 앨범이기에 '캔디' 같는 노래가 수록될 수 있었겠지만, 동시에 이 노래가 가진 파급력은 향후 K-팝 송라이팅에 있어 한 갈래가 됐다.

③K-팝이 로컬 수준을 넘어 글로벌 문화산업에서 중요한 상품 중 하나가 된 상황에서, 강력한 후발주자들이 성장한 지금 SM의 파급력은 과거와 같지 않다. 그러나 송캠프를 포함해, K-팝 제작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SM의 저력은 여전하다고 평가하고 싶다.

◆조혜림 프리즘(PRIZM) 음악콘텐츠 기획자(한대음 선정위원)

①SM 30주년은 K-팝의 역사와 함께한다. SM이 1세대 H.O.T. 부터 5세대 라이즈까지 아이돌의 나이테를 늘려간 만큼 K-팝 역시 함께 성장했다. SM은 K-팝의 선구자이자 선두주자로서 계속해서 변화를 모색했고, 다양한 세계관과 SF적 판타지는 물론 사회 비판까지 다양한 메시지를 담아 자신들의 목소리를 사회에 내보냈다. 우리나라 아이돌 팬덤 문화의 발상지이자, 앞으로 개척해나갈 미래가 기대되는 K-팝 유구의 역사이다.

②소녀시대 '다시 만난 세계' = 소녀시대는 2세대 걸그룹의 대표주자이자 가장 성공한 아이돌의 롤모델 중 한팀이다. 각양 각색의 개성을 가진 소녀들이 모여 상당한 체력을 요하는 수준 높은 안무, 다양하게 변화하는 포지션 을 보여주는 고도로 설계된 퍼포먼스, 에너제틱하면서도 애틋한 멜로디로 걸그룹의 표본을 보여준다. 데뷔할 때는 '메가히트'가 아니었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사랑받는 노래는 드물다. 나를 포함한 리스너들에게 용 기를 주는 응원가였던 이 곡은 이겨내고 성장한다는 메시지를 담은 가사로 우리 세대의 '아침이슬'이라고 할 만한 시대적 투쟁의 곡으로 자리 잡았다.

③SM은 국내 대표 엔터테이먼트사이자 아이돌 시장을 시스템화 시킨 회사이며 세계적으로 성공한 K-팝 아이돌 레이블이다. 최근 에스파의 연이은 히트곡 발표, 라이즈의 성공적인 시장안착으로 과거형이 아닌 현재 진행형으로 끊임없이 진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향후에도 K-팝 신을 흔드는 다양한 아티스트들을 배출해 낼 것이라 믿는다.

◆황선업 대중음악평론가(한대음 선정위원)

①우선 현재 전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K-팝의 토대를 만들었다는 점, 그리고 보아와 동방신기, 소녀시대 등을 중심으로 한 성공적인 일본진출 사례를 통해 한류, 나아가 글로벌 인기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그 존재만으로도 상징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더불어 제작/기획 시스템을 공고히 해 지금까지도 아이돌 명가로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모습이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의 확고한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 또한 언급해야 할 것이다.

②H.O.T. '캔디' = H.O.T. 이후의 역사가 가능했던 것은 결국 이 노래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③SM은 주변의 트렌드나 시장 상황에 관계 없이 자신들만이 할 수 있는 음악적 색깔과 소속 그룹들의 정체성을 구축해 왔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SM의 역사를 관통하면서도 한물 갔다고 느껴질 법한 SMP를 새롭게 정제해 탑재한 에스파가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모습을 보며, 앞으로도 SM만의 독자적인 콘텐츠 컬러는 큰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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